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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中原第一才女

 

 

 

천하인(天下人)들은 경악했다.

열화신문(熱火神門)의 멸망(滅亡)!

그것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도저히 믿지 못할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천하최강의 화기(火器)를 지닌 열화신문!

날로 욱일승천하는 당당한 위세의 열화신문이 하룻밤 사이에 초토화되고 만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충격과 함께 무림에 일대 파문을 몰고왔다.

무수한 의혹과 구구한 억측이 분분하게 떠돌았다.

그 속에서 문득 천하인들은 생각했다.

 

적룡세가(赤龍勢家)의 투혼(鬪魂)이 되살아 나고 있다!

 

무슨 연유에서일까? 무림인들은 적룡세가의 투혼을 떠올리며 전율했다.

대파산(大巴山)! 그곳에서 열화신문을 비롯하여 백염보(白焰堡), 천신궁(天神宮) 등 삼파(三派)의 정예 일백 명이 한 자루 검()에 의해 몰살당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때는 설마했다.

하나, 그 사건 이후 불과 이틀이 지났을 때, 이번에는 열화신문이 완전히 괴멸된 것이었다.

이는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는 사건이었다.

비로소 무림인들은 긴장과 전율에 몸을 도사리게 되었다.

그들은 섬전같이 뇌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에 두려움을 금치 못했다.

기이하게도 그들은 오년 전 멸망한 적룡세가를 제일 먼저 뇌리 속에 떠올린 것이었다.

그것은 적룡대제(赤龍大帝)의 불굴의 신조(信條)를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이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 또한 남을 건드리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나를 건드린다면 천만(千萬)의 적()이라도 결코 피하지 않는다!

 

적룡대제 생전의 웅후한 사자후가 무림인들의 귓전에 생생히 들려오는 듯했다.

적룡세가의 몰락!

삼천 명의 적룡검사의 장렬한 죽음, 그들의 피끓는 투혼이 다시 살아나 무림을 휩쓰는 듯했다.

이렇게 되자, 적룡세가를 치는 데 참가한 수만 명의 정사무림인들은 머리를 싸매며 전전긍긍하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또 한 가지 충격이 무림을 벌컥 뒤집어 놓았다.

 

...! ... 그 자는 인간도 아니다. 본보(本堡)의 일천 무사가... 몰살 당했다...!

 

온통 공포에 질려 다 죽어가던 한 명의 피투성이 노인, 천신궁(天神宮)의 마지막 생존자가 남긴 그 한 마디는 천하를 격랑 속으로 휘몰아 넣기에 충분했다.

 

백의염왕(白衣焰王)!

그는 호북(湖北)의 명가 백염보(白焰堡)의 보주였다.

그는 마지막 그 한 마디를 전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천신궁(天神宮)으로 달려왔다.

하나, 결국 그는 천신궁의 문 앞에 쓰러져 치를 떨며 죽어갔다. 실로 처참한 최후였다.

열화신문이 무너진 다음날, 이번에는 백염보다 형체도 없이 적의 손 아래 괴멸되었다.

이것으로, 암중살수가 과거 적룡세가의 후예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해진 것이다.

 

한편, 군무현! 그 일인(一人)으로 인하여 천하가 격동하고 있을 때, 춘풍(春風)과 함께 거센 마풍(魔風)이 천하를 휩쓸었다.

 

천마궁(天魔宮)!

 

그들의 등장이 또 한 번 무림을 경동시켰으니... 오년 전, 적룡세가의 멸겁을 기화로, 그 육십 년 만에 천마궁(天魔宮)이 다시 무림에 출현한 것이었다.

마침내 그들은 천하를 향해 검은 이빨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으하하! 천마(天魔)는 무적(無敵)이다! 굴복하지 않으면 멸겁만이 있을 뿐이다!

 

광언(狂言)! 엄청난 광소와 함께 천마궁은 노도같은 기세로 천하를 휩쓸었다.

그와 함께, 무림의 처지에서 돌풍이 일기 시작했으니...

 

흑도십팔절(黑道十八絶)!

 

흑도(黑道)를 주름잡던 그들이 하루 아침에 천마궁의 분타로 돌변했다.

뿐만이 아니었다. 녹림칠십이채(綠林七十二菜)도 천마궁에 충성을 맹세했다.

이럴 수도 있단 말인가? 삽시에, 천하의 절반이 천마궁의 수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으니... 천마궁의 기세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어 나갔다.

불길! 거대한 마()의 불길이 무림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구파일방과 정파무림에까지 마수(魔手)를 뻗치기 시작한 것이었다.

혈풍(血風)! 피의 바람이 분다.

천하대분란의 막()이 바야흐로 걷혔으니...

 

X X X

 

헉헉...!”

한 명의 백의소녀가 숨가쁘게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연신 가쁘게 할딱거리며 내달리는 소녀, 이제 십칠팔세 정도 되었을까?

소녀의 미모는 절륜하기 이를데 없었다.

한 번 쳐다보기만 하면 도저히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해맑은 소녀, 그녀의 아름다움은 햇살같이 투명하게 빛이 났고 청순하고 고귀한 기품마저 함께 지니고 있었다.

크고 맑은 너무도 순결한 눈빛, 그것은 무한한 지혜가 반짝이는 혜안(慧眼)이었다.

하나, 지금 소녀의 형색은 실로 말이 아니었다.

그녀의 전신은 온통 땀으로 범벅되어 엉망이었다.

입고 있는 백의(白衣)마저 어겨저기 찢기고 먼지로 더럽혀져 있었다.

뿐만 아니었다. 그녀의 앙증맞고 귀여운 두 발은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소녀는 무엇엔가 쫓기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속 달렸다.

그러다 문득, !

!”

그녀는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뾰족한 비명과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바람에, 섬섬옥수가 터지고 무릎이 깨져 선혈이 하얀 치마 밑으로 베어 흘렀다.

소녀는 고운 옥용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하나, 그녀는 안간힘을 다해 다시 몸을 일으켰다.

헉헉... ... 어서 가야지!”

그녀는 다시 바쁘게 교족을 떼어놓았다.

한데, 그때였다.

흐흐흐...!”

돌연 한 가닥 음산한 괴소가 소녀의 귓전을 울렸다.

!”

소녀는 안색이 급변하며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그 순간, 스슥! ! 소녀의 주윌 세 명의 회포인들이 날아내렸다.

... 당신들이...!”

소녀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주춤 뒤로 물러났다.

세 명의 회포인, 그 자들은 삼십대 정도로 보이는 장한들로 한결같이 음침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그때, 그자들 중 두 눈이 가늘게 찢어져 잔혹한 인상을 풍기는 한 명의 장한이 득의의 괴소를 터뜨렸다.

흐흐... 네 년이 뛰어봤자 벼룩이지 별수 있느냐?”

말과 함께, 그자들은 천천히 소녀의 곁으로 다가섰다.

소녀는 몸을 잔뜩 움츠리며 앙칼진 음성으로 외쳤다.

다가오지 마세요!”

그녀는 급히 품 속에서 한 자루 작은 옥검(玉劍)을 빼들었다.

하나,

흐흐...!”

쉬 잇! !

음침한 괴소와 함께 한 명의 장한이 가볍게 지풍을 날려 소녀의 옥검을 떨어드렸다.

옥검이 바닥에 떨어짐과 동시에,

!”

콰당! 소녀는 마혈이 찍혀 그대로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장한들은 바닥에 쓰러진 소녀를 노려보며 음험한 웃음을 흘렸다.

흐흐... 네년은 중원제일재녀(中原第一才女)! 살려두면 후환이 될 것이다!”

그 자들은 두 눈에 흉흉한 살기를 띄우며 소녀를 향해 다가섰다.

한데 그때, 문득 그 자들 중 털복숭이 장한이 두 눈에 야릇한 광채를 번득이며 소녀를 노려보았다.

백의소녀, 그녀의 흐트러진 상의 사이로 뽀얀 젖가슴이 반쯤 드러나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소녀의 순결한 젖가슴을 본 순간, 그 자는 당장 음욕이 솟구쳤다.

잠깐! 기왕 죽일테니 즐기고 죽여도 늦지 않을걸세!”

그 자는 음소를 흘리며 두 동료를 향해 동의를 구했다.

그 자의 제의에 두 장한 역시 마다치 않았다.

클클... 좋다!”

그 자들의 두 눈은 이내 욕정으로 음탕하게 번들거렸다.

그 자들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백의소녀, 그녀는 치욕과 분노, 그리고 두려움을 금치 못하며 교구를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 세 장한들은 탐욕의 눈을 번득이며 소녀를 향해 바짝 다가들었다.

다음 순간, 찌 익!

그 자들 중 한 명이 거칠게 소녀의 상의를 찢어냈다.

!”

소녀는 자지러질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와 함께, 그녀의 사의 자락이 길게 찢어지며 소담스럽고 흰 젖가슴이 드러났다.

그것을 본 순간,

... 못참겠다!”

한 명의 장한이 성급히 소녀의 교구를 덮쳐들었다.

그러자, 나머지 두 장한도 질 수 없다는 듯 한꺼번에 소녀에게 덤벼들었다.

클클... 혼자 차지하려고?”

같이 즐기자... 흐흐...!”

그 자들은 음소를 흘리며 다투어 소녀의 몸을 탐하려 들었다.

아악!”

소녀는 한꺼번에 세 흉한에 짓눌린 채 공포의 비명을 내질렀다.

하나, 어쩌라?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몸이 조금도 움직여지지 않았으니... 마혈이 짚힌 이상 그녀는 저항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세 흉한들은 서로 다투듯 소녀의 작은 육봉을 움켜 쥐었다.

... !”

소녀는 엄청난 고통과 수치감에 와락 오열을 터뜨렸다.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고만 싶었다.

한데, 그녀가 막 결연한 표정으로 혀를 깨물려는 순간이었다.

일어나랏!”

돌연 한 소리 싸늘한 냉갈이 세 흉한의 뒷통수를 때렸다.

순간,

!”

웬놈이냐?”

한창 소녀의 몸을 유린하던 세 흉한들은 날벼락을 맞은 듯 흠칫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언제였을까? 그 자들의 이 장 뒤,

“...!”

한 명의 백의청년이 유령같이 우뚝 서 있지 않은가?

얼음으로 깎은 조각상인 듯 희고 냉막한 얼굴, 그의 등 뒤로는 하나의 긴 가죽 주머니가 걸려 있었다.

군무현! 바로 그였다.

군무현은 얼음장같이 냉혹한 눈으로 세 흉한들을 주시했다.

어린 소녀를 욕보이려 하다니...!”

그는 만면에 싸늘한 살기를 띠며 천천히 흉한들을 향해 다가섰다.

순간, 세 흉한들은 움찔했다.

하나, 그 자들은 이내 흉광을 번뜩이며 괴소를 터뜨렸다.

흐흐... 감히 사망림(死亡林)이 하는 일에 끼어들다니...!”

죽어랏!”

위 잉! 꽈릉...

그자들은 흉흉한 폭갈과 함께 일제히 군무현을 향해 짓쳐들었다.

하나,

짐승만도 못한 놈!”

콰쾅! 한 소리 냉혹한 외침과 함께 군무현의 우수에서 벼락치는 듯한 굉음이 작렬했다.

직후, 콰르릉 콰쾅!

가공할 폭음이 들썩 장내를 뒤흔들었다.

동시에,

크윽!”

케 엑!”

한 줄기 혈광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보라! 어느새 세 흉한들은 가슴이 박살난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지 않은가?

 

수라혈강수!

 

군무현이 펼친 것은 바로 혈영천종(血影天宗)의 무공이었다.

그때,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백의소녀,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며 반짝 이채를 띄웠다.

(... 강하다. 기인(奇人)을 만났어!)

그녀는 놀라움과 함께 기대의 눈빛을 지었다.

그때, 파팟! 군무현이 가볍게 지력을 날려 소녀의 마혈을 풀어 주었다.

이어,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순간,

... 잠깐만요!”

백의소녀는 다급한 음성으로 외쳤다.

그녀는 옷깃을 여미며 황급히 일어섰다.

“...!”

군무현은 무표정한 안색으로 천천히 돌아섰다.

이어, 그는 전혀 감정이 깃들지 않은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인가?”

백의소녀는 군무현의 너무도 무심한 음성에 일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나,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내심 재빨리 염두를 굴렸다.

(이 분이라면 충분히 본 세가의 위기를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어, 그녀는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염치없는 말씀이오나... 한 가지 도움을 주셨으면...!”

군무현은 아무런 대꾸없이 무심한 눈으로 백의소녀를 주시했다.

백의소녀는 지혜로운 혜안에 초조한 빛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소녀는 남궁혜미(南宮慧美)라 하오며 남궁세가(南宮勢家) 출신이예요!”

순간, 군무현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이 어린 계집이 남궁혜미(南宮慧美)...!)

그녀의 이름은 언뜻 들은바가 있었다.

그대가 중원제일재녀(中原第一才女)인가?”

부끄러워요!”

백의소녀 남궁혜미는 옥용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남궁혜미(南宮慧美)!

남궁세가(南宮勢家)의 천금(千金).

그녀는 어려서부터 이미 천하재녀(天下才女)로 소문나 무림을 경동시켰다.

그녀의 지혜는 실로 추측할 길이 없을 정도로 깊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천()을 터득하는 뛰어난 오성의 소유자, 세 살 때 이미 제자백가서에 스스로 주해(註解)를 붙일 정도였으니 가히 그 재능을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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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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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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