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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 章

 

                      宇內四天皇傳說

 

 

 

 

부친 적룡대제를 생각하자 군무현은 들끓는 격정과 함께 처절한 슬픔에 가슴이 메어지는 것을 느꼈다.

강직하고 위엄있는 모습의 적룡대제, 군무현은 그 모습을 떠올리며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그런 그의 두 눈에서는 천지를 얼려버릴 듯한 강렬한 살기가 치뻗혔다.

순간, 백발괴인은 흠칫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떤 혈한(血恨)이 이 어린 녀석으로 하여금 저토록 강한 살기를 지니게 만들었단 말인가?)

그는 나이답지 않게 깊은 한으로 점철된 소년 군무현에게 왠지 마음이 끌림을 느꼈다.

그때, 문득 군무현의 입에서 살기 어린 냉담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어차피.. 천하와 맞서 싸워야 하는 신세, 노인장께서는 그 점은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그 말에 백발괴인은 섬칫한 전율을 느꼈다.

하나, 곧 그는 동굴이 떠나갈 듯한 우렁찬 대소를 터뜨렸다.

우하하... 좋다! 좋아! 네놈이라면 오년 내에 천하를 뒤엎어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흡족한 듯 오랜만에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군무현의 입가에 비정한 결의의 냉소가 어렸다.

천하를 피로 씻어 버릴 텐데 그까짓 일인 정도 더 죽이는 것이 무엇이 대수겠습니까?”

“...!”

그의 냉혹한 어조는 다시 백발괴인을 전율케 했다.

(이놈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그는 심신이 절로 으스스해지는 느낌이었다.

하나, 이미 흥정은 이루어졌다.

군무현, 그는 서늘한 한광이 일렁이는 시선으로 백발괴인을 주시했다.

노인장께서는 어떻게 소생의 수명을 연장시켜 주시겠습니까?”

그는 냉담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 말에 백발괴인은 물속에 잠겨있던 고개를 쭉 빼며 말했다.

흐흐... 너는 노부가 몸을 담그고 있는 이 액체가 무엇인줄 아느냐?”

군무현은 흠칫했다. 그제서야 그는 백발괴인이 몸을 담그고 있는 웅덩이 속의 새파란 액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이내 그는 기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방 벽면을 뒤덮고 있는 나무 뿌리들, 그 끝에서는 한 방울 한방울 액체가 떨어져 웅덩이로 흘러들고 있었다.

나무 뿌리에서 떨어져 내리는 액체, 그것은 투명한 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을 본 군무현의 안색이 일변했다.

혹시... 지극음령수액(地極陰靈樹液)이 아닙니까?”

백발괴인은 군무현의 안목에 놀람을 금치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클클... 어린 놈의 안목이 대단하구나!”

“...!”

군무현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나, 그는 내심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극음령수액(地極陰靈樹液)!

 

지하(地下)에는 강한 극음지기(極陰之氣)가 흐르고 있다.

그것이 일만년을 살아온 만년지령수(萬年地靈樹)에 흡수되어 수액(樹液)으로 응결된 것이 바로 지극음령수액(地極陰靈樹液)이었다.

이는 천하에서 두 번째로 지독한 극음령수(極陰靈樹)였다.

범인이라면 단 한 방울만으로도 백년을 무병장수하며, 무림인 이라면 써도 써도 마르지 않는 무궁무진한 내공을 얻을 수가 있다.

 

백발괴인. 그는 군무현을 주시하며 놀라운 사실을 일러 주었다.

이곳 천마애가 바로 지극음기(地極陰氣)가 응집되는 성음극지(聖陰極地)이니라!”

“...!”

군무현의 무표정한 얼굴에 놀라운 빛이 떠올랐다.

성음극지(聖陰極地)!

그것은천하의 지극음기가 모이는 곳을 일컫는 것으로 만물(萬物)에 생명을 주는 근원이 된다.

백발괴인은 형형한 눈빛을 빛내며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노부는 이 지극음령수액으로 네 녀석에게 연혼활심대법(連魂活心大法)을 펼쳐 주겠다!”

연혼활심대법(連魂活心大法)...?”

군무현은 의아한 듯 나직이 되뇌었다. 그는 무려 십만 권의 경서를 읽고 외운 천고기재(千古奇才)였다.

학문(學文)이라면 이미 통달한 경지에 이른 것이다.

하나, 그런 그로서도 백발괴인의 말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백발괴인은 군무현의 내심을 짐작한 듯 신비한 기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흐흐... 노부는 삼절(三絶)이다. 그 중 일절(一絶)이다. 네녀석은 안심해도 된다!”

군무현은 내심 의문이 구름처럼 일어났다.

(도대체 이 노인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감탄과 함께 백발괴인에 대한 의혹과 궁금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백발괴인이 지체할 것 없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흐흐... 시작하겠다!”

그 말과 함께, 우 웅...!

돌연 지극히 강대한 힘()이 군무현의 전신을 휘감았다. 동시에, 군무현의 몸이 둥실 지면 위로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흐흐...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네 몸에는 유익한 일이니 참아라!”

백발괴인은 괴이한 미소를 흘리며 미리 일러 두었다.

다음 순간, 파파팍! 돌연 웅덩이 속의 지극음령수액이 튀어올라 일시에 군무현의 삼백육십대혈을 가격했다.

그것은 실로 갑작스런 일이었다.

으윽!”

군무현은 돌연히 가해진 엄청난 고통에 안면을 이지러뜨리며 절로 신음성을 발했다.

하나, 그는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 훌륭한 암기수법...!)

그것은 실로 지독한 고통이었다. 천만근의 추가 일시에 전신을 두드리는 듯한 엄청난 고통, 군무현은 단 일격에 까마득히 정신을 잃어갔다.

하나, 파파팍! 그 모습에도 아랑곳 없다는 듯 백발괴인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흐흐... 비록 이십 오 세까지긴 하지만 네녀석을 천하에서 가장 강한 놈으로 만들어 주겠다!”

그는 득의의 웃음을 흘리며 자신있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파파앗... 파파파팍!

푸른빛을 띈 지극음령수액은 쉴새없이 튀어올라 군무현의 전신 대혈을 잇따라 가격했다. 그것은 실로 눈부신 속도였다.

웅덩이 속에 잠겨 간신히 목만 내밀고 있는 백발괴인, 그의 몸 어디에서 이토록 강대한 힘이 작용하는 것일까?

한데, 그때였다. 실로 신비한 광경이 벌어졌다.

보라! 파파앗 파앗... 파앗! 스스스...

군무현의 대혈에 부딪힌 지극음령수액이 돌연 푸르스름한 안개로 화하는 것이 아닌가?

이어, 그것은 신비한 청무(靑霧)가 되어 군무현의 전신을 에워쌌다.

청무는 점점 짙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것은 군무현의 몸을 완전히 가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그와 함께, 군무현은 까마득히 정신을 잃고 말았다.

하나, 그는 신비한 청무 속에 감싸인 채 한겹 허물을 벗고 있었다.

병약하고 무력하기만 하던 신체의 허물을 깨끗이 벗고 있는 것이다. 그와 함께, 그는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탄생(誕生)! 제 이(第二)의 탄생이었다.

 

X X X

 

세월여류(歲月如流).

누가 세월을 흐르는 물과 같다고 했는가? 그것은 대자연(大自然)과의 어김없는 약속이었다.

혹한(酷寒)의 겨울도 어느새 춘풍(春風)에 흔적없이 녹아내리는가 싶더니 금방 신록이 우거지고, 찌는 듯한 혹서가 한동안 계속 되었다.

그리고, 언제인지 모르게 천지는 추색(秋色)이 완연해졌다.

가을, 단풍의 계절이 온 것이다.

 

동굴(洞窟). 하나의 음산한 동굴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희미한 야명주 불빛이 비치고 있는 동굴 안, ... ...!

맑은 청음을 내며 물방울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투명하고 푸른빛을 띈 액체, 그것은 동굴의 중앙에 움푹 패여있는 웅덩이 속으로 방울방울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만년(萬年)을 두고 계속되어 온 지극음령수액의 낙수(落水). 바로 그것이었다.

지극음령수액이 떨어져 고인 웅덩이 속, 한 명의 괴인이 몸을 담근 채 깊숙이 잠겨 있었다. 그는 벽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수초(水草)처럼 마구 헝클어진 백발의 모발이 온통 그의 등을 뒤덮고 있었다.

문득, 뚜벅... 뚜벅! 조용하던 동굴의 입구 쪽에서 규칙적인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별로 크지않은 소리였다. 하나, 그 속에는 심령을 뒤흔드는 묵중한 기도가 실려 있었다.

잠시 후, 동굴의 입구에 한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소년(少年), 그의 나이는 이제 십오륙 세 정도로 보였다.

핏기 한점 없는 창백한 얼굴. 하나, 그의 용모는 너무도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한 번 보면 영원히 잊지 못할 정도로 강한 충격을 주는 절륜한 용모. 전체적으로 약간 그늘져 어두운 듯 하면서도 그는 투명하리만치 아름다웠다.

특히, 소년의 두 눈은 신비(神秘), 바로 그 자체였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맑게 가라앉아 서늘하게 일렁거리는 눈빛, 누구든 그 눈빛을 대하면 전율처럼 사정없이 전신을 끌어 당기는 강한 마력(魔力)에 사로 잡히고 말 것이다.

소년의 입술, 그것은 미인(美人)의 그것처럼 붉디 붉었다.

얼음 가운데 핀 불빛같은 정열을 의미하는 것일까? 소년은 전체적으로 몹시 유약한 인상을 풍겼다.

하나, 그런 그의 전신에서는 실로 종잡을 수 없는 싸늘한 기도가 뻗어나오고 있었다.

흠칫 몸을 떨게 만드는 살기(殺氣), 그것은 냉연하고 차디 찬 살기였다.

이윽고,

“...!”

소년은 말없이 뚜벅 뚜벅 걸음을 옮겨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무현(武玄)! 왔느냐?”

그가 들어서자 웅덩이 속의 괴인은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떼었다.

! 그렇다. 소년, 그는 바로 군무현이었다.

군무현은 괴인을 향해 공손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

그러자, 괴인은 벽쪽으로 향하고 있던 고개를 군무현을 향해 돌렸다.

백발괴인! 괴인은 바로 전신이 수초에 휘감겨 있는 듯한 모습의 그였다.

앉아라!”

그는 무심한 어조로 말하며 군무현을 주시했다.

하나, 그의 무심한 어투와는 달리 그의 두 눈에는 훈훈한 정감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군무현은 여전히 무심하고 냉막해 보였다. 하지만 그 역시 백발괴인에게만은 지극히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그것은 그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었다. 그는 말없이 동굴의 바닥에 꿇어 앉았다.

이어, 그는 지극히 무심하고 냉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천기귀원심공(天機歸元心功)을 완성했습니다!”

천기귀원심공을 완성했다...!”

백발괴인은 나직한 어조로 되뇌었다.

하나, 그의 두 눈에는 경악의 빛이 번뜩 스쳐갔다.

(일년(一年)이 채 아니되어... 노부의 삼갑자(三甲子) 정화가 담긴 천기귀원심공(天機歸元心功)을 완성하다니...!)

그는 내심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놀라운 녀석...!)

사실 그는 놀랍고도 기쁘기 한량없었다. 하나, 겉으로는 전혀 그런 감정을 내색지 않았다.

그다지 느린 진도는 아니군.”

그는 무심히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군무현은 그런 백발괴인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어른이시다. 지니신바 학문은 창해(蒼海)보다 깊고 심기는 구중천(九中天)에 못지 않으시니...!)

그는 백발괴인의 지닌바 학문의 조예와 신비한 능력에 갈수록 감탄을 금치못하고 있었다.

각기 서로 다른 생각에 젖어있던 두 노소, 그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하나, 곧 백발괴인이 과묵한 어조로 먼저 침묵을 깨뜨렸다.

천기귀원심공을 완성했다니 태산(泰山)이라도 짊어질 수 있는 정력(定力)이 생겼을 것이다!”

 

천기귀원심공(天機歸元心功)!

 

실욕적인 모용은 별로 없다. 대신, 태산보다 육중한 정력을 길러주므로 그 중요성은 어떤 무공보다 크다고 할 수 있었다.

 

백발괴인은 엄숙한 표정으로 군무현을 주시했다.

이제 넥 비로소 노부와 노부 친우(親友)의 전세절학을 전수할 기반이 닦였군!”

“...!”

군무현은 무릎을 꿇은 채 묵묵히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문득, 백발괴인은 기광을 빛내며 군무현에게 물었다.

무현, 너는 노부의 본래 신분이 궁금하지 않느냐?”

“...?”

군무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 모습에 백발괴인은 문득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원하되 원함을 나타내지 않는다! 험난한 강호를 살아가는데 긴요한 자세지!”

“...!”

군무현의 무심한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한줄기 미소가 떠올랐다.

이윽고, 백발괴인은 안색을 진중하게 고치며 말했다.

우내사천황(宇內四天皇)을 아느냐?”

알고 있습니다!”

군무현은 흠칫하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내사천황(宇內四天皇)!

그들을 모르는 자 뉘 있으랴?

 

우내사천황(宇內四天皇)!

 

백년 이전에 이미 천하최강(天下最强)으로 군림해온 절대기인들, 그들의 무공은 극고의 경지를 이루었다.

무엇보다 그들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그들이 각기 한 방면에서 가히 고금무적(古今無敵)에 이르렀다는 점이었다.

고금을 통틀어 단연 최강으로 손꼽히는 천지십강(天地十强)!

설사 그들이라 해도 우내사천황의 한 가지씩의 특기에는 따르지 못할 정도였다.

 

독천황(毒天皇)!

신기황(神機皇)!

천음황(天音皇)!

천마황(天魔皇)!

 

이들 사인을 일컬어 우내사천황(宇內四天皇)이라 한다.

 

독천황(毒天皇)!

우내사천황의 최고령자. 그는 바로 청해(靑海) 독황궁(毒皇宮)의 개파조사였다.

천년 내에 가장 강한 독문제일인(毒門第一人).

 

신기황(神機皇)!

고금제일(古今第一)을 논할 수 있는 현자(賢者). 그가 무공을 지녔는지 그렇지 않은지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과 싸운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기관지학과 기문진법(奇門陣法)은 천하무적(天下無敵)이었다.

 

천음황(天音皇)!

음공(音功) 조종(祖宗). 그는 천하의 모든 악기를 다룰줄 아는 기인(奇人)이었다.

악기의 소리로 태산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상초유의 인물. 그에 의해 전무후무한 음공(音功)의 역사가 이루어졌다.

 

천마황(天魔皇)!

마도제일인(魔道第一人)이자 마공제일인(魔功第一人).

마종(魔宗)의 패도적인 마공이 그의 일신에 집약되었다.

마공에 있어 최고최강의 경지에 오른 인물, 그는 패도적인 마공과 뛰어난 통솔력으로 천하마도(天下魔道) 일백팔류(一百八流)를 일통시켰다. 그리하여 세운 것이 바로 천마궁(天魔宮)! 마도제일궁(魔道第一宮)인 저 천마궁(天魔宮)이었다.

 

하나, 우내사천황!

그들은 이미 일갑자 이전에 무림에서 사라졌다.

청해의 독황궁(毒皇宮)도 천마궁(天魔宮)도 일갑자 동안 무림에 출현하지 않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백발괴인의 입에서 그 우내사천황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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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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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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