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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

환락가가 있던 그 도시. 역시 아침. 정원이 잘 가꿔진 장원.

넓은 거실에 이불이 깔려있고 거의 알몸인 진달개와 황보천유가 함께 잠들어 있다. 밤새 응응한 모습이고.

따각! 따각! 갑자기 말 발굽 소리가 들리고

깜짝 놀라며 깨어나는 진달개와 황보천유

황보천유; [니미럴! 이런 아침부터...!] 오만상 쓰며 벌떡 일어나고. 진달개도 겁에 질려 일어나며 천으로 가슴을 가리는데

따각! 따각! 말 발굽 소리가 들리더니

펑! 문이 박살 나고.

거실 입구로 나타나는 거대한 말과 기수의 모습. 난릉왕이다.

[왕... 왕야!] [왕... 왕야를 뵙습니다!] 급히 엎드려 잘하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거실 입구에 말을 탄 채 우뚝 서서 내려다 보는 난릉왕.

가면 속에서 이글거리는 난릉왕의 눈빛

긴장하고 겁에 질려 납작 엎드려 있는 황보천유와 진달개

난릉왕; [황보천유!]

황보천유; [분... 분부하십시오!]

난릉왕; [패왕과 이산동등을 데리고 여산(廬山) 침운곡(浸雲谷)으로 가라!] [원수함에서 달아난 쥐새끼들이 그곳에 숨어서 모의를 하고 있다!]

황보천유; [그자들의 처리는 어떻게 하올지....!]

난릉왕; [권일해에게는 알아낼 것이 있으니 생포하라.] [사마이극, 차불노. 부도신궁 양홍경과 십대세가의 신임 가주들은 모두 죽여라!]

황보천유; [부부 거행하겠습니다!]

난릉왕; [황보중평, 고천원, 진가력등도 이미 여산으로 떠났다. 너희들도 서두르도록 하라!] 말을 돌리고

황보천유; [존명!]

난릉왕; [명심하라! 이번에 권일해 일당 중 단 한명이라도 놓치면 목숨으로 죄를 물을 것이다!] 따각! 따각! 사라지고

황보천유; [명심하겠습니다!]

따각 따각! 허공으로 말을 달려 사라지는 난릉왕

황보천유; [제기랄! 잘 난 척은...!] 고개를 들며 이를 부득 갈고

황보천유; [흐흐흐! 조금만 더 기다려라 난릉왕!] [사부님께서 절대마존 소의장의 마지막 신공을 완성하는 날 너도 끝장이 날 테니까!] 사악하게 웃고. 헌데

[...!] 황보천유의 뒤에 무릎을 꿇고 앉은 진달개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진다.

 

#192>

역시 아침. 산중의 절간. 중들이 울면서 통돼지 바비큐를 만들고 있다. 옆에서는 삼촌육유 중 한 놈인 꿈이 칼을 들고 앉아서 감시를 한다

[아미타불!] [세존이시여! 못난 제자들을 용서하소서!] [크흑! 내 목숨이 아까워 다른 생명을 죽이는 금살계(禁殺戒)를 범했으니 이 죄를 어찌할꼬?] [어무이! 불초 소자가 파계승됐슈!] 울면서 통 돼지를 돌리는 중들

꿈; [그만 뚝!] 눈 부라리고

깜짝 놀라는 중들

꿈; [자꾸 질질 짜면 그 돼지 대신 너희들을 먹는 수가 있다!] 입맛 다시고

[히익!] [용... 용서하십시오 시주!] [맛있게 구워 대령하겠습니다요!] 기겁해서 더 열심히 고기를 돌리고 쏘스를 바르는 중들

꿈; [꿀꺽! 냄새 죽이네!] [역시 내 입맛에는 날고기보다 구운 고기가 딱이야!]

 

대웅전 안. 꿈을 제외한 다섯 년놈이 탁자에 둘러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그 중 물거품이 종이에 적힌 글을 읽고 있다. 물론 청풍이 붙인 포고문이다.

물거품; [세... 세상 누구보다 잘 나고 위대하신 철궁의 궁주께서 도망친 종들에게 최후의 통첩을 날리노라.] [즉시 기어들어오지 않고 개기면 지옥 밑바닥까지라도 쫓아가서 박살을 내주겠노라!] 포고문을 읽고 있다.

이슬은 겁에 질려서 듣고 있고. 다른 놈들도 불안.

번개만 시큰둥해서 술을 마신다.

물거품; [이... 이런 포고문이 도처에 나붙어 있어!]

침 꼴깍하는 다른 놈들

이슬; [주인이 정말 많이 화가 난 모양이야!] 울상

이슬; [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서 용서를 빌어야하지 않을까?]

다른 놈들도 겁에 질려서 서로 눈치를 보는데

번개; [*까라 그래!] 탁! 술잔으로 탁자를 치고. 깜짝 놀라는 다른 놈들

번개; [제까짓 게 이 넓은 세상 어디에서 우릴 찾아내겠다는 거냐?] 다시 술 따르고

번개; [괜히 뻥치는 거니까 쫄 거 없어!] 술 마시며 코웃음

이슬; [그래도 주인은 얕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닌데...!] + 번개; [그만!] 화가 나서 눈 부라리고

찔끔하는 이슬

번개; [말끝마다 주인! 주인!] [이슬 너 언제부터 노예근성이 몸에 배었냐? 엉?]

이슬; [우... 우리한테 인간의 몸을 준 게 주인인 건 사실이잖아!] 눈치 보고

번개; [어이구 그러셔?]

번개; [그렇게 종노릇이 하고 싶으면 당장 그 인간한테 돌아가! 내 신경 긁지 말고!]

이슬; [이건 화를 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야!] 울상

번개; [아아! 귀잖아! 귀잖아!] [야 이 땡중들아! 빨리 안주 안 갖고 와?] 밖을 향해 버럭 신경질 내고. 밖의 중들 깜짝 놀라고

[예예! 지금 갑니다요!] [다... 다 익었습니다요!] 헐레벌떡 통돼지 바비쿠를 들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오는 중들

[그... 그럼 맛있게 드십쇼 시주님들!] [아미타불!] 굽신거리며 나가는 중들

[오! 냄새 죽이는데!] [중들이 언제 돼지 굽는 기술을 배웠대?] [고기를 안 먹니 뭐니 하면서 사실은 근처의 산 돼지들을 몰래 잡아먹어온 거 아냐?] 코를 킁킁 대는 삼촌육유들

번개; [제사 지내냐? 빨리 먹자!] 단도로 돼지 앞 다리를 잘라서 먹고

이슬을 제외한 다른 놈들도 달려들어서 신나게 뜯어먹는다.

[카아 죽인다! 역시 남의 살이 좋아!] [인간이 되어서 좋은 점 하나가 배도 함께 커져서 맛난 걸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이야!] [낄낄! 이제 곧 다른 재미도 알게 될 거다!] 웃으며 게걸스럽게 돼지를 잘라 먹는 번개 일행

물거품; [야! 이슬! 넌 안 먹냐?]

꿈; [그래! 이건 인간 고기도 아니고 또 날 고기도 아니잖아!]

이슬; [생... 생각없어! 너희들끼리 먹어!] 억지로 웃고

번개; [가지가지 한다!] [야야! 이슬 저건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는 우리끼리 놀자!]

환상; [낄낄! 맞아! 이슬은 암컷이잖아! 고추도 안 달렸어!] [같이 놀기엔 여러 모로 불편해!]

꿈; [고추가 안 달린 대신 다른 게 달렸지!] 이슬의 빵빵한 젖가슴 훔쳐보며 변태같은 표정을 짓고

이슬이 노려보고. 찔끔하는 꿈

환상; [낄낄! 조심해라 꿈! 암컷들은 한 달에 한 번 마술에 걸린다더라!] 땡! 말하던 환상의 머리통을 술잔이 강타한다

이슬이 술잔 던진 자세로 노려보고 있고

환상; [아구구!] [이슬! 너 이게 무슨 짓이냐?] [혹시 오늘이 바로 그날이냐?] 머리 싸매고 죽상 짓고

이슬; [주둥이 안 닥쳐?] 벌떡 일어나 술병을 들어서 던지려 하고

[으헥!] 다시 머리 감싸는 환상.

[야야 참어!] [술병은 안돼!] 다른 놈들 비명 지르며 말리려는데

술병을 던지려다가 굳어진 이슬, 눈 부릅

[어!] [왜 또 그러냐 이슬?] [안 던지는 거야?] 다른 놈들 어리둥절하며 보고. 그때

이슬; [흑!] 뒷걸음질하며 술병을 떨어트리고

파삭! 바닥에 떨어져서 깨지는 술병

이슬; [저... 저...!] 대웅전 안쪽을 손가락질 하며 버벅

[대체 뭔데...!] [으헤엑!] 뒤돌아보다가 비명 지르는 다른 놈들.

쿵! 사람 눈 같은 것이 어둑한 천장 쪽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청풍의 눈이다.

[나... 나타났다!] [엄마야!] 비명 지르며 주저앉는 다른 놈들. 번개만이 눈 부릅뜬 채 앉아있고

청풍; [재미들 좋냐?] 슈욱! 어둠 속에서 청풍의 커다란 얼굴이 나타나며 노려보고

사색이 되어 주저앉은 이슬과 다른 놈들

청풍; [아침부터 술판을 벌이고... 아주 살판이 났구만!]

청풍; [이게 마지막 경고다! 내가 직접 찾아나서는 날이면 모두 제삿밥 먹을 줄 알아라!]

[으으으!] [안... 안되는데...!] [제삿밥은 싫어요!] 겁에 질리는 놈들

번개; [다....다...] 필사적으로 입을 떼고.

모두들 흠칫하며 번개를 보는데

번개; [닥쳐라 인간아!] 용기를 내서 외치고

청풍; [어쭈!]

(잘 한다 번개!) (역시 네가 대장이다!) (인정한다! 너 짱 먹어라!) 번개를 곁눈질하는 다른 놈들.

번개; [니기미! 그렇게 자신 있으면 찾아와라! 한번 진지하게 맞짱 떠보자 인간아!] 벌떡 일어나 가슴을 펴며 용기를 내고

번개; [나한테는 협박 따위 안 먹히니까 자신 없으면 너야말로 꼬리 내리고 숨는 게 장수에 지장 없을 거다!] 으하하하! 억지로 웃는데

청풍; [아가리 닥쳐!] 눈 부릅 뜨며 고함을 치는 청풍의 얼굴. 직후

꽈광!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서

대웅전의 지붕을 뚫고 내려 꽂혀 번개를 강타한다

꾸엑! 번개에 맞아 비명을 지르는 번개

[으헤엑!] [번개가 번개를 맞았다!] [엄마야!] 다른 놈들 비명. 머리 감싸고 엎드리는 놈도 있고

번개; [으으으! 짜릿짜릿해!] 새카맣게 타서 해롱대다가

꽈당! 그대로 나자빠지는 번개

청풍; [이 새끼들! 거기 전부 그대로 있어!] [지금 당장 달려가서 전부 모가지를 몸뚱이와 생이별 시켜줄 테다!] 분노하는 청풍의 머리 주위로 번개가 마구 치고

[살... 살려주세요!] [잘못 해쪄요 주인님!] [이렇게 빌께요!] 머리 쳐박고 두 손 위로 쳐들러 싹싹 비는 놈들

청풍; [세상 하직하는 게 싫으면 선착순으로 달려와라!] [꼴찌하는 놈에게는 튼튼한 개 목걸이를 선물하겠다!] 슈우! 사라지고

<개... 개 목걸이!> 모두들 눈 부릅뜨고

이어 그놈들 머리에 떠오르는 장면. 청풍이 개줄을 잡고 회초리로 때리는 모습인데 다섯 놈이 각자 자신이 개목걸이에 채워져서 네 발로 기는 모습들을 떠올린다

물거품; [안돼!] 벌떡 일어나고

물거품; [개목걸이는 시져!] 밖으로 달려나간다

[물거품! 비겁하다!] [야 임마! 멈춰!] [같이 가!] 비명 지르며 다른 놈들도 다급히 달려나가고

번개; [으으으! 안... 안돼!] 정신차리며 벌벌 떨고

번개; [이... 이 인정머리 없는 놈들아!] [나.. 나도 데리고 가!] 벌벌 기어서 대웅전을 나간다.

하지만 이미 별똥별처럼 변해서 한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다섯 놈들

번개; [나도 개 목걸이는 싫어!] 처절한 울부짖음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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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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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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