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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금릉> 깊은 밤

어느 주택가. 제법 고급 진 주택들이 늘어선 곳이다. 길도 넓고

어느 저택. 건물들에 불은 꺼져 있고

후원의 화려한 건물로 가는 환관 왕진. 손에는 보자기를 하나 들었다

불이 꺼진 건물

왕진; (주무시는 모양이로군.) 불 꺼진 건물 보며 다가가고

끼익!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는 왕진

문 안쪽은 화려한 침실. 침대에 누군가 잠들어 있다.

탁! 방안으로 들어가 조심스럽게 문을 닫는 왕진.

이어 들고 온 보자기를 탁자에 놓고 침대로 가는 왕진

침대에 누워 잠이 든 것은 칠순을 넘긴 노파. 백발이고 주름살 투성이에 병약해 보인다

왕진; (어머니..) 침대에 엉덩이를 대고 걸터앉으며 한숨

왕진; (어머니는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곤궁한 살림에도 날 가르치시려고 무진 애를 쓰셨었다.) 늙은 노파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왕진; (하지만 연로하신 아버지가 변환으로 쓰러지시면서 우리 가족은 극한 상황에 내몰리고 말았다.) 노파의 머리를 쓰다듬고.

[으음...] 신음하는 노파

왕진;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게 스스로 양근을 제거하고 환관이 되는 것이었다. 환관이 되면 최소한 굶어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 처연하게 웃고

왕진; (하지만 어린 시절의 그 치기가 어머니에게 너무도 큰 상처며 불효가 되고 말았다.) 잠결에도 눈물 흘리는 노파의 얼굴

왕진; (하나뿐인 아들이 후손을 볼 수 없는 몸이 된 걸 아시고 어머니는 마치 세상이 끝난 것처럼 절망하셨으니...) 우울한 한숨

왕진; (자식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불효를 저지르고 얻은 지금의 재력과 지위를 결코 잃을 수는 없다.) 이를 악물고

왕진; (나 왕진! 비록 환관의 몸이긴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고 가장 강력한 인간이 되고 말 것이다.) 주먹 불끈

왕진; (다행히 내게는 강력한 수단이 있다.) 음산하게 웃고

<황태자와 손영롱...> 황태자가 청풍에게 강간당하는 장면과 손영롱이 천불투의 무덤에서 청풍과 교접하는 장면을 배경으로 나레이션

왕진; (다음 대와 다다음대 황실을 지배할 두 계집의 치명적인 약점을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왕진; (이대(二代)에 걸쳐 황실의 내원을 지배할 수만 있다면... 세상의 어떤 인간이 나 왕진에게 대항할 수 있겠는가?)

왕진; (심지어 황제라 해도 내 앞에서 설설 기게 될 것이다.) 몸을 숙여서 노파의 이마에 키스하고. 그러자

노파; [진... 진아!] 눈을 뜨고

왕진; [주무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어머니.] 다정한 표정으로 내려다보고

노파; [아니... 아니다.] 떨리는 깡마를 손을 들며 억지로 웃고

노파; [우리 아들... 가엾고도 자랑스러운 내 아들을 한번이라도 더 보는 게 어미에게는 가장 큰 행복이란다.] 깡마른 손으로 왕진의 뺨을 쓰다듬고

왕진; [어머니...] 눈물이 쏟아지려 하고

노파; [어미는... 어미는 그저 네게 미안할 뿐이다.] [미안하구나 진아.] 울고

왕진; [그런 말씀 마십시오.] 깡마른 노파의 손을 잡고

왕진; [저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신 것만으로도 전 백번을 고쳐 태어나도 갚을 수 없는 은혜를 어머니에게 입었습니다.] 그 손에 입을 맞추고

왕진; [그러니 제게 미안해하실 것 없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실 이유도 없습니다.] 두손으로 노파의 손을 쥐면서

노파; [그게... 그게 아니란다. 사실 어미는 네게...] 울면서 말하다가

왕진이 흠칫! 할 때

노파; [아니다. 아니야.] 고개 조금 젓고

노파;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해도... 진이 너는 어미의 아들이다. 효성 깊고 착한 어미의 하나뿐인 아들이야.]

왕진; [물론입니다 어머니.]

왕진; [다시 태어나도 저는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시지 마세요.]

말없이 우는 노파

왕진; (믿고 싶지 않지만... 어머니는 내게 감추시는 게 있다.)

왕진; (어쩌면 내가 어머니의 친 자식이 아닐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좋다.)

<핏덩이인 날 키워주고 베풀 수 있는 최대치의 사랑을 베풀어주신 분이 어머니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으니...> 두 모자의 모습 배경으로 왕진의 생각 나레이션

 

#463>

<-대택향> 아침.

천마귀비의 거처. 역시 아침

화려한 여자 침실. 햇살이 흘러들어오고. 기둥과 지붕이 있는 넓은 침대에 잠옷 차림인 청풍이 잠들어 있다. 가슴 아래는 얇은 이불로 덮고 있다

탁! 청풍의 뺨을 때리는 호랑이 꼬리. 호랑이 꼬리 모양이지만 크기는 고양이 꼬리만하다

움찔! 하는 청풍

탁! 다시 청풍의 반대쪽 뺨을 때리는 호랑이 꼬리

눈을 뜨는 청풍.

가릉... 소천호가 청풍의 가슴에 올라서서 고개를 돌려 청풍의 얼굴쪽을 돌아본다. 꼬리를 청풍의 얼굴 위로 흔들면서

청풍; [나비... 너였구나.] 억지로 웃고

가릉! 창밖을 돌아보며 가릉 거리는 소천호. 밝은 햇살이 흘러드는 창문

청풍; [날이 밝았으니까 그만 일어나라고? 게으름 부리지 말고?] 고개 돌려서 창문을 보며 웃고

폴짝! 대답하지 않고 청풍의 가슴에서 침실 바닥으로 단번에 뛰어내리는 소천호. 이어

조금 열린 문으로 나가는 소천호

청풍; [새침한 아가씨로군.] 고개 돌린 채 누워서 그걸 보면서 웃고. 그러다가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기절하기 전의 기억.

 

1> 쿵! 어느 틈엔가 나타난 천마귀비가 맨손으로 그자의 칼날을 움켜잡고 있다. 청풍을 가로 막은 모습으로. 비틀거리면서도 놀라는 표정이 되는 천마귀비 뒤의 청풍. 동시에

[헉!] [저... 저분은...] 모든 사람들 경악

천마귀비의 엉덩이쪽 치마 아래로 나와 있는 두툼한 호랑이 꼬리

<천년호님이시다!> <마교의 비밀 호법 천년호?> 사람들의 경악성을 배경으로 살벌한 표정이 되는 천마귀비의 모습

2> 쩍! 급히 피하는 바람에 위태극의 머리통은 갈라지지 않았지만 그자의 어깨와 팔이 면도날같이 변한 천마귀비의 손가락에 스쳐 그대로 잘려나간다. 아주 날카로운 칼이 두부를 자르듯이. 손톱이 다섯 개라서 어깨와 팔이 다섯 토막이 난다

3> 위태극; [크아아악!] 어깨와 팔이 토막 나서 흩어지며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나뒹굴고

회상 끝

 

청풍; (그 여자가 마교의 비밀호법인 천년호...) 치마 아래로 호랑이 꼬리가 보이던 천마귀비의 모습을 떠올리고

청풍; (삼백여 년 전, 단신으로 혈교 수뇌부를 몰살시켰었던 그 여자가 아직까지 살아있었을 줄이야.) 생각하다가

청풍; (헌데 천년호는 왜 나를 구한 것일까? 마교의 수호자인 그녀의 입장에서 보자면 난 죽여야 마땅한 적인데...) 찡그리고. 그러다가

투명해진 채 바닥에 누워 있다가 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던 위태극의 모습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슥! 이불을 들쳐서 자기 가슴을 보는 청풍. 고개 조금 들어서

잠옷 자락이 벌어진 가슴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다

청풍; (난 분명 위태극의 암수에 당해서 심장을 궤뚫렸었다.) 찡그리며 천장을 보고.

청풍; (하지만 다쳤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청풍; (온몸에 힘이 넘쳐흐른다. 전보다 내공이 최소한 배 이상으로 증진된 것같다.) 우둑! 주먹을 쳐들어 쥐어보면서 난감하고 당황. 팔에 근육이 불끈. 그러다가

입술을 움찔거리는 청풍. 코로 무언가 향기가 흘러들어간다. 입과 입술에서 나는 향기다

청풍; (달콤하고 향긋한 무언가의 감촉이 입술에 남아있다.) 혀로 입술을 핥고

청풍; (마치 꿀이 섞인 젖이라도 먹은 것처럼...) 생각하다가

[!] 눈 치뜨는 청풍. 그런 청풍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자신이 어떤 여자의 젖을 빨던 장면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여자가 저고리를 벌려 젖가슴을 드러낸 채 청풍을 품에 안고 젖을 물리고 있다.

청풍; (설마... 설마 천년호가 내게 자신의 젖을 먹여주었단 말인가?) 얼굴 벌개지고. 위 장면에서 여자의 얼굴을 보여주고. 청풍을 품에 안고 젖을 먹여주는 여자는 바로 천마귀비다.

청풍; (내가 심장이 관통당하고도 멀쩡하게 살아있는 건 그 여자가 먹여준 그 젖 때문이고...?) 얼굴 좀 붉어진 채 침 꿀꺽

청풍; (수백 년 전부터 살아온 여자... 기사회생하게 해주는 효능을 지닌 젖...) (어쩐지 인간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처럼 여겨진다.) 쓴웃음 지으며 생각하고. 바로 그때

띠리링! 문 밖에서 들리는 비파소리.

청풍; (비파소리...) 일어나고

청풍; (소천호를 보내 깨웠는데도 일어나지 않자 천년호가 직접 날 부르는구나.) 침대에서 내려선다. 잠옷의 허리띠를 묶으면서

 

#464>

건물을 밖에서 본 모습.

[!] 문을 열고 나오다가 흠칫! 하는 청풍. 잠옷 차림이고

문 밖은 호수가의 잘 가꿔진 정원. 정원 한쪽에 정자가 하나 서있고.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는 정자 안에는 한명의 여자가 앉아서 비파를 켜고 있다. 물론 천마귀비고. 탁자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다. 정자 주변에는 수많은 새와 작은 짐승들이 모여서 천마귀비의 연주를 듣고 있다.

청풍; (천년호...) 놀라고

<새와 짐승들이 저 여자의 비파 연주를 들으려고 몰려들었다.> 비파 연주에 심취한 천마귀비의 모습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새와 작은 짐승들이 정자 주변에 모여 있는 것도 보여주고.

청풍; (볼수록 신비한 여인인데...) + [!] 생각하다 눈 치뜨고

천마귀비의 치마 아래로 일부 드러난 두툼한 호랑이 꼬리

청풍; (저 꼬리...) 정자로 다가가며 눈 번뜩

청풍; (진짜 호랑이 꼬리일까? 아니면 장식일까?) 생각하다가

청풍; (무슨 망상을...) 피식! 웃고

청풍; (인간의 여자에게 호랑이 꼬리가 달려있을 까닭이 없잖은가?) 생각하며 정자로 다가가고. 그러자

흠칫! 비로소 청풍의 접근을 알아차리고 놀라 돌아보는 새와 작은 짐승들. 이어

푸드득! 타탁! 일제히 달아나고 날아오르는 작은 짐승들과 새들

띠리링! 그러자 연주를 멈추는 천마귀비

청풍;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를 한 것 같습니다.] 정자 입구에 멈춰서서 포권하고

천마귀비; [너 들으라고 켠 비파다. 죄송할 거 없다.] 슥! 비파를 탁자 모서리에 내려놓으며 좀 차갑게 말하고. 탁자에는 음식이 차려져 있다.

청풍; (쌀쌀맞기는...) + [구명지은을 입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포권하고

천마귀비; [본녀가 널 살린 데에는 이유와 목적이 있으니 고마워할 필요 역시 없다.]

청풍; [예...] + (하긴...) 머쓱

청풍; (인연이 있었던 사이도 아니고 오히려 마교의 적이기도 한 나를 아무런 목적도 없이 구하진 않았을 것이다.)

천마귀비; [끼니때가 지나 배가 제법 고플 테니 올라와서 먹도록 해라.] 음식 가리키고

청풍; (신경 써서 준비했는데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겠지.) + [염치없지만 신세를 지겠습니다.] 정자로 올라가고

천마귀비; [아주 오랜만에 만들어본 화식(火食)이라 입에 맞을지 모르겠구나.] 맞은편에 앉는 청풍을 보며

청풍; (자기는 익힌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뜻이군.) + [냄새가 기가 막힙니다.] 젓가락을 집어들고

청풍; [먹어보지 않아도 하나같이 진미(珍味)인 것을 알겠습니다.] 음식을 살펴보며.

천마귀비;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좀 자신 없는 표정

청풍; (고금제일마인 천마에 필적하는 고수로 알려진 이 여자가 자신 없는 표정을 보이다니...) 젓가락을 음식에 가져가고

청풍; (자기가 만든 음식 맛에 정말 자신이 없다는 것인데...) + [잘 먹겠습니다.]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들고

천마귀비가 보는 가운데 음식을 입에 가져가고

좀 긴장해서 보는 천마귀비

[!] 젓가락을 입에 물고 놀라는 청풍.

천마귀비; [왜?] 걱정

천마귀비; [맛이 없느냐?]

청풍; [아... 아닙니다.] 젓가락을 입에서 빼며 고개 젓고

청풍; [오래 산 건 아니지만... 지금껏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음식을 씹으면서 황홀한 표정

천마귀비; [먹을 만하다니 다행이로구나.] 안도하고. 약간 미소 짓고

청풍;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말하면서 게걸스럽게 먹는 청풍

그런 청풍을 보는 천마귀비.

<호접이 해주는 음식은 뭐든지 맛있어!> 활짝 웃으며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던 소년을 떠올리는 천마귀비. 소년은 어린 시절의 천마다.

천마귀비; (천마 엽고성...) (볼수록 그를 연상하게 만드는 아이다.)

<내 신세가 가엾어 천지신명이 엽고성의 환생을 내게 보내준 것일까?> 정자의 모습 배경으로 천마귀비의 생각 나레이션.

 

#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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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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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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