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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一 章

 

                   紫霞別府奇緣

 

 

 

남궁혜미, 그녀는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자하천류대진을 뚫어질 듯 주시하고 있었다.

무엇엔가 집중하여 전혀 사심이 깃들지 않은 모습, 그런 그녀의 모습은 실로 아름다웠다.

군무현은 말없이 남궁혜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남궁혜미의 모습에서 처음으로 여인의 미()를 느꼈다.

문득, 그는 자신도 모르게 나직이 뇌까렸다.

혜미는... 과연 중원제일미(中原第一美)라 할만하군!”

그는 감탄의 눈빛으로 남궁혜미의 옆모습을 주시했다. 순간, 남궁혜미는 군무현의 시선을 느꼈는지 발그레 옥용을 붉혔다.

그제서야 군무현도 어색한 표정으로 안색을 바꾸었다.

이어, 그는 다시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돌파할 수 있겠느냐?”

남궁혜미는 군무현의 그런 무심한 음성에 다소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하나, 그녀는 지혜로운 소녀였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다부진 음성으로 대답했다.

반나절의 시간만 주신다면 돌파해 보이겠어요!”

“...!”

군무현의 입가에 한줄기 미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내심 감탄하고 있었다.

(역시 남궁세가가 자랑할만한 재녀로군! 당금천하를 통틀어 자하천류대진을 알아볼 사람은 다섯이 채 되지 않거늘... 반나절이면 돌파할 수 있다니...!)

하나, 그는 입가의 미소를 떠올릴 때보다 더 빠르게 지워 버렸다. 이어,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반나절이나 기다릴 시간이 없다!”

그 말과 함께, 그는 남궁혜미의 손목을 잡았다.

... 무슨 말씀이신지요?”

갑작스런 군무현의 태도에 남궁혜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나, 스슷...! 군무현은 아무런 대꾸도 없이 자하곡의 곡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더욱 어리둥절해진 것은 남궁준하였다.

하나, ! 그도 곧 군무현을 뒤따라 몸을 날렸다.

잠시 후, 그들은 곡구에 내려섰다.

군무현은 남궁준하에게 주의를 주었다.

내가 디디는 곳 외에는 절대 밟아서는 안된다. , 따라 오너라.”

!”

남궁준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러게 군무현의 뒤를 따랐다.

군무현, 그는 남궁혜미의 손목을 잡고 거침없이 자하천류대진 안으로 들어갔다.

스으... 스으... 몸을 감싸며 휘감겨 오는 자욱한 자하(紫霞).

군무현은 그 속을 종횡으로 누비며 전진해 나갔다.

남궁혜미는 군무현을 따라 걸음을 옮기며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세상에...!)

그녀는 아연하여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기문지학만은 신기황(神機皇) 노선배님 외에는 제일(第一)이라 자부해 왔건만...!)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러했다. 그녀는 뛰어난 오성과 총명으로 기문지학에 달통할 수 있었다.

평소에 겸손한 그녀였지만 그 방면에서만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노라고 자부해왔다.

한데, 군무현은 어떤가? 오히려 남궁혜미 자신보다 몇 단계 위가 아닌가?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있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것이리라.

그때, 스슥... 군무현은 마치 평지를 걷듯 절진 속을 뚫고 거침없이 전진해 들어갔다.

남궁준하, 그도 군무현의 행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눈을 빛내며 열심히 뒤따르고 있었다.

군무현은 계속 안으로 전진하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이것은 이미 수천년 전에 설치된 진세라 극히 약해져 있었다. 그때 환노(幻老)가 이곳을 발견하여 자하선인(紫霞仙人)의 진전을 얻고 진세를 보강한 것이다!)

그는 내심 추측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하천류대진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

스슥... 스스스... 그의 보법은 지극히 기민하면서도 유연했다.

그렇게 얼마나 전진했을까? 삼인(三人)은 마침내 완전히 자하천류대진을 벗어날 수 있었다.

진세를 벗어나는 순간,

!”

남궁준하는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며 탄성을 울렸다.

보라! 그들의 눈 앞, 너무도 평화롭고 아름다운 정경이 마치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져 있지 않은가?

세외선경(世外仙境), 무릉도원(武陵桃源)의 낙원이 바로 이곳이런가?

자하곡! 그 깊은 곳의 절경은 가히 필설이 따르지 못할 정도로 아름답고 멋들어졌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한 기화이초들, 그것들은 넘치듯 출렁거리며 다투어 방향(芳香)을 뿌려대고 있었다.

어디선가 볼어와 꽃잎을 간지럽히는 그윽하고 부드러운 바람, 꽃잎에 앉아 한가로이 꿀을 취하고 있는 벌과 나비...

졸졸졸... 맑은 청음을 내며 옥같은 계류가 흐르고 있는가 하면, 오색영롱한 보석처럼 투명하게 반짝이는 종유석들이 기이한 신비를 연출하며 각기 다른 형상으로 늘어져 있다.

뿐인가? 주위는 온통 이름모를 새들의 지저귐으로 가득찼다. 실로 환상처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천중산 깊은 험지에 이토록 신비스러운 절경이 자리하고 있을 줄이야... 세인들은 꿈에도 상상치 못했으리라.

남궁혜미, 그녀는 꿈 속을 더듬는 듯 몽롱한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문득, 그녀의 작은 가슴이 설렘으로 가득차 두근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이분을 모시고 평생을 살 수 있다면...!)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하며 몰래 얼굴을 붉혔다.

어느 덧, 군무현에 대한 사모지정이 그녀의 방심에 새록새록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군무현이 무엇인가를 발견한 듯 입을 열었다.

저곳이군!”

그는 곡 끝의 한 석동(石洞)을 가리켜 보였다.

동굴의 입구,

 

<자하별부(紫霞別府)!>

 

그와 같은 글씨가 세치 깊이로 새겨져 있었다.

고전체(古錢體)로 쓰여진 일필휘지의 명필, 동굴은 별다른 특징이 없이 평범해 보였다.

하나, 그것은 다만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에 불과할 뿐이었다.

군무현과 남궁혜미, 그들은 자하별부(紫霞別府)의 앞에 이르러 흠칫하며 멈추어 섰다.

문득, 군무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남궁혜미를 바라보았다.

혜미, 보이느냐?”

그의 물음에 남궁혜미는 혜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보여요. 소녀가 보기에는 이곳에 서른 여섯가지의 사관(死關)이 감추어져 있어요!”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들어 올렸다. 하나 그 순간, 남궁혜미가 생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소녀에게 맡겨주시지 않겠어요?”

군무현은 그녀의 말에 말없이 손을 내렸다.

남궁혜미는 그 모습에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준하, 그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군무현과 남궁혜미를 번갈아 주시했다.

형님! 도대체 무엇이 있기에...?”

하나, 군무현은 가볍게 손을 저어 그의 말을 막았다.

곧 알게 될 것이다!”

남궁준하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는 말없이 남궁혜미의 모습을 지켜보기로 했다.

남궁혜미는 동굴 앞에 쪼그리고 앉은 채 무엇인가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

조금씩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반각이 지났을 무렵, 문득 남궁혜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그녀는 품 속에서 하나의 작은 옥도(玉刀)를 꺼내들었다.

다음 순간, 파파팍! 그녀는 옥도를 던져 동굴 한쪽에 석벽을 찌르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쩌적! 콰 앙!

무엇인가 부서지는 폭음이 들렸다.

순간, 군무현의 입가에 한줄기 흐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파파팍! 따 당!

남궁혜미는 연이어 몇군데의 석벽을 옥도를 던져 찍어갔다.

놀랍게도 그녀의 작은 옥도는 석벽을 두부 베듯이 쉽게 베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옥린보도(玉麟寶刀)!

 

그것은 놀라운 위력을 지닌 신병이었다.

이윽고, 남궁혜미는 이마의 땀을 딱으며 옥도를 거두었다.

다 되었어요!”

그녀의 말에 군무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남궁준하를 이끌고 동굴 안으로 둘어섰다.

 

동굴의 통로는 무척 길었다. 하나, 중간중간에 은은한 야명주의 빛이 비치고 있어 전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얼마나 들어갔을까? 군무현 일행은 두 구비의 긴 통로를 지났다.

그러자, 눈 앞에 하나의 거대한 석문이 나타났다.

삼인(三人)은 석문 앞에 이르러 우뚝 멈추어 섰다.

한데, 석문의 중앙, 그곳에는 자운(紫雲)이 서로 엉켜 하늘로 오르는 기이한 문양이 가득 새겨져 있었다.

남궁헤미는 것을 주시하며 혜안을 반짝였다.

자운승극도(紫雲昇極圖)예요! 현기가 보여요!”

군무현 역시 기광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말없이 석문으로 손을 가져갔다. 이어, 그는 뭉클뭉클 피어 오르는 자색 구름 모양을 몇 군데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르릉...! 묵중한 굉음과 함께 석문이 열리는 것이 아닌가?

순간,

...!”

남궁혜미와 남궁준하는 나직한 탄성을 발하며 눈이 부신 듯 손으로 눈을 가렸다.

석문의 안쪽, 그곳으로부터 눈을 멀게 만드는 엄청난 광채가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휘황찬란한 보광(寶光)이었다.

석문 안, 그곳은 한 칸의 석실이었다.

군무현은 천천히 석실 안으로 들어섰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내심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단하군! 천하의 재보(財寶)들이 이곳에 다 모인 듯 하군!)

그는 감탄의 눈빛으로 내심 중얼거렸다.

석실, 그곳은 그대로 하나의 보산(寶山)이었다.

하나만으로도 능히 일개의 성()을 살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재보들이 지천으로 쌓여 있지 않은가?

실로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남궁혜미와 남궁준하, 그들 두 남매는 너무도 엄청난 재보를 바라보며 넋나간 표정을 지었다.

석실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무수한 재보들, 그것은 환영투도가 평생에 걸쳐 모은 귀중한 재산이었다.

비단 재보 뿐만이 아니었다. 그곳에는 절세신병(絶世神兵)을 비롯하여 희세의 무공비급들이 수두룩했다.

또한, 그것은 하나같이 엄청난 내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중 하나만을 취해도 천하를 혈풍(血風) 속에 휘몰아 넣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 외에도, 뼈에 살을 붙이고 죽은 다도 능히 살릴 수 있는 희세의 영약들이 헤아릴 수조차 없이 많이 비장되어 있었다.

이 석실이야말로 실로 천하를 주고도 살 수 없는 엄청난 보고(寶庫)라 아니할 수 없었다.

그때, 군무현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혜미...!”

?”

남궁혜미는 그제서야 흠칫 정신을 차리며 군무현에게로 다가왔다.

군무현은 석실 안의 무수한 기보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안의 모든 것이 혜미 그대의 것이다!”

순간, 남궁혜미는 격동의 표정으로 교구를 파르르 떨었다.

... 상공...!”

그녀는 감격을 금치 못하며 군무현을 바라보았다.

실로 꿈만같은 일이 아닌가? 하나, 군무현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는 남궁혜미에 대한 신뢰의 눈빛을 보일 뿐이었다.

이 안의 재보들로 강한 힘을 길러라. 사망림(死亡林) 뿐 아니라 천하를 상대 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말과 함께, 군무현은 남궁혜미의 작고 보드라운 교수를 힘주어 잡았다.

순간,

(...!)

남궁혜미는 꿈결같은 탄성을 발하며 옥용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일순 심혼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며 세차게 가슴이 뛰놀았다.

처음으로 군무현의 입가에 흐릿하나마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그녀는 본 것이다.

미소, 군무현의 미소는 너무도 매력적이었다.

귀한 것일수록 그 가치가 더한 법, 우기(雨氣) 속은 짧은 햇빛처럼 군무현의 한줄기 미소는 투명하고도 눈부셨다.

남궁혜미의 꿈꾸듯 달콤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하나, 그녀는 이내 꿈에서 깨어나야만 했다.

, 우선 둘러보고 정리를 좀 하도록 하자!”

군무현이 그녀의 손을 놓으며 돌아선 것이다.

남궁혜미는 아쉬움을 느꼈으나 가볍게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

군무현은 남궁준하에게도 시선을 주었다.

준하는 병기와 재보들을 한곳에 정리하고 혜미는 약재들을 분류하여 따로 모으는 것이 좋겠군!”

, 형님!”

남궁준하는 신이 난 듯 득시 대답하며 분주히 몸을 움직였다. 남궁혜미도 몸을 숙여 바닥의 약재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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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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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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