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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六 章

 

          天荒秘府의 神秘한 紋樣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으... 음!”

한 차례 신음과 함께 이검엽의 몸이 꿈틀거렸다.

그의 전신은 땀으로 푹 젖어 있었다.

이어,

“휴...”

긴 한숨과 함께 그는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그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정말... 지독한 고통이었다.”

이어 그는 주위를 돌아보았다.

“엇... 이럴 수가...”

그는 대경했다.

혈포인의 시신-------

시신은 어디로 가로 그 자리에는 유골의 가루만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

또한 그 자레는 단지 그가 입고있던 옷과 그를 관통한 묵검(墨劍)이 놓여 있었다.

이검엽은 어찌된 일인지 대뜸 짐작했다.

(선인(仙人)의 유체를 훼손시키다니...)

그것은 그가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이에 벌어진 일임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이검엽은 죄책감을 느끼며 조심스레 가루가 된 혈포인의 시신을 옷자락과 함께 주워 모았다.

한데 이때,

가루를 걷어내자 뜻밖에 바닥에 지력(指力)으로 쓴 글씨가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이 글을 읽는 분은 필시 의인(義人)일 것이오. 의인이기에 노부의 시신에 일편 연민을 느껴 인정을 베푸셨을 것이오.>

 

순간,

그 글을 읽은 이검엽은 쓴웃음을 지었다.

(의인이라고 선인의 시신을 훼손시킨 내가 의인이란 말인가?)

그는 다시 글을 읽어 내려갔다.

 

<...귀공(貴公)에게 한 가지 간절한 부탁이 있소. 나의 등에 꽂혔던 신검 묵령(墨靈)을 알아보는 자를 훗날 만나면 필히 죽이시오...>

 

이검엽은 흠칫했다.

(사람을 죽이라고?)

그로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문(文)만을 익히 인명(人命)을 극히 귀중히 여겨온 그가 아닌가?

그로서는 살인(殺人)이란 감히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는 놀라움을 가라앉히며 다음 글을 읽어내려갔다.

 

<그 자를 죽일 수 있는 힘(力)은 이미 노주의 원영화령정(元榮華靈精)으로 그대에게 흡수되었소. 그 기운은 노부의 생전에 생성한 내가진공(內家眞功)으로 그대에게 향후 커다란 공효를 줄 수 있을 것이오...>

 

이검엽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원영화령정... 내가진공 그것이 무엇이길래... 아까 내가 그토록 고통스러웠던 것도 그럼 그때문이었단 말인가?)

그는 다시 글을 보았다.

 

<그 자를 죽일 방도는 노부의 옷자락에 기록해 놓았소. 부디 부탁하는 바이오. 그 일은 노부 개인의 원한(怨恨) 뿐만 아니라 중원무림(中原武林)의 천만동도(天萬同徒)를 구(救)하는 길이기도 하는 것이오.>

 

글은 거기에서 끝나 있었다.

이검엽은 탄식하며 중얼거렸다.

내가 사람을 죽여달라니... 그일이 곧 중원무림을 천만동도를 구하는 길이라니... 내게 너무 큰 짐을 남겼군.

이검엽.

그는 원래 무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러므로 잘 납득이 가지 않았다.

이어 그는 유체의 옷자락을 들춰보았다.

문득,

옷자락 안쪽에 한 장의 양피지가 붙어 있는 것을 그는 발견했다.

그는 양피지를 떼어 살펴보았다.

양피지에는 기이한 무늬가 잔뜩 찍혀 있었다.

(음, 이것도 갑골문(甲骨文)이군. 그리고 점토판에 새겨진 것을 찍어낸 것이구나.)

이검엽은 갑골문을 해독해 보았다.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천극굉연대천황(天剋轟然大天荒)>

 

“천극굉연대천황!”

이검엽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잠시 후, 그의 미간이 잔뜩 좁혀졌다.

양피지의 앞뒤로 빽빽이 찍혀있는 글자.

그 글자는 모두 일천자(一千字)였다.

하나 그 내용은 너무도 난해하여 십만 권의 책을 독파한 이검엽으로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그는 무공에 대해서는 문외한이 아닌가?

그러나 이검엽은 책벌레로서의 오기가 있었다.

그는 끈기와 집념을 가지고 갑골문에 깊이 빠져들어갔다.

이윽고.

그의 머리 속에는 어렴풋이나마 잡히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 이것은... 지극히 크고도 넓은 기(氣)를 일으켜 천하(天下)를 일시에 항복 시킬 수 있는 장법을 적은 가공할 내용이다...)

이검엽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환해졌다 했다.

(하나... 뭔가 완전하지 않은 것 같다. 이것은 어떤 바탕이 결여되어 있다. 어쩌면 그 바탕이 없다면 이것도 무용지물(無用之物)이 될런지도 모른다.)

이검엽.

그는 양피지를 움켜 쥐었다.

자신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은 것이었다.

하나 그것도 잠시 뿐,

그는 현실로 돌아와 문득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내가 어느새 이것에 푹 빠졌군. 하긴 제법 머리를 쓸만한 난제를 만난 셈이군.”

이검엽은 홍미어린 눈으로 양피지를 내려다보다가 그것을 품속에 집어 넣었다.

이어 바닥에서 묵검을 취해 들었다.

순간,

“끄응!”

그는 힘을 썼다.

겨우 한자반밖에 안되는 묵검이 엄청나게 무거웠기 때문이었다.

능히 수백근(數百斤)은 나갈 듯 했다.

이검엽이 기연을 만나 신력(神力)을 얻었기 망정이지 보통사람이라면 들어 올리지도 못할 무게였다.

묵검.

그것은 끝이 뭉툭하고 광채도 없는 거무틱틱한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이것을 신검(神劍)이라 했는가? 묵령(墨靈)이라고?)

이검엽은 피식 실소했다.

하지만

(볼품없는 검... 하나 웬지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놈이다.)

이검엽은 손으로 검신을 가볍게 쓸었다.

웬지 점차 지기(知己)를 만난 듯 친근한 마음이 들었다.

문득 그는 묵검 즉 묵령신검을 꽉 힘주어 쥐며 말했다.

“좋다. 이제 너를 한시도 손에서 놓지않고 아껴주마!”

순간,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다.

우... 우... 웅...

돌연 검신이 미미한 전운을 일으키며 우는 것이 아닌가?

검명(劍鳴)!

검명이었다.

“헛!”

이검엽은 깜짝 놀라 묵검을 주시했다.

“예로부터 신검(神劍)은 주인을 알아본다 했거늘...”

그렇다.

묵령신검은 검명을 울림으로써 그를 알아 보았다.

“핫하하... 묵령 역시 너는 신검이었구나!”

이검엽은 만족스런 대소를 발했다.

그 순간 그의 가슴 깊은 곳에서는 크게 호협(豪俠)한 기운이 일어났다.

아!

훗날 그 기운으로 인해 무림에 대영웅이 탄생할 줄이야...

 

<천황비부(天荒秘府)>

 

이검엽은 전면의 글씨를 응시했다.

(천황비부... 천황(天荒)...)

이검엽은 검미를 보며 내심 중얼거렸다.

(천극굉연대천황의 글자와 같군. 무슨 연관이라도 있는 것일까? 저 안에 혹시...)

이검엽은 일단 호기심이 동하자 석문(石門)을 두 손으로 힘껏 밀어 보았다.

크르릉...

능히 천년(千年) 이상을 닫혀있을 것 같았던 석문이 열렸다.

우수수...

돌조각이 어지럽게 흩날렸다.

하나 다음 순간,

이검엽은 눈앞이 환해짐을 느꼈다.

석문 안.

그것은 커다란 석전(石殿)이었다.

석전 안으로부터 눈부시고 휘황한 야명주(夜明珠)의 불꽃이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이검엽은 잠시 멈칫하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다음 순간,

“엇!”

그는 흠칫하여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석전의 중앙.

그곳에 두 개의 석대(石대)가 놓여 있었고 석대 위에는 두 명의 노인(老人)이 마치 산사람처럼 앉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좌측노인.

그는 흡사 신선(神仙)같은 노도인(老道人)이었다.

백색도포를 입었으며 백발은미는 세속을 초월한 선인(仙人)의 그것이었다.

우측노인.

그는 대조적으로 극히 패도적인 기개가 넘치고 있었다.

흑색장포(黑色長袍)를 전신에 걸쳤으며 대추빛 얼굴에 검은 눈썹과 수염은 몹시 위맹한 느낌이 들게 했다.

이검엽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그들이 앉은 채 죽은 시신임을 알았다.

이어 그는 곧 바닥에 엎드려 배래를 올렸다.

“소생 이검엽 두분 선인(仙人)의 영거에 난입한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어 그는 고개를 들었다.

하나 그 순간 그는 흠칫했다.

바로 바닥에 글씨가 쓰여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은 그가 바닥에 엎드리지 않았다면 도저히 발견할 수 없는 것이었다.

 

<천허존자(天虛尊子)와 절대패존(絶代覇尊)이 남긴다------->

 

이검엽은 잠시 흠칫하다가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음, 외모로 보아 백의도인이 천허존자, 흑포노인이 절대패존이겠구나.)

이검엽은 또 한 가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아까 석문 밖에 죽어있던 분은 이 두 노인의 후인(後人)이었겠군.)

일단 그렇게 생각되자 이검엽은 수중에 가지고 있던 혈포자락을 공손히 받쳐 들었다.

이어, 앞에 놓고 말했다.

“고인(故人)을 대신하여 삼가 소생이 기인들을 배견합니다.”

그는 내심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이 두 기인이 살아 생전 명망이 극히 존귀했기에 혈포인은 감히 유전에 들지도 못했던 것이다. 이제 내가 그분의 유언을 대신이나마 이루어 드렸으니 그분도 유계에서 만족히 눈을 감으실 것이다.)

이검엽은 다소 마음이 홀가분해짐을 느꼈다.

이어, 그는 바닥에 쓰여진 글씨를 다시 읽었다.

 

<우리 양인(兩人)은 본시 사형제(師兄弟) 지간으로 공동으로 오백 년(五百年) 전의 절대무성(絶代武聖)이신 천외신존(天外神尊)의 반푼 진전을 얻었다...>

 

거기까지 읽은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반짝이며 중얼거렸다.

“천외신존...”

그는 즉시 다음을 읽었다.

 

<천외신존, 그분의 진전은 모두 삼백 육십 개(三百六十個)의 점토판에 새겨져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우리 사형제가 얻은 것은 전반부의 백 팔십 개(百八十個)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이검엽은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이 두분 기인들 조차 천년 전의 분이거늘 천외신존이란 분은 그 두 분보다도 오백년(五百年) 전의 분이시라니... 그렇다면 그분은 천 오백 년 전의 선인이 아닌가?)

이검엽의 가슴은 놀라움으로 가득차고 말았다.

그는 다시 다음을 읽어내려갔다.

 

<그러나... 그 전반부의 진전만으로도 우리 사형제의 앞에 적(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구대천마(九大天魔)까지도 제압할 수가 있었다.>

 

이검엽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구대천마...? 인세(人世)에 그런 마인(魔人)들도 있었던가?”

 

<... 中略... 노부들의 평생 소원은 실전된 천외신존의 하반부 절학을 찾는 일이었다. 한데 우리는 우연히 이곳 천황비부를 발견하여 들어오게 되었다.>

 

이검엽은 흠칫했다.

(그렇다면 이 천황비부는 이들 두 분이 세운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그는 어리둥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검엽은 의문을 느끼며 다시 바닥에 쓰여진 글씨를 읽었다.

 

<오...! 이곳 석전(石殿)에 들어오자... 오...! 사방 석벽에 새겨진 문양(文樣)! 그 문양들을 본뒤 우리 두 사람은 비로소 그 비밀을 풀게 되었도다! 아...!>

 

이검엽은 가슴이 진동함을 금치 못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하반부 진전이 바로 석벽에 새겨진 것이란 말인가?)

그는 마음이 급해졌다.

 

<아... 하지만 어찌 알았으랴? 무려 일갑자(一甲子)를 참수했어도 문양의 오의를 풀지 못했음에야... 우리 두 사람의 자지리 미천함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

 

이검엽은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대체 얼마나 어렵기에 육십 년 간이나 뜻을 풀지 못했단 말인가?)

그는 시선을 돌려보았다.

과연, 있었다.

사방의 석벽,

그곳에는 가득히 기이한 형태의 문양이 섬세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선(線)과 점(點)으로,

그리고, 기이한 모양의 원형(圓形)들이 수없이 조각되어 있었다.

그것은 실로 신비무쌍한 벽화(壁畵)였다.

사방의 석벽!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온통 혼(魂)을 빼앗기기에 충분한 유혹을 담고 있었다.

강유(剛柔)의 조화,

강하고 부드러움이 함께 있었다.

그뿐인가?

사면 벽은 어떻게 보면 사계(四季)를 나타내는 그림같기도 했다.

아니었다.

그것은 사상(四像)을 나타내는 도형(圖形)이기도 했다.

문득,

이검엽은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사면의 벽화를 바라보고 있는 동안 도저히 알 수 없는 기이한 느낌이 강렬하게 마음에 부딪혀 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온통 심혼(心魂)을 빼앗는 신비한 기운이 있었다.

“...!”

이검엽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 벽화에 빨려들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문득,

그는 고개를 천장으로 올렸다.

천장에는 하나의 거대한 원(圓)이 그려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것은 무수한 점(點)이 모인 것이었다.

또한, 중앙으로는 선(線)이 기이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저것은...!)

이검엽의 안색이 수시로 변했다.

태양(太陽).

태양인가? 아니었다. 달(月)인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물(水)? 불(火)?

이검엽은 또다시 넋을 잃었다.

그것은 실로 오묘불가사의한 느낌이었다.

우주일원(宇宙一元),

태극혼천(太極混天),

음양일색(음約一色),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심오한 정화가 천장에 포함되어 있었다.

이검엽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무엇을 암시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구나...!)

그는 천허존자와 절대패존을 바라보았다.

(하긴... 저 두 분께서 일갑자를 고심하고도 알지 못했다고 하거늘...)

그는 거의 체념상태에 이르러 다시 바닥의 글을 읽어보았다.

 

<긴 세월이었다... 하지만 문양의 심오한 뜻은 알지 못했으나 깨닫음은 있었다. 이에, 우리는 그 심득을 남긴다. 그 심득을 이 석전 바닥에 남기나 후인(後人)은 유용하기 바란다.

천허존자, 절대패존 서(書).>

 

이검엽은 모두 읽은 후 의아함을 느끼며 바닥을 둘러보았다.

다음 순간,

“헛...!”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석전의 바닥에는 빽빽이 갑골문이 가득 새겨져 있었던 것이다.

미처 주의를 기울이기 전에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미세한 글이었다.

수없이 많은 갑골문자들,...

이검엽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허나, 곧 그는 그 문자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그의 얼굴은 경악에서 경악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것은... 자연(自然)과 우주(宇宙), 그리고 인간(人間)에 대한 심오한 진이다...)

이검엽,

그는 어느덧 무릎걸음으로 걸으며 바닥의 갑골문을 읽기에 몰두했다.

천하만사의 그 어떠함도 이 순간의 그를 멈추게할 수는 없었다.

무릎 옷이 헤어지고 맨살이 드러나고 다시 살갗이 까져 피가 흘렀으나 그는 여전히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실로 완전히 몰아의 경지에 이른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휴-------!”

이검엽은 긴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의 두눈은 야릇하게 빛나고 있었다.

(아... 이 또한 나의 재주로는 일시에 그 진리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은 우리 속에 담아 둔다. 그리고 앞으로 차근차근 생각해 본다.)

그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혔다.

이어, 머리 속으로 갑골문자을 기억했다.

이윽고 모두 기억하자,

그는 몸을 추스르며 일어섯다.

문득,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천황비부에 머물렀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자운... 자운이 걱정하겠구나.)

그는 자운의 얼굴을 떠올랐다.

항상 관심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자운,

하지만

“...!”

문득 이검엽의 표정이 흔들렸다.

뜻밖에도 자운의 얼굴 대신 다른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신비여인(神秘女人),

얼마 전 만낫던 신비여인의 매혹적인 얼굴이 자운의 영상을 누르고 대신 떠오른 것이었다.

(아...!)

이검엽은 당혹과 함께 자책을 느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딱 한번 보았을 뿐인데...)

문득 그는 자신을 나무랐다.

(이검엽아! 이검엽... 무슨 짓이냐? 너는 자운을... 울릴 셈이냐? 네가 장부(丈夫)라면... 한낱 한 번 밖에 보지 못한 여인 때문에 자운을 불행하게 하려느냐?)

이검엽은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나 어찌하랴...!

마치 운명(運命)인 듯 자꾸만 신비여인의 영상이 그의 뇌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으음...”

이검엽은 괴로운 듯 신음을 발했다.

그는 그 생각을 지우려는 듯이 곧 몸을 돌렸다.

이어, 그는 절을 올렸다.

“소생 이검엽,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는 천하존자와 절대패존에게 대례를 올린 후 몸을 돌렸다.

아쉬운 듯 천황비부의 석전을 둘러보며...

장차, 그의 운명을 바꾸게 한 장소를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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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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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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