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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七 章

 

                          天皇音經, 古今最强音功

 

 

 

적룡검(赤龍劍)!

 

아아! 이 얼마나 놀라운 이름인가?

오백 년 전, 돌연 거창한 일대선풍이 천하를 휩쓸었다.

한 명의 검수(劍手)!

그의 등장은 돌풍처럼 무림을 뒤흔들었다. 그는 온통 신비 속에 가려진 인물이었다.

나이나 용모는 물론, 심지어는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

하나, 그 신비검수는 나타나자마자 무림을 벌컥 뒤집어 놓고 말았다.

그는 천하의 일백대 고인과 일백대 강대 문파를 질타했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 뿐, 비무(比武)! 바로 그것이었다.

단순히 비무를 원한 행동이었으나 그 결과는 실로 어이없을 정도였다.

당당히 천하최강을 자부하던 인물들, 그들은 허무하게도 신비검수의 일초반식도 받지 못하고 연속 패하고 말았다.

완패(完敗). 무림의 완전한 패배였다.

신비검수, 그는 이 결과에 대해 실망을 금치못했다.

 

... 천하(天下)가 이토록 좁단 말인가! 구주팔황(九州八荒)의 넓이가 겨우 본 검종(劍宗)의 일초 검식도 완전히 펼칠 수 없이 협소하다니...!

 

그는 그렇게 탄식하며 종적도 없이 무림에서 사라졌다.

실로 경악할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출도한지 불과 반년만의 일이었다.

반년(半年), 단 반년의 활동으로 그 신비검수는 천지십강(天地十强) 중에 든 것이 아닌가?

이는 무림사상 전무후무한 대기록이었다.

 

적룡검은 바로 적룡천종(赤龍天宗)께서 사용하신 명검(名劍)이다!”

신기황은 진중한 안색으로 말을 계속했다.

군무현은 묵묵히 입을 닫고 있었다. 하나, 그의 내심은 흥분과 격동으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그는 유현하게 눈을 빛내며 수중의 적룡검을 내려다 보았다.

그때, 신기황의 음성이 다시 이어졌다.

적룡검에는 적룡천종(赤龍天宗) 선배님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아마 네 부친 적룡대제는 그 중 두 가지 정도를 알아내었을 것이다!”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적룡팔대식(赤龍八大式)과 적룡어강살...!)

그것은 부친 적룡대제의 최대절기였다.

한데, 신기황의 다음 말은 실로 놀라운 것이 아닐 수 없었다.

네 아버지는 그 두가지의 절기로 천하제일검(天下第一劍)이란 소리를 들었겠으나... 사실 그것은 적룡천종(赤龍天宗)의 진정한 진전의 반푼에도 못미치는 것이다!”

그의 말에 군무현은 의혹과 경악을 금치못했다.

적룡대제 군천휘를 천하제일검으로 군림케 만든 그의 최대검식, 그것이 겨우 적룡천종(赤龍天宗)의 반푼의 진전에 불과한 것이라니...

그는 놀라움을 가라앉히며 신기황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신기황은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네 아버지와 노부도 찾지못한 세 번째 것이 적룡천종(赤龍天宗)의 진정한 절기다. 그것을 알아낸다면 너는 고금제일검(古今第一劍)의 뒤를 잇게 된다. 그 경지는 우내사천황도 이룰 수 없는 지고무상(至高無上)의 경지임을 알게 될 것이다!”

“...!”

군무현의 가슴은 뜨겁게 요동쳤다.

(고금제일검(古今第一劍)...!)

그는 격동의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와 함께, 그는 새삼 신기황에 대해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신기황께서는 적룡팔대식(赤龍八大式)과 적룡어강살을 찾아내셨구나!)

그 두 가지 검식(劍式)은 군무현도 알고 있었다.

적룡검, 그것의 검집에는 매우 복잡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이 바로 적룡팔대식을 나타내는 구결이었다.

적룡어강살! 그것은 적룡검의 손잡이에 구결이 암시되어 있었다.

적룡검의 손잡이는 만년온옥으로 되어 있는데 그곳에 흐릿하게 파여져 있는 종횡의 복잡한 선()들이 바로 적룡어강살의 구결이었다.

그때, 신기황이 두 눈에 기광을 폭사하며 말했다.

흐흐... 적룡천종의 진정한 절기를 얻는다면 네명의 천마황(天魔皇)이라도 벨 수 있다!”

! 그의 말은 실로 경악할만 했다. 군무현은 새삼 천지십강(天地十强)에 대한 경외심이 일었다.

(천지십강... 그 분들이 그렇게 강하단 말인가?)

신기황은 군무현을 똑바로 주시하며 물었다.

이제 네가 천마황보다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을 알겠느냐?”

!”

군무현은 낮으나 힘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신기황은 신뢰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엄중한 어조로 말했다.

오늘부터 노부의 재간을 전수하겠다. 노부의 재간은 무공이라기보다 학문(學文)에 가깝다. 하나, 명심해 두어라! 학문이라고는 하지만 무공수련보다 일백배 더 어렵다는 것을...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명심하겠습니다!”

군무현은 신념어린 어조로 대답했다.

신기황은 그런 군무현이 믿음직스럽게 느껴졌다. 그러기에 그는 확신이 섰다.

범인이라면 노부의 재간을 모두 얻으려면 일백 년도 부족할 것이나 너는 이년(二年)안에 끝내리라 믿는다!”

그 말과 함께, 우 웅! 다시 한줄기 강력한 잠력이 웅덩이 속에서 뻗어나왔다.

이어, 휘익 탁! 동굴의 뒤쪽의 벽면에서 두 권의 두툼한 책자가 날아와 군무현의 무릎 앞에 떨어졌다.

“...!”

군무현의 눈길은 빠르게 그 두 권의 책자를 살폈다.

 

신기천망해(神機天網解)!

활심대성록(活心大聖綠)!

 

두 권의 양피자 책자, 그 표지에는 각기 그와 같은 제목이 적혀 있었다.

범인이 감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웅휘한 필체.

그때, 신기황이 다시 엄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노부는 삼절(三絶)이다. 기절(機絶)이 그 첫째이며, 의절(醫絶)이 그 둘째, 그리고 암기술(暗器術)이 셋째이다!”

신기황! 그는 삼십년간의 금제생활과 골수에 맺힌 원한으로 인해 성격이 괴팍하게 변해있었다.

하나, 본래 그는 뛰어난 인품과 덕망의 소유자였다.

그를 일컬어 무림제일의 현자(賢者)라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오랜 세월 고립된 생활로 인해 그 성격이 다소 변하기는 했으나 본래의 훌륭한 인품을 잃지는 않았다.

다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었다.

이윽고, 신기황은 자신의 절기에 대해 설명했다.

노부의 암기술은 고금제일(古今第一)을 다투어도 될만한 것이나 글로 남기기에는 부끄러운 것이라 노부가 직접 구술하겠다. 우선 신기천망해(神機天網解)부터 전수하겠다!”

군무현은 정신을 집중하며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집중력은 결코 범인이 따르지 못할 정도로 뛰어났다.

신기천망해! 그것은 천지지간의 모든 이치를 담은 심오한 내용이었다.

군무현, 그는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신기황의 말을 경청했다.

차갑고 무심하게 가라앉은 그의 눈빛은 이 순간 쉴새없이 빛나고 있었다.

신기황의 또 다른 분신, 제 이의 신기황이 탄생되는 순간이었다.

 

X X X

 

천마애(天魔崖)!

나는 새도 접근을 불허하는 천험(天險)의 절지.

스으... 스으... 안개, 천마애는 사시사철 음울하고 검푸른 안개로 휩사여 있다.

암울한 신비가 전설처럼 구비구비 서린 곳, 그 누구도 감히 천마애의 신비를 벗길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묵운(墨雲). 그것은 천마애 주위에 펼쳐진 상고대진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었다.

 

천애장비대진(天崖藏秘大陣)!

 

이것이 바로 그 절진의 이름이었다.

언제, 누가 이 절진을 설치해 놓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천애장비대진(天崖藏秘大陣)을 돌파할 수 있는 인물은 천하에 단 두 명 뿐이었다.

기문제일인(機門第一人)인 신기황, 그리고 그의 분신으로 새롭게 탄생한 젊은 기재 군무현이 바로 그들이었다.

천하애는 온통 신비로 뒤덮인 곳이었다.

그곳은 세인들의 상상 이상으로 신비가 처처에 깔려 있었다. 또한, 천마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드넓고 방대한 규모였다.

신기황, 그는 천마황의 독수에 당한 후 은신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천마애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 후, 그는 이곳에 몸을 숨기고 지극음령수액에 몸을 담근 채 독기를 억누르며 살고 있는 것이다.

 

천마애 아래, 뜻밖에도 그곳은 방대한 분지가 펼쳐져 있었다.

! 새외도원의 낙원(樂園)이 그러할까?

보라! 수십마장에 이르는 거대한 분지, 그곳은 온통 화려한 기화이초로 뒤덮여 있지 않은가?

실로 믿을 수 없는 놀라운 광경, 정녕 세인들은 알지 못하리라.

천험의 절지 천마애, 그 아래 이토록 화려하고 평화로운 낙원이 있다는 것을.

초하(初夏). 싱그러운 첫여름이었다.

천마애의 여름은 너무도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방대한 분지는 온통 싱싱한 초록의 물결로 출렁거렸고 하늘은 눈부시게 청량했다.

한데, 우르릉! 콰쾅...! 돌연 맑은 하늘을 뒤흔드는 가공할 뇌성벽력이 터져나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가?

뒤이어, 콰르릉 콰쾅! 우르르... 쏴아!

광풍(狂風)이 몰아치며 세찬 폭우가 대지를 두드렸다.

갑자기 천마애는 온통 지축이 뒤흔들리는 대혼란에 휩싸였다.

천지(天地)에 종말이 도래하려는가?

콰르르... ! 우르르릉!

광풍폭우가 미친 듯이 천마애를 뒤흔들었다.

일시에 사위는 암운천지로 돌변했다.

한데,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일순 모든 것이 정지했다.

가공할 뇌성벽력도, 천지를 함몰시킬 듯한 광풍폭우도 온데간데 없었다.

그것들은 마치 환상처럼 한순간에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아! 이럴 수가...

보라! 천마애의 그 어디에도 폭우가 휩쓸고 지나간 흔적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창해(蒼海)처럼 맑게 출렁거리는 푸른 하늘, 그 눈부신 햇살 아래 생기롭게 빛나는 초목들, 꽃잎에는 물기 한 방울조차 남아있지 않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비쳤다 사라져버린 환상이라면 너무나 생생하지 않은가!

그때였다.

풍운대라굉벽진(風雲大羅轟碧陣)...!”

문득 한소리 담담한 청년의 음성이 분지를 울렸다.

이어, 분지의 한쪽 옆 돌무더기 사이에서 한 명의 청년이 걸어나왔다.

투명하리만치 흰 피부, 미인의 그것처럼 붉고 정령적인 입술, 깊고 깊은 신비를 담은 채 서늘하게 가라앉는 눈빛, 옥수같이 미려한 자태가 헌앙하기 이를 데 없다.

청년은 일신에 용모와 썩 잘 어울리는 백색장포를 걸치고 있었다.

백의청년, 그에게서는 실로 종잡을 수 없는 기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만년한옥에서 스며나오는 듯한 서늘한 한기, 그것은 무형중에 사위를 짓누르는 기이한 힘을 내포하고 있었다.

이윽고, 백의청년은 몸을 돌려 어지러이 널려있는 돌무더기를 바라보았다.

풍운대라굉벽진... 신기황 어르신과 나 외에는 누구도 뚫을 수 없는 천하절진(天下絶陣)...!”

그의 붉은 입술 사이로 나직한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 실로 놀라운 일이었다. 방금 전 천마애를 휩쓸었던 뇌성벽력과 광풍폭우, 그것은 바로 진식이 만든 허상(虛象)이 아닌가?

누가 믿으려 할것인가? 이 엄청난 사실을... 천지를 질타했던 그 엄청난 광경이 어이없게도 환상에 불과하다니...

한데, 바로 그때였다.

무현... 들어오너라!”

문득 한소리 창노한 노인의 음성이 분지를 울렸다.

!”

그 음성에 백의청년은 공손한 대답과 함께 한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분지의 끝, 그곳은 높은 벽면으로 앞이 가로막혀 있었다.

한데, 그 벽면에는 하나의 퀭한 동굴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백의청년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이어, 그는 동굴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희미한 야명주 불빛이 비치는 동굴 안, 움푹 패인 웅덩이 속에 한 명의 괴인이 목만 내놓은 채 잠겨 있었다.

신기황 바로 그였다.

그는 벽쪽을 주시하고 있다가 백의청년이 들어서자 시선을 돌렸다.

무현, 앉거라!”

!”

백의청년은 담담히 대답하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군무현! 물론 그는 군무현이었다.

신기황은 대견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했다.

허허... 이년(二年)이 족히 걸릴줄 알았거늘 석달이 모자라는 이년 동안에 노부의 밑천을 모두 뺏기고 말았구나!”

그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

군무현의 얼굴은 무심하고 담담했다.

하나, 그는 공손한 어조로 입을 열어 대꾸했다.

모두 노인장께서 소생을 아껴주신 덕분입니다!”

그는 신기황을 사부(師父)라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신기황 또한 그것을 조금도 섭섭해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군무현을 만난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황의 노안에 오랜만에 미소가 떠올랐다.

헛허... 공자께서도 훌륭한 인재를 기름을 인생삼락(人生三樂)에 넣지 않았느냐? 늙으막에 뛰어난 기재를 가르치게 된것을 노부의 홍복으로 생각한다!”

부끄럽습니다!”

군무현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신기황은 흐뭇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주시하며 말했다.

이제 천음황(天音皇)의 진전을 배울 차례다!”

! 어느새 말을 하는 그의 수중에는 한 권의 비급이 들려졌다.

이어,

받아라!”

! 그는 쥐고있던 비급을 가볍게 군무현에게 던져주었다.

군무현은 공손히 그 비급을 받아들었다.

 

<천황음경(天皇音經)!>

두툼한 비급의 표지에는 그와 같은 글씨가 일필휘지의 서체로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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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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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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