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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四十二 章

 

            天下에서 가장 큰 賭博板

 

 

황군성의 몸이 튕기듯 일어섰다.

그의 앞으로 빈소매를 펄럭이며 다가서는 노인‥‥‥

황군성은 몸을 던져 엎드리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노인‥‥‥

그는 바로 한천사방객의 네째인 북한객 냉천삭이었던 것이다.

냉천삭은 그의 앞에 다가와 빈소매로 황군성의 머리를 스다듬으며 말했다.

[그래‥‥‥네가 우리를 아주 잊은 것은 아니구나. 기우가 헌앙해 보이니 마음이 아주 흡족하구나.]

[사 사부‥‥‥]

황군성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륜법왕의 강압에 의해서 스스로 사부를 져버린다는 맹세를 한 그가 아니었던가?

[소문에 내공을 잃었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직접보니 마음이 놓이는 구나.]

[사부‥‥‥제자는‥‥‥]

[가슴이 아픈 이야기라면 아예 꺼내지도 마라. 누구나 한조각 쯤의 한(恨)은 가슴에 품고사는 것아니겠느냐.]

황군성의 눈에서 눈물이 비오듯 쏟아졌다.

[그만 일어나거라.]

냉천삭은 빈소매로 그를 끌어 일으키며 말했다.

황군성은 저항하지 않고 일어났다.

[제 천막으로 들어가시지요.]

그때 황군성의 천막이 열리면서 임단심과 진우란이 옆으로 비켜섰다.

그들은 황군성과 냉천삭의 대화를 들었던 것이다.

냉천삭이 들어와 의자에 앉자 임단심과 진우란이 큰절을 했다.

 

[그럼 두째사부님과 세째 사부님도 이곳에 와계신단 말입니까?]

황군성이 물었다.

[어쩌면 내일이면 보게 될 것이다.]

냉천삭을 술잔을 소매로 말아올리면서 말했다.

[이번 기회는 아주 좋다. 우리의 숙원을 풀수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그자들도 이미 이곳에 와있을 것이다. 허허허‥‥‥오만한 그자들이 무림황제에 욕심을 내지 않을 리가 없지.]

임단심과 진우란은 냉천삭이 말하는 그자들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

다만,

한천사방객과 원한을 맺은 자이니 만큼 대단할 거라고만 생각할 뿐이다.

[현현궁주 청삼객이란 자에게 감사해야 겠어.]

냉천삭의 말에 황군성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사부, 그 청삼객이란 자가 바로 둘째 사부의 원수입니다.]

탕!

냉천삭의 소매에서 술잔이 떨어졌다.

[그게 정말이냐?]

황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리가‥‥‥그자가 전륜법왕이라니‥‥‥그럴리가‥‥‥]

냉천삭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가 벌써 반로환동을 할 수 있는 경지에 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사부,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제가 어떻게든 그를 상대해 보겠습니다.]

냉천삭은 탄식했다.

[우리 한천사방객은 오직 네게 의지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아무튼 이번은 아주 좋은 기회니 그들이 나타날 때마다 당당히 싸워서 죽이도록 해라.]

그는 품에서 작은 구슬하나를 꺼냈다.

영롱한 빛이 나는 진주같았다.

[그리고 이걸 받아라.]

[…………?]

[그것이 천년한옥부(千年寒玉符) 속에 있는 빙정(氷精)이다.]

황군성은 경악하며 손을 거두지 못했다.

천년한옥부,

냉천삭이 북혈마로부터 전 가족이 몰살당하는 혈겁을 겪은 것이 바로 이 천년한옥부 때문이 아니었던가?

[북혈마는 특이한 마공을 익혔다. 그래서 그 마공의 화를 중화시키고 불사지체(不死之體)가 되기 위해서는 북해에서 나는 만년빙정(萬年氷精)이 필요했는데 마침 그게 우리 집안에 전해내려 온 게 화근이었지. 나도 수십년이 지나서야 이 구슬이 천년한옥부에 있던 빙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네가 지니도록 해라. 북혈마가 이 때문에 죽는 꼴을 보고싶구나.]

황군성이 빙정을 거둬넣자 북혈마는 총총히 떠나버렸다.

황군성이 그를 배웅하고 다시 들어왔을 때 임단심이 물었다.

[대체 북혈마가 누구죠? 처음 듣는 이름인데‥‥‥]

[무서운 자요. 북해에서 신으로 군림하는 자이기도 하지.]

이번에는 진우란이 물었다.

[그분들의 원수는 대체 누구누구예요.]

황군성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북혈마와 청삼객은 이미 알고 있을 테고, 나머지 두 사람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마왕과 낮에 임매와 내가 만났던 사신(死神)이란 자요.]

진우란의 몸이 가늘게 떨었다.

[왜그러시오?]

[아 아무것도‥‥‥]

진우란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언니, 난 좀 나갔다가 오겠어요. 금방 올게요.]

그녀는 임단심의 대답도 듣지 않고 천막 밖으로 빠져나갔다.

[진매가 좀 이상하군요. 혹시 그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임단심이 미심쩍다는 듯이 말했다.

황군성이 고개를 저었다.

[진매의 아버지는 무림의 기인인 진섭천이란 분이오. 그분은 괴노 육천태 노선배께서 보증하시는 분이니‥‥‥]

임단심은 의심을 떨쳐버리고 황군성의 품에 안겼다.

[어쨌든 당신은 내일 기필코 출전해야겠군요. 꺾어야 할 적이 많으니까. 참, 우리 이러면 어떨까요? 진매와 나, 우리 세사람 모두 출전하면‥‥‥]

황군성이 웃으며 말했다.

[임매의 구룡로가 돕는다면 무림황제가 될 수도 있겠는 걸?]

임단심이 꿈도 꾸지 말라는 듯이 피식웃었다.

[황오라버니의 무공은 아직도 멀었어요. 설마 자신이 천하제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무공의 고하(高下)로 무림황제를 뽑는다면 될 사람은 따로 있어요.]

황군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나야말로 언감생신이지. 그를 깜박 잊고 있었어. 임매의 무공에 대한 안목이 아주 대단하군.]

[그라뇨?]

임단심이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

[아마 들어보지 못했을 거요. 무제(武帝)라고‥‥‥이름은 임보산이라 하는데, 그러고 보니 임매와 성이같군!]

황군성은 말하면서 임단심을 안고 있기에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이때 임단심은 심장이 뚝 떨어지는 것같이 놀라고 있었다.

[휴! 나는 백년을 더 수련해도 그를 따라잡기는 어려울 거야. 청삼객의 무공도 대단했지만‥‥‥이건 해보나마나야. 누구도 그를 이길 수는 없을 거야. 아니지 혹시 우리 육대조부님이시라면 또 알 수 없지‥‥‥]

황군성은 불헌듯 문성무존의 조부들을 생각했다.

세상밖의 신선같은 분들‥‥‥

임단심은 더 이상 무공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야기의 방향을 바꾸어 계곡에서의 일을 물었다.

[한데 황오라버니, 어째서 청삼객이 준 약을 간단히 받아먹었어요? 주혜린이 대체 누구죠?]

황군성도 생각이 난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분은 내 어머니요. 지금도 그가 어떻게 내 어머님의 함자를 알고 있는지 모르겠소. 그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은 데‥‥‥]

임단심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전륜법왕이 문성무존에 있다는 황군성의 어머니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그가 신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그런 일을 알 수있단 말인가?

그때,

임단심의 입을 황군성의 입술이 덮었다.

그리고 깊숙한, 영혼마저 빨아들여버릴 듯한 긴 입맞춤이 시작되었다.

임단심은 정신이 아득해지고 자신이 하늘을 날고있는 것같은 기분을 느꼈다.

실로 오랫만에 느끼는 감정이었다.

불헌듯 임단심의 머리에 조응경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는 황군성의 가슴을 밀며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싫어요. 내가 이러면 조응경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

임단심은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면서 말했다.

아무리 조응경이 미운 그녀지만 조응경이 추태를 부리는 것이 여자로서 결코 하지 못할 짓이라 생각한 것이다.

생각해보라.

그녀와 조응경은 통심마고의 작용으로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데 만약 그녀가 황군성과 정사를 벌이게 된다면,

다른 곳에 있는 조응경이 어떤 일을 벌일지‥‥‥

[음음!]

갑자기 천막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진우란이었다.

 

황군성은 쫓겨나서 천막밖에서 이슬을 맞고 자야만 했다.

응당 그가 누웠어야 할 침상엔 진우란과 임단심이 누웠던 것이다.

 

× × ×

 

밤새 수 많은 천막들이 붉을 밝히며 기다린 아침이 드디어 밝았다.

해가 뜨자마자 각파의 수뇌들이 하나둘씩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홀홀단신으로 온 고수들도 그 근처로 모였다.

이번 모임의 주장이 된 현현궁주 청삼객이 준비된 의견을 이야기하고,

그의 의견은 똑똑한 사람들이 대부분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중에서도 제갈공지의 말은 청삼객의 말과 한치도 어김도 없이 똑같았다.

세력은 세력대로 대표자를 내고,

또한 개인의 자격으로 출전하고 싶은 자는 출전할 수 있었다.

승자승(勝者昇)의 원칙에 의해 결투는 진행되기로 합의가 되고,

또한 개인적인 도전도 허용되었다.

승부는 스스로 패배를 시인하거나 죽는 경우에 정해지게 된다.

 

청삼객이 손을 들자 그의 제자 한사람이 큰 통을 들고 왔다.

[여기엔 천자문(千字文)의 각 글자를 하나씩 적은 종이가 한쌍씩 들어있소. 출전할 자 중에서 같은 글자가 적혀진 것을 뽑은 사람끼리 대결하는 것이오. 첫번째 승리자들은 다시 반으로 줄어든 천자문으로 추첨을 하여 상대를 정하고, 그런 방법으로 최후의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대결하는 것이오.]

청삼객이 모여든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그때 한사람이 소리쳤다.

[현현궁주! 질문이 있소.]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쏠렸다.

그는 네모난 얼굴의 노인으로 크고 두터운 손을 가지고 있었다.

한눈에 보아도 외가권(外家拳)을 익힌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청삼객을 그를 보고 말했다.

[황보세가(皇甫勢家)의 노가주(老家主)이신 황보탁(皇甫倬)! 황보가주였구려. 말씀하시오.]

현현궁주는 무림에 얼굴을 내놓지 않았었다.

한데,

한눈에 권법으로 유명한 황보세가의 노가주 황보탁을 알아본다는 것은 그가 무림의 세세한 동정마저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황보탁이 말했다.

[궁주는 무림황제라고만 말했는데, 무림황제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권한이 있는 것이오?]

그렇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 중요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림황제라는 이름에 혹해서 그것에 관해 자세한 언급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림황제‥‥‥

단순한 이름뿐이라면 그 의미는 반감되고 말 것이 아닌가?

청삼객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황보가주께서는 황제란 어떤 위치라고 생각하시오?]

[그야 만승지존이 아니오?]

[무림황제도 응당 그와같을 것이오. 자금성의 황제는 기껏해야 수백만의 허수아비 같은 군사들을 거느릴 수 있을 뿐이지만, 무림황제는 무림의 모든 고수들의 생사여탈권을 가져야 함이 당연하지 않소?]

[…………]

[…………]

청삼객의 말이 이어졌다.

[본좌는 무림황제를 위한 황금관(黃金冠)과 곤룡포(袞龍袍)를 준비해 놓았소. 그리고 열 필의 비단도‥‥‥. 무림황제가 되기 위해 출전하는 사람들은 모두 그 자신의 최고절기를 한가지씩 비단에 적어야 하오. 그것들은 모두 곤룡포안의 안감이 될 것이오. 그래야 무림황제로서 위엄이 서지 않겠소?]

무림황제가 되면 곤룡포를 갖게된다.

그 곤룡포 안에는 천하의 절기들이 모두 모이게 되고‥‥‥

그렇게 된다면 어느 누가 무림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가 있겠는가?

약육강식의 강자존의 세계인 무림에서 힘보다 확실한 것이 또 있을 수 있는가?

어차피 무림황제가 되지 못한다면 그에게 복종해야 할 것은 당연지사.

차라리 자신의 무공을 기록하고 과감하게 한번 도전해 보는 것이 무림인 다운 일이다.

뭇 사람들은 자신이 무림황제가 되기라도 한듯이 가슴이 설레고 있었다.

 

이제 정오가 되면 추첨이 있고 무림황제를 뽑기 위한 대결이 시작될 것이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자신의 천막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무공을 점검해보기 위해서이리라.

한데,

아침부터 사신각의 천막쪽에서는 마치 쥐죽은 듯 아무 기척이 없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살수들도 하나도 눈에 뛰지 않았다.

두런두런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사신각은 철수해버렸다.

----그들은 어둠속에 살아가는 살수들의 집단, 무림황제에 관심이 없다.

 

사신각이 천막을 놔둔채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충격이었다.

사신각의 주인인 사신은 그 이름을 아는 자들에겐 공포의 대상인데,

그자가 무림황제를 포기하고 사라졌다는 것은 놀랄 일이었다.

그러나,

단 한사람만은 완강하게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는 결코 포기할 사람이 아니다. 진섭천‥‥‥그자는 이런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는 황군성의 세번째 사부인 남한객 단극린이었다.

사신과 철천지한이 있는 인물‥‥‥

그리고 또 한 사람은 분개하고 있었으니‥‥‥

그는 바로 위지장천이었다.

사신에게 가문의 혈겁을 당한 또 하나의 인물인 그‥‥‥

펑!

그의 앞에 놓인 탁자가 산산조각 났다.

[사신‥‥‥네 놈만은 기필코 내손으로 죽이고 만다. 절대적으로‥‥‥]

우두둑!

손가락을 꺾는 소리가 잔인하게 천막 밖까지 들렸다.

 

× × ×

 

이신보의 천막안,

검신등은 황군성을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하룻밤이 지나고 나니 한 여자가 불어난 것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같기도 했다.

검신이 천막안에 모인 이신보의 중진들을 향해서 말했다.

[어젯밤, 본인은 범형과 상의에 상의를 거듭한 끝에, 우리 이신보의 대표로는 도신 범형께서 출전하기로 했소. 본인은 개인의 자격으로 출전할 것이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출전하고 싶은 사람은 알아서 출전하도록 하시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살폈다.

아마,

스스로의 무공에 자신하지 않은 사람은 출전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정오가 되기를 기다리며,

임단심이 황군성에게 살며시 말했다.

[비단에 무공을 적을 때 엉터리 무공을 적으면 어떨까요?]

황군성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무림황제가 된 자가 그정도를 몰라보겠소? 끝까지 쫓아다니며 죽이려 할거요.]

[소문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또 한사람의 신비인인 취옥성주도 출전할 거라지요?]

진우란이 말했다.

[물러설 수가 없겠지. 천하의 고수란 고수는 다 출전한다고 봐야지. 당금에는 어느 때보다도 고수가 많으니까.]

황군성은 말을 하고는 두 여인의 손을 잡았다.

진우란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임단심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말했다.

[한데 당신은 무공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출전하겠어요?]

[나도 그게 걱정이오.]

[그럼 당신도 변장을 하고 출전해보는 게 어떻겠어요? 음‥‥‥현현궁주가 청삼객이니 황오라버니 당신은 황삼객(黃衫客)정도로‥‥‥]

진우란이 킥! 소리를 내며 웃었다.

[언니, 아무리 그래도 이 큰 덩치를 어떻게 숨겨요? 사람들은 한번 보기만 해도 알아차리고 말거예요.]

[아니 아니! 임매의 말은 아주 일리 있소. 키 따위는 이렇게 하면 되지 않소?]

스스슷!

말하는 황군성의 몸이 쏙 줄어들어버렸다.

장포는 헐렁해져버리고 그의 키는 진우란보다도 반뼘이나 작아져 버렸다.

황군성이 문성무존에서 익힌 바 있는 축골공(縮骨功)을 쓴 것이다.

임단심이 웃으며 말했다.

[밤새 아주 똑똑해 지셨군요. 하지만 머리는 조금더 줄이세요.]

황군성은 아주 딴사람으로 변해버렸다.

키는 오척단구에 몸은 빵빵하고,

안으로 똘똘 뭉쳐 차돌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깨끗한 얼굴은 동안으로 황군성은 어린 소년같이 된 상태였다.

임단심은 그가 귀엽다는 듯이 껴안아 주며 말했다.

[이렇게 작은 무림황제가 있을 수 있을까? 이 엄마 품에서 잠이나 자는 것이 어떻겠느냐?]

[풋! 나도 그러고 싶소.]

황군성의 말에 임단심은 자신이 말을 잘못했음을 알고 홍당무가 되었다.

진우란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실은‥‥‥황오라버니가 무림황제가 될 수도 있어요.]

[뭣!?]

임단심이 눈이 동그랗게 되면서 물었다.

진우란이 소매안에서 밀납으로 싸인 오리알 같은 것을 꺼내며 말했다.

[이건 괴노 육노선배께서 제게 주신 쌍두금구의 내단(內丹)이에요. 복용한다면 천년의 공력을 얻을 수 있어요.]

천년의 공력‥‥‥

지금까지 누가 그같은 공력을 지닐 수 있었던가?

천년의 공력이라면 절기(絶技)가 없어도 능히 무림황제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인데,

하물며 황군성이 복용한다면 그가 무림황제가 될 것은 따논 당상이나 다름 없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멍하니 있었다.

어제는 만년빙정, 오늘은 쌍두금구의 내단이다.

황군성이 마음만 먹으면 무림황제가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한데,

황군성이 진우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진매, 정말 고맙소. 하지만, 나는 무림황제가 될 욕심까지는 없구려. 내 힘닿는 데 까지 싸워서 승리한다면 모를까. 굳이 이물(異物)의 힘을 빌리고 싶진 않소. 그건 훗날 꼭 필요할 때 사용하기로 합시다.]

몸이 작아진 그는 진우란을 오히려 올려다 보고 있었다.

[아마 나도 쉽게 패하진 않을 것이오.]

그의 미소를 바라보며 마음이 뜨거워진 진우란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네‥‥‥]

하고 말했다.

 

***

 

술렁술렁------!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정오가 되어가는 것이다.

비무에 참석할 자들이 하나둘씩 중앙으로 모여들었다.

필요한 만큼씩 비단을 잘라가서는 자신의 독문절학을 적어서 출전신청을 한다.

비단은 한쪽에 놓여진 단상아래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함속에 들어있던 추첨을 위한 천자문의 종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이천 명에 가까운 숫자의 고수들이 출전신청을 했고 하루는 또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모두들 단상에 쌓여진 무공들을 탐욕의 눈길로 바라보았으나 감히 딴마음을 품을 수는 없었다.

천하의 고수들이 집결한 자리에서 허튼 수작을 부린다는 것은 자신의 비참한 종말을 부른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니까.

무림인들은 무림황제를 탄생시키기 위한 일념으로 학선평 중앙에 비무대를 만들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누가 요구한 것도 아니지만 방종하는 자라고는 아무도 없었다.

무슨 일이 발생하게 된다면 이곳에서는 목숨으로 댓가를 지불받게 될 터이니‥‥‥

 

무림황제를 뽑는 대회는 몇 일을 계속되어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날이 밝음과 동시에 그 대회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었다.

천(天)자를 뽑은 사람들로부터 비무는 시작된 것이다.

바야흐로 무림황제라는 가장 매력적인 자리를 놓고 천하의 무림인들이 벌이는 천하제일의 도박판이 막을 연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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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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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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