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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五 章

 

         새로운 복지(福地)를 찾아서

 

 

폐허가 된 소음곡이 있던 절벽 위‥‥‥

아무런 흔적도 남지않고 오직 거대한 바위들만 흩어져 있는데‥‥‥

한여인이 미친 듯이 바위를 던져내고 땅을 파고 있었다.

바로 조응경이었다.

[안돼‥‥‥그가 죽으면‥‥‥그는 틀림없이 살았을 거야‥‥‥]

그녀는 이성을 잃고 중얼거리며 손에서 피가 나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바위를 파고 있었다.

돌연,

펑펑!

하나의 바위가 허공으로 날아올라 산산히 깨어졌다.

한데,

바위가 있던 곳 아래로 검은 구멍이 뚫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곳으로부터 몰골이 말이 아닌 남녀들이 힘겹게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황청청을 데린 주혜린과 황창설을 필두로한 계곡의 탈출자들이었다.

황군성과 진우란 등이 나오고‥‥‥

황군우와 전연옥이 나왔으며‥‥‥

금화선녀와 육천태가 나왔다.

또한,

가까스로 위기일발의 순간에 그들과 합류했던 전무옥과 위지장천이 만신창이 된 몸으로 나왔다.

[아!]

조응경의 긴장이 풀리면서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자연의 대 재앙앞에서,

인간은 나약할 뿐이고 비록 원수라 하더라도 자연과 맞서기 위해서는 인간은 힘을 합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생존자들의 얼굴에는 엄청난 일을 경험한 뒤의 허탈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위지장천과 전무옥은 황창설에게 포권해 보인다음 힘없이 떠나갔다.

금화선녀는 정신이 나간 채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나오지 못하다니‥‥‥그 사람이 나오지 못하다니‥‥‥어떻게 그럴 수가‥‥‥그럴 수가‥‥‥]

놀랍게도,

중얼거릴 때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늙어가고,

삼단같던 머리채는 검은 색을 잃어가며 백발로 변하고 있었다.

[어 어머니‥‥‥]

임단심이 안타까워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울먹였다.

[그가‥‥‥그가‥‥‥아! 여보‥‥‥당신은 영원히 죽지 않을 줄 알았는데‥‥‥]

금화선녀의 중얼거림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애절한 심정이 그대로 담겨있어 주위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모두가 큰 일을 겪은 후이라 힘이 있어도 기력이 없는 때인데‥‥‥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담담히 들려온 음성이 금화선녀를 사시나무처럼 떨리게 했다.

[부인! 당신은 평생 늙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당신도 늙었구려‥‥‥]

절벽의 한쪽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타나는 것이었다.

그는 애정을 듬뿍 담은 눈으로 금화선녀를 응시했고‥‥‥

[나도 용암을 뚫고 올라오느라 금강신(金剛身)이 파괴되어 버렸소.]

금화선녀와 임단심이 그를 향해 달려갔다.

 

× × ×

 

계곡을 똑바로 뚫고 올라왔던 임보산은 근처에서 한천사방객을 찾아서 타협을 본 후였다.

그의 뒤에는 그들이 서있었다.

진우란이 그들 앞에 가서 무릎을 굻고 처분을 기다렸다.

한천사방객 중 초사륭이 탄식하며 말했다.

[네째! 이 모든 것이 운명이라 여기게. 자네의 복수는 사신의 귀한 딸에게 우리 제자의 아이를 낳게 하는 것으로 끝내게나.]

단극린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한을 풀자고 제자에게 한을 줄 수로 없겠지요. 한이 얼마나 무서운지 누구보다 잘 아는 우리가 아닙니까. 저도 이 아이처럼 예쁜 아이를 죽일 수는 없습니다.]

늙어버린 임보산과 육천태가 그를 칭찬하며 말했다.

[진정 훌륭하오. 원한을 이렇게 갚는 것은 훗날에도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오.]

진우란은 단극린에게 절하며 울먹였다.

[평생 아버님처럼 생각하며 모시겠어요.]

황군성은 사부들에게 연거푸 절하며 감사했다.

소음곡이 있던 절벽 위에는 모든 은원이 풀어지고 있었는데‥‥‥

오직 한사람 조응경만은 쓸쓸히 혼자 떨어져 서있었다.

그녀의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었다.

그녀 혼자 황군성을 구하려고 태산을 옮기려는 것이나 다름없는 짓을 벌였는데‥‥‥

 

황창설은 주혜린과 의논한 후에 그의 가족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 문성무존은 새로운 장소를 찾아 떠나야 한다. 나와 청청이, 그리고 이사람은 강북 일대를 물색해 보겠다. 군성이는 강남을 맡고 군우는 사천 지방을 맡도록 해라.]

문성무존의 가족들은 다시 서천복지를 찾아 모이기로 약속하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황창설 부부가 제일 먼저 떠나갔고 그 다음에 황군우가 전연옥을 데리고 떠나갔다.

남은 사람들은 모두 황군성과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의 일행이 가장 많기에 제일 늦게 출발하는 것이다.

[이제 떠나게나.]

임보산이 말했다.

황군성은 조응경을 힐끗 돌아보고 고개를 돌려 앞장서서 걸었다.

조응경은 참담한 기분 속에서 하늘을 보고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그때 임단심이 말했다.

[아무래도 않되겠어요. 아버지! 육백부! 통심마고를 몸속에서 꺼낼 방법이 있어요?]

임보산도 육천태도 고개를 저었다.

[전륜법왕은 할 수 있을 텐데 그가 죽었으니 이제 아무도 그걸 하는 사람이 없어졌지.]

임단심이 황군성의 소매를 잡으며 소리쳤다.

[방법이 없다잖아요. 황오라버니 당신은 나를 죽일 참인가요? 왜 조소저를 데려와 죽지 못하게 지키지 않는 거예요? 그녀도 당신을 위해 손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임단심과 똑같은 모습의 조응경의 얼굴에 가득낀 먼지를 씻어 내리며 눈물이 타고 흘렀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세상에 태어난 후 어느 때 보다도 기쁨으로 가득 차있었다.

 

× × ×

 

하늘에 호생지덕이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늘은 인간의 피를 좋아할 뿐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고대로 부터 인간을 제물로 해서 하늘에 제사지냈겠는가?

살아남은 사람들은 무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할 것이고,

하늘은 그들이 또 어느 정도 자라고 나면 잡아먹을 궁리를 할 것이다.

어떻게 요리할까 하면서‥‥‥

 

<大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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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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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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