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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교;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요!] [그때... 그날 밤의 그 사람은 분명 공자님이었어요!] 울고

구령; (그만 두자! 죽일 가치도 이유도 없는 가엾은 계집이다!) 스릉! 검을 검집에 꽂고

구령; (그러나 오싹하구나. 산산히 깨어지고 있는 한 여자의 인생과 꿈을 이렇게 직접 보게 되다니...!) 연민의 표정으로 굴이교를 보고

공자무는 천천히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신; [서북쪽입니다.]

공자무; [인록! 나오너라!] 호통을 치고

휘이이익! 공자무가 노려보는 쪽의 절벽 아래에서 건장한 청년이 높이 솟구쳤다가

굴이교의 뒤에 떨어지며 무릎을 꿇는다. 굴이교와 남매처럼 닮은 청년. 절세 미남. 굴이교의 아들인 공인록

덜덜 떨며 굴이교 뒤에 엎드린 공인록

쿠오오! 그를 노려보는 공자무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일어나고

공인록; (이... 이분이 바로...!) 바닥에 댄 이마로 땀이 비오듯 흐르고

<어머니가 늘 말씀하신 그 위대하신 분이다!> 쿵! 산처럼 거대해진 채 내려다보는 공자무. 그 앞에 납작 엎드려 있는 굴이교와 공인록의 개미같은 모습

신도 어느덧 무릎을 꿇고 있고

구령도 숨을 멈춘 채 곁눈질한다

구령; (오... 오라버니가 이토록 심하게 화를 내신 적은 없었어!) 침 꼴깍

구령; (지금의 오라버니가 일갈하면 하늘 아래 어떤 고수도 피를 토하고 죽어버릴 거야!)

공자무; [인록이라고 했느냐?] 슈우! 몸에서 내뿜던 기운이 사그라들고

공인록; [예... 옛!] 더듬거리며 대답하고

공자무; [너는 네가 익힌 무공을 아느냐?]

공인록; [만겁... 만겁사혼장(萬劫死魂掌)입니다.]

공자무; [얼마나 익혔느냐?]

공인록; [십성(十成) 성취했습니다.]

공자무; [굴용은?] 분노한 표정으로 소리치고.

공인록; [대... 대종사께선 팔성(八成)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비지땀

구령; (십성의 만겁사혼장!) 무언가 깨닫고

구령; (만겁사혼장은 사파(邪派) 최강의 무공이다. 하지만 대성(大成)하기 위해서는 삼대(三代)에 걸친 혈육의 전승이 있어야 가능하다.)

구령; (맙소사! 그렇다면 굴이교를 범해서 아들을 낳게 한 장본인은....!) 전율하고

구령; (굴용! 굴용 자신이었어!) (오라버니의 분노가 하늘 끝까지 치민 것은 그것을 한 눈에 알아본 때문이었고!) 숨이 막히고. 그때

공자무; [너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공인록을 노려보고

공인록; [소생을 낳아주신 아버지십니다.] 겨우 고개를 약간 들고

공자무; [아니다. 나는 네 아버지가 아니다.]

굴이교; [흐윽!] 몸이 오그라들고.

공인록도 바르르 떨며 이마를 바닥에 붙이고 있고

공자무; [너는... 나를 아느냐?]

공인록; [천인(天人)의... 힘을 지니신 분이라 들었습니다.]

공자무; [옳다.] [나는 천인은 아니지만 인간이 함부로 가질 수 없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의연하게

공자무; [그러나 나는 무림에 간여하는 사람은 아니다.]

공자무; [죽고 사는 것은 무림이든 어디든 마찬가지!] [어찌 죽어도 사람이 죽으면 북망산 무덤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공자무; [하지만 나는 이제 네게 명하고자 한다.]

공자무; [만겁사혼장이 사파의 담장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라! 만겁사혼장을 내세워 무림천하를 꿈꾸지 마라!] 무시무시한 위엄이 흘러넘치고

공인록; [영문을... 영문을 말씀해주십시오.] 고개를 조금 들면서 떨리는 음성으로

공자무; [내가 무림에는 간여하지 않으면서 굳이 만겁사혼장에 간여하는 것은 만겁사혼장이 사람을 해치는데 그치지 않고 혼령을 겁(劫: 천지개벽에서 천지개벽에 이르는 시간. 영원한 시간) 속에 가두는 해악이 있기 때문이다.]

묵묵히 듣는 공인록

공자무; [천하에는 기인이사(奇人異士)와 괴인괴물(怪人怪物), 기수영금(奇獸靈禽), 신령요괴(神靈妖怪)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공자무;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다가 몰(歿: 죽음)하며 자기를 드러냈어도 재주를 숨기는 자들도 적지 않다.]

공자무; [그들이 나서지 않음은 첫째가 재주는 뽐내기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둘째가 이름은 불리는 것이지 높이기 위한 것이 아닌 때문이며....]

공자무; [셋째가 하늘에도 땅이 있어 대(對)를 이루고 해에도 달이 있어 대를 이루는 것처럼 그들이 아무리 빼어난 재주를 가졌다 해도 그 대(對) 되는 것이 기필코 있기 때문이다.]

공자무; [그러므로 현인(賢人)은 재주가 있더라도 바른 일에만 나선다.]

공인록; [소생의 몸에 있는 만겁사혼장을 제거해주십시오.] 이마를 땅에 대며

공자무; [이교가 너를 그릇된 길로 들게 하진 않았구나.] 미소

굴이교; [당신의 아들로 알고 키웠답니다.] [자랑스러워할 아들로 키우고 싶었답니다.] 애절하게 울고

구령; (가엾은 계집!) 한숨

구령; (하긴 나라도 자식이 있었다면 오라버니를 생각하며 오라버니같은 사람으로 키우려 노력했을 것이다.)

구령; (오라버니같은 위대한 분의 자식에게 어떻게 조금이라도 잘못된 것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공자무; [네 마음이 곧다면 무공을 제거할 필요가 없다.] 미소

공자무; [만겁사혼장은 좋지 않은 물건이다.] [그러나 그 또한 상대되는 것이 존재하기에 생겨난 것이다.]

공자무; [네가 만겁사혼장을 지니고도 쓰지 않는다면 천지창생을 위해서 큰 공덕을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녔으되 쓰지 않겠다는 마음을 지니면 능히 너를 바르게 지키고 곧게 나아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공인록; [소생은 조부님을 거역할 수 없습니다.]

공자무; [굴용 대종사에게 전해라.] 엄한 표정

공자무; [나 공자무는 내 아들이 그의 야망을 위한 도구로 쓰이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하더라고!]

굴이교; [흑!]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고.

공인록; [!] 고개를 번쩍 들고.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구령

공자무가 공인록의 머리에 손을 얹는다.

공인록은 숨이 멎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고

공자무; [네 어머니에게 너는 이십칠 년간 경인년의 축복이었다.]

공자무; [네 어머니 마음속에 있는 너의 이름을 밝히면서 살도록 해라.]

공자무; [나 공자무는 너를 아들로 인정한다.]

공인록; [아... 아버지!] 주르르! 공인록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공인록; [감사합니다 아버지!] 공자무의 발에 이마를 대며 운다.

안도하며 우는 굴이교

구령; (무슨 상관이겠어?) 한숨

구령; (어차피 오라버니에게는 아들이 넷이나 있었는데 하나쯤 더 늘어난다 한들...!)

구령; (하지만 저들 모자 때문에 나와 오라버니만의 여정도 이제는 끝이구나.)

<죽기보다 싫지만 진군소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야겠지!> 멀어지는 모습

 

#186>

밤. 어느 도시.

객잔.

객잔의 방에 홀로 앉아서 편지를 읽고 있는 공대벽. 탁자에는 봉투가 놓여있고 봉투에서는 등천신환이 반쯤 빠져나와 있다.

<(중략) 이렇게 된 거니까 마무리는 큰형이 해주시기 바래요. 누가 뭐래도 우리 집안의 대들보는 큰형님이시잖아요. 막내가> 편지를 읽고 있는 공대벽의 모습을 배경으로

편지를 내려놓는 공대벽. 무언가 생각하고

봉투에서 빠져나와 있는 등천신환을 보고

등천신환을 집어드는 공대벽.

이어 등천신환을 조심스럽게 왼쪽 손목에 낀다.

잠시 기다리는 공대벽.

지잉! 그러던 어느 순간 등천신환이 빛을 발하고. 직후

휘익! 갑자기 방안에 바람이 불며 등불이 모두 꺼져 버린다

공대벽; [....!] 어둠 속에서 눈을 빛내며 손목을 본다. 징! 징! 손목에 채워진 등천신환이 야광처럼 빛을 발하고. 그러던 어느 순간

<무슨 꿍꿍이로 등천신환을 몸에서 떼어놓았던 것이냐?> 갑자기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소의장; [경고는 했을 텐데....? 등천신환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내가 쉽사리 그자의 몸을 차지할거라고!] 스으! 어둠 속에서 반딧불처럼 모습을 드러내는 절대마존 소의장

소의장; [자꾸 나를 화나게 하면 네놈을 죽여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 [!] 말하다가 눈 부릅 소의장. 반투명한 모습

어둠 속에서 태산같이 앉아서 두 눈을 번갯불같이 빛내고 있는 공대벽

벼락에 맞는 듯한 충격을 받는 소의장

소의장; <제... 제왕!> 무릎이 저절로 꺽이며 숨이 턱 막히는 표정이고

소의장; (똑... 똑같다!) (바로 그 사람... 내게서 초원을 빼앗아가고 마침내 다른 세계로 도망치게 만들었던 제왕이다!) 공대벽의 발치에 엎드려 발발 떨고

태산같이 거대해져서 까마득한 곳에서 내려다보는 공대벽. 그 발치 앞에 개미처럼 엎드려 떨고 있는 소의장의 애처로운 모습

소의장; (수천, 수만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도 다시 제왕과 마주치다니...!)

<운명은... 어찌하여 나 소의장에게만 유독 가혹하단 말인가?> 객실 안의 모습 멀어지고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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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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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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