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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赤龍劍秘密

 

 

 

백발괴인은 문득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노부가 바로 우내사천황(宇內四天皇) 중 기문제일(機門第一)로 불리던 신기황(神機皇)이다!”

순간, 군무현의 안색이 일변했다. 그는 내심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괴인, 그가 바로 일백년 전 혁혁한 명성을 날리던 기인(奇人) 신기황이라니...

실로 놀랍고도 뜻밖의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군무현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내심 중얼거렸다.

(그렇다. 이 모든 것은 신기황(神機皇) 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때, 백발괴인, 아니 신기황(神機皇)! 그도 군무현을 주시하며 내심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어린 녀석의 심기가 삼갑자를 살아온 노부에 뒤지지 않다니...!)

그도 그럴 것이, 그 무렵, 그는 일순 안색이 변했으나 이내 지극히 무심한 표정을 회복했기 때문이었다.

신기황은 그런 군무현의 모습에 고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현! 너는 노무가 왜 이 모양이 되었는지 궁금하지도 않느냐?”

군무현은 그제서야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떼었다.

궁금합니다!”

신기황은 침중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테지. 노부가 이 모양으로 잔생(殘生)하게 된 것은 어쩌면 천하대풍운(天下大風雲)의 시작인지도 모른다!”

그 말에 군무현은 내심 흠칫 놀랐다.

(천하대풍운(天下大風雲)의 시작...!)

그는 나직이 뇌까리며 안색을 굳혔다.

신기황은 두 눈을 형형하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 아버지 적룡대제(赤龍大帝)와 적룡세가(赤龍勢家)의 몰락과도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순간, 군무현의 전신이 미미하게 경련했다.

그와 함께, 그의 가슴 한복판으로 차가운 한풍이 휙 스치고 지나감을 느꼈다. 그는 묵묵히, 그러나 긴장된 눈빛으로 신기황의 다음 말에 귀를 기울였다.

신기황은 지난 일을 회상하는 듯 문득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어, 그는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삼십년(三十年) 전이었다. 노부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천음황(天音皇)을 만나보러 청성(靑城)의 천음애(天音崖)로 갔었다.”

 

우내사천황(宇內四天皇)!

그들 중에서도 천음황(天音皇)과 신기황(神機皇)은 각별한 사이였다.

독천황(毒天皇)이 정사중도(正邪中道), 천마황(天魔皇)이 마도(魔道)를 걷는데 비해, 천음황과 신기황은 함께 정도(正道)를 걷던 인물들이었다.

그로 인해, 자연히 두 사람의 의기는 서로 투합하게 되었다.

우내사천황은 비록 걷는 길은 달랐으나 서로를 깊이 존경했다.

특히, 천음황과 신기황의 우의는 아주 긴물했다.

신기황이 천음황을 만나기 위해 천음애(天音崖)를 찾았던 날, 천음황은 변함없이 반가운 얼굴로 신기황을 맞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 술잔을 나누며 쌓였던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양인이 한창 회포를 풀고 있을 때였다. 천음애를 찾은 뜻밖의 손님이 있었다.

 

천마황(天魔皇)! 그는 바로 우내사천황 중의 일인인 천마황이었다.

천마황은 진정한 마웅(魔雄)이었다.

천하마도(天下魔道)를 수하로 결집시키고 천하의 반()을 얻은 그는 스스로 자족(自足)했다. 그리하여 그는 미련없이 자신이 세운 거대한 패세(覇勢)인 천마궁(天魔宮)을 폐했다.

그 후, 그는 후진들을 기르는 데 열정을 쏟고 있었다.

실로 일대종사(一大宗師)다운 처신이었다.

신기황과 천음황은 그런 천마황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평소에 친교는 없었으나 만나면 서로 웃으며 대하던 그들이었다.

한데, 그런 삼인(三人)이 실로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었다. 신기황과 천음황은 뒤늦게 찾아온 천마황을 환대하며 맞아들였다.

이윽고, 삼인은 격의 없이 술자리를 같이했다. 그들은 모두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로부터 반나절 후, 천마황은 적당히 술기운이 올라 기분좋은 모습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가지 볼일이 있어 남황(南荒)으로 가던 길이었소. 이제 그만 일어나야겠소이다!”

그는 신기황과 천음황에게 인사를 한 후 총총히 천음애를 떠났다.

한데, 사태는 그로부터 비롯되었다.

천마황을 배웅한 직후, 신기황은 이내 자신의 몸에 이상이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기문지학 뿐 아니라 의술(醫術)로도 당대제일이었다.

그는 즉시 자신이 맹독에 중독되었음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중독당한 것 같소!”

신기황의 그 말에 천음황은 대경했다. 이어, 다급히 자신의 몸을 살피던 천음황, 아니나 다를까? 그 역시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노부도 역시 그렇소!”

두 명의 절대고인은 아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황(天魔皇)! 그 자의 짓이다!)

그들은 분격하며 치를 떨었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그들이 당한 독()은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맹독이었다.

사심없이 천마황을 믿었던 두 고인, 그들은 전혀 경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감쪽같이 중독 당하고 만것이었다.

얼마나 어이없는 일인가? 경악과 분노, 그들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그 이상이었다.

한데, 더욱 놀라운 사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그들이 분노를 금치못하고 있을 때, 돌연 일단의 무리들이 천음애로 들이닥쳤다.

갑작스런 습격이었다. 신기황과 천음황은 미처 대항할 여지조차 없었다. 그들은 독기(毒氣)를 두르며 간신히 천음애를 빠져나왔다.

하나, 어찌 알았으랴? 그들 앞에 펼쳐진 것은 철저하고도 치밀한 죽음의 함정 뿐인 것을.

미리 대기하고 있었던 듯 수조차 헤아릴 수 없는 무수한 적도들이 그들을 침습해 들었다.

결국, 그들은 싸워야 했다.

천음황, 그는 중독을 무시한 채 분전을 펼쳤다. 무려 일천 명의 적도들이 그의 음공(音功) 아래 쓰러졌다.

그들은 천음애의 괴멸과 함께 영원히 그곳에 묻히고 말았으니...

하나, 그로인해 천음황 또한 돌이킬 수 없는 경지에 이르고 말았다. 천하제일의 의술을 지닌 신기황이었으나 그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

마침내, 천음황은 청성(靑城)을 벗어나지 못하고 절명하고 말았다.

 

“...!”

“...!”

동굴 안은 갑자기 무거운 침묵이 깔렸다.

신기황, 그의 모발 사이로 뻗힌 안광이 살기로 시퍼렇게 변했다. 그는 섬뜩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노부와 천음황이 당한 독()은 무형화린산(無形火燐散)이라는 것으로 천하에서 가장 극양(極陽)한 맹독이다!”

“...!”

군무현은 침중한 안색으로 신기황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말을 하는 신기황의 두 눈에서는 줄기줄기 원한의 광망이 폭사되었다.

무형화린산(無形火燐散)을 다룰줄 아는 곳은 독황궁(毒皇宮)과 남만의 사망림(死亡林) 외에는 없다. 노부는 지극음령수액에 몸을 담그고 간신히 무형화린산의 독기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듣고 있던 군무현, 문득 그는 의아한 빛을 지으며 물었다.

지극음령수액으로 해독이 불가능하단 말입니까?”

신기황은 그의 말에 쓰디쓰게 웃었다.

흐흐... 해독이 가능했다면 노부가 이렇게 앉아 있겠느냐? 당장 뛰쳐나가 천마황(天魔皇)놈을 때려 잡았을 것이다!”

그는 흥분한 듯 두 눈에 핏발이 섰다. 하나, 이내 그의 안색은 침중하게 굳어졌다.

전후 사정으로 보아 독천황(毒天皇)도 변을 당했을 것이다!”

“...!”

군무현은 가볍게 미간을 좁혔다. 이어, 그는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천마황은 무엇 때문에 세 분을 헤쳤을까요! 천하제패(天下制覇)가 목적이었다면 이미 천하가 천마황의 손 안에 들어가 있어야 마땅하지 않습니까!”

그는 의혹의 표정을 지으며 신기황을 바라보았다.

하나, 그 말에 신기황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흐흐... 천하를 네 손바닥만 하다고 착각하지 마라!”

그는 모르는 소리 말라는 듯 설명했다.

천하에는 고인들이 모래사장의 모래알 같이 많다. 네 아비였던 적룡대제(赤龍大帝)가 우리 우내사천황에 육박했던 것이 그 본보기가 아니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이 얼마나 될지 장담하지 못한다!”

“...!”

군무현의 창백한 얼굴이 자신도 모르게 살짝 붉어졌다.

신기황은 기광을 번뜩이며 계속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기에는 독황궁(毒皇宮)이나 천마궁(天魔宮)의 힘이 가장 강대했다. 하나... 천회쌍비(天外雙秘)나 세외사천(世外四天)도 각기 그에 못지 않다!”

그 말에 군무현은 흠칫했다.

천외쌍비(天外雙秘), 세외사천(世外四天)...!”

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직이 뇌까렸다.

신기황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나는대로 이야기해 주겠다!”

이어, 그는 두 눈에 싸늘한 한망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천마황은 암중에 방해되는 세력을 하나하나 제거하느라 삼십 년을 소비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놈은 어떤 형태로든 천하를 거의 손아귀에 넣었을 것이다!”

“...!”

결국... 적룡세가가 몰락한 것은 바로 천마황의 마무리 작업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그 말에 군무현의 안색이 무섭게 굳어졌다.

신기황, 그는 그런 군무현의 모습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군무현의 두 눈, 그것은 지금 엄청난 비분과 원한으로 끓어 오르고 있었다.

차가운 얼음 속에 이글거리는 태양빛을 본적이 있는가? 군무현의 눈빛이 바로 그러했다.

신기황은 그런 군무현의 두 눈을 똑바로 들여다 보았다.

이어, 그는 엄숙하고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네 일신의 원한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백만 무림동도들을 위해서다. 천마황을 죽여라!”

그것은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인 위엄이 깃든 명령이었다.

순간, 군무현의 전신이 한차례 부르르 경련했다.

기필코 그 자를 죽이겠습니다! 소생의 힘이 천마황의 그것에 미치지 않는다면 음모(陰謀)를 써서라도 쓰러뜨릴 것입니다!”

그는 싸늘하고 결연한 어조로 다짐했다.

신기황은 그의 말에서 신뢰를 느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자부심이 깃든 어조로 말했다.

흐흐... 천마황이 결코 네가 상대못할 강자(强者)가 아님을 알게될 것이다. 그놈의 마공(魔功)이 아무리 패도적이라도 우내사천황 중 이황(二皇)의 절기가 합쳐지면 결코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 순간 그의 두 눈은 강렬하고도 형형한 광채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 눈빛 속에는 만가지 감정이 서로 교차되고 있었다.

비로소 자신의 숙원이 달성된다는 것에 대한 감회, 그리고 당당한 우내사천황의 한 사람으로서의 자부심이었다.

문득, 신기황은 생각난 듯 말했다.

네게 줄것이 있다!”

말과 함께, 위 잉! 돌연 그의 몸에서 강한 잠력이 일어났다.

이어, 츠츠츠읏!

지극음령수액이 떨어지는 벽면의 뒤에서 한 자루의 보검이 불쑥 솟아나오는 것이 아닌가?

은은한 붉은 빛을 띤 투명한 검신, 그 검신에는 한 마리 적룡(赤龍)의 문양이 선연하게 새겨져 있었다.

 

적룡검(赤龍劍)!

 

! 그것은 바로 적룡대제가 남긴 적룡검(赤龍劍)이 아닌가?

순간, 군무현의 두 눈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런 그의 두 눈에서는 음울하고도 냉막한 살기가 흘러나왔다.

신기황은 군무현의 내심을 잘 알고 있었다.

네가 이 검을 보고 원한에 집착하게 될 것을 염려하여 주지 않았지만 이제 네게 돌려 주겠다!”

군무현은 질끈 입술을 깨물었다.

문득, 그는 뜨거운 격정이 가슴을 뭉클 적시는 것을 느꼈다.

그와 함께, 다시금 눈앞에 선연히 떠오르는 부친 적룡대제의 위엄있는 모습.

이윽고, ! 군무현은 말없이 적룡검을 받아들었다.

그것은 부친 적룡대제가 남긴 두 가지 유물 중 하나였다.

따라서, 적룡검이야말로 적룡대제의 혼()이 깃들어 있는 물건이었으며 군무현에게 있어 생명보다 더 귀중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때, 신기황이 문득 기이한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너는 적룡검의 내력을 아느냐?”

모릅니다!”

군무현은 음울한 눈빛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흐흐... 그렇겠지. 천하의 누구도 적룡검이 천지십강(天地十强) 중 한 고인의 애검(愛劍)임을 모른다. 네 아비였던 적룡대제조차도...!”

! 신기황의 말은 실로 놀랍고도 뜻밖이었다.

군무현, 그는 내심 기이한 흥분과 기대에 사로잡혔다.

(적룡검이 천지십강 중의 한 고인이 쓰던 애검이란 말인가?)

그는 기대의 눈빛으로 신기황을 주시했다.

신기황은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오백년 전, 불과 반녀(半年) 만에 구주팔황(九州八荒)을 질타한 일대검종(一代劍宗)을 아느냐?”

순간, 군무현의 두 눈이 번뜩 빛났다.

적룡천종(赤龍天宗)!”

그는 경악의 음성으로 나직이 외쳤다.

신기황은 기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분은 바로 적룡천종(赤龍天宗)이라 불린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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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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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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