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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三十七 章

 

         삼절일천군단

 

 

두두두두󰠏󰠏󰠏󰠏󰠏󰠏!

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고 있다.

어디선가 부터 갑자기 퍼지기 시작한 소문이 무림을 긴장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무서운,

아주 무서운 소문‥‥‥

 

󰠏󰠏󰠏󰠏󰠏취옥성이 천하를 얻기위한 대장정을 개시했다!

 

취옥성‥‥‥

삼절일천군단으로 천하에서 가장 전투력이 강한 세력으로 손꼽히는 곳,

그곳의 최정예 삼절일천군단이 무림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들이 움직임을 개시하자마자 혈풍(血風)이 일고,

그들이 간 곳마다 시산혈해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알고 있다.

취옥성의 성주가 바로 북해의 신이라고 하는 북혈마임을‥‥‥

벌써,

삼십여 개의 군소방파들이 무림에서 사라져갔다.

그들의 행진을 노도와 같아서 어느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 × ×

 

휘이이󰠏󰠏󰠏󰠏󰠏󰠏󰠏!

붉은 황혼을 날려버릴 듯이 불어오는 바람은 황군성의 머리칼을 날렸다.

금강역사처럼 들판에 우뚝선 그의 어깨위로 삐죽이 올라온 검자루가 돋보인다.

표정없는 얼굴‥‥‥

스스로 자초한 고독일까?

다시금 모든 사람이 떠나버린 그의 전신에는 죽음같은 고독이 일렁이고,

영혼은 침체되어 버렸는가?

그의 눈동자에는 빛이 없다.

그가 이곳에 서있은 것은 어제 저녁무렵부터.

지금이 다시 황혼녁이니 그는 장장 하루동안을 미동도 하지 않고 까마득한 지평선만을 노려보고 서있었다.

실로 대단한 정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두두두두󰠏󰠏󰠏󰠏󰠏󰠏!

 

지평선 저 멀리서 땅에 깔리듯이 푸른 구름이 일고 있었다.

미약하게 나마 지축을 울리며 달려오고 있는 그것.

바로 일천기의 명마였다.

구름떼같이 달려오는 말들은 횡으로 이십, 종으로 오십,

실로 질서정연하게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한데,

갖가지 병기를 움켜잡고 마상에 앉아있는 인물들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오직 죽음.

그들의 푸른 옷과 말들에도 피가 묻어있었다.

얼마나 잔인한 살상이 있었는지를 가히 짐작케하는 일‥‥‥

두두두두두󰠏󰠏󰠏󰠏󰠏󰠏󰠏󰠏!

석상처럼 평원을 가로막고 있는 황군성의 앞으로 점점 기마대는 가까워오고 있었다.

황군성의 입에서 칼로 자르듯한 음성이 튀어나왔다.

[삼.절.일.천.군.단!]

 

기마대의 제일 선두에 섰던 자가 황군성을 발견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천하의 삼절일천군단을 단신으로 막아서는 자가 있다니.

[미친놈!]

그는 짧게 내뱉었다.

두두두두󰠏󰠏󰠏󰠏󰠏󰠏󰠏󰠏!

그 와중에도 기마대는 달려가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 달리던 동료들도 황군성을 발견하고는 어이가 없는지 피식 웃었다.

그러나,

조금더 다가 갔을 때,

그들은 일단 황군성의 칠척에 달하는 장대한 체구에 놀랐다.

그리고,

그의 전신에서 풍겨나는 어떤 무형의 기운에 절로 두려움이 이는 것을 느꼈다.

목계신공,

아무런 기척도 갖지 않지만 상대로 하여금 절도 두렵게 하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어버리는 무공.

삼절일천군단의 군단주(軍團主)는 염녹균, 별호는 삼수괴(三手怪).

그는 황군성에게서 일말의 위기감을 느끼며 한손을 들어올렸다.

순간,

취취취칙!

말들이 소리도 없이 조용히 그자리에 멈춰섰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삼절일천군단의 군단주 염녹균의 손짓하나에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염녹균이 왼쪽에 있는 그의 부단주 야상인(夜傷人)에게 물었다.

[저자가 누구냐?]

야상인이 눈을 빛내며 살피다가 말했다.

[혈룡도왕! 제기랄 혈룡도왕입니다.]

[저자가?]

양쪽에서 놀람의 물음이 터져 나왔다.

[틀림없습니다.]

야상인은 침을 뱉으며 말했다.

[퉤! 더럽군요. 밟아주는 수밖에.]

염녹균의 표정이 굳어졌다.

[검신을 능가한다는 도신의 양자‥‥‥어느 정도의 피해는 각오해야 겠군.]

그의 손이 황군성을 가리켰다.

그리고,

[죽여라!]

짧은 한마디가 퍼져나가자 멈추었던 기마대는 용수철에 튀기는 것처럼 달려나갔다.

[와!]

두두두두󰠏󰠏󰠏󰠏󰠏󰠏󰠏󰠏󰠏!

그들은 황군성을 에워싸듯 하면서 달려 들었다.

전면에 있는 기마대가 황군성의 앞에 당도할 때에 이미 등뒤에도 기마대의 일부가 도착하고 있었다.

완전히 황군성을 중심으로 헤쳐모여하는 것과 똑같은 형세였다.

슈슈슈슝!

화살과 암기가 하늘로 부터 떨어져 내렸다.

기마대의 후미에 위치한 자들이 허공으로 쏘아올린 것들이었다.

그리고,

접근한 자들이 쇄도하면서 장병(長兵)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창, 삼절곤, 칠절편, 철추가 그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들의 합공은 완벽하기 이를 데 없었다.

거리가 더욱 좁혀진 자들은 허리에서 단병, 짧은 무기를 꺼내들며,

검과, 도, 척, 판관필 따위로 공격해들어왔다.

황군성이 피할 곳은 어디에도 없을 것같았다.

한데,

바로 그순간,

삼절일천군단의 단주인 염녹균은 머리가 하애지는 충격을 받았다.

오오!

인간이 진정 저럴 수도 있단 말인가?

황군성의 몸이 물살을 가르는 배처럼 삼절일천군단사이를 뚫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가 지나간 곳으로 잘려진 팔다리와 목이 일시에 날아오르고,

피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으악악󰠏󰠏󰠏󰠏󰠏󰠏!

 

누가 지른 비명인지도 알 수가 없다.

비명은 그들이 죽어간 후에 터져 나온 것이므로,

황군성의 손에는 핏방울이 굴러 떨어지는 사척반의 장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의 표정은 비정하기 이를 데 없었고,

그것은 삼절일천군단에게 더욱 심한 공포를 주었다.

삽시간에 이십여명의 삼절일천군단이 죽었다.

지금까지,

삼절일천군단은 그 많은 싸움에도 불구하고 단 한명의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었다.

한데 이것은‥‥‥

[모두 검을 뽑아라. 혈검천륙살진(血劍天戮殺陣)!]

염녹균이 절규하듯 소리쳤다.

촤촤촹!

삽시간에 붉은 기운이 하늘을 뒤덮을 듯 퍼져나갔다.

혈검천륙살진이 펼쳐진 것이다.

일천여명의 삼절일천군단이 움직이는 사이에 한치앞을 분간할 수 없는 붉은 안개가 깔렸다.

그들이 뽑아든 혈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

두두두두두󰠏󰠏󰠏󰠏󰠏󰠏󰠏!

말발굽 소리가 붉은 안개속에서 마치 천둥소리처럼 번져나갔다.

황군성은 시야가 완전히 차단당한 상태에서 자신이 망망대해의 흔들리는 파도위에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일천대 일!

하늘이 놀라고 땅이 놀랄 무림사의 일획을 그을 대결전이 마침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 × ×

 

임단심이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무옥! 너때문에 집에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감사한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계속 나를 쫓아다니겠다면 죽여 버리겠다.]

전무옥은 쓸쓸하게 웃었다.

[소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지는 않소. 단지‥‥‥소저를 바라볼 수만 있으면 족할 뿐이오.]

[흥! 나는 네놈이 나를 바라보는 것도 싫다.]

임단심은 마상에서 차갑게 소리쳤다.

전무옥이 고개를 푹수그렸다.

검신 전득무의 아들 전무옥‥‥‥

그가 임단심이란 여인에게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온갖 수모를 다 받으면서도‥‥‥

다각다각다각󰠏󰠏󰠏󰠏󰠏!

전무옥이 탄 말은 임단심이 탄 말의 뒤를 묵묵히 따르고 있다.

임단심은 일년 동안 금족령을 받고 항산 삼불대 아래에서 꼼짝 못하고 있었다.

전무옥은 금화선녀에게 포로가 된 후 삼불대에서 남자 종이나 다름없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임단심의 미모에 깊히 빠져 들어버렸다.

한때 그는 임단심과 똑같이 생긴 조응경에게 매료되어 그녀와 혼인하겠다고 까지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의 임단심에 대한 감정은 그때와 같은 달아오른 철판같은 사랑이 아니라, 무려 일년동안이나 익고 익은 것이었다.

임단심은 부모가 왜 자기를 가둬놓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황군성을 떠나오기는 했으나 시간이 지나갈 수록 그에 대한 그리움에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를 감시하는 전무옥과 노파의 눈을 벗어나 도망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한데,

이번에는 전무옥이 그녀를 도와주어 함께 도망친 것이다.

임단심은 삼불대에서 나오자마자 개봉으로 달려가는 길이다.

개봉‥‥‥

그곳에는 그녀가 구해놓은 집이 있고,

그 집에서 황군성과 꿈같이 달콤한 한때를 보내지 않았던가?

혹시 황군성이 그곳으로 와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날은 어두워 오는데,

전무옥은 떨어질 생각을 안한다.

임단심은 속상한 생각에 말의 배를 힘껏 찼다.

[이랴!]

말이 놀라 훌쩍 뛰어나갔다.

전무옥도 황급히 말을 재촉하여 그녀의 뒤를 쫓아갔다.

 

[에잇! 힘도 없는 말같으니라구. 그걸 달렸다고 거품을 물고 엎어져?]

임단심이 쓰러진 말에게 화가 나서 발길질을 했다.

태행산의 밤은 깊은 데 길가에는 오직 임단심과 전무옥 두 사람 밖에 없다.

전무옥의 말은 임단심의 말보다 일찍 쓰러졌다.

그는 말이 쓰러지자 버려두고 경신술로 그녀의 뒤를 따라온 것이다.

그는 한쪽에 비켜서서 임단심이 하는 양을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다.

임단심은 말을 버려두고 길옆 나무 밑으로 걸어갔다.

[하는 수 없지. 여기서 노숙(露宿)을 하는 수밖에‥‥‥]

휘익!

전무옥은 바람처럼 빠르게 그녀를 앞질러 나무 밑으로 갔다.

그리고,

번쩍! 번쩍!

검이 몇 번 휘둘러지는 가 싶더니 작은 나무가지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들은 신기하게도 원을 그리며 차곡차곡 쌓이는 것이었다.

삽시간에 작은 나무가지와 나뭇잎으로 만들어진 푹신한 침상이 만들어졌다.

[흥!]

임단심이 코웃음을 한번 치고는 그곳에 앉았다.

전무옥은 멀찌감치 떨어진 나무 뒤로 몸을 숨겼다.

바로 그때였다.

[켈켈켈‥‥‥형님들 오늘은 수입이 괜찮군요. 말 한 필에 젊은 계집이라‥‥‥]

숲속에서 음침하기 그지 없는 웃음소리와 함께 다섯 명의 인물이 걸어 나왔다.

스스슥!

감산도(坎山刀)를 어깨에 걸치고 나무가지를 헤치며 걸어 나온 그들은 말 그대로 산도둑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같았다.

떡 하니 벌어진 체구에,

풀어 젖힌 가슴팍, 그리고 아무렇게나 동여맨 상투꼭지‥‥‥

얼굴을 반쯤 뒤덮어 버린 구롓나루‥‥‥

임단심은 자신을 향해서 다가오는 그들을 어이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무림인에게 강도짓 하는 자들도 있었나?)

전무옥이 나무 뒤에서 걸어 나왔다.

산적들 중의 하나가 약간 놀란 듯이 말했다.

[어? 남자새끼도 있었네? 반질반질 한 걸 보니 기생오라비인 모양이군.]

다른 하나가 소리쳤다.

[야 이놈아! 어서 주머니를 갖다 바치지 않고 뭘하느냐? 살고 싶지 않단 말이냐?]

[꿀꺽!]

임단심을 바라보던 산적이 침을 삼켰다.

[이제 보니 이년이 아주 절색인데‥‥‥헤헤헤‥‥‥호박이 덩굴채 굴러왔군.]

다른 자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봐 네째! 자네는 순서를 어길 샘인가? 이런 일에는 응당 이 형님이 먼저 아닌가?]

그자의 덩치가 제일 컸다.

조금 전의 그자가 툴툴거리며 말했다.

[에이! 그럼 어서 먼저 하쇼. 남의 애간장 태우지 말고.]

[헐헐헐‥‥‥물론 그래야지‥‥‥]

임단심은 눈을 까뒤집고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산적을 보자 어이가 없었다.

[흠!]

하며 예쁘게 헛기침을 한번 하고 팔장을 꼈다.

[빨리 꺼내놓지 못해?]

그때 세놈의 산적이 전무옥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들은 감산도를 높이 들고 그를 협박하고 있었다.

전무옥도 기가 막힌 지 피식 웃었다.

[헤헤‥‥‥]

두목인 듯한 자가 침을 흘리며 임단심에게 달려들었다.

한데,

그가 갑자기 돌멩이에 걸리기라도 한 듯이 푹 꼬꾸라졌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없고 일어나지도 못했다.

[이봐 노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럼 내가 먼저 하더라도 뭐라 하지 말게.]

뒤로 밀렸던 자가 냉큼 임단심앞으로 다가섰다.

한데,

그자도 갑자기 푹 고꾸라져 일어나지 못하기는 매 한 가지였다.

전무옥을 둘러쌌던 자들은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보니 이들은 자기들이 나타났는데도 조금도 두려워하는 표정을 짓지 않았던 것이다.

(사람을 잘못 봤다!!)

그들 세 산적들은 순간적으로 마음이 통했다.

엎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자들은 틀림없이 죽었을 것이고,

산자들은 살고 봐야 될 일이다.

[튀자!]

그들은 냅다 숲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화살을 방불케 할 솜씨였다.

그러나,

그들은 갑자기 살맞은 기러기처럼 그 자리에 픽픽 쓰러지고 말았다.

비명도 없고 기척도 없었다.

임단심이 발딱 일어섰다.

[기분 잡쳤어. 두 시간만 걸으면 학선평(鶴旋平)일 테지.]

그녀는 산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뒤로 전무옥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었다.

도적들은 모두 임단심의 독술에 의해 죽었다.

그들은 죽고 나서도 어떻게 독이 펼쳐졌는지 모를 것이다.

 

× × ×

 

들판에 넘실대는 붉은 안개,

어둠속에서도 마치 악마의 기운처럼 흩어지지 않고 깔려있다.

그리고,

두두두두󰠏󰠏󰠏󰠏󰠏󰠏󰠏󰠏!

그 속에서 굉음처럼 울러 퍼지는 말발굽 소리‥‥‥

(벌써 두 시진이 지났다. 이들의 진세를 도저히 파악할 수가 없다.)

황군성은 전신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의 흰 장삼은 이미 누더기가 되어 날아가버렸고,

붉은 철갑옷도 비늘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갔다.

목계신공의 호신강기로 근근히 버텨왔지만,

이 빌어먹을 혈검천륙살진 속에서는 적을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다.

퍽퍽!

무엇인가 둔중한 물체가 어느 새 다시 그의 등을 두드렸다.

황군성의 몸이 비틀거렸다.

번쩍!

공격을 받은 곳으로 빠르게 장검을 날려 보지만 검에 걸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삼절일천군단‥‥‥

왜 삼절일천군단을 최고의 전투력을 가진 단체라고 하는 지 황군성은 알것도 같았다.

이것은 일개 고수와의 싸움과는 비교되지 않는 것이었다.

(아마도 내가 진의 한가운데 있겠지.)

황군성은 모종의 결심을 했다.

더 이상 이곳에서 우물주물한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할 뿐이다.

적은 강하다.

진을 어떻게 뚫어볼 방법도 없다.

[무조건 뚫고 간다!]

황군성은 자신이 생각해도 가장 무식한 방법을 택했다.

오직 일신의 무공 하나만 믿고 쌍산 조자룡처럼 삼절일천군단의 포위망을 뚫고 나가려하는 것이다.

그것도 오직 일직선으로 달려서‥‥‥

추악!

그의 장검이 왼손에 쥐어지자마자 오른손에서 번천도가 솟아올랐다.

한번의 심호흡 후에 그는 들소처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안개속을 돌진했다.

검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도기가 하늘로 솟구쳤다.

순간적으로 붉은 기운이 갈라지고 비명이 터져 올랐다.

[으아아악!]

황군성은 자신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지금은 눈을 가린 상태로 가시밭을 달려가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으아아악!]

검에 둔중한 느낌이 걸리면서 또 하나의 비명이 솟아올랐다.

그의 몸에도 무수한 상처가 생겼다.

한데,

달려갈 수록 그의 몸에 와닿는 압력이 엄청나게 강해지고 있었다.

삼절일천군단의 혈검천륙살진의 압력은 밖으로 나갈 수록 강해지는 것이다.

달리는 말들과 사람의 힘이 배합된 이 진은 바깥이 더욱 많은 고수들이 포진하고,

이로 말미암아 적은 달아날래야 달아날 수도 없이 몸이 갈갈이 찢겨죽게 되는 것인데,

삼절일천군단의 단주인 염녹균은 치를 떨고 있었다.

일 개인의 몸으로 그 무시무시한 진안에서 두 시진을 버틴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 시간이라면 만명의 고수라고 하더라도 살륙했을 시간인 것이다.

더구나 그자가 이번엔 필사의 탈출을 기도하고 있다.

황군성은 자신이 한걸음을 걷기가 어려움을 알았다.

육백 년에 육박하는 내공을 가진 그‥‥‥

한데 그에게 밀려드는 압력은 그로 하여금 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있다.

압력이 강해질 수록 그의 몸에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적은 힘을 합하고 있는 것이다.

황군성은 마지막 모험수를 던졌다.

자신의 힘으로 그들 전체와 충돌하는 것이다.

그는 검을 등에 꽂았다.

그리고,

전륜법왕이 전수해준 만류귀종을 머리 속에 떠올렸다.

모든 힘을 반탄시켜 되돌리는 무공‥‥‥

그는 남아있는 전 공력을 쌍장에 모으고 만류귀종을 펼쳤다.

[만류귀종!]

우렁찬 폭갈이 터지고,

그를 향해 밀려들던 압력이 순간적으로 반탄되며 엄청난 한기를 동반하고 되돌아갔다.

그가 만류귀종에 빙백강기를 포함시킨 것이었다.

크아아악󰠏󰠏󰠏󰠏󰠏󰠏󰠏󰠏󰠏!

붉은 안개가 순간적으로 멈추며 비명이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다.

황군성의 몸이 그틈을 놓치지 않고 비상했다.

쉬이이익!

한줄기 유성처럼 그는 삼절일천군단의 붉은 안개밖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원래 그의 뒤에 서있던 태행산을 행해서 전력을 다해 달렸다.

그의 전신에서 핏물이 샘솟듯이 흐르고 있었다.

(으으‥‥‥만류귀종을 펼쳤을 때 충격으로 내장이 뒤엉켜버렸다. 어쩌면 파괴되었을 지도‥‥‥)

황군성의 몸은 삼절일천군단이 진세를 새로 정비하기도 전에 태행산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금방이라도 쓰러지고 말 것같았다.

죽음이 눈앞에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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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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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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