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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四 章

 

                   廢墟에 돌아오다

 

 

 

“...!”

“...!”

독황후는 군무현의 시선과 마주치자 원독에 찬 눈빛으로 앙칼지게 소리쳤다.

목을 늘이고 기다려욧! 반드시 당신의 목을 베어버리고 말거예요!”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찢어진 자의(紫衣)로 몸을 가리며 동굴 밖으로 뛰쳐 나갔다.

“...!”

군무현의 안색은 침중하게 굳어졌다.

문득, 그는 씁쓸한 고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적반하장이로군!”

한데, 그때였다.

!”

동굴 밖에서 날카로운 독황후의 비명이 들려왔다.

순간, ! 군무현은 자신도 모르게 급히 밖으로 뛰어나갔다.

무슨 일이오?”

그는 자신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은 채 급히 독황후의 곁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독황후는 나무에 기대선 채 고통스러운 신음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는 군무현이 다가서자 수치와 분노로 옥용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

그녀는 싸늘한 눈으로 군무현을 노려보았다. 이어, 그녀는 홱 몸을 돌리더니 비칠거리며 그 자리에서 사라져갔다.

군무현, 그는 멀어지는 독황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일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가슴 한구석이 허전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문득, 지난밤의 폭풍같은 정사(情事)가 생각났다.

독황후! 그녀의 몸은 따뜻하면서도 한없이 깊고 끈적끈적한 늪과도 같았다.

(여인의 몸이란... 그런 것인가?)

군무현은 나직이 뇌까리며 가볍게 얼굴을 붉혔다.

환몽지경에 나누었던 여체의 감각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하나, 이내 그는 그런 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그는 다시 무심한 표정을 회복하며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많은 은원이 내 어깨에 걸려있다. 사사로운 정()에 얽매여서는 안된다.”

그는 안색을 굳히며 스스로에 다짐했다.

그때, 고개를 돌리던 그의 둔 눈에 문득 바닥에 점점이 피어있는 선명한 혈화(血花)가 들어왔다.

동굴 바닥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혈흔, 그것은 지난밤의 기억을 생생히 꽃피우고 있었다.

군무현은 그것을 바라보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묵묵히 의복을 걸치기 시작했다.

잠시 후, 군무현은 동굴을 나섰다. 그의 표정은 무심하고 고독해 보였다.

그는 행로(行路)를 정한 상태였다.

적룡세가(赤龍勢家)로 먼저 가보야겠다!”

나직한 중얼거림과 함께, 스슥! 군무현의 신형은 마치 연기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X X X

 

검운산(劍雲山)!

 

대파산(大巴山) 남쪽 삼백리 밖의 험산(險山), 오년 전 까지만 해도 천하최강의 문파가 당당히 자리했던 곳이다.

 

적룡세가(赤龍勢家)!

철골협심의 호웅(虎雄)들이 모여 이루었던 대문파!

삼십 년의 짧은 연륜으로 당당히 천하최강으로 군림했던 적룡세가(赤龍勢家)가 바로 검운산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 음모의 암운(暗雲)에 허무하게 쓰러졌던 비운의 문파, 그 적룡세가의 폐허가 검운산역에 스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천검봉(天劍奉), 검운산(劍雲山) 제일의 험봉, 거대한 성보의 위용은 간데없고 풍진에 버려진 을씨년스런 폐허만이 무상한 세월속에 남아 있었다.

검게 타들어가 부숴지고 허물어진 고루거각의 전각들, 그 잔해들이 무성한 잡초에 묻힌 채 덩그러니 누워있다.

적룡세가!

! 누가 믿겠는가? 이곳이 바로 오년 전까지만 해도 그토록 화려한 웅휘를 떨쳤던 적룡세가임을...

하나, 이곳은 허무하게 쓰러진 적룡세가의 폐허가 분명했다.

천검봉을 등진 적룡세가의 후원, 크고 높은 봉분들이 세워져 있었다.

 

<적룡충혼총(赤龍忠魂塚)!>

 

누가 그것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었다.

약 오장 높이의 석비(石碑), 바로 최후의 일인까지 적룡세가를 지키다가 장렬히 전사한 적룡검사(赤龍劍士)들의 위패를 모신 것이었다.

전 무림의 연합공세 앞에서도 의연히 맞서 싸운 적룡지혼의 용사들, 그들은 모두 쓰러졌다.

최후의 일인가지... 그러나, 무림은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영원히...

비록 적()이라 할지라도 적룡검사들의 그 불타는 투혼은 전 무림을 숙연케 했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것이 세상의 인심이라던가?

영원히 죽지 않는 투혼을 심어준 그 영웅심(英雄心)...

 

적룡충혼총(赤龍忠魂塚) ,

“...!”

언제부터였을까? 한 명의 백의청년이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의 앞, 재가 된 지전(紙錢)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백의청년, ! 그는 바로 군무현이었다.

적룡세가의 소가주(少家主), 그는 벌써 반나절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런 그의 두 눈에는 싸늘한 살기와 함께 강렬한 투지가 이글거렸다.

지켜보아 주십시오. 여러분을 의혈(義血) 속에 쓰러지게한 원수들이 어떻게 그 대가를 치루는지를...!”

군무현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으스러져라 힘껏 움켜쥐었다.

하나 하나... 목을 졸라 쓰러뜨려 줄것입니다. 그 첫 번째는 적룡세가를 불태우고 아버님을 분사(焚死)케한 열화신문(熱火神門)입니다!”

그는 둔 눈 가득 원한의 광망을 폭사하며 중얼거렸다.

그의 가슴은 엄청난 한()으로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윽고, 그는 묵묵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적룡충혼총에 공손히 일배를 울리는 군무현, 그는 엄숙한 어조로 다짐했다.

다시 찾아올 때는 반드시 원흉의 목을 들고 올것입니다!”

그는 강렬한 눈빛을 이글거리며 적룡충혼총을 주시했다.

이어,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한데, 그가 막 서너보를 떼어 놓았을 때였다.

“...!”

군무현은 멈칫 걸음을 멈추며 검미를 꿈틀했다.

멀리서 은은히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감히 적룡지흔의 영면(永眠)을 어지럽히다니...!”

그의 전신에서 일순 섬칫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어느 놈이든 용서치 않는다!”

다음 순간, 파 앗! 그의 모습은 그 자리에서 꺼지듯 사라졌다.

 

천검봉 아래의 황폐한 공터, 우르르르... 차차창! 꽈르릉 펑!

엄청난 선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검풍(劍風)과 장영(掌影)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

그곳에는 백여 명의 장한들이 엄밀한 진세로 일진포위하고 있었다.

모두 세 부류의 인물들, 그자들은 지금 중앙의 인물을 두고 합공(合功)을 펼치고 있는 상태였다.

그들의 중앙, 한 명의 청년이 합공에 대항하고 있었다.

나이는 이십 오 세 정도, 일신에는 날렵한 인상을 주는 흑포를 걸치고 있었다.

마치 한 마리 거호(巨虎)를 연상케 하는 웅맹한 용모, 그 기질이 범상치 않을뿐더러 일견하기에도 패도적인 인상을 물씬 풍기는 인물이었다.

그는 한 자루 묵검(墨劍)을 휘두르며 패도적인 검범으로 분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 우르르릉! 콰쾅!

세 부류의 장한들이 펼치는 공세는 실로 가공할 위력을 나타냈다.

흑포청년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하나, 그는 전혀 고통스러움을 내색지 않았다.

한 마리 노호(怒虎)처럼 맹렬히 검세를 쏟아낼 뿐이었다.

츠츠츠... 파 앗!

그의 검세 또한 가히 산악을 쪼갤 듯 막강했다.

한편, 진세의 외각, 세명의 인물이 우뚝 선 채 장내를 관전하고 있었다.

이남일녀(二男一女), 홍포 차림의 청년과 백삼청년, 그리고, 청의경장녀가 그들이었다.

문득, 홍포청년이 장내를 주시하며 득의의 웃음을 터뜨렸다.

핫하... 드디어 골칫거리 소마종(少魔宗)을 제거하게 되었소이다!”

그의 말에 백삼청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듯 대꾸했다.

이 모두 열화신문(熱火神門)의 소문주이신 공형(空兄)의 공로가 아니겠소?”

백삼청년의 공치사에 홍포청년은 기분좋은 듯 입을 헤벌쭉 벌렸다.

 

열화신룡(熱火神龍)!

그는 바로 열화신문(熱火神門)의 소문주인 열화신룡(熱火神龍)이었다.

 

열화신룡은 득의의 표정을 지으며 짐짓 겸손한 어조로 말했다.

하하... 그것을 어찌 소제의 공이라고 하겠소? 백의제갈(白衣諸葛) 사마형의 지모와 천래검봉(天來劍鳳) 위지(尉遲) 낭자께서 힘써주신 덕분이오!”

천래검봉(天來劍鳳)이라 불린 위지 성()의 여인, 그녀는 눈이 번쩍 뜨이는 미녀였다.

하나, 도도하고 오만한 인상이 장미의 가시처럼 날카롭게 느껴진다.

그녀는 오만한 어투로 입을 열었다.

천마묵룡(天魔墨龍)이 아무리 날고 긴다해도 본 천신궁(天神宮)의 천신검대(天神劍隊)의 합공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거예요!”

그녀의 말에 열화신룡과 백의제갈(白衣諸葛)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굴한 표정으로 동조했다.

천래검봉! 그녀는 당금 정파에서 가장 강한 인물을 부친으로 두고 있었다.

때문에, 그녀는 천하의 인물들을 눈 아래로 깔아보는 오만한 성격이 날로 더하고 있었다.

과연, 흑포청년, 즉 천마묵룡(天魔墨龍)을 공격하고 있는 인물들의 위세는 엄청났다.

특히, 삼십육인(三十六人)의 검수들은 한 가지 절묘한 검진(劍陣)으로 천마묵룡을 궁지에 몰아 넣고 있었다.

꽈르릉... 꽈쾅! 쐐 액!

열화신문의 문도들이 강렬한 화기(火器)로 천마묵룡을 핍박하는 사이, 삼십육인의 검수, 즉 천신검대(天神劍隊)의 검진이 질풍같은 검기를 휘몰아쳤다.

하나, 천마묵룡, 그는 눈썹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위 잉! 파파팟!

그 역시 묵검을 떨치며 맹렬한 위세로 맞섰다.

그러나,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상대는 너무도 강하고 많았다.

한순간, 파파팍!

검붉은 피가 확 튀며 천마묵룡의 가슴이 늑골까지 드러날 정도로 깊게 갈라졌다.

그와 함께,

!”

흡사 철인(鐵人)을 연상케 하던 천마묵룡의 얼굴에 비로소 고통스러운 경련이 일었다.

그 모습을 주시하고 있던 천래검봉, 그녀는 교만과 득의에 찬 교소를 터뜨렸다.

후훗... 천마묵룡! 철인(鐵人)인줄 알았더니 아니었군!”

그녀는 오만한 표정으로 비웃음을 지었다.

한데 그때,

누구냐?”

돌연 백의제갈이 흠칫하며 버럭 대갈을 내질렀다.

그는 안색이 일벽하여 눈을 부릅떴다. 멀리서 한 명의 인물이 질풍같이 다가오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었다.

순간,

“...!”

“...!”

그제서야 열화신룡과 천래검봉도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 명의 청년, 여인을 무색케하는 새하얀 피부의 미청년이 장내를 향해 다가서고 있지 않은가?

순간, 천래검봉은 아미를 상큼 치뜨며 오만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어떤 놈이냐? 그 자리에 서라!”

하나, 청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두 눈에서는 섬뜩한 살광이 폭사되었다.

열화신문(熱火神門)... 백염장... 천신보9天神堡)...! 잘 만났다!”

그는 흡사 만년빙동에서 흘러나오는 듯 냉혹한 음성으로 말했다.

군무현! 바로 그였다.

문득, 스윽!

군무현의 신형이 그대로 삼십 장 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순간,

!”

천래검봉은 그제서야 대경하며 눈을 크게 떴다.

그때, 허공에서 재차 군무현의 냉혹한 음성이 들려왔다.

너희들로부터 적룡(赤龍)의 복수를 시작하리라.”

말이 끝나는 순간, 꽈르르릉!

돌연 군무현의 전신이 가공할 검기(劍氣)로 뒤덮였다.

그 모습에 백의제갈의 안색이 싹 변했다.

... 적룡팔대식(赤龍八大式)이다!”

하나, 그의 경악에 찬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적룡(赤領)은 영세무적(永世無敵)이다!”

군무현의 찌렁찌렁한 외침이 온통 허공을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콰콰콰 쾅! 퍼 엉!

가공무비할 검세가 천지사방을 휩쓸었다.

천지를 뒤덮은 거창한 검영(劍影)의 소용돌이, 그것은 세상의 종말을 보고야말 듯 광폭한 기세였다.

그 순간,

... ... 막아랏!”

스슥! ! 백의제갈과 열화신룡은 당황하며 황급히 몸을 날렸다.

... 안돼!”

천래검봉도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급급히 물러났다.

하나, 그들의 다급한 외침은 이내 거대한 폭음 속에 묻히고 말았다.

콰르르릉! 콰쾅... 지축이 들썩 뒤흔들리는 가공할 폭음, 그 소용돌이 속에,

크아악!”

케 엑!”

크윽...!”

심장을 쥐어뜯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꼬리를 물고 터져나왔다.

그리고, ()!

섬뜩한 피분수가 장내를 회오리쳤다.

아수라지옥(阿修羅地獄)! 그야말로 장내는 지옥을 방불케 했다.

모든 것이 끝이었다. 눈부신 검광은 무려 만 장에 걸쳐 치뻗혔으며, 가공할 기세로 치닫는 검세는 폭풍같이 천지를 휩쓸었다.

그와 함께,

크으... !”

아악!”

처절한 비명이 잇달아 터져나왔다.

혈우(血雨) 속에 허무하게 쓰러져가는 무수한 시신들, 실로 끔찍한 살륙의 장이 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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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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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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