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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五十四 章

 

             피리소리가 끊기다.

 

 

 

끼익! 끽!

기괴한 소리를 내면서 일어선 동피철골시들은 마치 군대처럼 정렬하고 있었다.

먼저 내려온 것들은 위치를 정하고 움직이지 않고,

뒤에 떨어진 것들은 그뒤로 나열하고 있다.

여인들은 이 기괴한 광경에 죽음보다 더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동피철골시는 오백 여구 정도 되었다.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숫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은 무엇을 기다리기라도 하듯이 목석처럼 정렬하고 있다.

골짜기에는 오직 두쌍의 싸움만 치열하게 벌어질 뿐,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인 채 동피철골시를 바라보고 있다.

 

× × ×

 

소음곡 절벽위,

언젠가는 마왕 하후승이 서서 은밀히 소음곡을 훔쳐보던 자리,

제갈공지가 마치 제왕같은 모습으로 치장하고 서있다.

그는 만족스런 웃음을 지으면서 절벽 아래로 내려갔다.

황혼이 그의 금포를 비치고 찬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제갈공지는 동피철골시의 위로 내려와 그들의 머리를 밟고 섰다.

[후후후후‥‥‥]

기이한 웃음을 날리며 뭇사람들을 오만하게 바라보는 제갈공지는 신검보에서 검신에게 완전히 복종하고 있던 그때의 제갈공지가 아니었다.

그를 모르는 사람들은 몰라서 가만있고,

그를 아는 사람들은 너무도 어이가 없어서 입을 못떼고 있었다.

제갈공지가 말했다.

[안심하시오. 본 황(皇)은 문성무존의 무공과 영약따위에는 관심이 없으니‥‥‥]

그는 자신을 황이라고 일컫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에는 고수가 너무 많소. 그래서 나는 이곳을 깨끗이 청소할 생각이오만‥‥‥]

위지장천이 무거운 음성으로 소리쳤다.

[갈지공‥‥‥갈지공이었군. 결국은 모습을 드러내는군.]

제갈공지가 앙천광소를 했다.

[크하하하‥‥‥위지장천, 아니 혈주, 미안하게도 너무 늦게 알았소. 이제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어줘야 하오. 본 황의 무림대업을 위해서‥‥‥]

[이자들은 모두 삼장(三莊)을 찾았다가 실종된 고수들이겠군.]

[그또한 혈주는 너무 무심했지. 확실히 어리다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과 통했으니까.]

바로 그때,

번쩍!

쾅쾅!

황군성과 남궁파가 충돌하고 떨어졌다.

한데 남궁파의 혈화창은 황군성의 복부를 관통하고 등뒤에까지 빠져나와 있었다.

진우란이 비명을 질렀다.

[악!]

하지만 땅에 내려선 황군성은 쓰러지지 않고 굳건하게 서서 막 내려서는 남궁파를 노려보고 있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남궁파의 몸이 발을 땅에 대는 순간에 종이조각처럼 힘없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뭉클뭉클‥‥‥

뜨거운 내장이 와르르 쏟아지고 그의 몸은 머리까지 정확하게 양분되어버렸다.

서로가 치명적인 일격을 추고 받았던 것인데 황군성은 살았고 남궁파는 죽었다.

황군성은 자신의 복부를 관통하고 있는 혈화창의 손잡이를 이를 악물고 힘껏 쳤다.

푸욱!

그의 등뒤로 혈화창이 빠져 나가면서 피가 솟구쳤다.

임단심이 달려가 구룡로를 갖다 댔다.

그녀는 황군성이 그 지경이 됐어도 안색도 변하지 않았다.

구룡로로 상처를 문지르면서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제갈공지가 바로 신검보에서 내게 누명을 씌운 자예요. 어쩐지 그의 서재가 우리가 가보았던 삼성혈의 화운장과 비슷하다 싶었어요.]

황군성이 말했다.

[싸우면서도 저자의 말은 듣고 있었소.]

[위지장천의 표정을 보니까 동피철골시라는 게 보통이 아닌 모양이에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해야 할 것같아요.]

임단심이 그렇게 속삭일 때,

황군성의 귀로 주혜린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내 말을 명심해라. 이건‥‥‥소음이 멈추면‥‥‥]

그녀는 황군우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말을 황군성에게 했다.

황군성은 전신에 새로운 긴장이 팽배해짐을 느꼈다.

임단심의 말마따나 정말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황군성은 제갈공지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제갈군사, 축하하는 바이오. 호랑이가 없는 산에서 왕이 되시려 하는구려.]

그러자 황숭환이 소리쳤다.

[더 이상 다가가지 마라.]

제갈공지가 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확실히 늙은이가 뭔가를 아는군. 그러나 다 끝났어! 이제 모두 죽어야지.]

그가 손을 번쩍 들었다.

바로 그때,

콰쾅!

마왕과 임보산의 경력이 맞부딪히며 방향을 바꾸어 제갈공지를 향해 밀려갔다.

쿠쿠쿠쿠-------!

제갈공지가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막아라!]

순간,

동피철골시들이 날아오르며 풍차처럼 회전했다.

콰콰콰쾅!

그들이 이룬 힘이 천년의 공력을 지닌 하후승과 임보산의 힘을 되 튕겨 버렸다.

임보산과 하후승은 충격을 받고 땅으로 떨어졌다.

동피철골시들은 내려서고 제갈공지는 오만하게 웃고있었다.

[크하하하‥‥‥모두 내 위력을 보았겠지.]

그는 쇠가 울리는 듯 쟁쟁하게 소리쳤다.

[모두 죽여라!]

동피철골시들은 벌떼처럼 산개하며 사람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크아악!

아악!

비명이 터져 나오고,

어느 순간에 주혜린은 귀가 허전함과 동시에 소음(簫音)이 들려오지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빠르게 눈을 굴려 황창설을 찾았다.

그녀의 귀에 황숭환의 준엄한 외침이 들렸다.

[가라!]

주혜린은 황청청의 손을 잡고 날아올랐다.

더 이상 머뭇거릴 수가 없다.

동피철골시는 괴물이었다.

그들은 진정 마물이었다.

우우우우------!

황군성은 용처럼 길게 부르짖으며 임단심과 조응경을 껴안고 날아올랐다.

그의 곁으로 진우란이 그림자처럼 따랐다.

이미 예언은 맞아 떨어지고 있었다.

[어머니 아버지!]

임단심이 목이 터져라 외쳤고,

금화선녀가 그들의 뒤를 따라 날았다.

황군우와 전연옥도 날아오르는 중이었다.

날아오르는 자들의 뒤를 따라 동피철골시들도 튀어올랐다.

번쩍!

황숭환이 철인검을 펼쳐 그들을 공격하며 괴노 육천태와 임보산에게 소리쳤다.

[저들을 따라가시오.]

[조부님!]

황창설이 외치자 황숭환이 호통을 쳤다.

[뭣하는 게냐?]

황창설은 육천태와 함께 몸을 날렸다.

바로 그 순간,

[키야압!]

위지장천이 동피철골시의 틈을 뚫고 허리춤에서 긴 채찍을 펼쳐 휘둘렀다.

우우웅-----!

채찍은 영활한 뱀처럼 빈틈을 뚫고 제갈공지를 향해 날아갔다.

파파파팟------!

그의 채찍에서는 푸른 번개가 치는 듯했다.

동피철골시들도 그것이 두려운 지 순간적으로 멈칫하고,

그 사이에 고금십대천병의 하나인 위지장천의 자전편(磁電鞭)은 제갈공지의 코앞에 다가가 있었다.

[크흣! 자전편 따위‥‥‥]

제갈공지의 몸이 환상처럼 옆이로 이동하며 자전편을 피했다.

파파팍!

동피철골시들이 자전편을 휘어감았다.

순간,

제갈공지는 뇌호혈이 화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그의 눈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 어이해 내가‥‥‥? 나 갈지공이‥‥‥]

본명 갈지공‥‥‥

제갈공지란 이름으로 이십여년을 살아온 그의 머리에는 뒤에서 부터 이마까지 작은 구멍이 나있었다.

동피철골시 하나가 뛰어오르며 그의 앞에 섰다.

한데,

괴물같은 얼굴을 떼어버리자 그는 전무옥으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제갈공지를 감시하다가 마침내 기회를 봐서 무광검으로 죽인 것이었다.

위지장천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그를 죽여서는 안돼! 이 마물들을 조종할 사람이 없어!]

그러나 이미 제갈공지는 허망하게 죽어버렸고,

그와 영성에 통제를 받던 마물들은 더욱 미친 듯이 날뛰었다.

황숭환과 살아남은 문성무존의 인물들은 마물들이 소음곡 안쪽으로 가지 못하게 치열하게 막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속절없이 죽어갔고,

마왕과 마물은 또한 그렇게 둘 다 미쳐서 어우러져 있고,

임보산은 가공할 무공으로서 황숭환을 도와 마물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그는 이미 돌아가는 상황으로 봐서 먼저 안쪽으로 떠나간 사람들이 탈출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욱 떠나지 못하고 마물들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이 빠져 나가면 금방이라도 저지선은 무너지고 말것이기에‥‥‥

[여보‥‥‥! 빨리 와요!]

금화선녀가 천리전음으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황숭환이 소리쳤다.

[가시오! 당신의 무공이면 지금도 갈 수 있소.]

그러나,

임보산은 선뜻 몸을 빼지 못하고 있었다.

끼얍!

위지장천과 전무옥이 대신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저지선 안쪽으로 들어가는 것 뿐이라고 뜻이 통한 것이다.

문성무존의 생존자들은 그들을 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뒤를 따라 잡으려는 마물들을 저지할 뿐이었다.

황숭환이 다시 한번 소리쳤다.

[가시오!]

순간,

쿠쿠쿠쿠쿠-------!

하늘이 우는가?

땅이 곡을 하는가?

지축이 흔들리며 바위들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콰릉‥‥‥!

계곡 양쪽의 석벽이 무너지면서‥‥‥

쿠아아------!

시뻘건 용암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계곡은 비틀리고 계곡을 형성하고 있던 원래의 갈라진 두개의 절벽은 무너지면서도 합쳐지고 있었다.

아!

인간의 천인공노할 살겁에 마침내 태산도 분노한 것인가?

쿠르르르-------!

용암이 노도와 같이 쏟아지고, 집채만한 바위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면서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르------!

그 사이를 뚫고 한마리의 용이 꿈틀대듯 누군가가 승천해 올라갔다.

그리고‥‥‥

콰콰콰쾅‥‥‥‥‥‥

계곡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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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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