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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 章

 

                    아! 劍皇宗

 

 

 

스슥!

백의인의 발끝이 흠칫하는가 싶은 다음 순간이었다.

쐐------ 액!

그야말로 뇌전이 흐르는 듯 빠르고 악랄한 도세가 허공을 갈랐다.

파팟-------!

카----- 앙!

이검엽의 검이 그를 맞받아 후려쳐냈다.

그러나,

“웃!”

“허엇!”

두 마디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이검엽.

그는 안색이 밀랍처럼 창백해 있었다.

조금전에 당했던 도흔(刀痕).

바로 그곳이 깊숙이 패인 것이었다.

그의 가슴은 무참하게도 시뻘건 선혈로 젖어들었다.

백의인,

그는 무사했다.

그러나 그의 얼굴은 형언키 어려운 경악을 담고 있었다.

이가 뭉턱 빠져 버린 장도.

그는 넋이 나간 듯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잠시 후,

제정신이 든 백의인은 끔찍스러울 정도로 살기를 발산시켰다.

“크크... 제법이다만 이번에는 정녕 살아남지 못하리라!”

그는 장도를 두 손으로 움켜쥐며 이검엽을 겨누었다.

그 순간,

스스스...!

그의 도신(刀身)은 희뿌옇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것은 엄청난 도기(刀氣)의 덩어리를 형성해 내었다.

이를 본 이검엽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심상치 않은 기세다. 저 도세에 정면으로 가격당한다면 나로서도 도저히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드디어 백의인은 도를 뻗어내었다.

“죽어랏!”

슈------ 악!

아!

쾌도 중 쾌도였다.

뇌전의 매속도를 십분(十分)한다한들 이렇게 빠를 수가 있단 말인가?

“차------- 앗!”

위------ 잉!

맹렬한 검세로 그에 맞닥뜨린 묵령신검!

족히 삼천 근에 이르는 일검(一劍)이었다.

카------ 앙!

파팟-------!

휘황인 불꽃이 작렬했다.

무게(重)와 속도(快)의 대격돌!

그속으로부터 터지는 처참한 두 마디 비명-------

“크----- 악!”

“크윽!”

이검엽의 신형이 그대로 허공으로 날아갔다.

휘------- 익!

그는 한줄기 선연한 피의 무지개를 그으며 급강하했다.

아! 그곳은 바로 깎아내린 절벽이 아닌가!

그는 곧장 천야만야한 절벽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아------- 악!”

그의 처절한 비명이 긴 메아리를 남기고 있었다.

아! 이검엽-------

그는 희뿌연 도기(刀氣)에 격중 당해 가슴이 박살이 났었다.

또한,

그 가공할 도세로 인해 절벽 아래로 튕겨져 버린 것이었다.

점점이 남은 혈흔.

절벽 모퉁이는 온통 시뻘건 피투성이였다.

한편,

백의인, 그는 어찌 되었는가?

정확히 양단된 처참한 시신.

그것은 분명 백의인이었다.

두 조각난 더욱 피를 콸콸 쏟아내고 있었다.

그의 주위는 온통 시뻘건 선혈로 강(江)을 이루었다.

조금 전까지 만도 살아 숨쉬던 그는 이미 육괴(肉塊)에 불과했다.

또한, 쾌도를 자랑하던 그의 장도(長刀)-----

그것 역시 완전히 두 동강이 난채 그 곁에 있었다.

격전의 종말.

그것은 고요 일색(一色)이었다.

휘------- 잉!

지나가는 산풍(山風)에 역한 피비린내만이 장내를 휩싸고 돌았다.

이검엽,

그의 자취는 사라졌다.

과연 그의 생(生)은 이로서 막(幕)을 내릴 것인가-------

 

히힝...!

주인을 잃은 구슬픈 울부짖음...!

흑풍이었다.

충마(忠馬) 흑풍은 이검엽이 떨어져 내려간 절벽 아래를 보며 처량히 울어댔다.

그러나,

까마득한 절벽은 그밑이 어디인지조차 보이지도 않았다.

휘------ 이------ 잉!

싸늘한 산풍만이 절벽을 휘돌고 있었다.

그때였다.

쐐------- 액-----!

한 줄기 선풍(旋風)인가?

아니었다.

그것은 가공할 빠르기로 날아드는 인영이었다.

극히 섬세하고 가냘픈 인영.

스스슥...

그 인영은 이내 절벽 위에 내려섰다.

여인(女人),

대략 십 칠팔 세 정도 되었을까?

그린 듯한 고운 아미.

정결한 피부.

빼어난 미녀라기보다는 고귀한 기품이 흐르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한 마리 학과도 같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녀의 미(美)에는 가시가 있었다.

살기(殺氣)!

끔찍한 살기가 그녀의 얼굴을 뒤덮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그녀의 얼구른 얼음장보다도 더욱 싸늘하게 보였다.

그녀는 차가운 시선으로 흘깃 고천봉을 바라보며 앙칼지게 뇌까렸다.

“사부님 말씀대로군! 아버님은 구파일방과 팔절(八絶) 등의 수법에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겁간당하신 채 목이 잘리셨다!”

이어 그녀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매섭게 외쳤다.

“중원무림! 호호홋! 기다려라! 감히 검황종(劍皇宗) 일가를 건드린 보복이 어떤 것인지 뼈저리게 보여주마!”

그녀는 전신에서 줄기줄기 원독에 찬 살광을 뿜어냈다.

히힝!

갑작스런 그녀의 출현과 엄청난 살기에 흑풍은 몸서리를 쳤다.

푸르르...!

흑풍은 대뜸 그녀에게 경계의 빛을 띄웠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이 흑풍과 마주했다.

“신마(神馬)로군!”

그녀는 탐욕에 두 눈이 반짝 빛났다.

“호호... 이곳에서 신마를 얻다니 정말 뜻밖이군. 모두 할아버님과 아버님, 어머님의 덕분일거야.”

그녀는 마음대로 지껄이며 흑풍에게 다가섰다.

쿵, 쿵...

“이리 오너라.”

그러나 흑풍은 사납게 그녀를 노려보며 꼼짝하지 않았다.

푸르르...!

“호호... 한낱 미물인 주제에 감히 나와 맞서려 하다니,...!”

그녀는 냉소하며 대뜸 흑풍의 등으로 날아 올랐다.

히힝!

흑풍은 발작적으로 몸을 흔들며 그녀를 떨치려 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여인은 콧방귀를 뀌었다.

“흥! 어림없지! 네 녀석 하나 못 다룰 내가 아니야!”

그녀는 한 손으로 고삐를 바짝 잡았다.

동시에, 나머지 한 손을 들어 흑풍의 등을 후려갈겼다.

철------- 썩!

여인의 교수(嬌手),

그것이 이처럼 혹독할 수도 있단 말인가?

이어, 그녀는 매몰차게 박차를 가했다.

“이럇! 가자!”

히------ 잉!

흑풍은 길게 울며 산아래로 달렸다.

도저히 항거할 수 없는 일임을 흑풍은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일까-------

 

***

 

암흑(暗黑),

그리고 너무도 조용했다.

(후훗... 기이한 인연이군. 천주산의 절애에서 천지곤룡과 함께 추락한 것이 불과 반년 전이거늘...!)

이검엽.

그의 뇌리는 쉬지않고 움직였다.

하나 그의 육신은 도무지 꼼짝할 수 조차 없었다.

눈꺼풀은 천근이나 되는 듯 무겁게 내리감기고,

전신골격이 모두 어긋난 듯 손가락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다만 기이할 정도로 정신이 맑았다.

(죽지는 않은 모양이군. 번번이 절벽에서 떨어지고도 살아나는 것을 보면 나라는 놈은 일찍 죽지는 않을 것인가...?)

그는 눈을 내리감은 채 피식 실소했다.

그때였다.

“이놈! 웃을 기력이 있으면 냉큼 일어나지 못할까!”

벽력같은 고함이 그를 강타했다.

“헛!”

이검엽은 대경하여 무의식적으로 급히 눈을 떴다.

그 순간에 비로소 그는 완전히 정신이 든 것이었다.

그는 눈을 껌벅거리며 주위를 살폈다.

음침한 동굴,

그 돌바닥에 자신이 누워있음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어느 분이 소생을... 헛!”

말하는 도중 그는 흠칫하여 입을 다물어 버렸다.

동굴 안 귀퉁이에 앉아있는 괴인(怪人)을 발견한 것이었다.

괴인,

그의 모습은 실로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아니, 실로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사람인가? 귀신인가?)

이검엽은 문득 소름이 오싹함을 느꼈다.

비스듬히 벽에 기대앉은 괴인,

그는 우선 봉두난발이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옷은 본래 색을 알아 볼 수가 없을 정도로 피와 오물로 찌들어 있었다.

더우기,

그는 가슴이 으스러져 허연 갈비뼈가 끔찍하게 삐죽 드러났다.

이검엽은 그것을 보자 낡은 초가(草家)의 서까래를 보듯 을씨년스러운 기분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었다.

섬뜩하게도 괴인의 가슴 한복판에 시뻘건 물체가 박힌 것이었다.

아!

그것은 놀랍게도 핏빛 가죽의 뱀이 살속에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문득,

괴인은 부서진 자신의 가슴에서 쭉 붉은 뱀을 뽑아내고 있었다.

이검엽은 아픔도 잊은 채 벌떡 일어났다.

“노... 노인장께선... 어떻게...”

그는 말문이 막혔다.

봉두난발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안광!

그것이 자신을 쏘아보고 있음을 느낀 것이었다.

그는 머리털이 몽땅 곤두서는 것만 같았다.

괴인은 냉소를 터뜨렸다.

“크크... 사내 놈이 이 정도에 놀라다니...”

그는 기이한 눈빛을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드러내 보였다.

뻥 뚫러진 뱀의 거처가 드러나자 이검엽은 흠칫했다.

(피 한 방울도 나지 않는군! 어제 오늘 뱀이 머물렀던 것이 아닌가 본데...)

그의 상념을 깨듯 괴인이 말했다.

“크크... 홍아(紅兒), 나가서 배를 채우고 오너라.”

그말에 홍사(紅蛇)는 쏜살같이 어디론가 사라져 갔다.

끼르륵...!

괴이한 뱀의 울부짖음이 음산한 여운을 남겼다.

이검엽은 그 울음소리에 소름이 돋옴을 느끼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흡혈옥령망(吸血玉靈망)이라는 것인가 보군요.”

괴인은 그 말에 괴상한 웃음을 흘렸다.

“클클... 어린 놈치고 안목은 제법이로군!”

조소인지 칭찬인지 이검엽은 그 말에 신경쓰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뇌리에는 흡혈옥령망에 대한 기록만이 맴돌았다.

 

-흡혈옥령망(吸血玉靈蟒),

 

문자 그대로 다른 짐승의 피(血)를 빨아먹고 사는 일종의 영물(靈物)이었다.

특히 즐기는 것은 다른 영물이나 영사(靈蛇) 등의 피였다.

그래서인지,

흡혈옥령망은 가히 희세의 보물로 꼽히고 있었다.

그 피를 만일 복용할 수 있다면 장생불로(長生不老)는 물론 영민한 지혜(知慧)를 지닐 수가 있었다.

또한,

무림인에게라면 그야말로 무궁무진한 내공증진을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검엽은 생각을 접으며 괴인을 의식했다.

그는 다소 마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 노인장께서 소생을 구하신 것... 입니까?”

“그렇다.”

괴노인(怪老人)은 억양이 없는 투로 잘라 말했다.

이검엽은 즉시 일어나 허리를 굽히려했다.

어찌 되었건 그 괴노인은 자신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 아닌가?

그러나 그 순간 괴노인은 손을 저으며 굳은 어조로 말했다.

“그만 두거라. 노부 또한 목적이 있어 네놈을 살린 것이다.”

이검엽의 허리는 굽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의(自意)가 아니었다.

강력한 무형의 경기!

그것이 그의 몸을 저지한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이검엽은 똑바로 서서 노인을 응시했다.

그리고 담담히 물었다.

“그 목적이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갑자기 노인은 무섭게 두눈을 희번덕였다.

“다섯 명을 죽여라!”

“살인을 하라는 말씀입니까?”

이검엽은 대경하여 되물었다.

노인은 잘라 말했다.

“그렇다!”

이검엽은 난감하여 어쩔줄을 몰랐다.

(참 어려운 일이로군. 어찌 사람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그것도 다서 명씩이나...)

그의 짙은 검미가 잔뜩 찌푸려졌다.

(실로 기이하군. 천황비부와 또같은 일을 또다시 겪게되는 셈이다.)

그의 표정의 변화에 노인은 다소 부드러운 음성으로 덧붙였다.

“걱정 말아라. 선자(善者)를 죽이라는 것은 아니다.”

(으음....!)

이검엽은 잠시 갈등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내 밝은 음성으로 말했다.

“악인(惡人)이라면 소생을 구해 주신 은혜를 보답키 위해 밸 수도 있습니다.”

“...!”

노인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의 두눈은 여전히 이검엽을 주시하고 있었다.

하나 조금 전과는 달리 그 눈빛은 다소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어 노인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너는 노부가 누구인지 아느냐?”

“모르겠습니다.”

“검황종(劍皇宗)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적이 있느냐?”

노인이 복잡한 감정이 서린 음성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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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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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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