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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 章

 

              神秘紫霞谷

 

 

 

흐흑... 어머님!”

남궁혜미, 그녀는 중년미부의 시신을 끌어 안으며 처절한 울부짖음을 터뜨렸다.

사내에게 능욕당하다 처참하게 죽어간 중년미부, 그녀의 모습을 본 순간 군무현은 엄천난 분노와 함께 강렬한 살심(殺心)이 솟구쳤다.

살인을 했으니 네놈들의 더러운 목숨으로 대가를 받으리라!”

그는 냉혹한 눈으로 혈사음령을 노려 보았다.

순간, 혈사음령은 그의 강렬한 기도에 흠칫 몸을 떨었다.

하나, 그 자는 이내 정신을 수습하며 안면을 일그러뜨렸다.

크흐... 애송이놈! 감히 사망림의 일을 방해하다니... !”

그 자는 말을 하다 말고 두 눈을 한껏 부릅떴다.

죽어랏!”

군무현의 우수가 어느 새 번개같이 휘둘러진 것이었다.

꽈릉...! 벼락같은 핏빛강기가 혈사음령의 가슴을 후려쳤다.

어헉!”

혈사음령은 다급한 헛바람을 들이키며 질겁했다.

그 자는 앞 뒤 가릴 것도 없이 반사적으로 장을 맞받아쳤다.

위 잉!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은 강맹한 장력,

하나, 콰르릉... 콰쾅! 들썩 지축을 뒤흔드는 폭음이 짓터져 오름과 함께,

크 악!”

혈사음령은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 끔찍했다. 그자는 두 팔이 완전히 짓뭉개져 버린 것이 아닌가?

하나, 군무현은 거기에서 손속을 멈추지 않았다.

수라혈살강뢰!”

콰자작! 재차 그의 입에서 냉혹한 일갈이 터짐과 함께 핏빛강기가 작렬하듯 혈사음령의 전신에 퍼부어졌다.

그것은 혈사음령으로서는 도저히 대항하거나 피할 엄두조차 내지 못할 무서운 공력이었다.

부림주님!”

혈사음령의 수하들은 공포에 질려 사색이 되었다.

그 순간, 꽈르르릉! 퍼 엉!

천붕지열의 가공할 폭음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 폭음 속을 뚫고,

크 아악!”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짓터져 올랐다.

오오! 실로 끔찍한 광경이었다.

혈사음령! 그 자의 모습은 아예 보이지 조차 않았다.

산산이 찢기고 파열된 살조각과 선혈만이 허공을 뒤덮었을 뿐이었다.

그 광경에 사망림의 수하들은 혼비백산했다.

... ! 천살성(天殺星)이다!”

... 달아나자!”

스슥! ! 그자들은 사색이 되어 꽁무니가 빠져라 달아났다.

하나,

한 놈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군무현은 살기어린 눈으로 냉소를 머금었다.

이어, 그는 소매 속에서 하나의 철적(鐵笛)을 꺼내어 입에 댔다.

다음 순간, 삐 이익! 귀청을 찢어 발기는 날카로운 소성이 울려 퍼졌다.

직후,

케 엑!”

크악!”

크윽...!”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잇달아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그와 함께, 쿵 쿠웅!

단번에 백장 밖까지 달아났던 사망림의 수하들은 모두 오공에서 피를 토하며 속속 나뒹굴었다.

 

천붕뇌명후(天崩雷鳴吼)!

 

군무현이 시전한 음공은 바로 그것이었다.

천황음경(天皇音經)의 천황오대음종(天皇五大音宗) 중 세 번째 음공, 그것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돌연 장내는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정적, 죽음 후의 무겁고 숨막히는 정적이 장내를 짓눌렀다.

이윽고, 군무현은 천천히 돌아섰다.

역한 피비린내가 그의 코끝을 물씬 진동했다.

남궁혜미, 그녀는 슬픔과 오열에 지쳐 혼절해 있었다. 죽은 어머니의 시신을 꼭 끌어 안은 채...

군무현은 깊은 연민의 눈빛으로 혼절한 남궁혜미를 내려다 보았다.

불쌍한 소녀...!”

그의 입에서 진심어린 동정이 깃든 나직한 뇌까림이 흘러 나왔다.

이어, 그는 남궁혜미의 곁으로 다가가 그녀의 혈도를 가볍게 문질렀다.

그러자,

으음...!”

나직한 신음과 함께 잠시 후 남궁혜미가 깨어났다.

정신이 드느냐?”

군무현은 무심하나 염려가 깃든 음성으로 물었다.

남궁혜미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한동한 멍한 표정으로 중년미부의 시신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흐윽... 어머니...!”

그녀는 그대로 시신을 끌어 안으며 다시 서러운 오열을 터뜨렸다.

군무현은 무슨 말로든 그런 남궁혜미를 위로해 주고 싶었다.

하나, 그는 생각과는 달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다만, 그는 서럽게 오열하는 남궁혜미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찌해야 좋을지 안절부절 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중년미부의 곁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한 명의 소년을 발견했다.

(아직 죽지 않았다!)

그는 단번에 그것을 알아보고는 기광을 빛냈다.

이어, 그는 급히 소년의 곁으로 다가가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소년의 안색은 밀랍같이 창백했다. 이미 산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나, 그는 아직 미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다. 소년의 얼굴은 반듯하고 준수했으며 남궁혜미의 용모와 흡사해 보였다.

(신기황 어르신네의 의술이 한 생명을 구하리라!)

군무현은 곧 능숙하게 소년의 혈도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는 빠르게 소년의 전신을 추궁과혈했다. 그러자,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한 소년의 얼굴에 점차 혈기가 돌기 시작했다.

 

X X X

 

남궁세가의 뒷산, 크고 작은 몇 개의 봉분이 세워졌다.

두 개의 봉분 앞,

흐흑...!”

언제부터인가 간장을 끊어낼 듯 애절한 소녀의 울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남궁세가의 두 남매(男妹), 그들이 봉분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오열하고 있었다.

남궁혜미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연신 가녀린 어깨를 들먹이며 하염없이 눈물을 쏟고 있었다.

반면, 그녀의 옆에 선 소년, 그는 사내답게 입술을 악문 채 오열을 삼키고 있었다.

 

남궁준하(南宮俊河)!

 

이것이 소년의 이름이었다.

두 남매의 뒤, 군무현이 침통한 안색으로 우뚝 서 있었다.

그는 회의어린 눈빛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남궁세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천년의 역사가 한줌 재로 쓰러지다니...!)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새삼 인간사(人間事)의 무상함을 절감했다.

실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문득 무슨 생각을 했는지 군무현의 눈빛이 밝아졌다.

(일신의 원한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내 자신이나 이 아이들 같은 슬픔을 겪게 해서는 안된다!)

그의 얼굴에 엄숙한 결의의 빛이 떠올랐다.

(자신의 야심을 위해 천하를 혈란(血亂)으로 몰아넣으려 하는 자... 그것이 누구이든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그는 내심 굳게 다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의 이같은 새로운 결심은 천하무림을 위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군무현! 역시 그는 영웅(英雄)임이 분명했다.

그때, 남궁혜미의 서러운 오열이 낮게 잦아드는가 싶더니 이윽고 울음을 그쳤다.

그것을 느낀 군무현, 그는 무심히 돌아섰다.

남궁혜미는 뿌연 안개처럼 흐린 눈으로 군무현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에 보이는 군무현은 그대로 태산(泰山)이었다.

문득,

상공...!”

남궁혜미는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실린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어, 그녀는 군무현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남궁준하는 입술을 악물며 하늘을 우러렀다.

준하에게 힘을 주소서! 원수들을 멸하고 남궁세가를 다시 일으켜 세울 큰 힘을 주소서!”

그는 하늘을 향해 절규하듯 부르짖었다.

“...!”

군무현은 묵묵히 그들 남매를 내려다 보았다.

차갑고 무심하기만 하던 그의 눈에는 연민의 빛이 흐르고 있었다. 그때, 남궁준하 역시 군무현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며 호소했다.

대협! 소생을 거두어 주십시오! 가문의 원한을 갚을 수 있는 힘만 주신다면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그의 두 눈에는 피맺힌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군무현은 말없이 남궁준하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이어, 그는 무서운 의지와 집념으로 타오르는 남궁준하의 두 눈을 직시했다.

준하! 너는 일문(一門)의 종사(宗師)! 선친과 사장(師長) 앞이 아니면 누구에게라도 무릎을 꿇어서는 안된다!”

대협...!”

남궁준하는 격동을 금치 못하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군무현은 그런 남궁준하를 바라보며 힘주어 말했다.

()이라 불러라! 내 너로 하여금 사망림(死亡林)을 초토로 만들 수 있는 힘을 주겠다!”

순간,

... 형님!”

상공!”

두 남매는 감격을 금치 못하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군무현은 그런 두 남매의 손을 굳게 움켜 잡았다.

약속, 그것은 힘차고 뜨거운 약속이었다.

남궁남매는 온통 기대와 희열에 들뜬 표정으로 활짝 웃어 보였다. 채 마르지 않은 눈물 속에서 벅찬 감격이 빛나고 있었다.

서로의 손을 굳게 마주잡은 세 사람, 그들의 만남을 축복하듯이 찬란한 낙조가 세 사람의 어깨 너머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X X X

 

천중산(天中山),

 

하남성(河南省)에 위치한 대산(大山).

그 장쾌한 산세가 무려 일천칠백리에 이르는 거악(巨嶽)이다.

 

하나의 높은 산봉 위,

하하...! 형님! 수라혈잠영(修羅血潛影)의 경공은 정말 빠릅니다!”

스슥! 스스스...

소년의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문득 몇줄기 인영이 산봉 위로 날아 내렸다.

이남일녀(二男一女), 그들은 바로 군무현과 남궁혜미, 남궁준하 남매였다.

남궁혜미의 고운 얼굴은 무척 수척해 보였다. 아직도 그녀는 큰 충격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옥용 가득 우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반면, 남궁준하, 그는 사내답게 슬픔을 벗어던지고 이미 명랑한 본래의 모습을 되찾고 있었다.

그는 누나인 남궁혜미와 비교할 수는 없으나 역시 타고난 기재였다.

영민한 지혜와 뛰어난 자질을 갖춘 소년, 산봉 위에 우뚝 선 군무현, 그는 눈을 빛내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자하곡(紫霞谷)에는 많은 영약이 있을 것이다. 준하를 단시일 내에 강자(强者)로 만들어 주리라!)

어느 새, 그는 남궁준하를 친동생 이상으로 아끼고 있었다.

물론, 남궁준하가 친형님 이상으로 군무현을 따르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었다.

자하곡(紫霞谷)!

지금 군무현 일행은 자하곡(紫霞谷)으로 향하고 있는 중이었다.

환영투도가 죽기 직전에 일러주었던 곳, 천중산(天中山) 자하곡(紫霞谷)!

그곳에는 환영투도의 안배가 숨겨져 있으리라.

 

남궁혜미, 그녀는 아미를 살짝 모은 채 멀리 산정(山頂)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무엇을 발견했는지 지혜로운 봉목에 반짝 이채를 띄웠다.

상공...! 현기가 보여요!”

“...!”

그녀의 말에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산정으로 눈길을 돌렸다.

스으... 스으...

과연, 그곳에는 은은하고 신비로운 자하(紫霞)가 떠오르고 있었다.

마치 환상차럼 신비로운 광경, 그때, 남궁준하는 만면에 의혹의 빛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형님, 누님!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는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궁준하의 눈에는 그저 평범한 안개밖에 보이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 군무현과 남궁혜미, 그들은 그 신비로운 자하(紫霞)가 인위적인 진형에 의해 일어나는 현상임을 알아보았다.

군무현은 의아해 하는 남궁준하를 향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곧 알게될 것이다. , 가자!”

말과 함께, 스슥! 그는 남궁혜미의 손목을 잡고 바람처럼 신형을 날렸다.

그러자, ! 남궁준하도 곧 그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잠시 후, 그들은 삽시에 은은한 자하가 흐르는 산정(山頂)에 이르렀다.

산정에 발을 디디는 순간,

!”

남궁준하는 눈을 크게 뜨며 탄성을 내질렀다.

산정 아래, 실로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세외도원이 이러할까?

스으... 스으... 신비한 자하가 구름처럼 흐르고 있는 그곳에 하나의 아름다운 절곡(絶谷)이 자리하고 있었다.

꿈 속에서나 그려왔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절곡, 절곡 주위에는 온통 기화이초가 만발해 있었고 맑은 옥계류(玉溪流)와 청청한 숲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다.

마치 별천지에 들어선 듯한 황홀한 전경, 인간세상에 이렇듯 아름다운 곳이 존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터였다.

남궁혜미는 그 절곡을 둘러보며 눈을 크게 떴다.

천중(天中)의 험지(險地)에 이런 도원경이 있을 줄이야...!”

그는 신기한 표정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때, 문득 군무현이 남궁혜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혜미? 알아보겠느냐?”

그 말에 남궁준하는 다시 의아한 시선으로 누나인 남궁혜미를 주시했다.

남궁혜미는 무한한 지혜가 반짝이는 혜안으로 자하 속에 둘러싸인 절곡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어, 그녀는 가볍게 아미를 모으며 입을 열었다.

소녀의 눈이 틀림없다면... 상고시대 자하선인(紫霞仙人)의 자하천류대진(紫霞天流大陣)이 곡 전체를 뒤덮고 있는 것이 분명해요.”

중원제일재녀(中原第一才女)의 명망이 헛것이 아니었군!”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인 듯 중얼거렸다.

그의 어조는 지극히 무심했다. 하나, 남궁혜미는 두 볼을 붉게 물들이며 기쁨의 표정을 지었다.

처음으로 군무현의 칭찬을 받은 것이 아닌가?

그때, 남궁준하가 의아한 듯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자하선인(紫霞仙人)은 누구이며 자하천류대진(紫霞天流大陣)은 또 무엇입니까?”

군무현은 남궁준하의 궁금증을 풀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 의문을 가지면 그것을 풀지 않고는 못배기는 남궁준하의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자하선인은 무림(武林)이 태동될 무렵에 살았던 전설적인 기인(奇人)이셨다. 기문둔갑, 기관지학, 토목지술의 시조로 불리던 분이다. 세속의 명리에 초탈하여 세상에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천지십강(天地十强)에 못지 않은 고수셨다!”

순간, 남궁준하는 눈을 크게 뜨며 경악의 표정을 지었다.

천지십강에 못지 않다구요?”

군무현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자하곡을 내려다 보며 문득 환영투도가 남긴 말을 떠올렸다.

 

천중산(天中山) 자하곡(紫霞谷)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원수를 갚기에 충분한 무공비급들이 있을 것입니다...!

 

환영투도를 생각하자 군무현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환노는 자신이 비록 직접 익히지는 못했으나 자하선인의 진전을 지니고 있었구나!)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환영투도의 치밀한 안배에 새삼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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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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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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