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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 章

 

                    洞窟속의 怪人

 

 

 

쐐 애액!

귓청을 찢는 날카로운 파공성, 군무현의 신형은 급격히 아래로 추락해 내려갔다.

한데, 기이한 일이었다. 환영투도에 의해 천마애의 묵운 속으로 던져진 군무현, 그는 벌써 지면으로 떨어졌어야 마땅했다.

한데, 기이하게도 그의 몸은 끝도 없이 아래로 아래로 하락하고만 있지 않은가?

한순간,

(!)

군무현은 전신이 경직되는 아찔함을 느끼며 숨을 들이켰다. 그는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절벽이다!)

그는 내심 부르짖으며 전신을 부르르 경련했다. 그것은 아찔한 죽음의 예감이었다.

순간적으로 그의 눈 앞에 처절한 최후를 남기며 죽어간 부친 적룡대제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와 함께, 적룡세가!

온통 화마에 휩싸여 덧없이 쓰러지던 웅장한 적룡세가의 위용이 망막을 가득 채웠다.

특히, 자신과 적룡대제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검()을 안고 쓰러져간 적룡검사(赤龍劍士)들의 영상은 파편처럼 날카롭게 그의 가슴에 와 박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상처럼 눈앞에 어른거리는 얼굴..

! 그것은 이미 오래 전에 유명을 달리하신 생모(生母)의 자애로운 모습이었다.

문득,

(어머니...!)

군무현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격동을 느끼며 나직이 부르짖었다. 그와 함께, 그는 마치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 듯 스르르 정신을 잃고 말았다.

 

X X X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억겁(億劫) 같기도 하고 일수유 같기도 한 아득한 시간, 군무현은 그 시간 속을 끝없이 헤매고 있었다.

마치 죽음처럼 깊고 깊은 잠, 그는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하나, 아직 운명이 다히자 않았음인가?

문득,

(이곳이... 저승인가?)

군무현은 오랜 혼몽 끝에 깨어나며 정신을 차렸다.

그의 전신은 지극히 무기력했다. 마치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듯한 무력하고 공허로운 느낌..

하나, 그는 그 가운데 끝없이 안온한 기분도 함께 느꼈다.

일생을 바람처럼 떠돌다가 마침내 아늑한 풀밭에 누워 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군무현은 눈을 감은 채 그대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너무 지쳐 편안하게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데, 그때였다.

...! 문득 무엇인가 한 방울의 액체가 무력하게 벌어진 그의 입 안으로 떨어졌다.

“...!”

군무현은 그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무심고 떨어지는 액체를 목구멍으로 삼켰다.

뜻밖에도 그 액체는 매우 달콤하고 향긋했다. 또한, 전신을 상쾌하게 만드는 강렬한 향기마저 지녀 입안 가득 기분좋은 청량감을 퍼뜨리는 것이 아닌가?

(무엇일까?)

군무현은 눈을 감은 채 의아한 듯 내심 중얼거렸다.

하나, 그는 몸을 일으키거나 눈을 떠 주위를 살피지는 않았다.

그 한방울의 액체 탓일까? 기이하게도 군무현은 무기력하기만 하던 전신에 새 힘이 솟는 것을 느꼈다.

무엇인가 강렬한 기운이 그의 몸속을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그는 다시 입을 벌렸다.

하나 이번에는 다소의 기대감이 작용했다. 그러자, ! 다시 한방울의 달콤한 액체가 그의 입 안으로 떨어졌다.

이어, ... ...!

그것은 규칙적으로 떨어지며 그의 입 안을 청량하고 그윽한 향기로 가득 채우는 것이 아닌가!

군무현은 의아함과 함께 신기함을 금치못했다.

이제 그는 금방이라도 허공으로 튕겨질 듯 새 힘이 용솟음침을 느꼈다.

그의 전신에는 강력한 잠력이 무섭게 꿈틀거리며 살아나고 있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이놈! 정신을 차렸으면 냉큼 눈을 뜨고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돌연 한소리 사나운 호통이 군무현의 고막을 뒤흔들었다.

순간,

“...!”

군무현은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눈을 떴다.

군무현, 그가 있는 곳은 천정이 유난히 높은 하나의 동굴이었다.

지금 군무현은 동굴의 바닥에 누워있었다.

동굴. 기이하게도 그 동굴은 사면 벽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듯한 신비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온통 기이한 나무 뿌리가 서로 뒤엉켜 벽면을 덮고 있는 기이한 광경.

동굴의 중앙, 넓이 이장 정도 되는 하나의 웅덩이가 파여져 있었다. 그 웅덩이 속에는 무엇인지 모를 새파란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한데,

!”

막 몸을 일으키던 군무현, 그는 일순 대경성을 발하며 눈을 크게 떴다.

웅덩이 속, 누군가 그를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오오! 놀라운 모습이었다.

괴인(怪人), 한 명의 괴인이 불쑥 목만 내놓은 채 웅덩이 속에 잠겨 있지 않은가?

그의 모습은 실로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제멋대로 자란 허연 백발이 전신을 뒤덮어 마치 수초(水草)에 휘감겨 있는 듯한 괴이한 몰골.

봉두난발이 된 모발 사이로는 귀화같은 안광이 날카롭게 번뜩이고 있었다. 실로 절로 간담이 오그라붙는 섬뜩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철석간담을 지닌 인물이라 할지라도 혼비백산하고 말 음산하고 기괴한 풍경이었다.

그때, 웅덩이 속에 잠겨있던 백발괴인이 문득 경악으로 굳어있는 군무현을 주시하며 혀를 찼다.

끌끌... 사내 놈의 담력이 어찌 그 모양으로 보잘 것 없느냐?”

그 말에 군무현은 비로소 흠칫하며 정신을 차렸다. 순간, 그의 영민한 머리는 빠르게 돌아갔다. 그는 이내 전후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그는 내심 은은한 경악을 금치못했다.

(파옥쇄심수(破玉碎心手)에 당한 상세가 완치되었다!)

그것은 실로 놀라운 사실이었다. 하나, 군무현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지극히 무표정했다. 이윽고, 그는 괴인을 향해 무심하나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노인장께서 소생을 구하셨습니까?”

백발괴인의 두 눈에 언뜻 한줄기 이채가 스쳤다. 하나, 이내 그는 전율스런 귀광을 번뜩이며 대수롭지 않다는 듯 퉁명하게 대꾸했다.

클클클... 삼십년 간을 이 모양으로 살다보니 사람이 그리워 네놈을 구했을 뿐이다!”

“...!”

군무현의 얼굴은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을만큼 무표정했다.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잃은 것일까? 그의 안색은 차갑고 무심하게 굳어 있었다.

하나, 그는 명가(名家)의 후손이었다. 결코 예의를 모르는 불손한 인물은 아니었다. 군무현은 백발괴인을 향해 정중히 일배를 올렸다.

순간,

치워랏! 마음에도 없는 인사는 받고싶지 않다!”

백발괴인은 눈을 부릅뜨며 버럭 대갈을 내질렀다.

그와 함께, 강력한 잠력이 뻗어나와 군무현의 상체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가?

“...!”

군무현은 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굽혔던 허리를 펼 수밖에 없었다.

백발괴인은 그런 군무현을 노려보며 퉁명스러운 어조로 불쑥 내뱉았다.

구하기는 했으나 괜한 골치만 썩게 되었다!”

그 말에 군무현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소생의... 절맥(絶脈)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는 직감적으로 백발괴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그러자 백발괴인은 뜻밖이라는 듯 오히려 되물었다.

네놈 스스로 절맥(絶脈)을 알고 있었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군무현은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발괴인은 두 눈을 기이하게 번뜩이며 말했다.

말해 보아라!”

군무현은 무심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소생의 절맥은 천지지간에 가장 양강(陽强)하다는 태양신맥(太陽神脈)입니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군!”

백발괴인은 기광을 번뜩이며 의미모를 괴소를 지었다.

 

태양신맥(太陽神脈)!

 

일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극양절맥(極陽絶脈). 마치 태양(太陽)이 몸 속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지극한 극양지기(極陽之氣)를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체질이다.

태음경(太陰經)은 물론 소음경(小陰經)마저도 없는 완전한 극양지체(極陽之體). 이 신맥을 타고난 인물은 오성이 범인(凡人)보다 백배 뛰어난 천고기재가 된다.

하나, 불행하게도 단명(短命)의 운을 함께 타고 태어나니...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 속의 극양지기는 더욱 강렬해진다.

그리하여, 마침내 이십세가 되면 극양지기는 최고에 이르러 전신 심맥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타들어 가게 되며 결국 목숨을 잃고마는 것이었다.

한데, 군무현! 그가 바로 그 기이한 절맥인 태양신맥(太陽神脈)을 타고 태어 났다니...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야명주 불빛이 희미하게 밝혀진 동굴 안, 잠시 그곳에는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것은 백발괴인이었다.

노부는 네놈과 흥정을 하고 싶다!”

그는 퉁명스러운 어조로 불쑥 그렇게 말했다.

“...!”

군무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백발괴인을 주시했다. 백발괴인은 그런 군무현의 얼굴을 꿰뚫어 볼 듯 주시하며 말을 이었다.

흐흐... 네녀석에게는 하늘을 얼려버릴 듯한 엄청난 살기(殺氣)가 뻗힌다. 이는 곧 네녀석에게 불공대천지수가 있다는 것을 뜻한다.”

순간, 군무현의 무심한 얼굴에 흠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그는 은은한 경악과 함께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 괴인은 범인(凡人)이 아니다. 타인의 마음을 훔칠 지경에 이른 모사(謀士)!)

하나, 그는 내심의 놀라움과는 달리 지극히 냉담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백발괴인은 그런 군무현의 심중을 마치 꿰뚫어 보고 있는 듯했다.

흐흐... 그리고 그 원한은 네 녀석이 이십세(二十歲)가 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님도 안다!”

순간,

“...!”

군무현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하나, 그는 어쩔 수 없이 백발괴인의 말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문득, 백발괴인은 기이한 눈빛을 번뜩이며 군무현을 주시했다.

클클... 노부가 네녀석의 수명을 오년(五年) 더 연장시켜 줄 수 있다고 하면 믿겠느냐?”

군무현은 그 말에 흠칫하며 백발괴인을 마주 주시했다.

순간, 그는 마음의 확신이 섰다.

(이 기인(奇人)이라면...!)

그같은 믿음이 서자 그는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습니다!”

그의 대답에 백발괴인은 괴이한 기소를 터뜨렸다.

클클... 네녀석이 오십(五十)까지만 살 수 있어도 향후 일천년의 중원무림사(中原武林史)가 뒤집혀지고 말 것이다!”

그의 어조는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하나, 군무현은 여전히 무표정했다. 그는 감정이 깃들지 않은 냉담한 어조로 물었다.

소생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순간, 백발괴인의 두 눈에 끔찍한 살광이 번쩍 폭사되었다.

한놈을 노부 대신 죽여라!”

그의 음성에는 엄청난 원한과 살기가 내포되어 있었다.

일인격살(一人擊殺)! 그것이 전부입니까?”

군무현은 여전히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백발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여 말했다.

흐흐... 쉽게 여기지 마라. 그놈은 천하에서 가장 음흉한 놈이다. 또한 백년내에 무적(無敵)으로 통하는 절세고수다! 그놈 일인을 죽이기 위해서는 천하(天下)와 맞서 싸워야 될지도 모른다!”

천하(天下)와 맞서 싸운다...!”

군무현은 나직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의 무표정한 얼굴에 한줄기 고통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와 함께, 그의 망막에 천하를 상대로 맞서 싸우던 한 거인(巨人)의 모습이 떠올랐다.

군무현 자신의 한 목숨을 구하기 위해 천라지망 안으로 스스로 몸을 내던진 인물, 부친 적룡대제! 바로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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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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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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