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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 章

 

             苦佛菴의 夜客

 

 

 

보화산의 밤,

별빛은 초랑초랑하고 은하수는 하늘을 가로지르고 있다.

보화산의 중턱에 있는 고불암의 승려는 무슨 생각이 그리 많은지 머리를 흔들면서 암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법당에 모셔진 일백팔 개의 고뇌불은 세상의 근심을 모두 얼굴에 담고있다.

법당으로 나란히 걸어가는 한쌍의 남녀.

칠척의 거구 황군성과 가날픈 몸매의 진우란이다.

진우란은 그의 손을 잡아끌며 고뇌불이 모셔진 법당으로 갔다.

일렁이는 촛불이 불상의 번뇌를 더하게 하는데‥‥‥

진우란은 합장을 한후에 불상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보면서 말했다.

[황오라버니‥‥‥ 이 불상들 옆에 서면 제가 백 아홉 번째 불상으로 보이지 않겠어요?]

황군성은 그녀의 심사를 알것도 같아서 묵묵히 있었다.

임보산이 그녀를 위해 나서준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마음이 편할 수 만은 없는것.

또한 그녀는 위지장천의 원수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질 않는가?

어쩌면 지금쯤 그녀의 부하들은 위지장천으로 부터 사냥당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황군성이 그녀의 어깨를 포근히 감쌌다.

진우란이 소리죽여 흐느끼며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내려갑시다. 우리를 도와주는 사람이 많으니 모든 것이 잘될 것이오.]

 

임보산은 침상에 느긋하게 누워서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말했다.

[그참‥‥‥이거 귀가 가려워서라도 한천사방객을 빨리 만나 담판을 지어야 겠군. 틈만 있으면 훌쩍이는 것이 영 나들으라는 소리같아서 원‥‥‥]

[당신도 쓸데없는데 귀 기울여 젊은 사람들 얘기 엿듣지 말아요. 얼마나 기분 나쁘겠어요?]

금화선녀가 그녀의 상징인 금화를 손질하여 머리에 꽂으며 말했다.

[거 참 이상하단 말이야.]

[왜요?]

임보산의 말에 그녀가 물었다.

[분명히 여러 날이 지났는데도 도무지 그 녀석이 뭘 하는 소리를 엿들을 수가 없으니 이상하지 않소?]

[실없는 소리 말아요. 애들 들을까 겁나지도 않아요?]

갑자기 임보산이 귀를 쫑긋했다.

[응?]

[엿듣지 말래두 그러네.]

[그게 아냐 누가 오고 있는데? 젊은 여자군. 아주 젊어.]

[흥, 젊은 여자는 무슨‥‥‥]

말하든 금화선녀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젊은 여자군요.]

[거봐, 곧장 이리로 오잖소. 아마 날 찾아왔을 거요. 부인은 잠시 피해주구려.]

금화선녀가 주먹으로 그의 가슴을 힘껏 쳤다.

펑!

[흥! 만약 당신을 찾아온 여자라면 이번에야 말로 목을 비틀어 버리겠어요.]

꽝!

그녀는 문을 세차게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

가끔 임보산이 말한 그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그녀였다.

금화선녀는 밖으로 나가 달려오는 그림자를 본 후에 후딱 임단심이 자고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문을 열어본 즉 임단심은 세상모르고 자고 있다.

그녀는 훌쩍 몸을 날려 달려오는 그림자를 막아섰다.

달려오던 소녀가 걸음을 멈추면서 소리쳐 물었다.

[아주머니! 혹시 저와 똑같이 생긴 여자 보시지 않았어요?]

금화선녀의 눈이 희미한 어둠 속에서 파릇파릇한 빛을 발했다.

[네가 조가라는 그 못된 계집애로구나!]

소녀는 그녀의 한기 풀풀 날리는 음성을 듣고 혼비백산하여 물러났다.

[다, 당신은 누구세요? 무림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금화선녀는 임단심이 삼불대 밑으로 돌아온 날 이미 조응경에 대해 들은 바 있었다.

그 당시에 그녀는 조응경에 대해 심하게 욕설했었는데‥‥‥

과연,

그녀의 앞에 놀란 토끼 마냥 쫑긋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녀는 조응경이었고,

금화선녀는 보자마자 그녀를 알아챌 수 있었던 것이다.

[흥! 무슨 마음으로 그 애를 찾아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당장 떠나는 것이 좋을 걸? 비록 후배에게 손쓰고 싶지는 않지만‥‥‥경우에 따라서는 쓸 수도 있으니까.]

살기등등한 금화선녀의 말과 거동에 조응경은 주춤주춤 물러서며 물었다.

[부인께선 누구시죠? 어떻게 저를 알고‥‥‥]

[네 까짓 게 뭐 대단하다고 내가 알아주겠느냐.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

조응경은 몹시 두려웠으나 내심 임단심이 근처에 있음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부인이 그렇게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조응경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저는 그녀, 아니 꼭 그 사람을 만나야 해요. 부인께선 제발 저를 불쌍히 여겨 혈룡도왕 황군성소협을 만나게 해주세요.]

금화선녀가 차디찬 음성으로 내뱉었다.

[말로해서는 도저히 들을 계집애가 아니군.]

그녀는 시위를 하는 듯 소매속에서 금화(金花)를 꺼내들었다.

번쩍!

금화가 폭발하듯이 터져 오르며 칠십두 개의 꽃잎이 빛이 되어 날아갔다.

[앗!]

조응경은 경악하며 전신의 공력을 다해 날아올라 연거푸 일곱 번을 구르고 땅에 떨어졌다.

[헉!]

조응경의 옷은 마치 국수처럼 갈기갈기 베어져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두치 정도의 폭으로 잘라진 베를 몸을 감고 있은 듯한 형국이었다.

금화선녀가 마음만 먹었으면 찢어진 것은 그녀의 옷이 아니라 몸이었을 것이다.

쉬이이이--------!

한줄기 금빛이 모이듯 금화선녀의 손으로 꽃잎은 다시 모였다.

바로 그때,

[또 당신이었군.]

0아름답지만 한기가 풀풀 날리는 음성이 조응경의 귓전을 때렸다.

그리고,

스스슷!

금화선녀의 옆으로 세 사람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임보산과 황군성, 진우란이었다.

조응경은 황군성을 보자 가슴이 울렁거리고 목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서릿발 같은 진우란의 눈도 보이지 않았다.

진우란이 한걸음 나서면서 말했다.

[홍심련주! 감히 내게 차도살인지계를 사용한 댓가를 보여주마!]

조응경은 그게 무슨 소리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진우란이 바로 사신이라는 것을 그녀로서는 알 도리가 없다.

단지,

지금 이순간에 황군성이 나서주지 않는다면,

자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다.

간발의 순간에,

과연 황군성은 자신의 역활(?)을 잊지 않고 했다.

[휴! 진매, 멈추시오.]

[…………?]

[…………?]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로서는 그녀를 보호해야 할 입장이라오.]

진우란이 흠칫하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에요? 설마‥‥‥]

황군성은 고개를 저었다.

[어떤 다른 마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오. 다만, 그녀와 임매는 통심마고로 영적으로 이어져 있소. 만약 그녀를 죽인다면 임매도 살지 못 할 것이오.]

금화선녀는 임단심으로 부터 들었던 말이 있는지라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빨을 갈면서 말했다.

[괘씸한 사형! 만나기만 하면 족제비같은 수염을 왕창 뽑아버리겠어.]

그녀가 말하는 사형이란 두말할 것도 없이 통심마고를 펼친 전륜법왕이다.

그녀는 화를 부룩부룩 내며 객사로 돌아가 버렸다.

임보산도 어느새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진우란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황군성의 행동을 지켜보는데,

황군성이 입을 열었다.

[조소저, 이곳은 왠일이요. 무엇 때문에 임매를 찾는 것이오?]

조응경이 입속 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무엇때문에 임단심을 찾겠어요? 당신을 한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을 뿐이지‥‥‥]

그러나 그 말을 황군성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다시 물으려는데 조응경이 거의 다 베어진 소매 속에서 너덜거리는 서찰을 꺼내들었다.

다행히도 서찰에는 길게 베어진 자국이 있기는 했으나 읽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같았다.

[현현궁주이신 청삼객께서 당신에게 보낸 거예요.]

휙!

조응경은 내공을 실어 서찰을 던진 후 그대로 몸을 돌려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갔다.

서찰은 황군성의 손으로 빨려 들어가듯 날아들었다.

황군성은 서찰을 받아드는 순간 격동으로 몸을 떨었다.

너무도 익숙한 글씨,

바로 그의 동생 황군우의 필체가 아닌가?

[조소저! 잠깐 멈추시오.]

그가 황급히 소리쳤다.

그러나,

조응경의 몸은 까마득히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진우란이 황군성의 기색을 남몰래 살폈다.

 

황군성은 황촉불 아래에서 서찰을 펼쳤다.

순간,

그의 안색은 크게 변해버리고 손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진우란이 다급히 물었으나 황군성은 대답없이 숨을 몰아쉬며 서찰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형님,

문성무존이 외부에 노출되었습니다.

무림인들이 영약과 비급을 얻기 위해 태산으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어쩌면 소음곡에서 다시 한번 학선평의 참사가 재현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먼저 태산으로 갑니다.

군우올림>

 

진우란은 물론, 어깨너머로 바라본 임보산마저도 미미하게 놀랐다.

문성무존‥‥‥

내일이면 육천태를 데리고 황군성이 가기로 한 그곳이 아닌가?

한데,

그 문성무존이 노출됐다‥‥‥

모든 무림인들이 그곳으로 달려가고 있다.

이것은‥‥‥

결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황군우가 학선평에서 기개를 널리 떨쳤던 현현궁주 청삼객이었다는 사실 정도에 비할 수 없는 사태인 것이다.

[빨리 가봐야지 않겠나?]

임보산이 염려스러운 듯 물었다.

황군우가 길게 한숨을 내쉰 후에 말했다.

[아마 소음곡으로 들어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임매가 정신을 차리면 출발하기로 하지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황군성의 마음은 초조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또한 사건은 급박하고 돌아가고 있었다.

 

× × ×

 

학선평의 참사가 있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무림은 다시 술렁이며 태산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태산에는 신선들이 사는 신비한 계곡이 있다.

-------그곳에는 온갖 영약과 무공비급들이 무진장 늘려있다.

-------들어가기만 하면 절세고수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태산으로‥‥‥태산으로‥‥‥

 

영약과 비급이 무진장 감춰진 신선들이 사는 곳‥‥‥

입에서 입으로 빠르게 전해진 소문은 무림황제를 추대하는 것과는 또 다른 흥분을 무림에 부여하고 있다.

영약과 비급은 명분이 아닌 실리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 무림인들은 사람은 탐욕으로 죽고 새는 모이로 죽는다는 것을 가장 잘 알면서도 따르지 못하는 인물들‥‥‥

이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위험이 있는 법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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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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