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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아침. 대택향. 멀리 천마련 총단이 보이는 곳

그곳을 날아가는 청풍.

청풍; (원래는 사람들과의 작별 인사가 길어지는 게 번거로워 한밤중에 떠날 생각이었다.) 날아가며 생각하고

청풍; (하지만 한밤중은커녕 날이 훤히 밝은 후에야 천마련을 나설 수 있었다.) (한부인의 한도 끝도 없는 요구를 들어주다보니...) 자기 위에서 방아를 찧던 한경파를 떠올리며 쓴웃음 짓고

청풍; (어쩔 수 없이 밤손님처럼 몰래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뇌소저와 구숙정 눈에 띄었다가는 밤새 뭘 했는지 추궁당할 게 뻔했으므로...) 구숙정과 뇌화영이 눈 흘기는 장면 떠올리고

청풍; (그나저나 이상하군.) 쐐액! 주변 두리번거리며 날아가고

청풍; (여기 어디쯤에 천마유거가 있었는데...) 갸웃거리며 날아가고.

청풍; (도중에 방향을 잘못 잡았나?) 좀 방향을 틀려 하고. 그러자

<직진해라.> 누군가의 말이 들리고

청풍; (천마귀비!) 쐐액! 놀라며 직진. 빠르게 날아가고. 순간

퍼엉! 투명한 무언가를 뚫고 들어가는 청풍의 몸. 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 천마유거가 보인다. 정자 주변에 새들과 작은 짐승들이 모여 있고. 정자 안에서는 천마귀비가 비파를 켜고 있다.

청풍; (천마유거!) 놀라며 날아가고

정자에 앉아서 비파 켜는 천마귀비의 모습 크로즈 업

청풍; (방금 전까지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는데...) 날아가며 돌아보자

화악! 뚫렸던 투명한 막이 다시 복구되는 모습. 마치 비눗방울같은 그 투명한 막 너머로 멀리 천마련 총단이 보이고. 밖에서는 천마유거가 안보이지만 안에서는 주변이 모두 보이는 구조

청풍; (역시 천마귀비가 신통력으로 결계(結界)를 쳐놓았구나.) 깨닫고

청풍; (그래서 천마귀비의 허락이 없으면 천마유거를 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었던 것이다.) 휘익! 정자 앞으로 날아 내리고

후두둑! 타닥! 새들이 놀라 날아오르고 작은 짐승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천마귀비; [천마련에서의 일은 모두 끝낸 것 같구나.] 띠링! 비파 연주를 끝내며 말하고

청풍; [다행히 분부하신 일은 완수했습니다.] 포권하고

천마귀비; [완수한 정도가 아니지.] [천마의 후손들을 위해 이런 저런 일까지 해치웠으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하고

청풍; [과찬이십니다.] 멋쩍은 표정으로 정자로 올라가고. 자신이 한경파를 범하던 장면 떠올리고

천마귀비; [앉아라. 네가 나를 위해 해줄 일을 말해줄 테니...] 비파를 옆에 내려놓고

청풍; [예...] 마주 앉고

천마귀비; [네가 날 위해 해줄 일은 사람 하나와 물건 한 가지를 찾아오는 것이다.]

청풍; [물건이라는 것은 혹시...]

천마귀비; [물론 천마의 양정(陽精)이다.]

청풍; [천마의 양정이 아직 세상에 남아있습니까?]

천마귀비; [천마는 대택향을 나간 후 세상 어딘가에 자신의 무덤을 생전에 마련해놓았다.]

청풍; [천마총에 대한 전설은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고개지의 낙신부도를 떠올리고

천마귀비; [천마는 죽을 때까지도 날 용서하지 않은 것같다.] [그래서 내 신통력으로도 천마총을 찾을 수 없게 조치를 취해놓았다.] 우울

청풍; [귀비님도 위치를 모르고 있는 그 천마총에 천마의 양정이 남아있겠군요.]

천마귀비; [천마는 내게 자신의 양정을 주겠다고 맹세했고...] [천지신명 앞에 한 탓에 그 맹세는 결코 깨어질 수가 없다.]

천마귀비; [그래서 비록 천마의 육신은 이미 사라졌다 해도 그의 양정은 천마총에 남아있을 것이다.]

청풍; [반드시 천마총을 찾아내어 천마의 양정을 귀비님께 바치겠습,니다.]

천마귀비; [말만으로도 고맙구나.]

청풍; [헌데... 천마의 양정을 얻으면 귀비님은 정말 신선이 되실 수 있는 것입니까?] 눈치 살피며

천마귀비; [설령 신선은 못 된다 해도 완전한 인간은 될 수 있겠지.] 스륵! 치마 아래로 드러난 호랑이 꼬리를 움직이며 말하는데 얼굴이 살짝 붉어진다

청풍; (천마의 양정이 최소한 진짜 인간이 되게는 해준다는...) 천마귀비의 꼬리를 곁눈질로 보며 침 꼴깍. + [찾아와야하는 물건은 무엇인지 알았고...]

청풍; [제가 찾아내야할 사람은 누구입니까?]

천마귀비; [내가 처음 본 네게 호의를 베풀고 용납한 이유가 무어라 생각하느냐?]

청풍; [제 몸에도 천마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는지요?] 조심스럽게

천마귀비; [그것 외에도 내가 찾아내어 보호해야만 하는 어떤 계집아이의 냄새가 네 몸에 묻어있었기 때문이다.]

청풍; [그 말씀은...] 놀라고

천마귀비; [네가 알고 있는 계집아이들 중 한명이 내가 찾는 대상이라는 뜻이다.] 청풍을 지긋이 보며 말하고

청풍; [그 여자가 누군데 귀비님께서 보호를...] + [!] 말하다가 멈추고

천마귀비; [누군지 생각이 났구나.] 미소

청풍; [천마의 마지막 후손... 천강마존의 손녀를 찾고 계시는군요.]

천마귀비; [그 아이 이름은 엽천파(葉千波)다.]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청풍; [엽천파...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갸웃하다가

[!] 깨닫는 청풍.

이어 떠오르는 #464>의 장면

 

청풍; [절세마후가 데리고 떠났다는 천마의 따님이 바로...] 흥분하고

천마귀비; [엽천파(葉千波)란 이름의 그 계집이 너희 초씨(楚氏) 가문의 조상인 어떤 인물과 관계하여 아이를 낳았었다.]

회상 끝

 

청풍; [천... 천마의 피를 저희 초씨가문에 흐르게 하신 분과 이름이 같군요.] 흥분

천마귀비; [천강마존이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손녀는 우연히 너희 초씨가문에 시집을 간 천마의 딸과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천마귀비; [그리고 무릇 이름이라는 것은 무서운 힘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다보면 이름에 실려 있는 의미가 운명이 되기 때문이다.]

청풍; [이... 이름은 함부로 짓고 부를 게 아니로군요.] 침 꼴깍

천마귀비; [천파는 천개의 파도... 즉 모든 파도라는 뜻이다.] [널리 퍼져가는 파도의 근원이라는 뜻도 되고...]

천마귀비; [그래서 천마의 딸 엽천파가 그랬던 것처럼 천강마존의 손녀 엽천파도 장차 어느 가문의 가장 위대한 조상으로 기록될 것이다.] 의미심장하게

청풍; [제가 엽소저를 만난 적이 있다고 하셨지만...] 자신이 아는 모든 여자들을 떠올려본다. 온유향, 분이, 전삼낭, 당숙경, 매화부인, 황태자비, 손영롱, 환설, 진상파. 신소심, 당아연, 뇌옥경등 이 작품에 있는 모든 여자들을 보여주고

청풍; [제가 아는 여자들 중에 엽씨성을 쓰는 여자는 없었습니다.] 눈치 살피고

천마귀비; [이름이야 얼마든지 숨기고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냐?]

청풍; [그렇긴 합니다만...]

천마귀비; [분명한 것은 네가 이미 그 아이를 만난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천마귀비; [그 아이를 찾아서 내게 데려와라! 그게 네가 나를 위해 해줄 두 번째 사명이다!] 강렬한 표정

[!] 침 꿀꺽! 삼키는 청풍의 얼굴 크로즈 업

 

#506>

<-상해> 저녁 무렵. 수많은 배들이 포구를 드나들고

해수관음상이 있는 해변가의 거대한 절

해수관음상을 돌면서 기도하는 사람들

해수관음상의 머리 부분. 눈 부분이 창문이다. 마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헌데 그 한쪽 눈에 누군가 서있다

크로즈 업. 용상영이다.

<아버지가 마교에서 폭사(爆死)하셨소.> 징! 용상영 뒤쪽의 탁자에 놓인 대야가 물을 가득 담은 채 빛을 발하고 있다. 천리수경이다. 그걸 배경으로 들리는 위극겸의 생각

용상영; <조의를 표해요. 마음이 많이 아프시겠어요.> 밖을 보며 생각하고

위극겸; <그나마 다행인 건 진천이가 호명기를 써서 무사히 마교를 빠져나왔다는 점이오.> 징! 빛을 발하는 대야를 배경으로 들리는 음성

용상영; <진천이는 지금 어디 있나요?>

위극겸; <진천이를 제 소생으로 알고 있는 당신의 둘째언니와 함께 있소.>

용상영; <다친 데는 없구요?> 근심

위극겸; <호명기를 써서 음양계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심력(心力)의 소모가 심해서 앓아누운 것 빼고는 무사하다고 하오.>

용상영;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로군요.> 안도하고

위극겸; <난 이 길로 영락제 조손을 처리하기 위해 북쪽으로 가야만 하오. 혹시 진천이에게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당신이 수고를 해주시오.>

용상영; <그럴게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위극겸; <북쪽에서 경천동지할 소식이 들리면 진천이를 주첨탄으로 위장시킬 준비를 하시오.> 츠츠! 빛이 사라지는 대야

완전히 빛이 사라지는 대야. 그걸 등진 채 서서 창 밖을 보는 용상영

용상영; [위태극... 그 늙은이가 죽었다 이거지?]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해수관음상 주변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용상영; [위태무도 그렇고... 하여간 위씨 집안의 인간치고 밥값 제대로 하는 인간이 없어.] 입술 깨물고

용상영; [천강마존이 잠적해서 주인도 없는 마교 하나 요리하지 못한단 말이야?] 이마 찡그리고

용상영; [내가 나서서 진천이를 도와주고 싶어도 용설약의 눈치가 보여서 어렵고...]

용상영; [이래저래 깝깝한 상황이네.] 한숨. 그때

지잉! 대야가 다시 빛을 발한다.

용상영; (뭐지?) 돌아보고

용상영; (그 사람이 다시 접촉을 해왔나?) 대야로 가고

용상영; (진천이 아버지에게는 천리수경이 없지만 방금 전 접촉한 영기(靈氣)를 활성화 시키면 먼저 접촉을 해올 수는 있는데...) 생각할 때

<죽여라!> 징! 누군가의 생각이 대야를 배경으로 떠오르고. + 용상영; [!] 눈 치뜨는 용상영

<대답을 할 입은 하나면 족하다. 나머지는 살려둘 이유가 없다.> 이어지는 생각이 대야를 배경으로 떠오르고

용상영; (진천이 아버지가 아니다!) 대야를 들여다보고

용상영; (아주 강한 살기를 지닌 자가 멀지 않은 곳에서 살기를 뿜어내고 있어서 천리수경이 감지한 것이다.)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고

용상영; (살기가 발해지는 방향은 저 쪽...) 창가로 가고

용상영; (대체 어떤 인간이 그렇지 않아도 편치 않은 내 심기를 건드리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스스스! 사라지고

 

#507>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 절벽 안쪽으로 움푹 들어간 곳에 돛까지 달린 상당히 큰 배가 한 척 정박해있고. 절벽 아래에는 버려진 창고가 한 채 서있다. 번뇌마가의 검객들 몇이 창고 주변에서 경비를 서고 있다

푸학! 쩍! 잘려진 목들이 튀어 오르고. 목이 잘린 상처에서 피가 뿜어진다

창고 안에서 벌어지는 살육. 서너명의 검객들이 뱃사공처럼 보이는 사내들의 목을 치고 있다. 뱃사공들은 모두 십여명이었지만 이미 세 명을 제외하곤 전부 죽었다. 살아남은 세 명은 노인, 소년, 중년인이다. 셋 다 모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사색이 되어 있다. 소년은 16-7세쯤, 순진한 인상에 가무잡잡한 피부. 하지만 나이에 비해 몸은 근육질이다.

털석! 떼구르... 잘린 목이 공처럼 구르고 피를 뿜어내는 몸뚱이가 넘어진다.

[히익!] [허억!] 그걸 보고 사색이 되는 세명의 사공.

번뇌대작; [다음에는 누가 죽겠느냐?] 의자에 앉아서 보며 말하고. 세 명의 사공 맞은편에 앉아있다. 손에는 종이를 한 장 들고 있다

중년인; [제... 제발...] 무릎 꿇은 채 사색

중년인; [소인들의 말을 믿어주십시오.] [소인들은 정말 그 부인이 어디로 가셨는지 모릅니다요.] 애원하고. 하지만

번뇌대작; [시끄럽군!] 귀찮다는 표정으로 목을 치는 시늉하고

쩍! 즉시 중년인의 목을 치는 검객1

떼구르! 털썩! 목과 몸이 분리되어 쓰러지는 중년인

[히익!] [으으으...] 노인과 소년이 겁에 질리고

번뇌대작; [이제 말 할 수 있는 입이 두 개 밖에 안 남았군.] 노인과 소년을 보며 음산하게 웃고

번뇌대작; [살고 싶으면 빨리 기억해 내야할 것이다.] [이 여자가 어디서 하선(下船)을 했는지를...] 슥! 종이를 들어 보이고

종이에는 황보경 얼굴이 그려져 있고

[으으으...] [그... 그게...!] 공포에 질려서 그림을 보는 소년과 노인

번뇌대작; [이 여자가 너희들이 모는 배에 탔었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

번뇌대작;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희들은 이 여자가 어디서 내렸는지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인; [정말입니다요. 그 분 부인은 어느 순간 배에서 사라져 버렸습니다요.]

노인; [이 늙은이의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으니 제발 믿어주십시오.]

번뇌대작; [이 여자가 언제 너희들의 배에서 내렸는지 모른다는 말은 믿어주마.] [하지만 너희들의 기억에는 분명 이 여자가 하선한 시점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소년;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 나는데...] 울먹

번뇌대작; [인간은 극한상황에 이르면 믿어지지 않는 능력을 발휘하곤 한다.] [기억력도 마찬가지다.] 냉혹한 표정

번뇌대작; [이 아수라장을 겪으면서 너희들의 기억력은 최고조로 발휘되고 있을 것이다.] 목이 잘린 시체들이 널려있는 실내를 둘러보고

번뇌대작; [그러니 더 늦기 전에 기억해내라.] [이 순간에도 이 여자가 내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가고 있으니...] 살벌한 기운

소년;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기억이 안 나는데...] 울상

번뇌대작; [그렇다니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군.] [그놈에게 검을 쥐어줘라.] 부하 검객에게

검객1; [예! 가주님!] 대답하며 자기 검을 거꾸로 잡고

슥! 검객2가 검을 긋자 소년의 손목을 뒤로 묶은 밧줄이 끊어지고. 이어

검객2; [일어나라!] 발로 소년의 엉덩이를 차고. + 소년; [히익!] 겁에 질리며 일어나고

검객1; [명심해라.] 검날을 잡은 채 검의 손잡이를 소년에게 내밀고. 일어난 소년은 묶여있던 손목을 주므르며 겁에 질리고

검객1; [이 검을 손에서 놓으면 그 즉시 목이 몸뚱이에서 분리될 것이다.] 슥! 검의 손잡이를 소년의 가슴 앞으로 내밀고

소년; [으으으...] 겁에 질리며 검의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번뇌대작; [그럼 이제 그 검으로 늙은이를 겨눠라.]

소년; [그... 그건...] 사색이 되고. 노인도 사색이 되고. 하지만

검객2; [못 하겠다?] 슥! 소년의 목에 자기 검을 겨누고. 화들짝 놀라는 소년

검객2; [그럼 네놈의 목이 대신 잘리면 되겠군.] 슥! 검이 조금 소년의 목으로 파고 들고

주르르! 검객2의 검날이 파고 든 소년의 목에서 피가 흐르고

노인; [그... 그러지 마시오 제발!] 비명

노인; [그 아이는 이 늙은이의 유일한 핏줄이오. 아직 철부지이니 해치지 말아주시오.] 고개 조아리며 애원하지만

번뇌대작; [할애비와 손자 사이라니 더더욱 잘 되었군.] 고개 짓을 하고. 그러자

스윽! 소년의 손에 들린 검이 쳐들려서 노인을 겨눈다

소년; (검... 검이 저절로...) 사색이 되고. 두 손으로 든 검으로 노인을 겨누며

번뇌대작; [이제 네놈의 손에 들린 검이 네놈 할애비의 목으로 파고 들 것이다.] 음산하게 웃으며 검객들에게 고개짓을 하고

콱! 콱! 다른 검객들이 노인의 양쪽 팔과 어깨를 잡아 상체를 들게 해서 고정시키고.

번뇌대작; [네 할애비의 목을 네놈 손으로 따는 걸 원치 않으면 이 여자가 언제 어디서 하선했는지 기억해내라.] 종이를 들어 보이며 말하고. 이어

비틀! 소년의 몸이 앞으로 밀려가고

슥! 소년의 검 끝이 노인의 목에 닿는다

소년; [할... 할아버지!] 비명

노인; [으으으!] 사색

주르르! 검 끝이 조금 박힌 노인의 목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번뇌대작; [네놈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어서 생각해내라.] 고개 짓을 하고

지직! 버티고 선 소년의 몸이 다시 앞으로 밀려가고

서걱! 그 바람에 소년의 손이 쥐고 있는 검이 더 깊이 노인의 목으로 파고들고

노인; [끄윽...] 눈이 돌아가고

소년; (생각... 생각해내야만 해! 안 그러면 할아버지를 내 손으로 죽이게 된다.) 사색이 되고.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그러다가

[!] 눈 부릅뜨는 소년. 이하는 그런 소년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강한 바람이 몰아치는 넓은 강. 사공들이 노를 잡고 돛을 접으려 하며 우왕좌왕하고 승객들이 겁에 질려 웅크리고. 소년 자신도 돛을 내리는 것을 돕다가 돌아본다.

이어지는 장면. 손님들 사이에서 일어나 뱃전으로 올라서려는 여자. 황보경이다. 주변 사람들 겁에 질려 있어 황보경이 일어난 것을 모르고 있다.

<그 여자다!> 배의 난간으로 올라서는 황보경의 모습 배경으로 소년의 생각

화악! 바람을 타고 깃털처럼 날아오르는 황보경의 모습

회상 끝

 

소년; (생각났다!) 흥분하는 소년의 얼굴. 그 배경으로 깃털처럼 폭풍 속으로 날아가는 황보경의 모습. 황보경이 날아가는 쪽에 절벽으로 이루어진 강변이 있고. 그러다가

[!] 눈 부릅뜨는 소년

[끄으...] 검이 어느덧 손가락 한마디 정도로 노인의 목으로 파고 들어가 피가 철철 흐르고 있고

소년; [경항운하(京杭運河)!] 비명 지르고. 그러자

[!] 눈 번뜩이며 손을 슬쩍 젓는 번뇌대작. 그러자

소년; [헉!] 뒤로 끌려나오며 비명

! 노인의 목으로 파고 들던 검날이 뽑히면서 피가 뿜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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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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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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