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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장; [제왕의 핏줄에는 저절로 술법이 흩어지게 만드는 힘이 깃들어 있다.]

소의자; [즉, 술법을 익힌 자가 너희 집안사람 앞에 선다는 건 발가벗은 알몸으로 칼날 앞에 몸을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청풍; (그래서 난릉왕이 날 꺼려했구나!) 침 꼴깍

원수함 위에서 난릉왕의 촉수가 자신의 목을 움켜쥐어 하늘 끝까지 들어올렸던 일과 그 촉수를 자신의 분노가 터트려버렸던 것을 떠올리는 청풍.

청풍; (용화사에서 날 죽일 듯하다가 그냥 가버린 것도 그 때문이었고...!)

소의장; [제왕에게 좌절당한 게 어찌 난릉왕의 집념뿐이겠느냐?] [나 역시 그에게 모든 것을 잃었는데....!] 천장 보며 탄식

청풍; [제왕.... 그러니까 저희 집안 선조하고 무슨 안 좋은 인연이 있었어요?] 눈치 살피며 묻고

소의장; [하하하! 안 좋은 인연이라...!] 허탈하게 웃고

소의장; [있지! 있고 말고!] [사랑하는 여자를 빼앗겼을 뿐 아니라 육신마저 영원히 소멸당해 버렸으니까!] 웃고. 이하 소의장의 설명

 

<대성(大聖) 공자는 인의(仁義)와 예교(禮敎)로 세상을 구제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오랜 노력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세상의 탐욕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에 이르게 되었다.> 고대의 수레를 타고 여행을 하는 늙은 선비. 주변에는 제자들이 따르고.

<낙담한 공자는 도(道)로서 이루지 못한 이상세계를 힘으로 이루어줄 후손을 남길 작정을 하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바탕이 좋은 여자를 구해 가장 천기가 좋은 날을 골라 합방(合房)함으로서 그 여자와의 사이에서 최고의 자질을 지닌 아들을 얻었던 것이다.> 늙은 공자가 앉아서 보고 있다. 젊은 여자가 아기를 안고 어르는 모습

<공자가 말년에 얻은 그 아들로부터 제왕공가(帝王孔家)라는 비밀가문이 탄생했다. 제왕공가의 후손들은 인간의 정신을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는데 그 힘이 너무 뛰어나기 때문인지 대대로 독자로 혈통이 이어져 왔다.> 신선같은 선비가 서있고 그앞에 무수한 사람들이 엎드려 있다.

<한 시대에 오직 한명의 여자만이 제왕공가 가주의 아이를 갖을 수 있으며 그 여자도 한 번의 출산으로 모든 원기를 상실하여 죽거나 다시 아이를 갖을 수 없는 몸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인물이 침대 옆에 아기를 안고 앉아있고 침대에는 해산한 산모가 죽어가고 있다. 주변에는 여자들이 울고 있고

<제왕공가의 역대 가주들은 일족의 특별한 능력으로 암중에서 세상을 지배하며 조종해왔다. 세상이 어지러운 후에는 반드시 다시 통일되고 평온해지는 것은 제왕공가 가주들의 보이지 않는 활약 덕분이었다.> 전쟁 장면

<그리하여 팔백년전 마침내 제왕공가에서 천하의 모든 힘있는 자들을 굴복시켜 천하통일을 이룬 인물이 탄생했다. 그가 바로 전설 속의 칠년천하를 이룬 <제왕>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어떤 거대한 인물의 발치에 모든 사람들이 엎드려 있다. 무기를 내려놓고 깃발도 여기 저기 널려있다.

<하지만 제왕은 칠년간 천하를 다스린 후 홀연히 가솔들을 이끌고 세상에서 사라졌다. 제왕공가의 가신들인 칠고신(七高臣)과 십대수호세가(十大守護世家)가 필사적으로 찾아다녔으나 어디에서도 제왕의 종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제왕이 왜 세상에서 홀연히 종적을 감췄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소의장;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소의장; [제왕은 어찌하여 세상을 버린 것일까?]

청풍; (난 알 것 같애!)

청풍; (제왕께서는 당신의 존재를 감당하기에 이 세상이 너무 좁다고 느끼셨을 것이다.)

청풍; (세상은 그 분의 위광에 복종하여 평화를 유지하겠지만 대신 진보와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청풍; (제왕께서는 칠년간의 지배를 통해서 인간의 정신이 성숙해지고 문화가 번창하려면 일체의 구속이 없어야한다는 것을 깨달으셨을 것이다.)

청풍; (아이들이 또래들과 부대끼고 싸우는 과정에서 자라는 것과 같은 이치지.) 끄덕이고

그런 청풍을 빤히 보는 소의장

청풍;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쑥스럽게....!]

소의장; [역시 제왕의 핏줄은 다르구나.] [내가 수천, 수만년의 세월동안 고심하고도 알아내지 못한 걸 단번에 깨달은 듯하니...!]

청풍; [뭐 대단할 것도 없어요. 제 생각이 꼭 맞다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청풍; [그런데 저의 선조와는 대체 무슨 악연이 있었던 거죠?]

소의장; [한 여자를 두고 다투었다.]

청풍; [제왕과 연적(戀敵) 관계였어요?]

소의장; [지금의 내 모습이 바로 그녀다.] 자기 몸을 내려다 보고

소의장; [본명이 은초원(殷苕媛)이었는데 별호가 여러 가지였다.] [능소화(凌宵花), 금등화(金藤花)...] 아련한 표정

소의장; [그래도 가장 잘 어울리는 별호는 여중지성(女中之聖) 화중모란(花中牧丹)이었지.]

청풍; [여자 중의 성인이고 꽃 중의 모란이라고?] [쳇! 아무리 여자가 예쁘고 총명해도 그렇지 좀 과한 이름인걸.]

청풍; (음.... 그래도 말은 듣기 좋은데... 완이가 토라지면 이렇게 불러줄까?)

소의장; [결코 과하지 않았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가장 총명했던 여자였으니까.] 몽롱한 표정

청풍; (아무리 그렇다 쳐도 사랑했던 여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건 좀 그렇네!)

소의장; [난 그녀를 위해서 뭐든지 다 했다. 골짜기 하나 가득 꽃으로 채워주기도 했고 황금과 보석도 수없이 구해줬지.]

소의장; [하지만 초원은 결국 네 선조인 공가에게 시집갔다.]

소의장; [나는 초원에게 귀신도 벨 수 있는 구소현정검을 만들어주기까지 했는데...] [그녀는 겨우 한 쌍의 비녀를 만들어준 공가를 택한 것이다!] 분노

청풍; [한 쌍의 비녀?] [혹시 그게 곤오용봉채 아닌가요?]

소의장; [아마 네 집안에 가보로 전해져 오고 있겠지!] 끄덕

청풍; (여중지성화중모란이란 분이 우리 집안의 왕 할머니였구나!) 침 꼴깍

소의장; [초원이 사람을 통해서 구소현정검을 돌려보냈다.] [그녀가 공가를 택한 걸 안 나는 화가 나서 차라리 죽여버릴 생각으로 찾아갔다.]

청풍; [하지만 못 죽였군요.]

소의장; [그래! 난 초원을 죽일 수가 없었어.] 한숨

소의장; [초원은 백번을 넘게 생각한 결과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내 어디가 공가보다 못하느냐고 물었더니 무공 빼곤 다 못하다고도 하고....] 쓸쓸하게 웃고

청풍; [쳇! 우리 선조한테 여자를 뺏겼다고 공가의 씨를 말리느니 어쩌니 한 거였어요?]

청풍; [이쪽 세상에서는 팔 백년, 당신이 만든 세상에서는 수천, 수만년이 지났으면 그만 잊어야 하지 않아요?]

청풍; [진정한 남자라면 사랑하던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시집을 가더라도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깨끗하게 잊어주는 거라구요.] [치사하게 그런 걸로 앙심이나 품고 말이야.] 궁시렁

소의장; [어떻게 그럴 수 있겠니?] [속을 휘저어 다 뽑아버린 것 같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 광기 서린 표정

소의장; [네가 정말 사랑을 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을 거야.]

청풍; (완이가 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간다면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축복해주고 잊을 수 있을까?) 찡그리며 생각

청풍; (죽어도 그렇게는 못 해!) 고개 젓고

청풍; (다른 사람한테 시집을 가? 흥, 내가 죽고 난 뒤에도 안 돼. 그럴 바에는 차라리 내손으로....) 이를 바득 갈고

그러다가 퍼뜩 깨닫고

청풍; (젠장! 역시 말은 그럴싸하게 해도 주워들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구나.)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나도 이 괴물하고 똑같이 행동했을 테니...!)

소의장; [초원을 못 죽인 대신 공가를 죽여버리려고 했다. 공가가 죽고 나면 그녀의 마음이 내게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청풍; [그것도 실패했군요!] 눈 반짝

소의장; [이름으로만 듣던 네 선조를 그때 처음 만났는데... 만나자 마자 난 내가 치명적인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다.]

소의장; [난... 난 절대 그의 앞에 나서면 안되는 거였어!] 머리를 감싸쥐고

청풍; [무공은 당신이 더 강했다면서요?]

소의장; [무공이 강하다고 이기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배웠지.] 허탈하게 웃고

소의장; [자칫했으면 나의 존재 자체가 영원히 소멸당할 뻔했지만 겨우 육신을 잃는 것으로 끝났다.]

청풍; [그분이 어떤 수법을 썼는데요?]

소의장; [네 선조에겐 다섯 가지 힘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결코 갖을 수 없는 힘이었지.]

청풍; [다섯 가지의 힘? 그게 뭔데요?]

소의장; [무공은 아니다. 신(神)과 같은 능력이었어.]

갸웃 청풍

소의장; [우선 그에게는 술법을 쓸 수가 없었다.] [그의 눈이 이르고 마음이 움직이는 순간에 아무리 강한 술법이라도 다 깨어져버리기 때문이다.]

소의장; [신장(神將)이든 귀졸(鬼卒)이든 마찬가지다.] [온갖 신이(神異)가 그의 앞에서는 다 허물어져버렸다.]

소의장; [누구도 공가 앞에서는 자기(自己)를 내세울 수 없었다. 욕심을 부리거나 요구하지도 못했다.]

청풍; [그런 것도 능력인가요?] 어리둥절

소녀; [아주 무서운 능력이지.]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들의 얼음덩어리 같은 아집(我執)과 끝도 없는 탐욕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힘이니까.]

청풍; [생각해보니 대단한 능력이네요. 그런 힘이 있으면 아예 다툼이 성립되지 못할 테니....]

소의장; [그의 말에는 거역할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어서 누구든지 거역하질 못했다.]

소의장; [그가 오라고 하면 그에게 가야하고 그가 죽으라고 하면 죽어야 할 정도였다.]

소의장; [심지어 아무 말 하지 않아도 그의 발 앞에 엎드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지기도 했다.]

청풍; [당신도 그랬어요?] 침 꼴깍

소의장; [그래.] 한숨

소의장; [나는 그런 이상한 힘에는 대항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다른 사람과 똑같았지.]

소의장; [나는 겨우 그 정도 존재였는데 그는 천지만물도 호령할 수 있었다.] [비가 오게 하고 싶으면 비가 오게 하고, 돌도 나무도 산도 강도 그가 호령하면 따랐다.]

청풍; [그... 그 정도면 가히 조물주나 다름없군요!]

소의장; [술법을 쓴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는 있었다. 조화를 부리는 게 그다지 힘든 일도 아니니까.]

소의장; [문제는 그가 술법을 몰랐으면서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술법을 그저 궁중의 광대들이나 하는 장난 정도로 생각하더구나.]

청풍; (배운 적도 없으면서 천지조화를 마음대로 할 수 있었다면 그게 바로 신이잖아!)

소의장; [네 선조는 인정(人情)을 움직이고 이치(理致)를 꿰뚫어 보는 재주까지 있었다. 결국 난...]

소의장; [초원의 말대로 그에게 어느 것도 미칠 수 없었던 것이다. 무공 외엔....!] 머리를 감싸쥐고

청풍; [그랬는데도 저항했군요.] 눈 반짝

소의장; [무모한 저항이었지!] 한숨

소의장; [연적이었던 그의 발치에 엎드려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고 분해서 필사적으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소의장; [그의 존재를 부정하고 나를 주장한 결과 나의 육신은 이 세상에서 있을 곳을 잃어버렸다.] [이쪽 세상은 그의 의지가 미치지 않은 곳이 없으므로...!]

청풍; [그래서 다른 세상으로 달아났군요!]

소의장; [구소현정검으로 업(業)의 뿌리를 끊어버린 후 겨우 다른 세상으로 피신할 수가 있었다.]

소의장; [제왕의 권능에 그 정도의 반항이라도 해본 인간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다.]

청풍; [결과적으로 잘 되었잖아요! 다른 세상에서 창조주가 되었으니까요.]

소의장; [대신 고독이라는 고질을 얻었다.]

소의장; [수백만번의 밤을 홀로 지새었다는 걸 생각해봐라.] [내가 미쳐버리지 않은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겠느냐?]

청풍; [지금도 이 세상으로 돌아와서 우리 공가의 씨를 말려버릴 생각을 하고 있어요?]

소의장; [내 미움과 원한은 그때보다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싸늘

소의장; [그저 세월과 함께 마음과 감정을 다스리는 힘이 강해져서 표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된 것뿐이지.]

청풍; [쳇, 똥고집은....!]

청풍; [설령 나한테 이겨서 내 몸을 차지한다 쳐요.] [그래봤자 진정한 제왕을 만난다면 아무 소용없잖아요?]

소의장; [내가 만든 세계에서 흐른 수천, 수만년의 세월동안 나는 제왕의 힘에 대항해서 싸울 준비를 해왔다.] [다시 싸운다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모르는 일이다.] 일어나고

청풍; [어련하시겠어요?] 코웃음치고

소의장; [오늘은 그만 가보겠다. 널 찾는 자가 오고 있다!] 밖을 보며

청풍이 보니 하시룡이 서둘러 다가오고 있다.

소의장; [등천신환을 벗어버릴 생각은 하지 마라. 다른 자가 그걸 끼면 쉽사리 그자의 몸을 지배할 수도 있으니...!] 사라지고

청풍;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하시룡; [궁주님!] 무너진 벽 밖에서 포권하고

청풍; [뭘 좀 알아냈어?]

하시룡; [군옥부의 입으로 직접 들으시지요.]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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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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