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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四 章

 

            劍에 죽은 劍神 (1)

 

 

 

황군성이 먼저 전음으로 말했다.

[궁주! 이렇게 나와주신데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오. 그러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소.]

[본좌는 황소협이 어떤 고견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싶을 뿐이오.]

청삼객은 이미 황군성이 황삼객임을 서찰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황군성이 물었다.

[나는 며칠 동안 지켜보면서 궁주가 진정 영웅다운 풍모를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소. 내가 보기에 아마 궁주같은 사람을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오.]

청삼객이 냉막한 얼굴에 미미한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과찬의 말이오.]

[하지만, 나는 궁주의 정체를 도무지 알 수가 없소.]

[…………]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와 아주 가까웠던 사람같기도 하고‥‥‥하지만 내가 아는 사람은 불과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하니 그럴리가 없고‥‥‥]

황군성은 그에게서 뭔가 조금이라도 발견하기 위해서 애쓰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궁주가 남궁세가의 노가주인 남궁파라고 생각했소. 한데, 남궁파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남궁파가 두 사람일수는 없고‥‥‥]

[남궁파?]

청삼객은 전혀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그렇소. 나는 믿을 만한 분으로부터 남궁파가 바로 현현궁의 궁주라고 들었소. 그것은 결코 잘못될 수 없는 정보였소. 한데 궁주는 남궁파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듯하니‥‥‥]

청삼객은 심각한 생각에 빠져든 듯했다.

황군성은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은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청삼객은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어쩌면 그럴 수도 있었을 것같소. 이야기 잘 들었소이다. 그리고 늦었지만 쾌유를 축하하는 바이오.]

그는 황군성에게 포권을 해보이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황군성이 전음이 아닌 입으로 소리쳤다.

[잠깐!]

청삼객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다른 것을 말해주기 어렵다면, 내게 당신이 어떻게 내 어머니 함자를 알고 있는지만 말해주시오.]

황군성은 간곡한 음성으로 청했다.

청삼객의 몸이 허공으로 높이 솟구쳤다.

그순간 황군성의 귀로는 그의 전음이 파고들었다.

[잘 생각해보시오. 주혜린이란 이름을 알고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소. 또한 그분이 황소협의 어머니란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본좌는 그런 사실을 충분히 알 자격이 있는 사람이오.]

황군성은 그의 전음을 되새기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 자격이 있다‥‥‥그럼 정말 나와 가까운 사이가 되지 않는가? 대체 누구란 말인가?]

임단심과 진우란의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가 뭐라고 했어요?]

진우란이 물었다.

[청삼객은 그런 자격이 있다고 하더군!]

황군성의 믿도끝도 없는 말에 임단심과 진우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 ×

 

비무대 위에 팔인이 둘러섰다.

청삼객, 황삼객, 검신, 도신, 북혈마, 위지장천, 전연옥, 남궁파, 이렇게 팔인이었다.

비무대 아래에서는 수 만 명의 무림인들이 숨을 죽인 채 그들의 벌일 대결을 고대하고 있다.

전연옥이 먼저 한이 풀풀 날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제일 먼저 팔인의 한 사람이 되었으니까 싸울 사람도 제일 먼저 정하겠소.]

[동의하오.]

아무도 이의가 없었다.

누가 먼저 지목을 하든, 누가먼저 싸우든,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상대를 가려가며 싸워야 할 정도의 무공이라면 무림황제자리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무공이 강한 자들은 대개 자존심도 그만큼 강하기 마련인 법,

비열한 자라면 결코 상승의 무공을 익히기가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힘들게 상승의 무공을 익히기 보다는 훨씬 쉬운 방법을 택할 것이므로‥‥‥

황군성은 왔구나 싶었다.

자신이 전에 전연옥을 패배시킨 적이 있으니까 아마 자기에게 도전하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이 강해졌다. 어떻게 해서 단 일년 사이에 저렇게 변할 수 있을을까?)

황군성은 마음으로 나설 준비를 했다.

그러나,

정작 치켜 올라간 전연옥의 손이 가리킨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검신 전득무였다.

검신 전득무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듯,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전득무! 당신과 제일 먼저 싸우겠소.]

[전형! 조심하시오.]

도신 범강이 전득무에게 말을 건내고 다른 고수들과 함께 비무대를 내려갔다.

전득무가 외팔로 검을 잡으면서 말했다.

[먼저 삼초를 양보하마. 그 이후에 너를 죽이겠다.]

전연옥이 차갑게 코웃음쳤다.

[내게 삼초를 양보할 능력이 당신에겐 없어. 당신을 만인이 보는 앞에서 비참하게 굴복시킨 뒤에 죽이겠어. 어머니와 나의 사무친 한(恨)을 풀기위해서‥‥‥]

그녀의 목소리는 멀리까지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비로소 전연옥이 전득무에게 어떤 원한이 있었음을 알아챘다.

이신보 중에서 검신보의 고수들은 대부분이 그녀를 알고 있었다.

무적십이검 중의 우두머리였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와 전득무와의 얽힌 사연을 알고 있는 자는 오직 제갈공지뿐이었다.

심지어 전득무의 아들 전무옥조차 모르고 있었다.

전득무가 검을 중단으로 겨누며 말했다.

[내게 어떤 잘못이 있었다고 말하지 마라. 너와 네 어미에게 일어났던 일은 모두 네 어미가 자초한 일이었으니까.]

전연옥의 눈에서 파란 살광이 뻗쳐나왔다.

[그게 과연 아내와 딸을 버린 자의 변명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심지어 돌아온 딸을 죽을 곳에 보내기까지 한 변명이?]

[…………]

전득무는 태산처럼 버티고 선채 말이없다.

전연옥은 그를 노려보다가 갑자기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

모든 사람들이 어리둥절하며 수근거렸다.

전연옥이 말했다.

[이것은 당신을 처음으로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하는 절입니다.]

[저‥‥‥저럴 수가‥‥‥전옥이 전득무의 자식이었다니‥‥‥]

비무대 주위에서 술렁거림이 일었다.

놀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전연옥은 다시 절했다.

[이것은 아버지와의 모든 인연을 끊는 절입니다.]

세번째로 절하며 말했다.

[아버지를 죽이겠다는 천륜을 거역한 딸의 절입니다.]

비무대도‥‥‥

그 주위는 바늘하나 떨어져도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선언하고 나선 딸‥‥‥

천륜을 어기는 일이 벌어지려고 하는 것이다.

전득무는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감정이 완전히 배제된 음성으로 내뱉었다.

[검을 뽑아라. 너도 무림인, 나도 무림인, 검으로 말하자.]

전연옥은 백색검집을 들어올려 그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각오하라. 전득무!]

그녀의 음성에서 이미 격앙된 감정같은 것은 전혀 느낄 수 없고,

오직 강한 적수를 눈앞에 둔 고수의 모습이 있을 뿐이다.

적막이‥‥‥

하늘도 땅도 바람도 수 만 명의 사람들도 숨을 죽인 적막이 학선평을 감돌았다.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고 아무도 움직일 수 없을 것같이 느껴지는 순간,

번쩍!

흰그림자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엉키고 있었다.

그들의 움직임은 오직 십여 명의 초절정고수들만 분명하게 볼 수 있을 뿐.

황군성은 벌떡 일어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남궁파와 청삼객, 북혈마, 위지장천 등 팔인에 속하는 고수들과,

비무대 위의 두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임단심, 진우란, 한천사방객 중의 삼인 및 몇몇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던 기인들도 벌떡 일어섰다.

그들의 눈에는 일종의 경이가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득무는 아예 초식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처음에,

전연옥은 몸을 움직이는가 싶은 순간에 이미 백색 검집으로 그의 목을 찌르고 있었다.

전득무는 여유있게 검끝을 빙글 돌리며 백색 검집을 밀어내고 도리어 전연옥의 목을 노리려 하였다.

한데,

그가 검을 움직이는 순간에 이미 전연옥의 검집은 그의 목이 아닌 손목을 노리고 있었다.

이것도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차라리 전득무가 전연옥의 검집을 향해 손목을 내밀고 있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분명히 처음에는 전득무의 목을 노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처음부터 그의 손목을 노린것 처럼 정확했다.

경악하며 전득무가 손목을 거둘 시간도 없이 보법을 밟아 가까스로 피했으나 이미 검기에 손목이 살짝스쳤다.

그것은 마치 일부러 그렇게 한 것같았다.

그러나 전득무는 아무 생각도 할 겨를이 없었다.

전연옥의 좌측으로 보법을 밟아간 그는 이미 자신의 옆구리로 들이 닥치고 있는 백색검집을 느껴야만했다.

그가 있는 몸의 자세로는 도저히 검으로 막을 수도 없는 위치였다.

즉,

틈이었던 것이다.

전득무의 몸이 반공에서 회전하며 뒤로 물러섰다.

백색검집은 이번에도 살짝 스쳤을 뿐이었다.

전득무의 몸에서 식은 땀이 흘렀다.

부욱!

그의 검이 기이한 음향과 함께 반원을 그리자 푸른 검막(劍幕)이 방패처럼 형성되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노력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연옥의 백색검집은 아래에서 솟구치며 그의 하반신을 베고 있었다.

황군성 등이 일어선 것도 바로 이때였던 것이다.

전득무의 몸이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며 가까스로 검집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집이 그의 다리를 살짝 긋고 지나감을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수많은 초식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전연옥의 공격은 모두 실날보다도 작은 그의 틈을 노린 것들이고,

이에 대한 대책은 오직 임기응변 외에는 있을 수도 없었다.

휘익!

전연옥이 멀찍이 물러나며 멈춰섰다.

전득무의 몸도 비무대위에 다시 우뚝섰다.

승부는 이미 난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같았다.

그러나 전득무의 표정은 언제그렇게 당했냐는 듯이 무표정했다.

진정한 검도 고수의 풍모라고 할 수 있었다.

전연옥이 교갈을 질렀다.

[과연 누가 삼초를 양보했소? 자! 이제 목숨을 바치시오.]

그녀의 손목이 한번 비틀리는 순간,

팽!

백색검집이 날아가 비무대의 중간에 꽂혔다.

번쩍!

검집이 벗겨진 곳에는 백색검기를 뿜어내는 한 자루의 검이 있었다.

두자가 조금더 되는 길이‥‥‥

그 검기는 너무도 강렬해서 내리쬐는 햇빛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진정,

예기를 안으로 숨길 수조차 없는 절세의 보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검의 주변으로 은은한 백색 무지개가 생기는 듯했다.

누군가의 입에서 놀람에찬 소리가 터져 나왔다.

[낙일검‥‥‥낙일검이 나타났다‥‥‥고금십대천병의 첫번째인 낙일검이‥‥‥]

그렇다.

그녀의 검은 낙일검이었던 것이다.

많은 무림인들이 이제 앉아있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려고 일제히 발꿈치를 돋우고 일어섰다.

황군성은 중얼거렸다.

[과연 낙일검이었구나. 하기야 낙일검이 아니고서야 천하의 검신을 상대로 그렇게 기이한 검법을 펼칠 수가 없었겠지‥‥‥한데 검신은 왜 무광검(無光劍)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무광검 또한 고금십대천병 중 서열 두번째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던가?

비록,

고급십대천병의 서열이 강함의 순서는 아니라고 할 지라도‥‥‥

 

비무대 위의 전득무는 이제 검을 상단으로 겨누고 있었다.

그의 자세가 아주 당당하여 과연 검신으로 추호의 손색도 없었으나,

백색무지개 같은 낙일검 앞에서는 어딘지 모르게 나약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일순간,

백색무지개가 하늘로 피어오르는가 싶었다.

창!

전연옥의 낙일검과 검신의 청강검이 부딪혔다.

모두가 청강검은 무처럼 베어지고 검신은 죽거나 중상을 입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기이하게도 낙일검은 검신의 청강검에 튕겨져 나왔다.

전연옥의 안색이 미미하게 변했다.

낙일검이 청강검하나를 자르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 사실이었다.

(그럼‥‥‥!)

전연옥은 입술을 깨물면서 생각을 바꿔먹었다.

일초에 검과 함께 베어버리려던 생각을 바꿔 검신만을 베기로 작정한 것이다.

그녀는 결투중에 상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이한 심법을 배웠다.

상대가 펼치는 무공이 어떤 것이라도 그 순간적인 틈과 공격할 부위를 단숨에 알 수 있는 것이다.

전연옥은 화산의 절곡에서 거대한 석상들로부터 익힌 검법을 펼쳤다.

한데,

공격을 펼치던 그녀는 깜짝 놀라며 낙일검으로 자신의 가슴을 방비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그의 가슴을 노린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내 검신의 보이지 않는 공격은 그녀의 어깨를 노리고 있었다.

전연옥은 공격할 틈을 놓쳐버렸다.

갑작스런 기이한 공격에 방비하기에 바빴다.

만일 그녀에게 신기한 심법이 없었더라면 이미 시체가 되어 누웠을 것이다.

그녀는 검신이 아무리 기이한 공격을 하더라도 다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전연옥은 검신에게서 조금도 눈을 떼지 않았지만 그가 청강검으로 공격을 하는 것 이외에는 어떤 다른 수법을 펼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청강검과 보이지 않는 공격을 동시에 막아야 한다는 것은 그녀에게 큰 부담이었다.

황군성은 머리를 끄덕였다.

(검신이 무광검을 대성했구나. 이미 보라색이 완전히 사라졌다.)

전연옥은 자신이 수세에 몰리자 기이한 검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검의 극은 극대로 검신을 공격하면서 검의 손잡이 부분은 따로 움직이며 검신의 공격을 방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미미하던 공격이 점차 크지면서 그녀의 검법은 완전히 공수를 겸비하여 검신의 어떤 공격에도 불구하고 한초식 한초식 순서대로 펼쳐내고 있었다.

갑자기 전연옥이 크게 소리쳤다.

[받아라!]

순간,

지금까지 빠른 초식으로 대결하던 상황에서 그녀의 낙일검이 하늘로 수십장이나 치솟는 검기를 내뿜었다.

번쩍!

쉬아아아아!

바늘끝같은 검기.

이미 검강의 경지를 넘어선 또하나의 경지였다.

검기는 검신 전득무를 일도양단할 듯 했다.

검신 전득무는 청강검을 전연옥의 발아래로 집어던지며 하나뿐이 손을 무지개같은 검기를 향해 뻗쳤다.

파파파팟!

해를 떨어뜨린다는 낙일검의 검기는 기이하게도 전득무의 외팔에 가로막히며 흩어져버렸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의 손에서 뻗어나온 무형검에 의해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문득!

전연옥은 자신의 목을 노리고 있는 힘을 느끼고 낙일검을 다시한번 떨쳤다.

번쩍!

찬란한 검기가 전득무를 뒤덮고,

[큭!]

전득무가 나직한 비명을 지르며 그자리에서 무너져내렸다.

방비하지 못한 검기가 이미 그의 심장을 꿰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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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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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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