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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九 章

 

          九絶反天平脈의 治療

 

 

 

[그렇게 절망적이라곤 할 수 없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육노인과 잘 아는 편입니다.]

황군성이 발작적인 증세를 보이는 금화선녀에게 말했다.

금화선녀는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황군성을 채근했다.

임보산은 마치 기도하는 듯한 모습으로 지그시 눈을 감고 고개를 높히 쳐들고 말이 없고,

황군성은 진우란을 돌아보고 말했다.

[진매! 내 말을 한마디도 빼놓지 말고 잘들었다가 절승곡(絶勝谷)에 가서 전해주시오.]

[말씀하세요. 황오라버니 분부대로 하겠어요.]

황군성은 육천태가 눈앞에 있기라도 하듯이 지그시 눈을 감고 말했다.

[육노선배! 만약, 육노선배께서 임매를 살려주신다면‥‥‥저는 육노선배께서 그토록 궁금해 하셨던 제 가문에 대해서 상세히 밝힘은 물론, 직접 육노선배님을 모시고 가서 원하시는 만큼의 영약들을 얻을 수 있게 해주겠습니다. 또한 언제나 그곳에 출입하고 머무를 수 있도록도 해드리겠습니다. 이 모든 것은 문성무존의 제 사십구대 주인이 될 사람으로서 맹세하는 바입니다.]

[육노선배!‥‥‥‥‥‥맹세하는 바입니다. 어디 틀린데는 없죠?]

진우란은 똑같이 한 번 외워 보인 후에 말했다.

황군성은 그 순간에도 한번 미소를 지어보인 후 빠르게 말했다.

[한마디도 틀리지 않았소.]

[그럼 다녀오겠어요.]

진우란은 임보산과 금화선녀를 향해 허리를 굽혀 보인 후에 절승곡으로 떠났다.

괴노 육천태가 이름을 숨기고 살고 있는 절승곡은 그들이 있는 고불사로부터 불과 이십여리 남짓한 곳에 있다.

황군성은 그곳에 머문 적이 있고, 진우란은 육천태로부터 그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다.

진우란이 절승곡을 찾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가 나가고 난 후 얼마 있다가 임보산이 침중한 어조로 말했다.

[육천태가 이곳 보화산에 은거하고 있었다니 뜻밖이군‥‥‥]

 

× × ×

 

뚜벅뚜벅!

실내를 거니는 발자국 소리가 불안스럽게 계속되고 있다.

무릎을 꿇고 앉은 한 여인의 주위를 돌고 있는 청년과 그녀를 한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미소녀.

이들은 객점에 들어온 황군우와 전연옥 일행이었다.

무릎을 꿇고 앉은 여인은 조응경이고,

황군우는 무언가를 결정을 내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중이다.

이윽고,

[조소저! 그대가 형님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이오?]

하고 청삼객의 차림을 한 황군우가 조응경에게 물었다.

그는 조응경이 그의 형 황군성과 모종의 관계가 있음을 알기에 봉십삼으로 부르지 않고 조소저라 부른 것이다.

조응경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궁주님, 독봉 임단심소저와 저는 한 쌍의 통심마고에 의해 영적으로 이어져 있기에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말로는 임단심을 찾으면 황군성은 당연히 그곳에 있으리라는 것이다.

[통심마고라‥‥‥세상에 그런 기이한 물건도 있었군‥‥‥]

황군우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전연옥이 말했다.

[저도 통심마고에 대해서는 들어본 일이 있습니다. 묘강에 사는 특이한 벌레로 다른 고와는 달리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지금도 통심마고를 다룰 줄 아는 기인이 존재하고 있는 모양이지요.]

조응경이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통심마고를 펼친 분은 다름아닌 남궁파의 사부인 전륜법왕입니다.]

황군우는 그녀의 말을 더 이상 듣고 있는 것같지 않았다.

한동안 깊히 생각한 후에 한필의 서찰을 적어 조응경에게 주면서 말했다.

[그럼 형님께 이것을 전해주시오. 이것을 전해 주기만 하면 알아서 하실 것이오. 빨리 가보시오. 참 그리고‥‥‥]

[…………]

[조소저는 굳이 돌아오지 않아도 되오. 현현궁에 얽매이지 마시오.]

황군우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가시오!]

조응경이 감격하며 읍했다.

[궁주님의 하해같은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부디 뜻을 이루시고 전소저와 백년회로 하시기 바랍니다.]

[부디 소식이 늦지 않게 전달되기를 바랄 뿐이오.]

황군우는 담담하게 말했고,

조응경은 몸을 날려 떠나갔다.

[마치 폭풍이 몰아칠 것같은 기분이군요.]

전연옥이 불안한 표정으로 황군우에게 다가섰다.

황군우는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렇소. 어쩌면‥‥‥어쩌면‥‥‥]

[떠나야죠?]

전연옥은 웃음 진 얼굴로 황군우를 대했다.

그녀는 남장여인의 모습을 완전히 벗어 버리고 어떤 여인보다도 더욱 여인다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황군우는 그녀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면서 말했다.

[갑시다.]

한시가 급하다.

황군우의 마음은 콩이 튀듯 튈 것만 같은 정도인 것이다.

잠시 후,

일백 명의 영기발랄한 남녀 고수들이 바람과 같이 달려갔다.

그들이 가는 방향은‥‥‥

태산(泰山)이 있는 쪽이었다.

 

× × ×

 

[구절반천평맥?]

육천태가 갑작스럽게 찾아와 재촉하는 진우란에게 반문했다.

[예! 구절반천평맥‥‥‥]

[그게 사람한테 나타날 수 있기는 있는 것이었나?]

육천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알기로는 지금까지 구절반천평맥에 걸렸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단지,

의학 이론상 그런 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도일 뿐이었다.

육천태는 옥으로된 호로병 하나를 깊숙한 데서 찾아내더니 말했다.

[가자!]

[그것만 가지고 되겠어요?]

진우란이 불안스럽게 묻자 육천태는 미소를 지었다.

[명궁(名弓)이 한마리의 새를 잡는데는 화살 하나면 족함이 있고 신의(神醫)가 병을 치료함에는 일침이면 족하지. 그렇다고 내가 신의라는 것은 아니지만‥‥‥]

급한 환자가 있다는 데야 괴노 육천태도 더 물어 보지 않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내공이 상당히 늘었군! 내단이라도 복용한 겐가?]

오히려 자신을 앞질러 달려가는 진우란을 보고 육천태가 감탄하며 말했다.

진우란은 미처 그런 것을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아니었다.

 

못들은 체 하고 달리노라니 금방 고불암이 눈앞에 들어왔다.

이십리의 거리야 그녀와 육천태같은 고수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뒷간이나 다름없는 거리였던 것이다.

진우란은 고불암 앞에 나와 있던 금화선녀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금화선녀는 그들 앞에 내려서며 말했다.

[육선생 어서 오셔요.]

육천태는 갑자기 금화선녀를 만나자 어리둥절하여 인사하며 물었다.

[부인께서 이곳에 어쩐 일이시오.]

그러자 갑자기,

금화선녀는 그에게 깊숙히 허리를 굽혀 절했다.

육천태는 황급히 옆으로 비껴서며 말했다.

[무슨 일이시오? 이 육모는 감당할 수 없구려.]

금화선녀가 애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육선생께서 제 딸을 치료해 주신다면 평생의 은인으로 알겠습니다.]

육천태가 고개를 돌려 진우란을 보고 놀란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석이 찾아다니던 임소저가 이 부인의 딸이란 말이냐?]

진우란은 속일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음‥‥‥음‥‥‥고약하군‥‥‥음‥‥‥]

육천태가 중얼거렸다.

[참으로 고약한 일이군‥‥‥임보산은 내가 자기의 딸을 치료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텐데‥‥‥]

금화선녀가 황급히 말했다.

[아닙니다. 육선생, 그 사람도 감히 청하지 못할 뿐, 간절히 바라는 바입니다.]

육천태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구절반천평맥이라고 해도 그라면 능히 치료할 수 있을 텐데‥‥‥그럴 수가 있겠소?]

금화선녀의 표정이 울쌍이 되었다.

자기 남편이 얼마나 인심을 잃고 살았는지 능히 실감하고도 남았다.

심지어 도와주는 것까지 두려워할 정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육형! 이 임모를 용서해 주시오. 육형께서 소제의 딸을 치료해 주신다면 불을 지고 섶으로 뛰어들라고 해도 마다하지 않겠소.]

임보산이 탄식하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육천태는 놀라서 눈이 둥그레졌다.

무제 임보산이 어떤 사람인데 스스로 자기를 낮춘단 말인가?

오히려 육천태가 당황스러워졌다.

그는 즉시 객사로 달려가며 말했다.

[임형! 이 육모가 지나쳤소. 그런 말을 듣자고 한 소리는 아니었소.]

[모쪼록 이 임모는 육형의 자비만 바랄 뿐이오.]

사랑하는 딸의 목숨 앞에서는 임보산도 그냥 평범한 아버지나 다름없었다.

육천태는 방을 들어서자마자 세사람을 보았다.

임보산의 모습은 초췌하여 삽시간에 십년은 늙어버린 것같았다.

육천태는 그의 심려가 얼마나 컸겠는가 싶어 위로하며 말했다.

[임형 염려마시오. 내가 얼마 전에 쌍두금구를 얻었기에 기뻐했더니 그게 실은 임형의 영애를 구하라는 하늘의 뜻이었는가 보오.]

그는 즉시 임단심의 얼굴색을 살핀 후에,

품에서 작은 옥배(玉盃)를 꺼냈다.

그리고 검지를 옥배에 갖다 대자 검지가 갈라지면서 붉은 피가 흘러내리며 옥배에 반쯤 채웠다.

다시 품에서 준비한 옥호로를 꺼내 몇 방울의 검붉은 액체를 떨어뜨렸다.

[이 쌍두금구의 정혈은 모든 기를 순화시키고 고르게 해주는 영험이 있소. 구절반천평맥같은 것에는 그야말로 특효라고 할 수 있소.]

임보산이 감격해하며 물었다.

[육형! 내가 도울 일은 없겠소?]

육천태는 옥배를 두 손바닥 사이에 넣고 살살 비비면서 말했다.

[목욕하기에 충분한 물이 있으면 좋겠소.]

그 말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서 진우란과 금화선녀가 크다란 목간통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 가운데는 물이 가득차있었다.

두 사람은 나가지 않고 육천태가 어떻게 치료하는지 한쪽에서 구경했다.

그때,

육천태의 옥배에서 한줄의 명주실같은 것이 피어오르며 임단심으로 콧속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옥배에 들었던 것은 모조리 없어졌다.

육천태는 임단심의 목에 손가락을 대보고는 말했다.

[내가 숫자를 셀때 마다 내력을 일푼식 거둬들이시오. 일‥‥‥이‥‥‥삼‥‥‥]

황군성과 임보산은 그의 말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내공을 거둬들였다.

숫자가 일백에 다다랐을 때 육천태는 더 이상 헤아리지 않고 말했다.

[임소저의 몸에서 반발력이 느껴지는 순간에 손을 완전히 거두시오.]

황군성은 임단심의 몸 안에서 마치 곤두서있던 막대들이 넘어가는 것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았다.

쌍두금구의 정혈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마침내,

그 쌍두금구의 정혈이 가진 효력은 황군성과 임보산의 힘이 맞닿아있는 아홉개의 맥에 까지 뻗쳐왔다.

순간,

황군성의 아홉개의 맥에서 일제히 용이 꿈틀거리는 듯한 것을 느끼며 황급히 손을 뗐다.

임보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붕!

임단심의 몸은 육천태의 공력에 의해 목간통으로 옮겨가 완전히 물속에 잠겨버렸다.

육천태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이제 고비는 넘겼소.]

[육형 정말 고맙소. 내 이 은혜는 죽어도 잊지 않으리다.]

임보산이 진심으로 육천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나한테는 육형같은 도량이 없소. 나로서는 원수나 다름없는 사람의 딸을 온갖 정성을 다해 치료해 줄 수 없을 것이오.]

육천태는 속으로 큰 기쁨을 느꼈다.

그에게 무공으로 이기고자 했으나 결코 이길 수 없었던 육천태인데‥‥‥

단지 한번의 치료로 그토록 거만하던 임보산이 자기에게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니,

그것은 또 다른 기쁨이었다.

임보산과 그는 그동안의 감정을 떨쳐버리고 화해했다.

 

물속에 잠겨있는 임단심의 몸에서 나는 열기로 인해 통속의 물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모든 것이 잠잠해 지며 임단심의 몸이 떠올랐다.

구절반천평맥이 치료되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육천태가 일어나며 말했다.

[임형! 우린 나가도록 합시다. 이제 옷갈아 입히고 푹자고 나면 내일 아침 쯤에는 거뜬히 일어날 거요.]

임보산이 쾌한 마음으로 그를 따라 나섰다.

 

방안에서는 금화선녀와 진우란이 임단심의 옷을 갈아 입히고,

육천태와 임보산, 황군성은 황혼을 바라보며 섰다.

육천태가 황군성을 보면서 웃고 말했다.

[자네는 정말 신통한 재주를 가졌군. 이 임형이나, 이미 죽은 진섭천이나 나를 가장 감탄시킨 두 사람인데 그들이 딸을 모두 차지 하다니‥‥‥]

[육형도 혼인해서 딸을 낳았더라면 뺏겼을 지도 모르지.]

[하하하하‥‥‥]

임보산이 하는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문득,

육천태가 웃음을 뚝 그치며 말했다.

[임소저가 이미 자네 처라니 하는 말인데, 진소저를 통해서 내게 한 말은 아직도 유효한가?]

[기꺼이 저희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임매가 완쾌되는 대로 함께 떠나도록 하지요.]

육천태는 크게 기뻐하면서도 반신반의했다.

[절대 빈말은 아니겠지?]

 

일은 이렇게 된 것이었다.

그는 범강과 함께 온 황군성을 만나본 후에 황군성이 여러가지 영약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알고 있기에 신기하게 여겨서 자꾸 물어보았었는데,

그만 황군성이 실수하여 소음곡에 대한 말을 흘리고 말았었다.

그때부터 육천태는 온갖 기화이초가 가득하다는 소음곡을 마음을 두고 그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황군성이 다급해지자 그런 제안을 한 것이었다.

 

[내일 아침 일찍 오겠네. 임형! 내일 보세나. 껄껄껄‥‥‥]

육천태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웃으면서 절승곡으로 달려가 버렸다.

달려가는 그는 속으로 연방 중얼거리고 있었다.

(삽도 몇 개 준비해야 하고‥‥‥약초를 담을 상자도 준비해야 하고‥‥‥)

황군성과 임보산은 그의 돌연한 행동에 어리둥절하며 동시에 내뱉었다.

[괴노‥‥‥]

괴상한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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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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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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