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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 章

 

                    天魔崖慘劇

 

 

 

환영투도는 안면 가득 분노와 의혹의 빛을 떠올리며 적룡대제를 올려다 보았다.

... 주공!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적룡세가가 불타고 삼천(三千)의 정영들이 참살당한 것을 보았습니다. 도대체 어느 놈들이...!”

그는 부르르 전신을 떨며 영문을 캐물었다. 그가 잠시 적룡세가를 비운 사이 참화가 밀어닥친 것이었다.

적룡대제의 안면은 고통스럽게 이지러졌다.

음모(陰謀)외다. 어느 작자인가... 적룡세가의 성세를 못마땅하게 여겨 본제(本帝)가 천지십강(天地十强)의 비도(秘圖)를 얻었다고 소문을 낸 것이오!”

그 말에 환영투도는 전신을 부르르 떨며 이를 갈았다.

으득... 어느 놈이...!”

그의 두 눈에서는 엄청난 분노의 살광이 폭사되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안색이 대변하여 경악의 음성으로 외쳤다.

주공! 중상을 입으셨군요!”

그제서야 비로소 그는 적룡대제의 상세를 발견한 것이었다.

적룡대제는 그런 환영투도를 향해 설레설레 고개를 내저었다.

이미 늦었소. 그보다... 주이에 널려있는 적들은 얼마나 되오!”

그 물음에 환영투도는 침중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

이천(二千)의 강적들이 천라지망을 펼치고 있습니다. 특히 임해(林海) 주위로 열화신문(熱火神門)이 열화천염대진(熱火天焰大陣)을 치밀하게 펼쳐놓고 있습니다!”

“...!”

적룡대제는 굳은 안색으로 절망의 눈빛을 지었다.

문득, 그는 고통과 연민이 얼룩진 눈으로 아들 군무현을 내려다 보았다.

(이 애비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잠시나마 적의 눈길을 따돌리는 것 뿐이다!)

그는 내심 중얼거리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파파앗!

돌연 그는 들고 있던 적룡검으로 자신의 왼팔을 힘껏 후려치는 것이 아닌가?

! 한소리 둔탁한 음향과 함께 피보라가 확 퍼져올랐다.

환영투도는 적룡대제의 그 갑작스런 행동에 대경함을 금치못했다.

주공!”

그는 경악의 음성으로 부르짖었다.

하나, 이미 늦은 후였다. 적룡대제의 왼팔은 그의 적룡검에 싹뚝 베어져 나간 것이었다. 끊어진 그의 왼팔에서는 뚝뚝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적룡대제는 그 선혈을 혼절한 군무현의 입속으로 흘려넣었다.

파리한 잿빛으로 물든 군무현의 입술, 그 사이로 선연한 핏물이 주르르 흘러들었다.

적룡대제는 그 모습을 묵묵히 내려다 보았다.

이어, 그는 만면에 염려의 표정을 짓고있는 환영투도를 주시했다.

환노(幻老)! 무현은 파옥쇄심수(破玉碎心手)에 당했소!”

순간,

파옥쇄심수!”

환영투도의 안색이 급변했다.

적룡대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소. 무현은... 일각 내에 추궁과혈을 해주어야 하오! 무현을 환노에게 맡기겠소!”

환영투도는 대뜸 그의 뜻을 알아채고는 안색이 일변했다.

주공! ... 설마...!”

적룡대제는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환노의 은신술은 당금제일이니... 충분히 임해를 빠져나가리라 믿소!”

그는 신뢰어린 눈빛으로 환영투도를 주시하며 말했다.

순간,

주공...!”

환영투도는 치받치는 오열을 참지못하며 전신을 세차게 경련했다. 그 모습에 적룡대제의 강인한 눈빛이 한 차례 미미한 동요를 보였다.

하나, 곧 그는 한시가 급하다는 듯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천마애(天魔崖)로 가시오! 그곳이라면 적도들도 따르지 못할 것이오!”

“...!”

환영투도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그는 말없이 적룡대제를 주시할 뿐이었다.

그 말없는 눈빛 속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격정과 염려, 그리고 비애의 빛이 뒤엉켜 떠올랐다.

사위는 쥐죽은 듯 고요하기만 했다. 하나, 그 중에는 숨막히는 살기가 팽팽히 깔려 있었다.

한데, 그때였다.

... !”

문득 한소리 나직한 신음성과 함께 죽은 듯이 늘어져 있던 군무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정신을 차리자 마자 핏자국이 묻은 파리한 입술을 달싹거렸다.

아버님... 환노(幻老)!”

그는 환영투도를 발견하고는 반가움의 빛을 지었다.

그때, 적룡대제가 무어라 입을 열려는 군무현을 급히 저지하며 말했다.

무현! ... 들어라!”

, 아버님!”

군무현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적룡대제의 표정과 어투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은 것이었다.

적룡대제는 엄숙한 신색으로 아들 군무현을 내려다 보았다.

이 애비가 무림을 살아온 신조가 무엇인줄 아느냐?”

그는 먼저 군무현에게 그렇게 물었다. 그의 그 음성에는 일대종사(一代宗師)의 당당한 자부와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군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 남이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 또한 남을 건드리지 않고, 나를 건드리면 천만(千萬)의 적()이라도 결코 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적룡대제의 입가에 한가닥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하나, 그의 얼굴은 이미 산사람의 그것이 아니었다.

짙은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그를 함락시키고 있었다. 다만, 그는 죽음을 초월한 무서운 의지로 고통에 대항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는 타는 듯 강렬한 눈빛으로 군무현을 응시했다.

이제 애비의 모든 것을 네게 넘긴다!”

순간,

“...!”

군무현은 세차게 전신을 경련했다. 부친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적룡대제는 품속을 뒤져 하나의 옥패를 꺼내들었다. 이어, 그는 그 옥패를 적룡검과 함께 군무현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 순간 군무현은 보았다. 부친 적룡대제의 피로 흥건히 물든 어깨를... 왼쪽 팔이 싹둑 잘려져 나간 그의 어깨는 끔찍하게도 피투성이었다.

“...!”

그것을 본 군무현은 부르르 몸을 떨며 전율했다. 그의 눈빛은 처절한 슬픔과 고통으로 얼룩졌다.

하나, 그는 입술을 짓깨물어 터져 나오려는 오열을 삼켰다.

이어, 그는 떨리는 손으로 적룡검과 옥패를 공손히 받아들었다. 그것을 바라보는 적룡대제의 두 눈에 자랑스러운 빛이 떠올랐다.

이 속에 애비의 모든 것이 담겨있다!”

“...!”

군무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가슴이 메어질 듯한 슬픔을 느끼며 소리없이 오열했다.

창자를 끊어내는 듯한 단장의 아픔이 그의 전신을 뒤흔들었다.

군무현, 그는 치유가 거의 불가능한 절맥(絶脈)을 타고난 몸이었다. 그런 반면, 그는 지극히 영민하여 그 지혜가 하늘에 닿을 정도였다.

그런 군무현이 부친 적룡대제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

(아버님은 살신성인(殺身成人)하실 생각이다!)

부친의 그런 의도를 짐작한 그는 처절한 비애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적룡대제 군천휘, 그 또한 군무현의 내심을 읽고 있었다. 하나, 그는 강인하고 과묵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결코 감정을 경솔히 드러내지 않는 인물, 그는 엄숙한 안색으로 군무현을 내려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잊지마라! 삼천(三千)의 적룡검사(赤龍劍士)들이 너 하나를 위해 웃으며 죽어 갔다는 것을...!”

그는 강인한 어조로 힘주어 말했다.

그 말을 마침과 함께,

!”

한 소리 웅후한 장소성과 함께 그의 신형이 허공으로 튀듯이 날아올랐다.

이어, 파 앗!

그의 몸은 당겨진 화살처럼 허공으로 폭사되어 갔다.

그 순간,

나왔다!”

적룡대제다!”

쏴라!”

기다렸다는 듯 여기저기서 일제히 분분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 쐐 액! 화르르... ! !

수천 송이의 불길이 일제히 적룡대제의 전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 그것은 실로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일시에 허공에는 찬란한 불꽃이 작렬하듯 터져올랐다.

뒤미처, ! 콰르르릉...!

천붕지열의 굉음이 천지를 들썩 뒤흔들었다.

오오... 보라! 적룡대제 군천휘!

그의 몸은 한순간 허공에서 흔적도 없이 산화되어 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눈 깜짝할 순간 그의 몸은 한줌의 재로 화해 흩어져 버린 것이다.

살신성인(殺身成人)! 이토록 무참히, 흔적도 없이 한순간에 재로 사라지는 것으 그 숭고한 희생의 대가란 말인가?

그것은 너무나 찰나지간에 벌어진 일인지라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때,

주공...!”

환영투도는 적룡대제 군천휘의 장렬한 최후를 지켜보며 피를 토하듯 오열했다.

“...!”

군무현,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털썩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전신은 벼락을 맞은 듯 연신 부르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나, 그는 필사적으로 입술을 악물며 오열을 짓씹어 삼켰다.

전신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엄청난 슬픔과 충격! 부친의 장렬한 최후는 그의 가슴에 피멍을 맺히게 했다.

있는 힘을 다해 악다문 그의 입술은 처참하게 터져 선혈이 흘러내렸다.

, 지금 그의 두 눈에는 피눈물이 고이고 있었다.

혈루(血淚), 그것은 통한의 혈루였다.

아아... 아버님이시여!

군무현은 으스러져라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어디서 그런 힘이 생긴 것일까? 잔뜩 핏발이 선 그의 두 눈은 엄청난 원한과 분노의 광휘로 번뜩이고 있었다.

어쩌랴? 이제 십사세에 불과한 어린 소년 군무현, 그는 실로 감당치 못할 너무도 크나큰 한()을 짊어지고 만 것이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 찾아랏!”

적룡대제의 시신에 천지십강(天地十强)의 열쇠가 있을 것이다!”

와아!”

사방에서 수천 명의 군웅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벌떼같이 덮쳐들었다.

그 순간,

소주(少主)! 노복이 모시겠습니다!”

환영투도가 비감어린 음성으로 말하며 군무현의 허리를 굳게 끌어안았다.

말과 함께, 스스스... 그는 기민하게 몸을 움직여 장내를 빠져나갔다.

군무현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다.

(잊지 않는다!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아버님을 시해하고 적룡세가를 무너뜨린 자들... 반드시 그 천만배로 갚아 주리라!)

그는 두 주먹을 으스러져라 움켜쥐며 다짐했다. 일생을 다해도 결코 잊지못할 철천지한(徹天之恨).

처절하고도 뿌리깊은 원한이 어린 그의 가슴에 깊이깊이 심어지고 있었다.

 

X X X

 

천마애(天魔崖).

 

대파산의 제일험지(第一險地). 세인들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는 천고절지(天古絶地)였다.

천마애는 사시사철 온통 시커먼 묵운(墨雲)으로 휩싸여 있다. 짙은 공포와 암울한 신비가 어려있는 곳, 천마애의 진실된 모습을 아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나... 문득, 스스슥...!

스산한 음풍을 타고 하나의 인영이 천마애로 날아내렸다.

천험절지의 암울한 침묵을 깨며 날아든 인영, 일노일소(一老一少)! 바로 군무현을 안은 환영투도였다.

! 환영투도는 신형을 멈추며 앞을 노려보았다.

(저 묵기(墨氣)는 진세(陣勢)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천마애에 가공할 절진(絶陣)이 쳐져 있다는 것이 사실이었군!)

그는 형형한 눈을 번뜩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결연한 신색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소주(少主)를 숨길 수 있는 곳은 오직 저곳밖에 없다!)

결심한 순간, 그는 축 늘어진 군무현을 안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두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넘쳐 흘렀다.

(소주...! 천마애의 절진 속으로 들어가게 되면 영원히 빠져 나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하나... 적도들의 마수(魔手)를 피할 수 있는 곳은 오직 이곳뿐이니...!)

그는 측은한 연민의 눈빛으로 군무현을 내려다 보았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이럴 줄 알았다!”

돌연 한소리 싸늘한 일성이 환영투도의 귓전을 울렸다.

순간,

!”

환영투도는 대경하며 홱 돌아섰다.

그런 그의 삼장 앞, 언제였을까?

한 명의 백의노인이 유령같이 우뚝 서 있었다.

고아한 용모에 신선같은 풍모를 지닌 노인, 귀밑까지 늘어뜨린 허연 백미(白眉)가 무척 특이한 인상을 풍겼다.

환영투도는 홀연한 백의노인의 등장에 내심 경악을 금치못했다.

(나의 이목을 속이는 자가 있다니...!)

환영투도! 그가 누군가?

천하(天下)가 알아주는 경공의 대가가 아닌가?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백의노인이 지척까지 접근하도록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환영투도는 절로 가슴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귀하는 누구요?”

환영투도는 백의노인을 노려보며 차가운 어조로 물었다.

그러자, 백의노인은 기품있는 용모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음침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흐흣! 알 필요 없다! 네놈은 곧 죽게 될테니까!”

그자는 음산한 눈빛을 번뜩이며 일축했다. 이어, 그 자는 천천히 환영투도를 향해 다가섰다.

“...!”

환영투도는 일순 이마에 땀이 배이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긴장으로 굳어졌다.

(... 주공에 못지않은 강자다. 노부의 상대가 아니다!)

그는 내심 빠르게 염두를 굴리며 백의노인을 노려보았다.

순간, 그의 두 눈에 엄청난 살광이 번쩍 폭사되었다.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 이 모두가 네놈의 짓이었군!”

그는 부르르 몸을 떨며 찌렁한 분노의 폭갈을 내질렀다.

백의노인. 그 자를 일견한 순간 환영투도는 직감적으로 눈앞의 백의노인이 음모(陰謀)의 원흉임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그와 함께, 그는 축 늘어져 있는 군무현을 향해 급히 전음을 보냈다.

소주! 노복이 저자를 막을 동안 천마애로 들어가십시오! 위험을 벗어나시면 천중산(天中山) 자하곡(紫霞谷)으로 가십시오! 그곳에 원수를 갚기에 충분한 무공비급들이 있습니다!”

“...!”

군무현의 창백한 안색이 어둡게 굳어졌다.

그때, 백의노인은 음흉한 음소를 흘리며 바짝 환영투도의 앞으로 다가섰다.

풀을 뽑을 때는 뿌리까지 뽑아야 하는 법!”

그 자는 냉혹하고 음산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다음 순간, 우르릉!

그 자의 소매에서 돌연 산악같은 경기가 쏟아져 나왔다.

환영투도는 질끈 입술을 악물었다. 이어, 그는 군무현을 바라보며 결연한 음성으로 전음을 보냈다.

소주! 가십시오!”

말을 마침과 함께, 휘 익!

그는 안고있던 군무현을 그대로 천마애의 자욱한 운무 속으로 힘껏 집어 던지는 것이 아닌가!

그 갑작스런 사태에 백의노인은 낭패함을 금치못했다.

이런... 여우같은 놈!”

그자는 안면을 흉측하게 이지러뜨리며 폭갈을 내질렀다.

그와 동시에, 쉬 익!

그 자는 벼락같은 기세로 허공으로 날아가는 군무현을 낚아채려 했다.

하나,

어딜!”

위 잉! 콰르릉... !

환영투도가 황급히 장을 내질러 백의노인을 막아섰다. 그의 소매에서는 칼날같이 날카로운 경기가 섬전처럼 폭사되었다.

백의노인은 대노하며 발을 굴렀다.

교활한 도둑놈!”

우웅!

그자는 노기충천하여 맹렬히 우장을 휩쓸어냈다. 그러자, 그의 우수가 돌연 새파랗게 물드는 것이 아닌가!

환영투도는 흠칫하여 눈을 부릅떴다.

... 천강쇄옥수! ... 네놈은...!”

그는 경악과 불신의 눈빛으로 백의노인을 노려보았다.

그 순간, 콰쾅! 백의노인의 새파란 우수가 여지없이 환영투도의 가슴을 가격했다.

직후,

크 악!”

환영투도의 처절한 비명이 천마애를 울렸다.

그는 무참하게 가슴이 박살난 채 가랑잎처럼 뒤로 날아갔다.

그 직후, ! 백의노인은 환영투도의 생사(生死)를 살피지도 않고 다급히 천마애로 뛰어들었다.

하나, 군무현의 모습은 이미 천마애의 자욱한 묵운 속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백의노인의 청수한 안면은 보기싫게 이지러졌다.

이런 낭패가...!”

그자는 길게 뻗은 백미를 부르르 떨며 발을 굴렸다.

이윽고, 그 자는 체념의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돌아서는 그 자의 얄팍한 입꼬리에 한 가닥 음흉한 음소가 떠올랐다.

개운치 않지만... 안심해도 좋을 것이다. 천마애에 접근했다가 살아난 자는 아무도 없으니...!”

그 자는 음산한 눈을 번뜩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이어, 스스스... 그 자의 신형은 유령같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 명의 장렬한 의혈(義血)이 뿌려진 천마애. 천고의 침묵 속에 잠긴 천마애는 여전히 무심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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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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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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