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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

어둡고 깊은 계곡. 반딧불처럼 번져 오르는 흐릿한 불빛. 그 불빛을 들여다보는 웅크린 여자의 실루엣

빛이 나는 샘을 들여다보는 용운영.

샘물에 비치는 광경. 청풍이 뇌옥경의 몸에 겹쳐 누운 채 몸을 움직이고 있는 장면. 뇌옥경은 고개 옆으로 돌린 채 눈 감고 울고 있고

용운영; (발정 난 짐승같은 놈...) 얼굴 붉어진 채 헐떡이고. 샘물을 들여다 보며

용운영; (하다하다 애 딸리고 남편까지 있는 계집까지 범하고...) 옷자락을 움켜잡는 주름진 손

용운영; (전 같았다면 보는 즉시 찢어죽였어야 마땅한 색골인데...)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끌리는 것은 어째서인가?) 헐떡이며 가슴을 누르고

용운영; (어쩌면... 어쩌면 저 놈이 나를 오랜 고통과 절망에서 건져줄 운명의 상대일지도 모른다.)

<겸사겸사 저놈을 직접 만나봐야만 한다.> 샘물 속의 청풍의 모습 배경으로 용운영의 생각. 청풍은 여전히 경건하게 뇌옥경과 교접을 하고 있고. 다만 이제 뇌옥경은 두 팔로 청풍의 목을 부여잡고 고개 젖히며 신음을 참고 있는 표정이다.

 

#396>

신장궁의 다른 건물. 바로 벽세준의 침실

창문이 열려있고.

열려진 창가에 놓인 안락의자에 벽세준이 벽진봉을 안고 앉아있다. 벽진봉은 벽세준의 품에 폭 파묻혀 안겨있고

벽세준; (이래저래 긴 밤이 되겠구나.) 붕대를 감은 눈으로 밤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벽세준; (천지신명께서 만일 단 한 인생에게 단 한 가지 소원만 들어주신다면...)

<내 소원은 못난 남편 때문에 고통으로 점철된 나날을 견뎌온 아내가 행복해지는 것 뿐이다.> 뇌옥경이 청풍의 몸 아래 깔려 헐떡이는 모습 배경으로 벽세준의 생각 나레이션

 

#397>

[벽세황의 종적은 사라졌는데 장청풍은 신장궁에 머물고 있다?] 어둑한 실내에서 누가 의자에 앉아서 말하고. 위진천인데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고당주; [예! 사(四)공자님!] 어둠 속에 몸을 검은 천으로 휘감은 사내가 한 무릎을 꿇은 사세로 보고 중이다. 바로 고당주다.

고당주; [장가는 벽세황에게 납치를 당해 일년 가까이 모진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가 된 벽세준을 구해내어 신장궁으로 데려다 주었습니다.]

고당주; [그 과정이 보름 가까이 걸렸는데... 벽세황의 종적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위진천; [재미있군! 재미있어!] 스윽! 슥! 그림을 그리고

위진천; [장청풍! 네놈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지 머리 속이 훤하게 들여다보이는구나.]

위진천; [하여간 어서 오너라! 화려하게 환영식을 베풀어줄 테니...] 붓을 들고 내려다본다

쿵! 그자가 그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청풍의 얼굴이다. 아주 정확한 초상화

 

#398>

<-신장궁 양주지점> 해질 무렵

인적이 없는 후원. 뇌정치의 거처다.

후원을 둘러싼 담장에 난 월동문으로 들어서는 여자. 뇌화영. 두 손으로 약이 든 사발을 얹은 쟁반을 들고 있다

뇌화영; (장공자님이 떠나신 게 불과 보름 전... 하지만 마치 일 년 이상 지난 것같아.) 한숨 쉬며 후원 중앙에 자리한 건물로 다가가고. 주변에 인적은 없다

뇌화영; (이제 난 장공자님 없이는 살 수가 없는 몸이 되었는데...) 욕실의 욕조 안에서 청풍과 마주 보는 자세로 방아를 찧던 장면 떠올리며 얼굴 발개지고.

뇌화영; (장공자님은 혼탁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실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나셨다.) 건물의 문 앞에 이르고

뇌화영; (그 때문에 언제나 다시 장공자님을 뵐 수 있을지 기약도 없구나.) 끼익! 한숨 쉬며 한손으로 쟁반 든 채 한손으로 문을 연다.

뇌화영; [저 왔어요 아버지!] 짐짓 밝은 표정을 지으며 문 안쪽으로 들어서고

뇌화영; [정신을 맑게 해주는 탕제를 다려 왔으니 입에 맞지 않으시더라도...] + [!] 말하다가 눈 부릅뜨는 뇌화영

위극겸; [어서 오시오 뇌소저. 기다리고 있었소.] 침대 옆에 앉아 있다가 돌아보는 위극겸. 침대에는 백치가 된 뇌정치가 멍한 표정으로 누워있고

뇌화영; [당신 누군데 함부로 이 방에...] + [!] 외치다가 눈 치뜨고

덜컥! 뇌화영 뒤쪽에서 문을 닫는 복면인.

뇌화영; (또... 또 한 명이 있었어!) 전율하며 자기 뒤의 복면인을 곁눈질로 보고.

뇌화영; (호장무사들이 이 상황을 알아차리게 해야만 해.) 툭! 들고 있던 쟁반을 떨군다. 쟁반 위에 얹혀져 있던 약사발도 기울어지면서 떨어지며 안에 들어있던 약이 쏟아진다. 하지만

위극겸; [잔 머리하고는...] 딱! 피식 웃으며 오른손을 들어서 손가락을 퉁긴다. 그러자

멈칫! 바닥에 떨어지던 쟁반과 약 사발이 허공에 멈춘다. 뿐만 아니라

주륵! 바닥에 쏟아지던 약도 멈추고. 마치 얼어버린 것처럼

뇌화영; (쏟... 쏟아지던 약까지 멈추게 하다니... 가공할 허공섭물(虛空攝物)!) 전율하며 그걸 볼 때

위극겸; [내 수중에서 소저를 구해줄 수 있는 인간은 사방 천리 내에 단 한명도 없으니 헛된 희망은 버리시구려.] 슥! 의자에서 일어나고

뇌화영; [당... 당신 누군데...] 겁에 질려 더듬대며 뒷걸음질. 하지만 문을 가로 막은 복면인이 바로 뒤에 있어 많이 물러서진 못한다

위극겸; [내가 누군지는 알 거 없고...] 슥! 허공에 떠있는 쟁반과 약사발을 양손으로 잡고

위극겸; [백치가 된 아비를 위해 정성 들여 다린 약이 그냥 바닥에 쏟아지면 아깝겠지?] 슥! 약사발을 쏟아지다가 허공에 멈춰있는 약의 아래쪽에 대고. 그러자

주르르! 멈춰있던 약이 다시 아래로 쏟아져 내려 약사발에 담긴다

위극겸; [냄새만 맡아 봐도 몸에 좋은 약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겠군.] 약사발을 코 아래 대고 냄새를 맏고

위극겸; [이건 아비 대신 내가 마셔주마.] 약사발을 입에 가져가고

꿀꺽! 꿀꺽! 약을 마시는 위극겸. 공포에 질려 보는 그걸 뇌화영

위극겸; [카아 좋다!] 약사발에서 입을 떼고

위극겸; [무겁던 머리가 확 맑아지는 느낌이야. 역시 좋은 약이로구만.] 달칵! 쟁반 위에 다시 약사발을 올려놓으며 웃고

뇌화영; [원... 원하는 게 뭔가요?]

위극겸; [그 나이에 신장궁 양주지점의 점주가 된 계집답게 상황 판단이 빠르군.] 꾹! 한손으로 들고 있던 쟁반에 힘을 주고. 그러자

퍼석! 쟁반과 약사발이 동시에 먼지가 되어 흩어짐

뇌화영; (쟁.. 쟁반과 사발이 먼지가 되었다.) 전율하며 흩어지는 쟁반과 약사발을 보고

위극겸; [네년은 나와 함께 어딜 좀 가줘야 한다.] 반말 하며 다시 침대 쪽으로 돌아가고. 오른손을 품에 넣으면서

뇌화영; [어... 어딜 가자는 건가요?]

위극겸; [대택향(大澤鄕)!] 말하면서 다시 꺼내는 오른 손에 작은 병이 하나 들려있다

뇌화영; [대... 대택향이라면 천마련의 총단이 있는...] 겁에 질리며 놀라고

위극겸; [이곳 양주에서 경항대운하(京杭大運河)을 따라 내려가면 며칠만에 도착할 수 있는 가까운 곳이지.] 뽁! 병의 마개를 왼손으로 따고

뇌화영; [천... 천마련 총단에 무슨 일로 절 데려가려는 건가요?]

위극겸; [사실 나도 이번 일은 썩 내키지 않았다.] 툭! 병 마개를 옆의 바닥에 버리고

위극겸; [하지만 마침 내가 양주와 가까운 금릉에 머물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하나뿐인 아들놈의 부탁이라서 거절할 수가 없었다.] 콱! 말하면서 왼손으로 뇌정치의 코를 잡아 누른다. 코로 숨을 쉬지 못하도록

뇌화영; [무... 무슨 짓이에요?] 기겁하며 앞으로 달려가려 하지만

[움직이지 마라!] 콱! 뒤에서 왼손으로 뇌화영의 어깨를 움켜잡고 오른손에 든 비수로 뇌화영의 목을 가로 막는 복면인. 눈 부릅뜨며 멈추는 뇌화영

복면인; [소란 피우면 아비보다 네년 먼저 삼도천을 건너는 수가 있다.] 뇌화영 귀에 속삭이고. 눈 치뜬 채 굳어지는 뇌화영

위극겸; [이 병에 든 것으로 말하자면 칠보단장산(七步斷腸酸)이란 극독이다.] [이름 그대로 먹으면 일곱 걸음을 못 가서 창자가 끊어져 죽는 독성을 지녔다.] 왼손으로 뇌정치의 코를 막은 채 말하고

뇌화영; [그... 그런...] 공포

위극겸; [하지만 안심해라. 이 병에는 칠보단장산뿐만 아니라 해독제도 함께 들어있으니...] 뇌정치를 내려다보며 말하고.

끄윽! 뇌정치는 코가 막히자 입을 벌리며 꺽꺽 대고

위극겸; [그렇긴 해도 몸에 아주 해가 없는 건 아니다.] 코로 숨을 쉬지 못하자 입을 벌리고 꺽꺽 대는 뉘정치의 입에 약병을 가져가고

뇌화영; [안... 안돼요! 그러지 말아요.] 비명 지르지만

위극겸; [칠보단장산과 함께 든 해독제로는 완전 해독은 안되고 다만 독성의 발현을 늦춰줄 뿐이기 때문이다.] 조르르르! 약병에 든 액체를 뇌정치의 벌린 입에 흘려 넣어주고

뇌화영; [아... 아버지!] 절망

위극겸; [즉, 진짜 해독약은 따로 있다는 뜻이다.] 꿀꺽! 꿀꺽! 약을 마시며 목젖이 움직이는 뇌정치를 보며 말하는 위극겸

뇌화영; [대체... 대체 우리 부녀하고 무슨 원수가 졌길래 이런 짓을 하는 건가요?] 이를 갈며 울고

위극겸; [본좌가 버러지만도 못한 너희 부녀와 무슨 원한이 있겠느냐?] 피식 웃으며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약병은 뇌정치의 입에서 떼며

뇌화영; (버... 버러지만도 못한?) 모멸감에 치를 떨고

위극겸; [대택향에 가서 네 입으로 한 가지를 증언해줘야겠다.] 슥! 품속에서 다른 병을 하나 꺼내고

위극겸; [그럼 네 아비를 살릴 수 있는 이 해독제를 줄 것이다.] 약병을 들어 보이며 말하고

침 꿀꺽! 삼키며 보는 뇌화영

 

#399>

<-대택향(大澤鄕)> 거대한 늪지대. 끝이 안 보인다. 수로와 늪 섬과 바위, 자욱한 안개. <아랑힐월>에 나온 대택향의 묘사와 일치. 이하 천마련의 분위기도 <아랑힐월>의 마교 총단 분위기임

그 대택향이 내려다보이는 상당히 높은 바위산. 안개 위로 섬처럼 떠있는 그 바위산 정상에 누가 서있다. 바로 청풍. 다만 복장은 벽세황의 평소 복장이다. 아주 화려한

청풍; (저기가 천마련(千魔聯)...) 멀리 앞쪽을 보고

안개로 덮인 늪지 건너편. 청풍이 서있는 바위산과는 비교도 안되게 높은 바위산이 안개 속에 섬처럼 떠있고. 그 바위산의 중턱에 수많은 건물들이 성냥곽처럼 늘어서있는 게 보인다. 높은 탑도 몇 개 보이고. 산 정상에는 서양풍의 정자도 서있다. <아랑힐월>의 마교 총단과 같은 모습인데 지금은 대부분의 건물이 안개에 덮여 있어 산봉우리 쪽에 있는 일부 건물만 보이는 모습이다.

청풍; (이십삼 년 전, 아버지에게 패한 천강마존은 대택향에 천마련의 새로운 총단을 구축하고 농성(籠城)했었다.) 멀리 안개 속에 솟아난 천마련이 있는 봉우리를 보며 생각하고

청풍; (그렇긴 하지만 천강마존이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대택향을 피신처로 택한 건 아니다.)

 

<전설에 의하면 천마(天魔)는 바로 이곳 대택향의 어딘가에 천마유거(天魔幽居)라는 은밀한 거처를 마련해놓았었다고 한다.> 경치 좋은 호숫가에 이국적인 건물들이 서있고. 그 배경으로 뒷짐 짚고 서서 절세미녀가 비파를 켜는 걸 보는 천마. 둥근 도자기 의자에 앉아서 비파를 켜는 절세미녀는 천마의 애첩인 천마귀비. 천마귀비는 <아랑힐월>과 <건곤일척>에 나온 <불사미인교>가 사람의 모습일 때의 모습이다. 이 작품에서는 이무기가 아니라 암호랑이가 여자로 변한 모습이다. 치마 아래로 호랑이 꼬리가 보인다. 특이한 것은 목에 개 목걸이 같은 목걸이를 감고 있다는 점. 목걸이의 중앙에는 상당히 큰 방울이 달려있다. 마치 고양이 목걸이 같은

 

청풍; (천마유거가 구체적으로 어디에 지어졌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천마가 생의 대부분을 천마유거에서 보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청풍; (자연스럽게 천마유거가 자리한 대택향은 마도 무림에 속한 인간들에게는 성역(聖域)이고 구심점이 되어왔다.)

청풍; (천강마존에 의해 천마련이 세워지기 이전부터 대택향에는 천마를 추종하는 무수히 많은 문파와 고수들이 몰려들어 터를 잡고 있었던 것이다.)

 

<대택향은 수많은 수로와 늪지로 이루어져 지리적으로 험할 뿐 아니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안개 속에 미로처럼 펼쳐진 수로와 늪지. 조각배를 타고 경계하며 가는 관군들. 수많은 조각배의 행렬. 하지만 물속과 늪지의 수초들 사이에 숨어서 보는 야만인 같은 자들

<그로 인해 역대 그 어떤 왕조도 대택향을 완전히 통제해본 적이 없다. 대택향은 중원 속의 또 다른 세상으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조각배를 뒤집거나 늪에 난 풀과 나무들 사이에서 활과 독침을 쏘는 야만인 같은 자들. 조각배들은 부서지고 뒤집히고. 물에 빠져 죽은 관군들. 화살이나 독침에 맞아 죽는 자들도 있고

 

청풍; (아버지도 무림맹의 피해를 우려하여 대택향으로는 진입하지 않으셨던 것인데...)

청풍; (그러다가 내가 귀면지존에게 납치당했다 여기시고 어쩔 수 없이 은퇴를 하셔야만 했었다.)

청풍; (그 결과 무림은 다시 천마련의 지배를 받게 되었고... 참극과 혈겁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청풍; (하마터면 아버지의 후계자인 사저가 끔찍한 일을 당할 뻔 했고...) 진상파가 강간당할 뻔한 장면 떠올리고

청풍; (두 번 다시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해내야만 한다.) 결심하는 표정

청풍; (바로 천강마존을 죽여서 천마련을 와해시키거나 내가 천마련을 장악하는 게 그것이다.) 눈 번득이고

청풍; (물론 어느 쪽이든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청풍; (천강마존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마도제일인으로 군림해온 인물이라 지금의 내 실력으로 쓰러트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청풍; (비록 벽세황으로 거의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다고는 해도 그자의 이름을 빌어 천마련의 주인이 되는 것 역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청풍; (그러나 나는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청풍; (그래야만 사저가 다시는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게 될 테고...) (무엇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떳떳하게 찾아뵐 수 있게 될 테니...) 생각할 때

팔락! 청풍의 앞쪽 허공에서 날개 짓하며 내려오는 주먹만한 크기의 나비. 바로 용운영의 분신이다.

청풍; (저 나비...) 찡그리며 나비를 보고

<날개의 무늬가 마치 사람의 눈같다.> 팔락이는 나비의 날개 크로즈 업. 사람 눈 같은 무늬가 날개에 새겨져 있다.

청풍; (그렇다는 건 혹시...) 화악! 유령같이 변하며 날아올라 손을 확 뻗어서 나비를 움켜잡는다. 단번에 청풍의 손아귀에 잡히는 나비. 하지만

콱! 청풍의 손아귀에 쥐어지는 나비. 직후

퍼억! 가루가 되어 흩어져 청풍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나비의 잔해

[!] 손을 허공에 뻗은 자세로 놀라는 청풍.

푸스스! 청풍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간 나비의 흔적은 다른 곳에서 다시 나비의 형태를 만들고

청풍; (역시...) 휘릭! 다시 지면으로 날아 내리며 나비를 올려다보고

팔락! 다시 나비의 형상을 만들며 날개 펄럭이는 나비

청풍; (저 나비는 혈관음(血觀音) 용운영(龍雲影)! 그 요녀가 술법으로 만든 수혼호접이다!) 나비를 올려다보는 청풍의 뇌리에서 자신의 강철같이 변한 손아귀에 목이 잡혔던 용운영의 몸이 나비가 되어 흩어지던 장면 떠오르고

청풍; [무례한 계집!] 쩡! 나비를 올려다보며 눈을 강하게 빛내고.

청풍; [날 훔쳐보라고 허락하진 않았다!] 화악! 눈을 부릅 뜬 청풍의 얼굴 뒤로 거대한 눈의 형상이 떠오르고

 

#400>

경치 좋은 호숫가에 이국적인 건물들이 서있고. 바로 천마귀비와 천마가 동거했던 천마유거다.

그 건물 중 하나

멈칫! 빗으로 머리를 빗다가 멈추는 여자의 손

창가에 놓인 의자에 앉아 머리를 빗다가 멈추는 여자. 바로 천마귀비다. 목에는 방울이 달려있는 목걸이를 개목걸이처럼 두르고 있고. 몸에는 마치 혼례식의 신부가 입는 것같은 화려하면서도 고풍스러운 옷을 입고 있다.

치마 아래로 굽이 있는 꽃신을 신은 신발이 드러나 보이는데 치마의 엉덩이쪽 밑으로 호랑이의 탐스러운 꼬리 끝 부분이 드러나 있다. 휘어지고 털이 많은 두툼한 호랑이 꼬리다.

천마귀비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바로 위 씬의 마지막 장면이다. 눈 부릅뜨는 청풍의 얼굴 뒤로 거대한 눈의 형상이 떠오르는 장면.

천마귀비; (<천자의 눈(天子之眼)>...) 빗을 머리에서 떼고

천마귀비; (가장 오래 전에는 진시황(秦始皇)에게서 나타났었고 마지막으로 본 것은 연왕 시절의 영락제 주체란 자에게서 였거늘...) 생각하고

천마귀비; (생각지도 않은 순간 <천자의 눈>을 또 보게 될 줄이야.)

천마귀비; (여전히 멀었구나. 천기를 읽는 것은 고사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니...) 탁탁! 치마 아래로 드러난 꼬리로 바닥을 가볍게 치고

천마귀비; (천마(天魔) 엽고성(葉孤星)...) (그 사람에 대한 집착과 죄책감의 굴레가 여전히 날 옭매고 있기 때문이겠지.) 한숨

<어쩌면 이번에 대택향에 나타난 <천자의 눈>의 주인이 나 천마귀비(天魔貴妃)의 오랜 숙원을 풀어줄지도 모르겠구나.> 열린 창가에 앉아서 멀리 하늘을 보는 천마귀비의 모습 배경으로 나레이션

 

#401>

다시 청풍이 있는 곳. 눈 빛내는 청풍의 얼굴 뒤로 강렬한 눈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화악! 여러 가닥의 끈같은 기운이 그 눈의 형상에서 일어나 그물 형태를 이뤄서 허공에 뜬 나비를 휘감아 간다.

<잡았다!> 화악! 그물 형태의 빛이 나비를 휘감고. 하지만 그 직후

<너와 싸울 생각은 없다!> 퍼억! 다시 흩어지는 나비를 배경으로 누군가의 생각이 전해지고

청풍; [...!] 츠으! 무언가 생각하며 눈에서 빛을 소멸시킬 때

<너와 한 가지 거래를 하고 싶다. 할 의향이 있으면 내 분신을 따라와라.> 팔락이며 날아가는 나비를 배경으로 떠오르는 누군가의 생각

청풍; [거래?]

<난 네가 대택향을 찾아온 목적을 이루도록 도와줄 수 있다. 손해 볼 일은 없을 테니 잘 생각해봐라.> 이어지는 용운영의 생각

청풍; (무슨 꿍꿍이인지는 모르지만 한번 만나는 봐야겠군.) 팟! 날아오르는 청풍

<귀찮은 꼬리를 달고 천마련에 잠입하면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나비를 따라 날아가는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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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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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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