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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모닥불이 피워진 곳. 여우가 황보경을 내려다보고 있고

[!] 무언가 느끼고 고개 돌려 모닥불 너머의 어둠 속을 보는 여우

가릉! 슥! 일어나 어둠 속을 노려보는 여우

<이제 보니 진짜 여우가 아니었군.> 번쩍! 어둠 속에서 한쌍의 눈이 살벌하게 빛나고

번뇌대작; [그럼 좀 성가실 수도 있겠군.] 스윽! 모닥불이 비치는 밝은 곳으로 나오는 번뇌대작

카악! 꼬리와 털을 세우며 위협하는 여우

그 바람에 황보경도 깨어나서 눈을 뜨고

그러다가 흠칫! 하는 황보경.

모닥불 너머에서 보검을 뽑으며 다가오는 번뇌대작

황보경; [신도륜... 당신이란 사람...] 한숨 쉬고

황보경; [비에 젖은 낙엽처럼 참으로 질척거리는 성격이로군요.] 누운 채 고개만 옆으로 돌려 번뇌대작을 보면서 말하고

번뇌대작; [남편보고 당신이란 사람?] 살벌

번뇌대작; [더 이상 날 남편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인데...] [설마 벌써 초가놈과 붙어먹은 것이냐?]

황보경; [당신...] 분노하여 벌떡 일어나려다가

욱신! 번뇌대작에게 채였던 옆구리가 걸러서

황보경; [휴우...] 털썩! 다시 바닥에 드러눕고

황보경;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 내 몸을 맛 본 사내는 당신이 유일해요.]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도 날 모욕하지 말아요.]

번뇌대작;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고?] [위태극이 당신 몸뚱이를 수시로 물고 빠는 걸 봤는데?] 광기 서린 표정으로

황보경; [그건 당신이 위태극에게 날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암시를 준 때문이에요.] 수치심과 분노

<그래서 수도 없이 그자에게 농락을 당했지만...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해서 마지막 선은 지켰어요.> 창고 같은 곳에서 위태극에게 희롱당하는 황보경. 몸부림치며 빠져나가려 하고. 문 틈으로 그걸 보는 번뇌대작

황보경; [이런 절 의심하기나 하고... 당신은 참으로 가엾은 인생이로군요.]

번뇌대작; [무슨 소릴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으니 애써 변명을 늘어놓을 거 없고...] [당신이 날 위해 마지막으로 해줄 일은 함께 번뇌마가로 돌아가는 거요.] 다가오고. 그러자

카아! 이빨 드러내며 황보경 앞을 가로 막는 여우

번뇌대작; [요물!] [미리 경고하는데 날 방해하지 마라.] 지징! 빛이 나는 검으로 여우를 겨누고

번뇌대작; [정신이 깃든 검은 혼백도 벤다.] [네놈이 비록 제법 요력을 지닌 요물이긴 해도 내 참요검결(斬妖劍訣)을 견디지는 못할 것이다.] 빛나는 검으로 겨누며 여우에게 다가오고. 순간

카아! 폭발적으로 도약해서 번뇌대작을 덮쳐가는 여우

번뇌대작; [경고는 했다!] 슈학! 빛나는 검으로 여우를 수직으로 갈라버리고

황보경; [흑!] 입으로 손을 가릴 때

슈칵! 둘로 나뉜 여우가 그대로 번뇌대작의 몸으로 스며든다

두근! 그자의 심장을 뚫고 지나가는 둘로 나뉜 여우

번뇌대작; [큭!] 휘청하고

슈욱! 그런 그자의 등으로 빠져나오는 두 개로 갈라진 여우. 하지만

슈우! 다시 하나로 합쳐지며 바닥에 내려서는 여우. 하지만

푸스스! 여우의 몸의 상당 부분이 흩어지고

번뇌대작; [제... 제법이로군! 심장에 충격을 주다니...] 비틀하며 돌아서고

번뇌대작; [하지만 네놈의 상태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구나.] 쾅! 웃으면서 왼손으로 자기 왼쪽 가슴 때려서 심장을 다시 뛰게 하고

두근! 다시 뛰는 심장의 형상

번뇌대작; [아무리 요물이라도 영적인 타격을 받으면 결국 소멸하고 말지.] 지징! 빛나는 검으로 여우를 겨누며 다가가고.

카아! 버티고 서며 이빨 드러내는 여우

번뇌대작; [한 번만 더 내 참요검결에 당하면 네놈은 영영 소멸되어 사라질 것이다. 그러니 잘 생각해서 대처해라.] 검으로 겨누며 여우에게 다가가고

카아! 이빨 드러낸 채 물러서지 않는 여우

번뇌대작; [소멸을 각오하고 초가놈이 부여한 사명을 완수하겠다?] 표정이 살벌해지고

번뇌대작; [그럼 원하는 대로 해주지!] 징! 빛이 나는 검으로 여우를 찌르려 하고.

카아! 비틀하며 뒤로 물러서는 여우. 그때

[무리할 것 없다.] 스윽! 누군가의 팔이 여우를 끌어안아 품에 안고

번뇌대작; [!] 놀라 눈 부릅

[!] 황보경도 놀라고

청풍; [수고했다 호정! 네 역할은 여기까지다.] 스윽! 어둠 속에서 모닥불로 일어난 밝은 쪽으로 들어서는 청풍. 품에 여우를 안고. 여우는 안도하며 고개 돌려 청풍의 턱을 혀로 핥고

번뇌대작; [초... 초무궁!] 얼굴 이지러지며 주춤 물러서고

청풍; [이미 두 분 사이는 파경에 이르렀는데... 무슨 미련이 남아서 부인을 괴롭게 하는 것이오?] 여우를 쓰다듬으며 지긋이 보고

번뇌대작; [부부 사이 일에 주제넘게...] + [!] 말하다가 입 다물고

지긋이 보는 청풍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나고

번뇌대작; (젠장!) 얼굴 이지러지고

번뇌대작; (도저히... 정면 승부로는 어쩔 수 없는 놈이다.) 이를 바득 갈고. 이어

번뇌대작; [오늘 진 빚도 장부에 적어두지.] 철컹! 검을 칼집에 넣고

번뇌대작; [언제고... 반드시 빚을 갚을 때가 올 것이다. 나 신도륜, 은원은 죽지 않는 한 잊지 않는 성격이니...] 화악! 날아올라서

번뇌대작; [으하하하!] 비통하게 웃으며 어둠속으로 멀어진다

안도하는 황보경

청풍; [은원은 죽지 않는 한 잊지 않는다?] 여우를 쓰다듬으며 쓴웃음

청풍; [별로 자랑할 만한 성격이 아닌데 입 밖에 내는군.] 황보경 쪽으로 가고

황보경; [그러게나 말이에요.] 일어나려 하며 애처롭게 웃고

청풍; [누워계십시오. 아직 쾌차하신 상태도 아니신데...]

황보경; [죽을 정도도 아니니 은공께 결례를 할 수는 없지요.] 일어나 앉고. 그러자

귀희; [확실히 저 벽창호가 각별한 마음을 품을 만 하네.] 슥! 유령같이 뒤에 나타나 황보경의 귀에 속삭이고. 흠칫! 하지만 놀란 티는 크게 내지 않는 황보경

귀희; [역시 여자는 조신해야 제대로 된 사내의 관심을 받는 모양이야.] 황보경 옆에 앉고

귀희; [놀라게 했다면 사과할게. 아마 내가 몇 살 많을 테니 말을 놔도 되겠지?]

황보경; [은공의 지인이실 테니 제게 편히 대하셔도 되어요.] 조신하게 웃고

귀희; [확실히 못 당하겠어. 우리처럼 강호에서 막 굴러 먹은 인생이 흉내 낼 수 없는 품위가 배어있으니...] 샐쭉거리며 앉고

청풍; [신녀문 출신의 귀희라는 분입니다.] 두 여자 앞쪽에 앉으며 귀희를 황보경에게 소개하고

황보경; [신녀문의 고제자(高弟子)셨군요. 황보경이라고 해요.] 고개 좀 숙이고

귀희; [고제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아. 이미 오래 전에 신녀문에서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버린 몸이니...] 한숨 쉬고

황보경; [사연이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요?] 애잔한 미소

귀희; [제법 위로가 되는 말이네.] [어쩐지 동생하고는 말이 잘 통하겠어.] 황보경의 손을 잡고

황보경; [그러게요.] 미소

청풍; [수인사는 그 정도로 하시고...] 끼어들고. 두 여자 청풍을 보고

청풍; [이제 약속했던 대로 내 질문에 답을 할 차례요.] 준엄하게 귀희에게

귀희; (순둥이처럼 보이지만 정색을 하니 무섭네.) + [말해봐.]

청풍; [한왕의 사주를 받아서 주첨기에게 실혼고를 먹일 예정인 자는 누구요?]

귀희; [그건...] 좀 당황하고

청풍; [내게 구함을 받을 때 했던 약속, 잊지 마시오.] 준엄

귀희; [어쩔 수 없네.] [발설했다가는 한왕, 아니 위극겸이 날 용서하지 않겠지만 약속은 지켜야겠지.] 한숨 쉬고

청풍; [위극겸?]

청풍; [어쩐지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귀희; [몰랐어?] [한왕의 군사인 삼절서생 위극겸과 위태극의 아들 위극천은 동일인이야.]

귀희; [삼절서생 위극겸은 사자천존 아래에서 무림맹 군사 노릇을 했었고.]

청풍; (그랬구나!) 이를 부득

청풍; (아버지를 속이고 신행철필로 하여금 어린 날 납치하게 핍박한 원흉은 귀면지존 위태무가 아니라 삼절서생 위극겸, 즉 위극천이었구나.) 이를 부득. 자기도 모르게 살기를 뿜어내고

귀희; (저 인중지룡이 위극겸, 아니 위극천에게 지독한 살심을 품고 있네.) 눈치 보고

귀희; (저 녀석에게 찍혔으니 위극천의 인생이 어떤 결말을 맞게 될지 눈에 선하구나.)

청풍; [위극천이 황태손 주첨기 옆에 누굴 간세로 심어둔 거요?]

귀희; [놀라지 마. 위극천의 사주를 받은 자는 바로...] 목소리 낮추며 주변 살피면서

귀희; [금의위(錦衣衛) 통령 동방여명(東方黎明)이야!]

청풍; [!] 눈 부릅 놀라고.

 

#523>

<-영락제의 주둔지 유목천(楡木川)> 밤. 휘어져 흐르는 강변에 거대한 군대 주둔지가 형성되어 있다. 수많은 천막이 끝이 보이지 않게 이어져 있고. 한쪽에는 수많은 말들이 울타리 안에 서서 자고 있고. 중무장한 군사들이 오가고 있다.

무장한 군사들 수십 명이 삼엄하게 지키는 커다란 막사.

그곳으로 오는 동방여명.

[각하!] [어서 오십시오.] 군례하는 군사들

동방여명; [황태손께서는?] 다가오며

군사1; [폐하께 혼정(昏定;부모님께 저녁에 드리는 문안)드릴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말하며 문을 열어주는 군사.

동방여명; [언제 몽고족의 자객이 숨어들지 모른다.] [황태손께서 폐하께 문안드리러 가는 행로에 대한 순검(巡檢)을 반복하도록.] 안으로 들어가며 말하고

[옛!] [분부 거행하겠습니다.] 대답하는 군사들

동방여명; (드디어...) 천막 안으로 들어가는 동방여명의 표정이 굳어있고

 

#524>

천막 내부. 화려하다. 바닥에는 융단이 빼곡하게 깔려 있고. 침대와 탁자등도 있고. 주첨기가 서있고 궁녀 두명이 주첨기에게 옷을 입혀주는 중이다. 모기를 쫓기 위해 상당히 큰 향로가 준비 되어 있고 그 향로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들어서는 동방여명

주첨기; [통령! 어서 오시오.] 궁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관복을 입으면서 말하고

동방여명; [오늘 하루도 전하께서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포권하고

주첨기; [고생은 여러 장군들이 했지.] [나야 뭐 말만 좀 타고 돌아다닌 정도인데 고생이랄 게 있겠소?] 궁녀들이 입혀주는 옷을 입으면서 대답하고

동방여명; [몽고 최강의 부족인 오이라트애서 고용한 자객들의 표적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당분간 막부 내에 머무르시는 것이 어떨지요?] 슥! 향로 옆에 멈춰서며 포권 했던 손을 내리고

주첨기; [군사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나나 폐하중 한명은 늘 군사들의 이목에 노출되는 게 좋소.] 옆을 보며 말하는데

툭! 포권 푸는 동방여명이 손에서 작은 덩어리가 튕겨져 나가서

쏙! 향로 속으로 들어간다.

푸시시 향로에서 뿜어지는 연기가 조금 더 많아지고

주첨기; [폐하의 연세도 있으니 내가 주로 군사들 앞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옷매무새를 살피는데

동방여명; [소신이 전하의 깊은 뜻을 어찌 헤아리지 못하겠습니까?] 포권하는 척 하면서 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동방여명; [하지만 이제 곧 모든 근심은 끝이 날 테니 무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음산하게 웃고

주첨기; [모든 근심이 끝이 나다니... 무슨 뜻이오?] 슈우! 어리둥절 하는 주첨기의 코로 연기가 흘러들어가고. 그러자

[!] 덜컥! 연기를 들여마신 주첨기의 눈이 흐려지고

연기는 궁녀들의 코로도 흘러들어가고

[으음!] [하악!] 궁녀들도 눈이 풀리며 쓰러지고

털썩! 쿵! 쓰러지는 궁녀들

동방여명; (됐군!) + [지금부터 소신이 하는 말씀을 새겨들으시기 바랍니다.]

주첨기; [말... 하시오.] 눈에 초점이 없는 상태로 멍하니 대답하고

동방여명; [만악(萬惡)의 근원은 다름 아닌 영락폐하시오.] 다가가고

주첨기; [영락폐하가... 만악의 근원...] 중얼

동방여명; [영락폐하만 돌아가시면 수많은 군사들이 이렇게 변방에까지 와서 고생을 하지 않으셔도 되지 않겠소이까?] 주첨기의 귀에 대고 속삭이고

주첨기; [그렇지. 군사들의 고생이... 너무 막심하지.] 중얼

동방여명; [그러니 오늘밤... 혼정 문안을 드리러 간 자리에서 모든 화근의 싹을 잘라버리시는 것이오.] [전하의 손으로...] 속삭이며 긴장한 표정을 짓고

 

#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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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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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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