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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절한 일막

 

 

청포장한의 허리춤에는 금은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반월도(半月刀)가 꽂혀 있다.

또 소맷자락 밖으로 드러난 오른쪽 손목에 특이한 팔찌가 채워져 있는 것이 보인다. 무쇠로 만든 팔찌인데 한 마리 푸른 늑대(靑狼)가 칠보로 상감(象嵌)되어 있었다.

푸른 늑대는 징기스칸의 상징이다.

철목풍!”

청포장한을 본 포대붕은 이를 부득 갈았다. 그 자가 바로 포대붕의 아내 교숙하를 납치한 장본인인 철목풍이었다.

그 계집이 달단여왕(韃靼女王) 나유라(羅維羅)의 딸이겠군!”

철목풍은 포대붕의 품에 안겨 있는 금발소녀 철산산을 음침한 시선으로 훑어보았다.

그렇다. 네놈이 원하는 대로 산산 공주님을 모셔 왔으니 안사람을 내놓아라!”

포대붕은 분노와 증오에 찬 눈으로 철목풍을 노려보았다.

물론 약속은 지킨다. 본왕야는 장차 대원제국의 가한(可汗;황제)이 될 존귀한 몸인데 약속을 어기겠느냐?”

철목풍은 음산하게 웃으며 뒤를 향해 손짓을 해보였다.

히히힝! 두두두!

그러자 요란한 말 울음소리와 함께 십여 필의 말들이 어둠 속에서 대과벽쪽으로 달려왔다.

그 말들에는 포악한 인상의 장한들이 한명씩 타고 있는데 맨 앞쪽에서 달려오는 자는 사람이 타지 않은 말을 한 마리 끌고 오고 있었다.

사람이 타지 않은 대신 그 말의 고삐에는 누군가 양쪽 손목이 함께 묶인 채 질질 끌려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부인!”

의복이 갈가리 찢긴 처참한 모습으로 끌려오는 그 여인을 본 포대붕의 입에서 비통한 부르짖음이 터져 나왔다.

파앗!

분노와 안도감을 함께 느끼며 포대붕은 지면을 박차고 날아올라 끌려오는 여인을 향해 날아가려 했다.

그래선 안돼지!”

꽈르릉!

하지만 철목풍이 음험하게 외치며 일장을 날려 포대붕을 저지했다.

철목풍! 네놈이...!”

포대붕은 분노하여 이를 갈았다.

휘릭!

하지만 철목풍이 날린 막강한 잠경에 막혀 어쩔 수 없이 도로 지면으로 내려서야했다.

두두두! 히히히힝!

그 사이에 십여 필의 말은 장내에 이르러 멈춰 섰다.

그 즉시 선두의 장한이 말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말고삐에 묶여 끌려온 여인에게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움켜쥐고 위로 쳐들었다.

축 늘어져있던 여인의 얼굴이 쳐들려졌다. 후덕한 인상을 지닌 삼십대 초반의 여인인데 얼굴이 온통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으으으!”

여인의 무참한 얼굴을 본 포대붕은 치를 떨었다. 말고삐에 묶여 끌려온 그 여인은 바로 포대붕 자신의 아내인 교숙하였기 때문이다.

한눈에 보아도 교숙하는 잡혀있는 동안 모진 시달림을 당한 것같았다.

흐흐! 부부상봉을 하기 전에 데려온 계집을 본왕야에게 넘기는 게 순서 아니겠느냐?”

아내의 무참한 모습에 치를 떠는 포대붕을 보며 철목풍은 음흉하게 웃었다.

죽일 놈!”

포대붕은 분노에 치를 떨며 이를 갈았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받아라!”

휘익!

포대붕은 안고 있던 금발소녀 철산산을 철목풍에게 던졌다.

으하하하! 당연히 그래야지!”

철목풍은 날아든 철산산을 두 팔로 받아 안으며 득의에 찬 웃음을 터트렸다.

(드디어 세조(世祖)께서 남기신 유물을 얻을 열쇠가 내 손에 들어왔구나!)

자신의 두 팔에 안긴 철산산을 내려다보는 철목풍의 얼굴이 흥분으로 물들었다.

화라라락!

그 사이에 포대붕은 말에 매여 끌려온 여인 쪽으로 날아갔다.

... 이런 찢어 죽일...!”

헌데 아내 곁으로 내려선 포대붕의 입에서 분노에 찬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의 눈에 들어온 아내의 모습이 너무나 처참했기 때문이었다.

교숙하의 의복은 갈가리 찢겨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찢긴 저고리 사이로 수밀도같은 젖무덤과 허연 하복부가 그대로 들어나 보인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교숙하의 아랫도리에는 실오라기 한 올 조차 걸쳐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교숙하의 아랫도리는 말고삐에 묶여 끌려오는 도중에 알몸이 된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의가 벗겨진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

교숙하는 이미 수많은 사내들에게 짓밟힌 상태였다.

으으으...”

아내의 상태를 살펴보며 포대붕은 극심한 분노로 부들부들 떨었다.

이 더러운 놈! 나는 그래도 네놈이 징기스칸님의 후손을 자처해서 약속을 지킬 줄 알았다!”

포대붕은 아내의 손목을 묶고 있는 밧줄을 급히 풀며 철목풍을 향해 이를 갈았다. 분노와 절망의 감정이 그의 가슴을 갈갈이 찢어 놓고 있었다.

물론 나는 약속을 지켰다!”

철목풍은 철산산을 안은 채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나는 네 마누라의 목숨을 보장한 것이지 정조까지 지켜주겠다고 약속하지는 않았다!”

... 뭐라고?”

철목풍의 뻔뻔한 말에 포대붕은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혀버렸다.

본왕야의 용맹스러운 수하들은 오랫동안 계집에 굶주려 있었다. 그런 그들이 네 마누라의 몸뚱이가 필요하다는 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철목풍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철산산의 얼굴을 살펴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철목풍의 주위에 둘러서있던 십여 명의 장한들도 키득거리며 교숙하의 허옇게 들어난 하체를 힐끔거렸다. 그자들도 교숙하를 유린하는데 동참했던 것이다.

하여간 불만했다. 네 마누라는 혼자서 내 부하들을 백여 명이나 즐겁게 해주었으니까!”

...이 짐승만도 못한...!”

철목풍의 뻔뻔한 말에 포대붕은 치를 떨며 전율했다. 너무나 기가 막혀 오공에서 연기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포대붕에게 있어 철목풍을 쳐죽이는 것 보다 아내를 돌보는 것이 더 시급했다.

오냐!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의 골통을 박살내지 못한다면 내 성을 갈고 말겠다!”

그는 이를 갈며 급히 아내의 혈도를 문질러 주었다.

으으음!”

포대붕이 내공을 주입해주자 교숙하는 미약한 신음과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이제 안심하시오 부인. 내가 왔소!”

아내가 정신을 차리는 것을 본 포대붕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부르르!

정신을 차린 교숙하는 눈을 부릅뜨며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경련했다. 무참히 능욕 당하던 와중에서도 잊지 않았던 남편의 얼굴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편의 얼굴을 본 순간 교숙하의 가슴을 메운 것은 기쁨이 아니라 절망감이었다. 자신의 몸이 이미 숱한 사내들에게 유린당해 더렵혀질 대로 더렵혀졌다는 사실이 떠오른 때문이다.

!”

직후 교숙하는 한소리 신음과 함께 입에서 왈칵 피를 토해냈다.

토해진 핏속에는 잘려진 혓바닥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교숙하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혀를 깨문 것이었다.

... 부인!”

포대붕은 기겁하여 부르짖었다.

하지만 이미 교숙하의 머리가 힘없이 옆으로 구른 후였다.

... 이런!”

포대붕은 자결한 아내의 시신을 바라보며 푸들푸들 떨었다.

쯧쯧! 어리석은 계집이로군. 강물에 배가 지나간다고 흔적이 남기라도 한단 말인가? 죽긴 왜 죽어!”

보고 있던 철목풍이 혀를 찼다.

... 뭐라고?”

아내의 갑작스러운 자결에 망연자실해있던 포대붕은 진저리를 쳤다.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음담패설을 서슴치 않는 철목풍이 인간같지 않게 보이는 그였다.

흐흐! 이 얘기도 해주어야겠군! 네 마누라의 꿀단지를 가장 먼저 맛본 건 바로 나였다. 내게 정복당하는 순간 지었던 네 마누라의 표정을 보여주지 못하는 게 안타깝구나!”

철목풍은 음흉한 음성으로 이죽거렸다.

“...!”

포대붕의 몸이 벼락이라도 맞은 듯 휘청거렸다. 철목풍의 몸 아래 깔려 울부짖는 아내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떠올라 그의 이성을 마비시켜버렸다.

...죽인다!”

쐐애애액!

철부를 뽑아든 포대붕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철목풍을 덮쳐갔다. 그 기세는 흉맹하기 이를 데 없어 마치 성난 황소 같았다.

쩌어어엉!

포대붕의 쇠도끼가 대지를 두 쪽 낼 듯한 기세로 철목풍의 머리통을 뽀개갔다.

커억!”

콰당탕!

하지만 다음 순간 피를 뿌리며 나자빠진 것은 철목풍이 아니라 포대붕이었다.

포대붕이 불 맞은 황소처럼 덮쳐드는 순간 철목풍은 섬전같은 지력(指力)을 날려 포대붕의 가슴에 구멍을 낸 것이다.

본래 포대붕은 철목풍과 능히 백초 이상을 겨룰 수 있는 실력자였다.

그러나 극도로 분노하여 마구잡이로 덤빈 결과 철목풍의 단 일초도 견디지 못하고 거꾸러진 것이었다.

철목풍은 포대붕을 흥분시키기 위해 일부러 교숙하가 당한 무참한 일들을 떠벌린 것이다.

크으... ... 짐승만도 못한 놈!”

포대붕은 바닥에 쓰러진 채 몸을 일으키려 사력을 다해 바르작거렸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포대붕은 가슴의 혈도 몇 곳이 파괴되는 바람에 온몸이 마비되어 버린 상태였다.

너를 내 손으로 죽이지는 않겠다. 포대붕!”

철목풍은 그런 포대붕을 내려다보며 음산하게 웃었다.

이 밤이 새기 전에 달단여왕이란 계집이 너를 찾아낼 것이다. 그 계집이 딸을 납치한 네놈을 어떻게 처단할지 궁금하구나!”

철목풍은 유쾌한 듯 웃음을 터뜨렸다.

간악하게도 그 자는 포대붕의 주인인 달단여왕 나유라로 하여금 처형하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 색목 계집이 도착하려면 아직 시간이 많으니 네놈에게 좋은 구경을 시켜주겠다!”

철목풍은 두 눈을 야릇하게 번득이며 안고 있던 철산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 네놈 설마!”

포대붕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고 다급히 외쳤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들어맞았다.

찌익! 찌직!

철산산을 바닥에 누인 철목풍은 서슴없이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한 것이다.

안된다. 이놈! 공주님께 더러운 손을 대지마라!”

포대붕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하지만 혈도가 짚인 상태인 그가 철산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전혀 없었다.

그 사이에 철목풍은 철산산의 겉옷을 모두 벗기고 속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제발! 공주님을 해치지 마라! 부탁한다!”

포대붕은 철목풍을 향해 울부짖다 못해 애원하기까지 했다.

물론 이미 한 마리 짐승으로 변한 철목풍의 귀에 포대붕의 애원 따위가 들어올 리 없었다.

철목풍은 철산산의 속옷도 거침없이 벗겨버렸다. 비단으로 만들어진 속옷이 벗겨지며 드러나는 소녀의 교구는 말 그대로 황홀한 것이었다.

철목풍 주변에서 철산산의 알몸을 들여다보는 장한들의 눈이 짐승의 그것같이 번들거린다.

흐흐흐 기가 막히군.”

철산산을 완전히 알몸으로 만들어놓은 철목풍의 두 눈도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그럼 우리 공주님의 꿀단지를 구경해볼까?”

철목풍은 극한의 흥분으로 헐떡이며 철산산의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갔다.

...이 죽일 놈! 그만 두지 못하겠느냐? 크헉!”

악을 쓰던 포대붕은 선혈을 울컥 토해내고는 축 늘어졌다. 눈앞에서 어린 주인이 철목풍에게 유린당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다가 기혈이 뒤집혀 기절한 것이다.

흐흐... 곧 달단여왕이란 오만한 네 어미도 본좌의 노리개가 될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목풍은 황금색의 춘초로 덮인 철산산의 중심부를 어루만지며 도착척인 흥분에 몸을 떨었다.

헌데 바로 그때였다.

그만 하지! 보기에 흉하니...!”

돌연 철목풍의 등 뒤에서 누군가의 싸늘한 음성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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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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