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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九 章

 

              뜻밖의 救援者

 

 

 

전무옥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고통을 참으며 노려보고 있는 임단심과 똑같이 생긴 얼굴이 있다.

바로 조응경인 것이다.

전무옥은 임단심으로부터 두 여자가 똑같이 생겼다는 것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제일 먼저 만났던 여자가 바로 눈앞에 있는 조응경이라는 것도‥‥‥

전무옥은 어떻게 해서 그녀가 이곳에 불숙 나타나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조소저‥‥‥]

조응경이 그녀를 쏘아보고 독기서린 음성으로 내뱉었다.

[흥! 알긴 아는군요. 이건 내가 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복수인가요?]

[아니오. 나는 조소저가 내게 독을 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소. 그리고 내 아버님도 마찬가지요.]

전무옥은 고개를 저었다.

조응경은 무엇엔가 쫒기는 듯 무척 다급한 표정이었다.

[그럼 잘됐군요. 방금 일검을 맞은 것은 다음에 갚기로 하죠.]

그녀는 전무옥의 앞을 지나 달려가려했다.

휘익!

전무옥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소저! 이곳으로 들어갈 수 없소. 미안하오.]

그는 임단심과 황군성을 위해서 호법을 서야하는 입장이다.

어느 누구도 들여보내지 말아야 하는 것인데‥‥‥

그로서도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과 그녀의 남편이라는 작자를 보호하기 위해 문지기노릇까지 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

하나,

조응경이 그런 사정을 알 턱이 없다.

눈으로 새파란 한광을 파릇파릇뿜으며 소리쳤다.

[정말 싸워보자는 것이로군! 좋아요.]

그녀의 쌍장이 기습적으로 전무옥을 향해 뻗어졌다.

번쩍!

전무옥이 장검으로 몇 개의 원을 그리자 장력은 다른 곳으로 흘러버렸다.

그가 급급하게 변명했다.

[조소저!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오. 단지 조금 기다려 달라는 거요.]

조응경이 소리쳤다.

[이 황량한 계곡에서 나를 붙잡고 무슨 짓을 하려고?]

그녀는 잇달아 삼장을 뻗었다.

휙휙휙!

장력은 전무옥의 상중하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전무옥은 나직히 탄식했다.

(아버님이 나를 단순하고 쉽게 어디에 빠져들기 쉬운 성격이라고 할 때 믿지 않았었는데‥‥‥이런 상황하나를 제대로 처리못하다니‥‥‥)

갑자기 그의 눈에서 광채가 폭사되었다.

그녀를 일단 제압하고 봐야 겠다는 것이었다.

(시간이 없다. 삼절일천군단이 곧 밀어닥칠 것이다.)

그의 장검이 발앞의 땅에 닿았다.

그리고,

번쩍!

쉬이이익!

한걸음 크게 다가들며 아래에서 부터 위로 세차게 베었다.

그를 향해서 밀려오던 조응경의 장력이 단번에 양쪽으로 절단되어 버렸다.

한데,

그 장력은 여전히 전무옥을 향해서 날아들고 있었다.

전륜법왕의 무공 중의 하나인 만상장(萬象掌)의 수법이었다.

장력은 회전하여 그의 여섯 요혈을 노리고 있었다.

전무옥의 얼굴이 경직되었다.

(보통 매서운 장력이 아니구나. 듣도 보도 못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몸앞에 크게 원을 그렸다.

놀랍게도,

그의 검이 지나가는 자리에 마치 푸른 벽같은 것이 생기면서 그의 전신을 가려버렸다.

장력은 그곳에 부딪혔다.

펑펑!

[검막(劍幕)!]

조응경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검막‥‥‥

검강과 필적할 수 있는 검술의 정화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전무옥의 검술 경지는 그녀의 상상을 넘어서고 있었던 것인데,

검신의 아들로서 어쩌면 그정도는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그의 사부 천산일검자 사공도를 보아서라도‥‥‥

계곡 안쪽에서 임단심은 조응경의 목소리를 들었다.

음성도 그녀와 아주 흡사한 조응경이다.

임단심은 씁쓸하게 웃었다.

[오늘은 이상하군요. 당신과 만났는가 싶었는데 당신은 또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됐으니‥‥‥]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갑자기 왔던 통증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조응경이 가까이 있은 것이다.

그녀가 부상을 당하자 통심마고의 영력에 의해 임단심마저도 똑같은 고통을 느낀 것이었다.

황군성은 그녀를 안으며 일어섰다.

이미 평범한 몸이 되어 버린 그도 갑작스런 조응경의 등장에 당혹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단심을 가슴에 끌어당겨 볼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에게는 오직 당신뿐이오.]

임단심의 얼굴에 볼그레한 홍조가 피어올랐다.

조응경은 갑자기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깨닫고 소리쳤다.

[임단심! 이곳에 있었구나!]

그는 즉시 임단심이 근처에 있음을 눈치챘다.

그녀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이 계곡에서 전가 녀석과 뭘하고 있었지? 수치스럽지도 않아?]

임단심의 얼굴이 분노로 시퍼렇게 변했다.

막소리치려는 데 전무옥이 차갑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소저! 말이 너무 심하지 않소? 그녀는 지금 남편과 함께 있소.]

조응경의 몸이 우뚝 멈춰버렸다.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녀의 남편이라면 황군성 외에는 있을리가 없다.

(그가 그녀와 만나고 말았단 말인가? 그럼‥‥‥진실을 알아차리고 홍심련을 공격하게 한 다음에 나를 앞질러 이곳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는 그렇게 모진 사람이 아니야!)

[조소저! 이리오시오.]

황군성의 음성이 나직하게 들려왔다.

그녀는 다시한번 진저리를 치며 홀린 듯이 황군성을 향해 다가갔다.

전무옥은 몸을 돌려 계곡의 입구만 바라보고 묵묵히 있었다.

조응경은 고개를 들어 황군성을 볼 수가 없었다.

황군성이 입을 열었다.

[이곳은 삼절일천군단에 포위되어 있소. 어쩌면 조소저는 나와 상관이 없으니 그들이 보내 줄 거요. 빨리 돌아서 나가시오.]

조응경은 입술을 피가 나도록 악물었다.

상관이 없다‥‥‥

함께 있을 때 서로 살을 섞은 것이 몇 번인데 상관이 없다니‥‥‥

그 이유야 무슨 필요가 있는가?

단지,

그와 내가 서로 살을 섞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황군성의 완전히 남을 대하듯하는 태도는 조응경의 가슴에 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을 주었다.

차라리 그녀를 욕하고 때리는 것만도 못했다.

조응경은 고개를 들어 원망어린 눈길로 황군성을 바라 보았다.

그 눈에는 비애가 가득차 있었다.

조응경이 이번에는 임단심을 보았다.

거울을 보는 것같이 똑같은 얼굴‥‥‥

(그래‥‥‥똑같은 건 하나만 있으면 됐지 둘은 필요없는 거야‥‥‥)

속으로 뇌까리는 그녀의 마음은 갈갈이 찢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푹 고개를 수그리고 쓸쓸한 뒷모습을 보이며 계곡의 안쪽으로 더 들어갔다.

임단심도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조응경을 아주 싫어하는 그녀이지만 그녀의 감정과 고통은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임단심이었다.

조응경의 황군성에 대한 사랑이 더없이 깊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황군성을 그녀와 함께 나누고 싶지는 않았다.

황군성은, 그녀만의 것이다.

조응경이 높이 치솟은 암벽으로 한걸음 한걸음 다가갈 때마다 그녀가 살아왔던 지난 날들이 마치 주마등 처럼 지나갔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그녀를 어떤 중년인이 구해다가 현현궁이란 곳으로 데려간 것‥‥‥

그곳에서 십삼매란 이름으로 십 수년 동안 무공을 익혀서 강호에 나온 일‥‥‥

전무옥을 만나 구혼을 받았던 일과 배에서 전륜법왕과 황군성을 만난 일‥‥‥

그리고 황군성과의 강요된 정사와 그후의 관계,

그가 떠나고 난 후에 현현궁의 칠십여 외부 문파를 모아서 홍심련이란 단체를 조직한 것하며,

며칠 전에 사신각의 살수들의 침입을 받아 홍심련이 궤멸되고 이곳까지 쫓겨온 것하며‥‥‥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내는 거야!)

조응경은 암벽앞에서 삼장 정도에 이르자 힘껏 돌진했다.

[앗!]

임단심이 까무라칠 정도로 놀랐다.

황군성도 심상치 않음을 느꼈으나 이미 조응경을 저지할 수 있는 방도는 없었다.

임단심도 죽음을 느꼈다.

조응경이 죽게 되면 그녀도 살지 못한다.

통심마고의 무서운 힘에 의해 그녀도 죽어갈 것이다.

바로 그순간,

조응경의 암벽에 부딪히려던 몸이 어떤 탄력에 의해서 뒤로 튕겨져 나왔다.

허공으로 붕떠버린 그녀의 몸을 누군가 나타나며 가볍게 옆구리에 끼고 땅위에 내려섰다.

가경할 무공이었다.

푸른 장삼을 걸치고 얼굴은 창백한 모습의 중년인 이었다.

[사부!]

조응경이 그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그녀는 마치 학질에 걸린 것처럼 덜덜 떨기 시작했다.

황군성과 임단심, 전무옥은 뜻밖의 사태에 어리둥절했다.

지금 쯤은 삼절일천군단이 쇄도해야 할 때인데 전혀 엉뚱한 사람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황군성과 임단심의 표정이 미미하게 변했다.

사부‥‥‥

조응경의 사부라면‥‥‥

냉막한 인상의 중년인이 괴이한 음성으로 말했다.

[열세 째! 네가 죽을 장소는 이곳이 아님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조응경은 납작 엎드려 대꾸도 못하고 있었다.

그는 조응경을 버려두고 황군성을 향해 다가갔다.

스슷!

임단심이 황군성의 앞을 막아섰다.

팽팽한 긴장으로 그녀는 전신의 신경이 당겨지는 것같았다.

우뚝!

냉막한 인상의 중년인이 그녀의 일장 앞에서 멈추었다.

[본좌는 현현궁의 궁주인 청삼객(靑衫客)이오. 무림이 신성(新星)인 혈룡도왕 황군성소협을 뵙게 되어 반갑소.]

그는 임단심을 무시하고 황군성에게 말했다.

황군성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는 현현궁의 궁주가 누군지를 전륜법왕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내색도 할 수없다.

현현궁주 청삼객이 말했다.

[본좌는 누가 감히 삼절일천군단에 맞서서 그같은 타격을 입혔는가 하고 궁금했는데 소협을 보니 모든 의문이 풀렸소. 하나, 이제보니 소협은 종이호랑이에 불과하군. 곧 들이닥칠 그들을 어떻게 막으려는지 모르겠구려.]

임단심이 손안의 구룡로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멀리 있는 이리떼보다 가까이 있는 맹호가 노리지 않을까 두렵군요.]

청삼객이 그녀를 힐끗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뚝!

[날카롭군. 내 제자와 모습이 똑같은 소저는 독봉 임소저?]

[그래요! 당신 제자 때문에 꽤나 곤욕을 치뤘죠.]

청삼객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본좌에게 유감이 아주 많은 듯한데 쓸없는 감정은 갖지 마시오. 또한 본좌는 남의 위기를 틈타는 소인배가 아니오. 물론 눈앞에서 자결하려는 사람을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도 아니고.]

임단심의 얼굴이 분노로 파랗게 변했다.

청삼객이 자신들을 조롱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황군성이 발작하려는 그녀의 소매를 잡아 저지하며 말했다.

[궁주께서 어떤 복안을 가지고 소생에게 접근했는지 나는 짐작할 수가 없소.]

청삼객이 그의 눈을 마주보면서 말했다.

[본좌도 황소협이 어떻게 삼절일천군단을 그것도 평원에서 단신으로 공격하는 그런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는지 짐작할 수 없소.]

임단심이 발끈했다.

[당신은 맞대놓고 이사람을 어리석다고 하는군요.]

청삼객이 말했다.

[혹시 그건 임소저의 생각이 아니오? 본좌의 말은 황소협에게 있었을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뜻이었는데‥‥‥]

황군성이 다시 나섰다.

[궁주께서는 말을 흐리지 마시오. 그래 나를 죽이려 왔소?]

청삼객의 푸르띵띵한 얼굴에 기이한 미소가 걸렸다.

[사실 본좌도 삼절일천군단을 상대해 볼까 하고 제자들을 거느리고 왔소. 한데 먼저 그들과 부딪힌 사람이 있길래 누군가 싶어서 흔적을 뒤쫓아 온 것이오. 황소협은 원래는 내 계산에 없었던 셈이지. 물론 내 제자도 말이오.]

[그말은 우리를 죽이지 않겠다는 뜻인가요? 물론 죽이겠다고 쉽게 죽을 우리도 아니지만.]

임단심의 말이었다.

청삼객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다 맞는 말이오. 본좌는 지금 당신들을 죽이지 않을 거요. 아니 오히려 돕는다고 해야 옳겠지.]

[…………?]

[…………?]

[황소협은 삼절일천군단이 아직 이 골짜기로 들어오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소?]

황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임단심도 그점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청삼객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 이곳 태행산으로 천하의 고수들이 모두 몰려들고 있다면 믿겠소?]

[그럴리가‥‥‥!!]

임단심이 입을 딱 벌렸다.

[본좌의 말은 사실이오. 아마 당금 무림의 칠개대파가 모두 이곳으로 모이고 있을 것이오. 그렇다면 삼절일천군단은 일곱세력 중의 하나에 불과할 뿐이지.]

청삼객의 말이 사실이라면 태행산은 엄청난 피의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 틀림없다.

일곱개의 힘이 만난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황군성은 자신들이 폭풍의 핵속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삼절일천군단을 노리고 있었군‥‥‥그들의 행로가 너무 드러나 있었어‥‥‥]

임단심의 가슴은 마치 바위를 올려놓은 듯 무거웠다.

(칠개파가 모여들면 고수들의 수만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목숨을 버릴 각오가 아니면 이사람을 지키기 어렵겠구나. 아‥‥‥어째 이사람은 나와 만날땐 항상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일까?)

사실이 그러했다.

처음 그녀가 황군성을 구했을 때도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있었고,

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했을 때는 내공이 모조리 묶여버렸으며,

이번에는 다시 전신의 내공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그녀는 한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니‥‥‥

원래 황군성에게는 혈왕신공이 있지 않았던가?

어떤 경우에도 목숨을 지킬 수 있는 혈왕신공‥‥‥

비록 황군성의 목계신공에 융화되었지만 그 능력이 없어졌을리는 없는 것,

황군성의 내공이 잠시 흩어졌지만 어느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복구된다는 것을 그녀는 감쪽같이 잊고 있었다.

황군성은 이미 자신의 내부에서 흩어졌던 공력이 점점 단전으로 되돌아옴을 느끼고 있었다.

단지,

그것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억누르고 있을 뿐‥‥‥

한편,

한쪽에 떨어져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전무옥은 내심 크게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칠개파가 몰려온다면 그의 아버지 검신 전득무도 올 것이다.

신검보에는 또한 검의 달인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지 않은가?

청삼객이 엎드려 있는 조응경에게 손짓을 하며 말했다.

[열셋째 이리로 오너라.]

조응경은 두려움에 떨면서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

청삼객은 그녀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보면서 눈을 찌푸렸다.

[누구에게 당했느냐?]

힐끗 고개를 돌려 전무옥을 바라보며,

[저자냐?]

조응경은 그의 관심에 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는 결코 배신자에게 이렇게 관대하지 않은데‥‥‥혹시 더욱 가혹한 벌을‥‥‥)

번쩍!

청삼객의 몸이 순식간에 전무옥의 눈앞에 도착했다.

짝!짝!

연거푸 두번의 격타음이 들리고 전무옥은 뺨을 싸안고 두걸음이나 물러섰다.

실로 귀신을 방불케하는 빠르기였다.

전무옥의 눈이 경악과 분노로 피빛을 띠었다.

청삼객은 다시 조응경의 앞으로 돌아와 있었다.

황군성은 간담이 서늘함을 느꼈다.

(과연 사형‥‥‥공력이 완전히 회복된다고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가 없겠구나.)

청삼객이 조응경에게 물었다.

[경천위지백인진(經天緯地百人大陣)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느냐?]

조응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삼객이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려놓았다.

조금이라도 공력을 가한다면 그녀의 머리는 손아귀에서 사과가 터져 나가듯이 터지고 말 것이다.

[네가 잘못을 용서받을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다.]

조응경의 눈이 반짝했다.

그녀는 불과 얼마 전에 자살을 하려고 했었지만 지금은 청삼객의 손에서 어떻게든 살아나고 싶었다.

그냥 죽기에는 행복이라는 것을 전혀 느껴보지 못한 그녀의 생이 억울해서도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천위지백인대진은 너를 비롯한 열세번째 그놈이 사라짐으로 인해서 위력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하지만, 네가 다시 가담하고 내가 빈곳을 채운다면 삼절일천군단 정도는 충분히 깰 수 있다. 하겠느냐?]

[네! 사부님, 하겠습니다.]

청삼객은 그녀의 머리에서 손을 떼면서 말했다.

[그럼 당장 학선평으로 가라. 그곳에서 네 사형제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응경은 그 말에 아주 당황했다.

[사부님 제자는 현재 사신각의 살수들에게 쫓기는 몸‥‥‥]

청삼객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염려할 것없다. 그들은 제일먼저 삼절일천군단과 충돌했다. 지금 그들이나 삼절일천군단이나 총력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니 간단히 갈 수 있다. 가라!]

청삼객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이 내려온 절벽쪽으로 힘껏 던졌다.

휘이익-----!

조응경의 몸이 새처럼 절벽위로 날아갔다.

청삼객은 황군성을 보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도 나가 봅시다. 본좌가 칠개파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육개파, 아니 그건 자세히 말할 수도 없겠지. 신검보와 신도보가 합쳐 이신보가 됐듯이 다른 파도 병합하지 않았으리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황군성이 말했다.

[무엇때문에 궁주가 나를 도우려고 하는지 모르겠소.]

청삼객이 기이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질긴 인연때문이라 해야하지 않을까?]

황군성과 임단심은 가슴이 뜨끔함을 느꼈다.

(내가 전륜법왕의 제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한데 왜‥‥‥?)

청삼객이 앞서 곡구 쪽으로 가며 말했다.

[본좌는 천하의 모든 종주세력이 한곳에 모이기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네. 그래서, 이렇게 만난김에 아무렇게나 니전투구(泥田鬪狗)할 것이 아니라 학선평에 모여서 당당히 자웅을 결하길 원하지. 그러기 위해선 도신의 양자인 자네 도움이 필요하네.]

황군성은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현현궁주가 생각보다 비열하거나 나쁜사람 같은 인상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어떤 당당함 같은 것이 있어 영웅같은 기상도 보였다.

임단심은 그를 부축하고 청삼객의 뒤를 따라갔다.

그 뒤를 전무옥이 따르고 있었다.

전무옥의 양 뺨에는 선명한 손도장이 찍혀있었다.

계곡은 좁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깊은 곳이었다.

삼절일천군단도 조응경을 뒤쫓아 왔다는 사신각의 살수들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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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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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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