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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九 章

 

                         일만구의 屍體, 그리고 千古奇緣

 

 

 

사방이 훤히 트인 거대한 지하광장, 한데, 보라! 시산(屍山)!

놀랍게도 그곳은 바로 시체로 산이 쌓여 있지 않은가?

오오... 이럴 수가! 그것은 실로 섬뜩하고 전율스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족히 일만(一萬)에 이르는 엄청난 숫자의 시신들이 온통 지하광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 시신들은 서로 격렬히 싸우다 죽은 듯 마구 뒤엉킨 채 죽어 있었다.

열 명의 비율로 따지자면, 그 중 네 명은 혈포인이요, 여섯 명은 여러 부류의 인물들로 뒤섞여 있었다.

(), (), (), (), 여인(女人) ...

그들은 하나같이 생전의 형체를 그대로 유지한 채 죽어 있었다.

가공할 지극음기(地極陰氣), 그것으로 인해 부패되거나 변질됨이 없는 것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들은 모두 군무현이 처음 동굴을 들어설떼 본것같이 팔백 년 이전의 시신들이 아닌가?

군무현은 그 광경에 혀를 내둘렀다.

끔찍하군. 이런 지하(地下)에서 일만명의 생명이 죽어갔다니...!”

그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얼마나 끔찍한 광경인가? 일만여 구의 시신들, 그것들은 모두 사지가 끊어지고 머리가 박살났으며 복부가 찢어져 내장이 흘러나온 처참한 형색들이었다.

한데, 한 가지 기이한 것이 있었다.

그 시신들은 습기가 완전히 사라져 모두 강시화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

군무현, 그는 아연한 표정으로 넋이 나간 듯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일찍이 이같이 처참한 광경은 상상도 못한 그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흠칫 놀라며 눈을 크게 떴다.

저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미간을 모으며 전면을 주시했다.

보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시신들의 중앙, 기이하게도 그곳에는 자욱하게 백무(白霧)가 서려있는 것이 아닌가?

이를 그냥 지나칠 군무현이 아니었다.

다음 순간, 스슥! 그의 신형은 가볍게 시산(屍山) 위로 날아올랐다.

한데,

!”

시산의 중앙에 있는 백무(白霧)를 향해 다가서던 군무현, 일순 그는 신형을 휘청했다.

... 지독한 한기(寒氣)!”

그는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극랭한 한기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군무현은 극양지맥(極陽之脈)의 소유자였다.

범인이라면 능히 얼어 죽어버릴 극심한 한기도 가벼운 추풍(秋風) 정도로 느낄 뿐이었다.

한데, 그런 그가 전신이 얼어붙는 듯한 지독한 한기를 느끼다니... 대체 그것은 얼마나 지독한 극음지기란 말인가?

만약 군무현이 아닌 다른 인물이었다면 단번에 심맥이 얼어붙고 말았으리라.

한데, 신기한 것이 있었다.

심맥을 파고들며 뼈를 얼리는 극심한 한기, 그것은 넓게 퍼지지 않고 백무(白霧) 주위에만 응집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의혹을 금치못했다.

지극음령수액보다 천배 더 차갑다. 도대체 어떤 물체가 있기에 이렇게 지독한 한기를 발산한단 말인가?”

그는 강렬한 호기심에 사로잡혔다.

더구나, 그는 극양(極陽)의 절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극음지물(極陰之物)은 더할 수 없는 보신지물(寶身之物)이 아닌가?

군무현으로서는 큰 관심사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는 두 눈을 유현하게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인지 찾아보리라!”

그렇게 결심한 순간, 그는 주위에 널려있는 시신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선자(先者)의 유체를 손상함은 도리가 아니다...!”

그는 시신에 손을 대는 것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하나, 그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이윽고, 그는 시신의 산을 향해 쉴새없이 손을 내저었다.

우수수...! 휘르르!

그의 손짓에 따라 백무 주위의 시신들이 경기에 밀려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기를 일각(一角), 군무현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

그는 무려 사백여 구의 시신을 치우고서야 비로소 바닥에 이를 수 있었다.

한데 그 순간,

... 이것은...!”

시신을 모두 치운 군무현, 그는 대경성을 발하며 두 눈을 크게 떴다.

그의 앞, 넓이 일 장 정도의 널찍한 흑석(黑石)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데, 그 흑석에는 전신을 뼈속까지 얼려버릴 듯한 엄청난 한기가 스며나오고 있었다.

순간, 군무현의 두 눈이 번뜩 빛났다.

(극음현령옥(極陰玄靈玉)이다!)

만년한옥(萬年寒玉)이 천만 년 동안 극음지기(極陰之氣)를 흡수하며 형성하는 기석(奇石), 이는 한 조각만으로도 능히 활화산(活火山)을 식혀버리는 엄청난 극음지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 군무현이 놀란 것은 그 극음현령옥(極陰玄靈玉) 때문이 아니었다.

극음현령옥의 중앙, 그곳에는 흡사 낙수(落水) 구멍같이 우푹한 홈이 패어져 있었다.

한데, 기이하게도 그 홈 속에는 투명한 유백색의 반고체 덩어리가 고여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마치 음식으로 먹는 묵과 같은 형태였다. 만지면 물컹하게 손에 닿을 듯한 투명반고체, 그 분량도 제법 되었다.

어른의 주먹 두 개를 합친 정도, 표면에는 신비한 유백색의 광휘가 감돌고 있었다.

기이하고도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모습, 문득 군무현은 숨이 멎을 듯한 표정이 되었다.

... 혹시... ... 이것은...!”

그는 엄청난 경악으로 두눈을 휩떴다.

그런 그의 얼굴은 온톤 희열과 흥분으로 물들었다.

내심의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는 군무현, 그가 이렇듯 경악과 흥분을 감추지 못하다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순, 군무현은 번개같이 머리속을 스치는 생각에 전율했다.

 

인간이 죽으면 그 뇌수(腦髓)와 정수(精髓)는 대기(大氣) 중에 산화되고 만다. 하나 만일 극음현령옥(極陰玄靈玉)과 같은 극음(極陰)의 지보가 있는 곳에서 죽게되면 정수는 뇌수와 더불어 극음현령옥에 응결된다. 이것을 극령정뇌수(極靈情腦髓)라 하며 실로 무궁무상의 효과가 있다...

 

바로 신기황에게 의술을 배울때 들은 내용이었다.

군무현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극령정뇌수(極靈情腦髓)!

특히 그것은 너무도 기이하게 여겨져 강한 의혹과 함께 군무현의 뇌리속에 선명히 남아 있었던 차였다.

한데, 천마애의 깊은 곳에 자리한 은밀한 지하동부, 그곳에서 실로 뜻밖에도 그 극령정뇌수를 발견한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이내 확신이 섰다.

틀림없다! 이것이 바로 극령정뇌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격동과 흥분으로 휩싸였다.

신기황이 들려준 또 다른 놀라운 사실 때문이었다.

 

일백인(一百人)의 뇌수와 정수가 모여야 그것은 겨우 밤톨만 해진다. 알아두어라. 극령정뇌수(極靈情腦髓)만이 너의 태양신맥(太陽神脈)을 치료할 수 있다...

 

그것은 실로 엄청난 희열과 격동이 아닐 수 없었다.

 

극령정뇌수만이 너의 태양신맥을 치료할 수 있다...

 

군무현의 귓전에 신기황의 그 말이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했다. 군무현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감격의 표정을 지었다.

전설(傳說)로만 믿었거늘... 극령정뇌수가 실제로 있었다니...!”

그는 눈앞의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기분, 하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다.

군무현, 그로서는 실로 엄청난 일생일대의 대기연을 만난 것이었다.

얼마나 기쁘고 놀라운 일인가?

그는 마침내 불치의 절맥인 태양신맥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희열과 격동에 몸을 떨던 군무현, 문득 그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극음현령옥에 고여있는 극령정뇌수, 그것은 족히 일만 명의 정뇌가 모인 것이었다.

어찌 기분이 이상하지 않겠는가?

(이제 나의 태양신맥은 치료할 수가 있다. 하나... 인간으로서 어찌 같은 인간의 정뇌를 복용한단 말인가?)

그는 난색을 지으며 거리낌을 금할 수 없었다.

일종의 죄의식이랄까? 아니,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져야할 양심인지도 몰랐다.

군무현은 잠시 갈등과 함께 망설임의 표정을 지었다.

하나, 생각해 보라. 누가 이런 엄청난 기연을 포기하겠는가?

 

극령정뇌수(極靈情腦髓)!

 

이는 인간의 정뇌와 극음현령옥의 극음지기가 뭉쳐진 정화였다.

그 때문에, 태양신맥의 극양지기를 누르고 태음경(太陰經)과 소음경(小陰經)을 능히 부활시킬 수 있었다.

뿐인가? 그것을 복용함으로해서 지고무상한 내공도 얻을 수가 있다.

극령정뇌수를 복용하게 되면 능히 금강불괴지체(金剛不壞之體)가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효능인가?

물론, 군무현도 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꺼림직한 기분과 함께 썩 즐겁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 어쩌랴? 그는 더 이상 망설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

이윽고, 그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며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이 개운치는 않으나... 내 절맥을 치료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이니...!”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어, 그는 극음현령옥의 앞으로 다가가 우뚝 섰다.

우선 그는 흥분된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혔다. 그런 다음, 그는 조심스럽게 극령정뇌수를 향해 손을 뻗었다.

순간, 뭉클...! 손바닥 가득 기분 나쁜 감촉이 전해졌다.

(!)

군무현은 내심 다급성을 발했다. 뭉클하는 감촉과 함께 삽시에 두 손이 마비되는 듯한 엄청난 한기가 짓쳐드는 것이 아닌가?

(... 지독한 한기다...!)

그는 뼈골이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과 함께 지독한 한기가 전신을 엄습함을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순간, 군무현은 급히 입을 열었다.

꿀꺽...! 마침내 그는 극령정뇌수를 목구멍으로 삼켜버렸다.

그와 함께,

크 윽!”

군무현의 안면이 처참하게 이지러졌다. 그는 두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다.

순식간에 그는 몸 전체가 사정없이 얼어붙는 듯 했다. 치가 떨리는 가공할 한기였다.

으으... ... 운공을 해야 한다...!”

군무현은 온통 고통으로 이지러진 얼굴로 간신이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는 극음현령옥 위에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이어, 그는 전신에 천기귀원심공(天機歸元心功)을 운용했다.

그러자, 우르르...! 이내 그의 내부에서 천지개벽을 하는 듯한 대변동이 일어났다.

(으윽...!)

군무현의 영준한 얼굴은 참혹한 고통으로 얽혀들었다.

꽈르릉... 태양같이 뜨거운 극양지기는 엄청난 기세로 그의 내부를 뚫고 일어났다.

그와 함께, 극령정뇌수의 가공할 극음지기도 이에 지지않고 대항하기 시작했다.

극양지기와 극음지기의 상반된 두 가지 기운의 대결, 그것은 마구 뒤엉켜 군무현의 내부를 뒤흔들었다.

우르릉! 콰 앙!

미친 듯이 전신을 질타하는 상극의 양대기류,

(크윽...!)

군무현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악물었다.

전신이 터져 폭발해 버린 듯한 지극한 고통, 난마처럼 전신 구석구석을 치달리는 극을 달한 고통에 그는 눈앞이 캄캄해 졌다.

으윽... !”

군무현은 마침내 입 밖으로 신음성을 토해냈다.

전신이 뜨거운 불구덩이에 빠진 듯 화끈거렸다.

심맥이 타들어 가는 듯한 참혹한 고통, 하나 그런가하면 어느새 전신이 얼어붙어 쩍쩍 갈라지는 듯한 가공할 한기가 짓쳐들었다.

실로 인간으로서 참아낼 수 없는 엄청난 형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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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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