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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八 章

 

            天來飛龍

 

 

 

밀지(密地),

산풍(山風)조차 스며들기 어려운 은밀한 절곡,

사위는 쥐죽은 듯 고요했다.

언제 세워졌는지 이곳에는 거대한 장원(莊園)이 있었다.

인적이 전혀 뜨이지 않은 채 덩그렇게 서 있는 한 채의 장원,

 

<홍엽장(紅葉莊)>

 

이름과는 달리 그 장원은 퍽이나 적막하고 괴괴(怪怪)해 보였다.

한데 문득,

스스스슥...

수십 줄기의 인영이 이곳에 조심스럽게 내려섰다.

그들의 선두에는 한 명의 노인이 날아내렸다.

신선(神仙)의 풍모를 지닌 노문사(老文士),

중후한 기개까지 겸비한 인물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탈속하기 보다는 오히려 세사(世事)에 달관(達觀)한 듯한 중압감마처 풍기는 인상이었다.

그는 당당한 걸음으로 무리를 이끌어 홍엽장의 정문으로 다가섰다.

끼------- 익!

그를 알아보는 듯 거대한 장원문이 열렸다.

그러자 그안에서 몇몇 장한들이 달려나와 노문사에게 길게 음했다.

그들은 보자 노문사는 짧게 물었다.

“모두 오셨는가?”

“예!”

장한들은 모두 공손히 대꾸했다.

이어,

그들의 인도에 따라 노문사를 비롯한 일행은 모두 장원의 뜰로 나갔다.

드넓은 마당,

이곳에서는 천여 명에 이르는 군협들이 가부좌를 튼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노문사는 잠시 그들은 훑어본 후,

자신의 일행 중 중후해 뵈는 한 청의청년을 향해 명령했다.

“비(飛)아야, 문하들과 여기서 잠시 기다리거라.”

“예.”

청년은 짧게 대답하며 허리를 굽혔다.

그가 허리를 굽히자 거기에 매달려 있던 한 자루의 옥소(玉簫)가 그를 따라 움직였다.

이윽고,

노문사는 대청으로 향햤다.

그가 다가오자 대청문 앞에 시립해 있던 한 장한이 크게 외쳤다.

“곤륜(崑崙)의 종대선생(鍾大先生)께서 도착하셨습니다.”

대청 안에는 이미 여러 인물들이 모여 있었다.

도합 구인(九人)으로 그들은 각기 다른 부류의 인물들이었다.

승(僧), 도(道), 속 등에서 하물며 여인과 거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부류는 다양했다.

하나 이들의 모두 함께 지닌 특성-------

그것은 결코 범상치 않은 기도라는 점이었다.

한눈에 이들은 모두 초절정에 이르는 고수들임을 알 수 있었다.

이들 중,

잿빛 가사를 걸친 한 노승(老僧)이 일어나 노문사를 맞았다.

종장문인(鍾掌門人)께서 원로에 수고가 많으시오.

노문사는 머리를 가볍게 저었다.

“수고는 무슨... 당치 않소이다.”

이어 그는 다소 안색을 굳히며 덧붙였다.

“모두 무림을 위하는 일이거늘 천만 리라 한들 멀다 하겠소이까?”

이 말에 좌중의 분위기는 일순 매우 심각해졌다.

잠시 후,

노문사가 자리에 앉자 노승은 좌중을 향해 굳은 어조로 말했다.

“뜻(意)은 정해졌소이다. 결과는 세존(世尊)께서만 아실 뿐, 우리는 그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오.”

“...!”

“...!”

중인들은 모구 침음한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하나 그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굳건한 결의의 빛이 어렸다.

한데 그때였다.

콰------- 앙!

콰릉-------!

엄청난 폭음에 대청까지 온통 흔들거렸다.

또한 미처 놀랄 사이도 없이 여기저기서 외침성이 터졌다.

“적이닷!”

“기습이다!”

이어 병장기 부딪는 소리와 비명이 난무했다.

창창-------!

펑!

“으악!”

“크윽-------!”

그 위로 물밀 듯한 함성이 덮쳤다.

“와아------! 모두 죽여랏-------!”

“우하핫! 십파(十派)의 버러지들! 모조리 쓸어주마!”

 

대청 안의 십인(十人),

그들은 돌연한 사태에 경악했다.

하나 놀라고 있기에 바깥 사태는 너무도 위급하지 않은가?

“이게 무슨...”

“어서 밖으로 나가 봅시다!”

그들은 황망히 대청을 나섰다.

아비규환(阿鼻叫喚).

대청 바깥의 상황은 그야말로 아수라지옥도였다.

홍엽장 사방에서 날아드는 수많은 인영들,

혈의 또는 백의를 걸친 이들의 숫자는 수천에 달하고 있었다.

이들 혈의인과 백의인들은 닥치는대로 살상과 파괴를 거듭했다.

“으아------- 악-------!”

“크------- 악!”

돌연한 침입에 홍엽장은 금세 피바다가 되고 있었다.

“으... 비밀이 새어 나갔구나!”

십인 중 한 명이 이를 갈았다.

한데 그 순간,

화르르르...

홍엽장의 한 귀퉁이에서 거대한 불기둥이 솟구쳤다.

이어 그것은 삽시간에 홍엽장 곳곳에 번져 나갔다.

예상치도 못했던 화마(火魔)의 급습이 가세된 것이었다.

십인의 고수도 이에 맞서 혈의인과 백의인들을 짓쳐갔다.

“누워랏-------!”

그들까지 합세하자 전세는 더욱 치열해졌다.

펑------!

꽈르르릉------!

시뻘건 화마 속에서 장(掌)과 병기들이 무섭게 작렬했다.

그러나,

불길은 그들을 모두 뒤덮을 듯 홍엽장 전체를 휘감아갔다.

시커먼 연기가 솟구쳐 하늘마저 공포스럽게 변화하고 있었다.

드디어...

혈겁의 장(掌)은 열리려는가?

 

X X X

 

양춘가절(養春佳節).

춘록(春綠)이 무르익은 천중산(天中山).

산기슭을 따라 관도(官道)가 있고 물오른 나뭇가지들이 길옆으로 휘늘어져 있었다.

관도 위.

따각따각...!

한 필의 준마가 한가롭게 걸어가고 있었다.

마상(馬上)에는 한 명의 청년이 타고 있었다.

수려한 용모였다.

시원스런 이마와 도사린 담담한 눈매.

게다가 깨끗한 피부에 붉은 입술은 마치 여인의 그것과도 같았다.

반면 청년은 수렴함에 못지않은 고고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한 마디로 탈속한 외모라고나 할까?

그는 깨끗한 의복차림새와는 달리 검고 칙칙한 묵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다름아닌 이검엽이었다.

이검엽은 자신의 애마(愛馬), 즉 흑풍에 걸터 앉아 유유자적 이곳을 지나던 길이었다.

“흑풍. 그 동안 고생이 많았다.”

그가 흑풍의 등을 두드리자 흑풍이 기쁜 듯 울부짖었다.

히힝...!

“집을 떠난지 벌써 반년(半年). 그 동안 하루도 쉬지 못한 채 강남(江南)의 칠(七)개성을 달리게 하였구나.”

이검엽.

그는 어전시에 장원하여 어사(御使)로 봉직되었다.

황제는 그의 재주를 아껴 그를 은밀히 불러 친히 밀지(密地)를 내린 것이었다.

밀지(密地)란-------

바로 강남의 칠개성을 암행(暗行)하며 민정(民政)을 순시하라는 것이었다.

드디어,

그는 그 임무를 마치고 현재 황정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문득 그의 눈앞에 어른거리는 모습이 있었다.

대임(大任)을 맞고 길을 떠나기 전, 대례(大禮)로서 부부가 된 여인,

자운이었다.

“자운. 그녀의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어서 가서 반가움을 나누고 싶다.”

이검엽은 웃으며 흑풍에게 말을 건넸다.

“하하... 흑풍 너도 백운(白雲)이 그립겠구나!”

히힝!

흑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운(白雲).

흑풍과 짝 지워준 암말로 본시 자운이 기르던 애마였다.

여인(女人)을 그리는 마음.

한 쌍의 인마(人馬)가 공감을 갖는 흐뭇한 일이 아닌가?

“이제 돌아가면 싫도록 백운과 놀아보아라.”

이검엽은 자신의 심정을 대변한 듯 흑풍에게 말했다.

한데 그때,

두두두...!

그들의 후면이었다.

십여 기의 준마가 질풍같이 몰려드는 것이었다.

“흑풍! 물러서자.”

이검엽은 흠칫하여 어른 길옆으로 비켜났다.

두두두...!

일단의 준마가 바람처럼 그들을 스치고 지나갔다.

짧은 순간이었다.

하나 그 사이 이검엽은 마상의 인물들의 얼굴을 살필 수가 있었다.

싸늘한 한기와 살기를 띈 냉혹한 인상의 백의인들.

그들은 폭이 좁고 긴 장도(長刀)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이검엽은 쓰게 입맛을 다셨다.

(무림인들이군! 과히 선량한 자를 같지는 않구나.)

무림(武林).

기실 이검엽으로서는 지금껏 무림이란 전혀 미지(未知)의 세계였다.

단지 안행중 보고 들은 약간의 지식이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그는 이내 무심한 표정이 되어버렸다.

“흑풍! 가자.”

그는 한가로이 흑풍을 몰아 가던 길을 재촉했다.

약 삼사리 정도 지났을까?

문득,

그의 귓전을 때리는 소성(小聲)이 있었다.

창! 창!

(병기 부딪치는 소리...? 그렇다면 조금 전에 본 그자들일까?)

이검엽은 짐작되는 바가 있었으나 곧 다시 무심해졌다.

(무림인들 사이의 분란이거늘 무림인이 아닌 내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그는 일부러 말을 돌려 다른 방향으로 가고자 했다.

한데, 그때였다.

“으------- 악!”

“크------ 윽!”

처절한 비명이 천중산역을 메아치는 것이 아닌가?

“...!”

이검엽은 흠칫했다.

아울러 그는 호기심이 무럭무럭 피어오름을 느꼈다.

“흑풍! 가보자!”

드디어 그는 소리난 쪽을 향해 말을 몰았다.

히힝...!

두두두두...!

흑풍은 그가 지시하는 쪽을 따라 빠르게 내달렸다.

관도가 아닌 그 옆의 계곡 방향이었다.

 

계곡의 중간.

과연 그곳에서는 처절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예의 백의인들이었다.

그들은 한 명의 청년을 포위한 채 합격을 퍼붓고 있었다.

청의(靑衣)의 청년.

매우 영준하고 충후한 인상이었다.

한데,

그는 단 한 자루의 옥소(玉簫)만으로 어렵게 그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수없는 악전고투를 겪은 듯 청의가 거의 혈의(血衣)였다.

그의 주위로는 벌써 칠팔 구나 되는 시신이 피를 뒤집어쓴 채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다.

백의인들은 기형(奇形)의 장도를 무섭게 그에게 들이댔다.

“흐흐흐... 천래비룡(天來飛龍)! 네놈이 아무리 발악해봐야 이곳에서 빠져 나가지는 못한다!”

과연 백의인들의 기세는 엄청났다.

하지만

청의청년 즉, 천래비룡이라는 인물은 의연하게 호통을 쳤다.

“닥쳐랏! 네놈들 정도의 졸개들에게 당할 나 천래비룡이 아니다!”

그는 말과 함께 수중의 옥소를 내쳤다.

위------- 잉!

한 줄기 소영(簫影)이 섬전처럼 허공을 갈랐다.

한 백의인이 다급히 외쳤다.

“조심들 해라!”

하지만 다음 순간,

파팟-------!

날쌘 파공성과 함께 비명이 터졌다.

“으------- 악!”

한 백의인이 목을 안고 나뒹굴었다.

보라!

그의 천돌혈에는 이미 구멍이 뻥 뚫려져 있지 않은가?

뚫린 구멍은 피분수를 뿜어냈다.

그러나,

“윽-------!”

청의청년 즉 천래비룡 역시 무사하지는 못했다.

또 다른 백의인의 장도가 그의 옆구리를 깊이 베고만 것이었다.

그의 신형은 일순 휘청했다.

이를 본 백의인들은 기세등등하게 다시 덤벼왔다.

“흐흐... 도륙을 내고 말겠다!”

쐐------ 액!

위------- 잉!

백의인들의 장도가 일시에 호선을 그었다.

그 순간,

“이얍!”

천래비룡은 절묘한 신법을 펼쳤다.

그의 신형은 선풍같이 날았다.

아울러 그는 다시 옥소를 휘둘렀다.

캉!

카캉!

그의 옥소는 백의인들의 공격을 모두 차단시켰다.

그러나,

그는 비명을 터뜨렸다.

“크윽!”

동시에 그의 허리에서 시뻘건 선혈이 튀었다.

조금 전 베인 상처가 힘을 쓰자 입을 쩍 벌린 것이었다.

그러나,

휘르르...

그는 마치 신룡(神龍)이 비상하듯 휘몰아 오장 밖으로 멋지게 내려섰다.

 

관전하던 이검엽은 감탄했다.

“훌륭하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의 두눈은 번쩍 빛을 발했다.

그 순간 이검엽은 천래비룡의 움직임을 뇌리에 심어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천래비룡의 움직임은 절묘할 뿐만 아니라 극히 뛰어난 경공신법이었던 것이었다.

운룡대팔식(雲龍大八式)-!

바로 이렇게 불리우는 것으로 한 때는 천하제일을 구가하기도 했었다.

이검엽은 물론 무림인이 아닌 이상 이것까지야 알 리 없었다.

 

스스스슥...

백의인들은 유령같이 움직여 다시 천래비룡을 포위해갔다.

이미 오래 전에 이검엽이 이곳에 와 있으나 천래비룡을 비롯한 백의인들은 전혀 관심도 두지 않는 듯 했다.

다만 혈전에 온 정신을 쏟을 뿐이었다.

덕분에 이검엽은 관찰이 자유로왔다.

(저자들의 보법은 매우 은밀하고 교활하구나.)

그때,

이검엽은 또 하나의 사실을 발견했다.

천래비룡의 안색이 잿빛으로 되어가도 있었던 것이다.

천래비룡.

그는 내심 다급히 부르짖었다.

(크... 큰일이다. 상세가 도졌구나. 지금 치료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올지도 모르겠구나.)

이어 그는 분한 듯 으드득 이를 갈았다.

(지옥마군자(地獄魔君者)! 그놈 때문이다! 그 악랄한 놈과 정면 승부를 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천래비룡의 기색을 알아차렸는지 백의인들은 더욱 포위망을 좁혀왔다.

“크흐흐... 이제 그만 목을 길게 늘여놓는 것이 좋을 것이다.”

천래비룡은 의연하게 부르짖었다.

“곤륜의 제자는 결코 맥없이 쓰러지지는 않는다!”

그는 옥소를 굳게 쥐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 줄기 피가 손목으로부터 흘러 옥소를 적셨다.

대단한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는 곁눈으로 그것을 알아챘으나 이내 정면을 향했다.

(별 수 없다. 이렇게 된바에야 한 번만 더 운룡등천소를...)

천래비룡은 옥소를 자신의 눈높이와 맞추어 겨눴다.

“이얏!”

그의 옥소가 그 위치에 튕쳐지는 순간,

“크크...”

쐐------- 액!

백의인들이 일제히 장도를 쓸어갔다.

삼엄하고 쾌첩한 도세!

(빠르다!)

이검엽은 절로 손에 땀이 배였다.

그 순간,

“용조파뢰(龍爪破雷)!”

슈------- 욱!

쐐----- 애------- 액!

천래비룡의 낭랑한 외침에 뒤이어 격렬한 파공성이 울렸다.

동시에,

용의 발톱과도 같은 소영이 삽시에 삼 장 방원을 뒤덮었다.

이검엽은 두눈이 다시 크게 떠졌다.

그의 뇌리는 그 순간 빠르게 그것을 모조리 기억하고 있었다.

창!

차창!

“크------- 악!”

“악!”

두 자루의 장도가 날아가고 이인의 백의인이 안면을 안고 나뒹굴었다.

“크------- 으!”

천래옥룡도 어깨를 움켜쥐며 비틀거렸다.

그의 어깨는 허옇게 뼈를 드러낸 채 피를 뭉턱 쏟아냈다.

이제 남은 백의인은 육명,

그들은 동료의 죽음과 천래비룡의 상세를 보자 더욱 기세를 높였다.

“죽어랏!”

그들은 질풍같이 천래비룡을 베어갔다.

그러나 천래비룡은 또다시 이에 맞닥뜨렸다.

“신룡비운(神龍飛雲)!”

슈------- 악!

천래비룡의 옥소와 여섯 자루 장도가 무섭게 격돌했다.

창!

파파팍!

“크------ 윽!”

“으... 악!”

비명이 연이어 터졌다.

다행히도 그것은 백의인들의 비명이었다.

여서 명 중 두 명이 가슴을 부여안고 쓰러졌다.

천래비룡.

그는 안색이 창백해졌을 뿐 굿굿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그러나 그의 발밑은 어느새 짙은 선혈로 질퍽해졌다.

(마... 마지막 두명!)

그는 강인하게 부르짖고 있었으나 의식은 이미 가물가물했다.

다만 그의 의지력으로 다시 옥소를 움켜 쥐었다.

백의인들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으... 음! 과연 곤륜의 종대선생의 수제자(首弟子)답다.”

“그런 몸으로도 쓰러지지 않다니...”

천래비룡은 웃었다.

“흐흐흐... 그렇다! 곤륜은 강하다. 네놈들 백살파(白煞巴)같은 사(邪)의 집단과는 비교 될 수 없다.”

그 말에 백의인들은 비웃음을 던졌다.

“크크... 그것은 곤륜쌍선(崑崙雙仙)의 살아 있었을 시대의 이야기다.”

그들의 음성에는 자신이 넘쳤다.

기실 지금껏 살아남은 만큼 그들은 가장 강한 자들인 때문이다.

스스스...

이어 그들은 미끄러지듯 천래비룡의 양옆으로 벌려섰다.

(사부님! 제자에게 힘을...)

천래비룡의 눈이 번쩍 빛을 발했다.

“크크... 죽어라!”

쌔------- 액!

뇌전같은 도세가 그를 짓쳤다.

천래비룡은 전력을 다해 옥소를 떨쳤다.

“운룡등천(雲龍騰天)!”

파파팟!

위------- 잉!

선풍같은 소용이 마치 신룡이 하늘로 휘말려가듯 휘돌았다.

“...!”

이검엽은 경탄에 찬 시선으로 그를 주시했다.

그러나 그는 안타까이 부르짖었다.

(아깝다!)

천래비룡의 공세는 일순 허공에서 격감되고만 것이다.

파파팟!

겨렬한 충격음에 이어 천래비룡은 비명을 토해냈다.

“크------- 윽!”

쿵쿵!

그는 연속 두 걸음 후퇴하고 말았다.

“으... 음!”

“크...!”

백의인들도 낮게 신음하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쿠------- 웅!

천래비룡은 기어코 나무토막처럼 쓰러졌다.

그의 얼굴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흐흐흐...”

“각오해랏!”

백의인들은 부상을 감수하며 다시 그에게 달려들었다.

“부... 분하다! 지옥마군자... 그놈에게 당한 내상이 도지지만 않았던들... 네놈들 따위에게...”

천래비룡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하지만

그는 운신도 못하는 듯 꼼짝하지 못했다.

다만 격분에 몸을 떨 뿐이었다.

“크크... 그만 가거라!”

백의인들은 동시에 도를 쳐들었다.

절체절명(絶體絶命),

천래비룡은 사신(死神)이 보였다.

과연 그는 이대로 비참한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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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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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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