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8. 08:45 박스본 무협지의 추억/만상지존보
[만상지존보] 제 10장 전대기인들의 시체
第 十 章
前代奇人들의 屍體
우르릉... 콰쾅!
군무현의 내부는 계속 들끓고 있었다.
군무현은 전신이 재로 화해 부서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크 윽!”
마침내, 악문 그의 입술 사이로 피가 흘러내렸다.
그 극렬한 고통 속에서, 그는 점점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눈앞이 흐려지며 가물가물해졌다.
하나, 정신을 잃으면 그것으로 끝이었다. 군무현은 더욱 거세게 입술을 악물었다.
그는 초인적인 의지를 지녔다. 그렇지않고서는 이토록 엄청난 고통을 견뎌낼 수 없으리라.
그는 고통으로 허물어지려는 육신을 오직 초인적인 인내와 의지로 지탱하며 운공에 몰두했다.
하나,
“크 으... 으윽!”
고통은 갈수록 극힘해졌다.
극양지기와 극음지기가 서로 충돌하며 일으키는 가공할 고통, 그것은 군무현의 몸을 용광로같이 뜨겁게 달구었다가 이내 만년한설처럼 차갑게 얼리곤 했다.
그 극렬한 고통은 몇번이고 반복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일각의 고통은 군무현을 열배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으... 윽!”
군무현은 연신 계속되는 참혹한 고통속에서 새롭게 탄생하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스스스...!
신비한 현상이 일기 시작했다.
보라, 붉고 흰 두 가지 기류가 지하광장의 한 곳을 완전히 뒤덮고 있지 않은가?
그것은 서로 뒤엉켜 낮게 흐르듯 주위에 깔려 있었다.
한데, 스스스 스슥... 붉고 흰 기류가 바닥을 스칠 때 마다 기현상이 일어났다.
우수수... 휘류류!
놀랍게도 지하광장에 쌓여있던 건조한 시신들이 모조리 재로 화해 스러지는 것이 아닌가?
마침내, 우수수... 파파팟!
근 일만 구에 달하던 무수한 시신들이 일제히 재로 화해 스러져 버렸다.
이윽고, 우웅! 붉고 흰 두 가지 기류는 점차 응고되기 시작했다.
보라! 그것은 이내 반백(半白), 반홍(半紅)의 강기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한순간, 스슥...!
반백반홍의 양극강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나타나는 광경, 군무현 먼저 그의 모습이 드러났다.
“...!”
그는 눈을 감은 채 단정히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유약한 모습이었다.
하나, 결코 유약한 것이 아니었다. 강(强)함이 극(極)에 이르러 오히려 유(柔)하게 보일 뿐이었다.
문득, 군무현은 천천히 눈을 떴다.
물처럼 담담하고 무심한 눈빛, 그것은 심연처럼 깊고 맑았다.
군무현은 뜨거운 격동에 몸을 떨었다.
(아버님의 영령이 돌보심이다. 마침내 태양신맥(太陽神脈)이 치유되었다!)
그는 희열과 흥분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아! 그렇다. 마침내 그는 고통을 극하고 눈부신 성취와 더불어 제이의 생명을 얻어 새롭게 태어난 것이었다.
생명(生命), 그것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더욱이, 가슴에 철천지한을 품은 군무현에게 있어서는 더 말할 나위도 없으리라.
군무현의 입가에 한가닥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진정한 희열의 미소였다.
그의 내부는 완전히 변화했다. 온통 극양지기만이 가득하던 그의 심맥의 반은 이제 지극히 강한 극음지기로 채워졌다.
따라서, 극양지기가 크게 일어 심맥을 태울 걱정은 이제 사라졌다.
새 삶을 얻은 것이다. 또한, 그는 극령정뇌수의 무궁한 효력으로 인해 무려 삼갑자의 내공으 보유하게 되었다.
실로 놀랍고도 눈부신 성취였다.
하나, 문득 군무현은 미간을 좁히며 내심 중얼거렸다.
(극양(極陽), 극음(極陰)의 양극진기를 하나로 융합시키지 못한 것이 안타깝구나!)
그렇다. 그의 몸속에는 천하에서 가장 강한 극양지기와 극음지기가 공존하고 있다.
만약, 그 상극의 거창한 잠력이 합일(合一) 된다면 실로 엄청난 결과를 얻게 된다.
힘(力), 그것도 가공할 힘을 지닐 수가 있다. 태산이라도 번쩍 들어올려 집어 던질 수 있는 극강의 초인적인 힘을.
이윽고, 군무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쉽지만... 천기귀원심공 정도의 내공심법으로는 어찌해 볼 수 없는 잠력들이다. 우선 삼갑자의 내공을 얻은 것으로 만족하자!”
그는 아쉬운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문득,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검미를 모았다.
(이 동부의 안쪽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들은 또한 무엇을 위해 이 지하동부에서 죽어간 것일까?)
그의 두 눈은 다시 강렬한 호기심과 의혹으로 물들었다.
이미 재로 부서져 흔적을 잃은 일만여 구의 시신들.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은 이 지하광장에 매장되어야 했던가?
군무현은 강한 의문을 느끼며 지하광장의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계속 들어가볼 생각이었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동굴의 넓이는 점점 더 좁아졌다.
또한, 주위는 희미한 빛 한 점 새어들지 않아 칠흑같이 어두웠다.
스산하고 음습한 기운이 숨막힐 듯 전신을 조였다.
하나, 군무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더욱 밝아진 안광을 빛내며 계속 안으로 전진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이미 그가 지나온 길은 수백 장에 달하리라.
문득, 군무현의 눈앞에 하나의 석문(石門)이 나타났다.
전신을 으스스하게 만드는 음침한 석문이었다. 그것은 전체가 시커먼 흑옥석(黑玉石)으로 되어 있었다.
한데, 문의 안쪽으로 모골이 송연케 만드는 섬칫한 마기(魔氣)가 줄기줄기 뻗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절로 흠칫 몸이 굳어졌다.
(대단한 마기다!)
그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 안에 무엇인가 있다!)
이윽고... 그는 형형하게 눈을 빛내며 번쩍 쌍장을 치켜들었다.
스스스... 그의 쌍장에서는 희고 붉은 양극강기가 뻗어나왔다.
순간, 콰르릉... 콰쾅!
사방을 들썩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거대한 석문이 그대로 박살났다.
아... 보라! 놀랍게도 흑옥석의 거대한 석문은 모래처럼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이미 신위(神威)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윽고, 군무현은 부서진 석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 순간,
(헛!)
그는 다급성과 함께 그대로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석실, 석문 안은 한 칸의 넓은 석실이었다.
한데, 그곳에 칠인(七人)의 인물이 대치하고 있었다.
끔찍한 아수라의 형상이 생생히 조각된 석벽, 그 석벽을 등지고 한 명의 혈포인이 우뚝 서 있었다.
나머지 육인(六人)은 그 혈포인을 반월형으로 포위하고 있는 형태였다.
혈포인, 그의 인상은 험악하고 사악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의 일신에서는 숨통을 조이는 가공할 마기가 줄기줄기 뻗어나오고 있었다.
혈도(血刀), 지금 그는 전체가 온통 시뻘겋게 물든 한 자루의 혈도(血刀)를 불쑥 앞으로 내민 형상이었다.
실로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가공할 기도, 그 반면 혈포인을 포위하고 있는 여섯 명의 인물들, 그의 형상은 각기 달랐다.
승(僧), 도(道), 속(俗)등 각기 다른 부류의 인물들이었다.
하나, 한 가지 모두 혈포인을 향해 공세를 취하는 형상이라는 점이다.
군무현, 그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동귀어진(同歸於盡)했다!)
그는 눈을 빛내며 중얼거렸다.
석실 안의 칠인, 그들 역시 지하광장의 인물처럼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다.
군무현의 두뇌는 빠르게 회전했다.
(이들이 양세력의 수뇌들일 것이다!)
그는 눈을 빛내며 중앙의 혈포인을 주시했다.
한데, 놀라운 일이었다.
혈포인은 단지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움찔 몸을 떨게 만드는 무서운 마기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군무현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범상한 인물이 아니다. 죽은지 이미 수백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목을 조이는 마기를 발산한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이 인물이 살아 있을 때는 아무리 철석간장을 지닌 자라 해도 감히 맞서지 못했을 것이다!)
이윽고, 군무현은 천천히 혈포인을 향해 다가갔다.
“무엇인가 신분을 나타내는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렇게 추측하며 즉시 혈포인의 시신에 손을 댔다.
그 순간, 우수수...! 혈포인의 시신은 삽시에 한줌의 재로 화해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짱! 혈포인이 들고있던 혈도(血刀)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
군무현은 실소를 발하며 검미를 모았다.
(육인의 막강한 합벽공에 내부가 박살나 있었다. 극고한 공력으로 간신히 육체를 유지하고 있기는 했으나 수백 년의 세월이 그것마저 무너뜨린 것이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어, 그는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바닥에는 한 자루의 시뻘건 혈도와 함께 혈포인의 의복이 떨어져 있었다.
“...!”
군무현은 조심스럽게 혈포를 집어들었다.
그 순간, 툭!
무엇인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것은 양피지로 된 한권의 비급이었다.
흠뻑 핏물에 젖은 듯한 시뻘건 표지, 그 표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혈영경(血影經)!>
묵중하고도 강렬한 서체, 글씨는 시커먼 묵빛이었다.
군무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혈영경(血影經)...!”
그는 크게 호기심이 동함을 느꼈다. 이어, 그는 급히 비급의 겉장을 넘겼다. 그런 그의 눈에 물씬 마기를 풍기는 강렬한 서체가 들어왔다.
<혈영천하(血影天下)를 위하여 혈영천종(血影天宗) 적는다.>
순간, 군무현의 안색이 홱 변했다.
“혈영천종(血影天宗)!”
그는 경악에 떨리는 음성으로 나직이 부르짖었다.
혈영천종(血影天宗)!
팔백 년 전, 천하를 혈영(血影)으로 뒤덮은 대효웅(大梟雄), 그의 출신사문은 실로 엄청났다.
전설적인 마문(魔門), 바로 아수라궁(阿修羅宮)과 혈영문(血影門)의 공동전인이었다.
이후 그는 양대 마문(魔門)을 통합했다. 그리하여 세운 것이 바로 수라혈부(修羅血府)였다.
천하를 장악했던 혈영(血影)의 세력, 혈영천종은 수라혈부(修羅血府)를 세워 천하를 손아귀에 넣었다.
그러기를 삼십 년(三十年), 돌연 그는 자신이 세운 수라혈부와 함께 신비하게 실종되었다.
그 이후 아무도 혈영천종의 소식을 알지 못했다.
한데, 군무현은 천마애의 깊숙한 지하동부 안에서 그 혈영천종의 시신을 접하게 된 것이 아닌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군무현, 그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중얼거렸다.
“천지십강(天地十强) 중의 일강(一强)을 이곳에서 보게되다니...!”
그는 눈앞의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혈영천종! 그 위명은 천하를 떨어 울리지 않았던가?
천지십강(天地十强)!
고금을 통틀어 가장 강한 십인의 절대자(絶代者)!
혈영천종은 그 당당한 영예의 일석(一席)을 차지한 인물이 아닌가?
군무현은 놀라움을 가라앉히며 이번에는 혈영천종과 대치하고 있던 육인(六人)을 주시했다.
(이글은 대체 누구이기에 천지십강(天地十强)의 일인을 격살했단 말인가?)
그는 내심 의혹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눈을 빛내며 육인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맨 좌측의 인물, 그는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고승(高僧)이었다.
그는 석자 가량되는 보장(寶杖)을 번쩍 들어올린 자세를 쥐하고 있었다.
군무현은 두 눈에 기광을 번뜩였다.
“소림(少林)의 불광현세(佛光現世)의 자세다. 소림의 고승(高僧)이신가?”
그는 생각을 굴리며 유심히 고승을 주시했다.
하나, 바로 그 순간, 스스스... 고승의 시신은 덧없이 한줌의 재로 화해 흩어지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고승의 보장(寶杖)이 떨어졌다.
군무현은 허리를 숙여 보장을 집어 들었다.
달마(達磨)!
보장의 손잡이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군무현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것은 녹옥불장(綠玉佛杖) 조사령과 함께 소림삼대중령(少林三大重令)의 하나인 달마보장(達磨寶杖)이다!”
과연 그의 짐작은 맞아들었다.
군무현의 머리는 계속 민활하게 움직였다.
“달마보장은 소림십이대방장 이시던 무우선사(無優先師)와 함께 실종되었다. 그것이 팔백 년 전의 일이다!”
문득, 생각을 굴리던 군무현의 안색이 밝아졌다.
“그렇다! 이분이 바로 소림십이대방장이셨던 무우선사(無優先師)가 분명하다.”
그는 비로소 얽혔던 실타래가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와 함께, 그의 뇌리속에 한 가지 고사(古事)가 떠올랐다.
혈영천종(血影天宗)이 천하를 손 안에 넣은지 삼십년(三十年), 천하가 도탄에 빠지다. 문득 신무(神霧)가 크게 일더니 혈영천종(血影天宗)은 수라혈부(修羅血府)의 사천(四千) 마도와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 그와 함께 당시 무림을 떠받히던 육대거두(六大巨頭)가 육천(六千)의 정영(精英)과 함께 의문의 실종을 당하다...
고사(古事)의 내용은 그러했다.
그것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군무현은 흥분의 눈빛으로 육인을 차례차례 훑어보았다.
“육대거두(六大巨頭)... 그들은 바로 소림십이대 방장이셨던 무우선사(無優先師), 무당(武當)의 구대장문인(九代掌門人) 태현자(太玄子)...!”
문득, 중얼거리던 그의 시선이 한 명의 도인(道人)에게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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