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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철궁. 밤.

삼엄한 경비.

청풍이 침실로 쓰는 건물. 철궁의 제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다. 그 건물로 다가오는 잘 생긴 청년. 좀 교활한 인상이고. 철궁에 상주하는 세 명의 제일열 중 한 명인 군옥부

[군(軍)일열님!] [어서 오십시오.] 인사하는 제자들

군옥부; [수고한다. 궁주님은?]

제자들; [여전히 혼수상태이십니다.] [가일열님과 하일열님께서도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군옥부; [십이사님들도 궁을 비우신 이 마당에 큰일이지.] [어쨌거나 환궁했다고 인사를 드려야겠다!] 안으로 들어가고

[그리하십시오!] 끄덕이는 제자들

건물 안.

침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군옥부

아무도 없는 방에 청풍이 침대에 누워있다. 병색이 완연한 모습이고. 혼수상태

군옥부; [궁주님! 군옥부(軍玉斧)가 인사올립니다!] 포권하고

하지만 대답없는 청풍

눈 반짝하는 군옥부

군옥부; [궁주님!] 속삭이며 청풍의 얼굴 위로 손을 흔들어 보는 군옥부.

물론 그래도 반응이 없고

히죽 웃는 군옥부

군옥부; [제발 빨리 털고 일어나십시오 궁주님!] 침대 옆의 의자에 앉고. 등받이가 없는 둥그런 도자기 의자다.

군옥부; [제자들이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품에서 유리병을 하나 꺼낸다. 황보천유가 역천마도에게 쓴 섭혼고가 들어있다.

군옥부; [궁주님이야말로 철궁의 희망이고 우상 아닙니까?] 말하며 병의 뚜껑을 열고.

군옥부; (흐흐흐! 이제 곧 내가 부리는 꼭두각시가 되겠지만...!) 섭혼고가 든 병을 청풍의 코에 대려하고. 바로 그때

[멈춰라 군옥부!] 펑! 문이 박살나고

흠칫 돌아보는 군옥부

가진우; [궁주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박살난 문 밖에 가진우와 하시룡이 서있다. 눈을 부릅 뜨고

군옥부; [쯧! 훼방꾼들이 등장하셨군!] 혀를 차며 유리병을 청풍의 코에 기울인다. 병에서 기어나와 청풍의 코로 들어가려는 섭혼고

[멈추라고 했다!] [군옥부! 네가 감히!] 분노하여 칼을 휘두르며 방안으로 뛰어들지만

군옥부; [당신들은 구경이나 해!] 펑! 왼손으로 유리 병을 청풍의 코에 댄 채 오른손으로 대충 휘둘러 장풍을 날리는 군옥부

펑! [헉!] [큭!] 충격 받고 뒤로 퉁겨져 나가는 가진우와 하시룡

[네... 네놈! 무공을 숨기고 있었구나!] [교활한 놈!] 날아가서 벽에 부딪혔다가 몸을 세우는 가진우와 하시룡

그 사이에 섭혼고는 청풍의 코로 기어들어가고

군옥부; [하하하! 그 동안 어리숙한 척 하느라 고생이 많았지!] 웃으며 일어나고

군옥부; [그럼 어디 그동안 두 분 사형께 쌓였던 감정을 좀 풀어볼까?] 우두둑! 사악하게 웃으며 양 손을 마주 쥐어 소리를 낸다. 헌데 바로 그때

[젠장할! 하일열의 보고가 사실이 아니길 바랬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의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눈 부릅뜨는 군옥부

청풍; [다른 곳도 아니고 우리 철궁에 독사새끼들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단 말이지? 기분 참 더럽네!] 일어나 앉는 청풍

군옥부; [궁... 궁주!] 사색이 되고

군옥부; [분명 섭혼고에 장악당했을 텐데....!]

청풍; [이 버러지 말이냐?] 킁! 손을 코에 대고 콧바람을 쎄게 내뿜고. 그러자

툭! 청풍의 코에서 튀어나와 그의 손바닥에 떨어지는 벌레

군옥부; [혼... 혼수상태에 빠진 게 아니었구나!] 비틀

청풍; [물론 아니지 존만아!] 쾅! 군옥부의 아구통을 단번에 돌려버리는 청풍

[끄억!] 콰당탕! 옥수수가 왕창 빠져서 나뒹구는 군옥부

군옥부; (이... 이렇게 빠르다니...!) 피를 토하면서도 급히 일어나려 하지만

[개같은 놈!] [감히 배신을 해?] 쾅! 쾅! 가진우와 하시룡이 발로 밟아버린다

끄악! 비명 지르는 군옥부

[네놈과 같은 일열이라는 게 수치스럽다!] [철궁을 배신하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밟고 칼집에 든 칼로 팬다. 끄아악! 비명 지르는 군옥부

청풍; [살살 패!] [알아낼 게 많은데 미리 명줄 놓으면 곤란해!] 침대에 다시 앉으며 말하고. 손에는 섭혼고가 들려있다.

청풍; [섭혼고라...! 제법 쓸모가 있겠지만 좀 징그럽군!] 청풍의 손가락 사이에서 바르작 거리는 섭혼고

청풍; [그리고 난 징그러운 건 질생이야! 잘 가라!] 빠직! 손가락에서 벼락이 일고

파스스! 재로 변해 버리는 섭혼고. 그 사이에 가진우와 하시룡에게 밟히는 군옥부의 비명이 들리고

 

잠시후. 피곤죽이 되어 청풍 앞에 무릎이 꿇린 군옥부. 손이 뒤로 묶였다. 가진우와 하시룡이 군옥부 뒤에 서있고.

청풍; [말해봐! 일사(一師)가 정말 딴 살림 차린 게 사실이야?] [일찌감치 나한테 궁주 자리를 넘긴 것도 그 때문이고?]

군옥부; [흐흐흐! 할 수 있을 때 실컷 잘난 척 해둬라!] [곧 사부님께서 네놈을 개 돼지처럼 패죽이러 오실 테니...!] 이를 갈며 웃고

하시룡;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칼집에 든 칼로 군옥부를 패려 하고

군옥부; [가진우! 하시룡! 너희들도 잘 생각해서 처신해라!] [천하는 곧 사부님의 수중에 들어간다! 괜히 줄 잘못 섰다가는 개죽음이 있을 뿐이다!]

하시룡; [아가리 닥쳐!] 패려는데

가진우; [참게 하일열!] 하시룡을 말리고

가진우; [저희들에게 맡겨 주십시오. 이 배신자가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실토하게 만들겠습니다!] 청풍에게. 그때

지고운; [고문이라면 제게 맡기세요!] 들어오고

지고온; [적포동에서는 사람 죽이는 것만 가르치는 게 아니랍니다!] 사악하게 웃고

공포에 질리는 군옥부

 

#182>

역시 밤. 철궁의 다른 곳 모습.

천년총관. 아직 복구가 되지 않았는데. 불빛이 흘러나온다.

벽이 터져나간 침실에서 서성이고 있는 청풍. 침실은 원래 모습을 보전하고 있다.

권완을 떠올리고

청풍; (예쁜이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청풍; (그날 밤에 예쁜이가 철궁을 나가는 걸 본 사람은 없다고 하는데...!)

<공자!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 용서해주세요!> 울며 매달리던 권완의 모습을 떠올리고

청풍; [젠장!] 침대에 털썩 주저앉고

청풍; [홧김에 너무 심한 말을 했어!] [완매도 나쁜 뜻에서 소혼곽을 시험한 게 아니었는데...!] 머리를 감싸쥐고

청풍; [정말 삐져서 날 떠난 거라면 곤란해!] [난 이제 완매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게 되었는데...!] 머리를 쥐어뜯고. 그때

[휴우! 정해(情海)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건 시대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구나!] 갑자기 누군가의 탄식이 들리고

깜짝 놀라 고개를 드는 청풍

소의장; [만사태평인 네게도 그런 고민이 있을 줄은 몰랐다!] 빤히 들여다보고 있는 소의장. 어린 소녀가 아니라 여신일 때의 모습

청풍; [으악!] 비명 지르며 뒤로 발라당 넘어가고

소의장; [반가워할 건 기대 안했지만 그래도 좀 서운하네.] 한숨 쉬며 침대 앞쪽의 의자에 앉고

청풍; (절... 절대마존 소의장!) + [어.... 어떻게 이쪽 세계로 건너온 겁니까?] 덜덜 떨며 겨우 일어나고

소의장; [겁낼 것 없다. 실제로 건너온 게 아니고 그림자만 보낸 것뿐이다!] 말하는 소의장의 모습이 반투명해서 뒤쪽의 사물이 흐싯하게 비쳐 보인다.

청풍; (그러고 보니 뒤쪽의 사물이 비쳐 보이네!) 안도

그러다가 흠칫.

징! 징! 신령석으로 만든 등천신환이 희미한 빛을 내고 있다.

청풍; [등천신환을 통해서 이쪽 세상을 엿볼 수는 있는 건가요?]

소의장; [내 육신은 소멸되었지만 내가 남긴 몇 가지 물건은 이쪽 세계에 남아있다.] [그것들을 통해서 잠깐 잠깐 엿볼 수는 있다.]

청풍; [등천신환 말고도 당신이 이 세상에 남긴 게 또 있습니까?]

소의장; [모두 네 가지를 남겼는데 너는 이미 그것들을 모두 보았다.]

청풍; [내가 모두 보았다구요?]

소의장; [구소현정검, 조심경, 그리고 난릉왕을 보지 않았느냐?] 웃고

청풍; [귀신이나 요괴도 벨 수 있다는 구소현정검과 본궁을 있게 한 조심경이 당신 것이었단 말입니까?] 입 쩍 벌리고

소의장; [내가 아니면 누가 그같은 신기한 물건들을 세상에 남길 수 있겠느냐?] 오만하게 웃고.

청풍; (잘난 척은...!)

소의장; [조심경은 내가 수시로 떠올린 심득(心得)을 적어놓은 일종의 일기다.]

소의장; [사(私)적인 내용도 있고 해서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난해한 기호로 적었는데... 그걸 누군가 일부 해독해낸 모양이구나.]

청풍; (그... 그러니까 뭐야? 철궁의 진짜 조사는 이 괴물이란 얘기잖아!) 침 꼴깍

[!] 그러다가 무언가 떠올리는 청풍

청풍; [난릉왕도 당신이 남겼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북제(北齊)의 명장이었던 난릉왕 고장공(高張恭)은 당신이 활동하기 이백여년 전의 인물로 알고 있는데....!]

소의장; [사실을 말하자면 내 힘의 원천은 난릉왕이 남긴 술법이었다.] [난릉왕이 남긴 가면을 우연히 얻었는데 그것에 난릉의 술법이 깃들어 있었다.]

청풍; [난릉의 술법이 가면에 깃들어있었다는 건....!]

소의장; [난릉왕의 보패(寶佩), 즉 법기(法器)가 바로 가면이었다는 얘기지!]

청풍; [아!]

소의장; [나는 난릉의 술법을 더욱 발전시켰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무공도 만들어냈다.]

소의장; [그러다가 어떤 이유로 내 몸이 이 세상에서 소멸될 때 지닌 바 술법의 힘을 모두 난릉의 가면에 옮겨 놓게 되었다.]

청풍; [가면에 술법의 힘을 옮겨놓았다면 혹시...!] 침 꼴깍

소의장; [누구든지 난릉왕의 가면에 선택을 받으면 그 즉시 진짜 난릉왕이 된다는 뜻이다.]

청풍; [가... 가면이 사람을 선택한단 말입니까?]

소의장; [난릉왕의 무서운 점이 바로 그것이다.]

소의장; [뜻을 펴 보지 못하고 죽은 그의 한과 집념은 법기인 가면에 고스란히 전이되어 있다.]

<그래서 난릉의 가면은 끝없이 천하의 주인이 될만한 인물을 찾아다니는 것이다.> 난릉왕의 가면을 배경으로 난릉왕의 가면을 쓴 인물이 말에 탄 채 망토를 펄럭이고 있고 그 말 발굽 아래 무수한 시체와 해골이 널려있다.

소의장; [나 역시 가면의 선택의 받았으며 하마터면 가면의 지배를 받을 뻔했다.]

소의장; [하지만 나는 보패 따위에 지배를 받기에는 이상이 너무 높았다.] [나의 고고한 긍지는 난릉왕의 저주와 속박을 뛰어넘었고 그리하여 마침내 고금제일인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거만하게

청풍; (대놓고 자랑질이로군!) 코웃음

소의장; [지난 천여년의 세월동안 난릉왕의 저주를 스스로 극복한 자는 나 외에는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청풍; [난릉의 가면은 없앨 수 없습니까?]

소의장; [없다!] 단호하게 고개를 젓고

소의장; [난릉의 가면은 난릉왕의 집념에다가 나의 술법이 더해져서 결코 파괴되지 않는 권능을 지녔다.]

청풍; [결... 결국 지금의 난릉왕을 없애도 또 다른 난릉왕이 나타난다는 얘긴데...!] 울상

소의장; [아니, 있기는 있구나!] 고개 젓고

청풍; [난릉의 가면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그게 뭐죠?] 반색

소의장; [바로 너희 공가(孔家)의 피다!]

청풍; [엥?]

청풍; [우리 집안의 피가 난릉의 가면을 없앨 수 있다구요?]

소의장; [지난 세월 무수한 난릉왕이 존재했을 텐데 그들이 어째서 단 한 번도 세상의 주인이 되지 못했겠느냐?]

소의장; [어딘가에 남아있을 <제왕>의 핏줄이 두려워 숨어 지냈기 때문이다.]

청풍; [제왕의 핏줄!]

소의장; [너희 집안 인간들에게는 어떤 술법도 통하지 않는다. 난릉의 술이 제 아무리 강하다 해도 마찬가지다.]

청풍; [그.... 그러니까 우리 집안이....!] 침 꼴깍

소의장; [그렇다.] [네 몸 속에는 팔백년전 칠년천하를 이루었던 제왕의 피가 흐르고 있다!]

청풍;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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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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