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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무공 전수

 

 

"내가 담세황에게 사로잡히기라도 하면 무림에 크나큰 화근(禍根)이 될 것이다."

옥여상은 심각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미 우리 마천루의 모든 절기를 연성해낸 담세황이 최강의 호신기공인 태을강기마저 얻는다면 그 누구도 놈의 폭주를 막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고검추의 안색도 심각하게 변했다.

비로소 옥여상이 억지로 자신에게 처녀를 주려는 이유를 깨달은 것이다.

옥여상의 말이 이어졌다.

"사로잡힐 경우 자결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담세황은 태을강기를 얻기 위해 망설이지 않고 내 시신을 욕보일 것이다. 그같은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너는 내 부탁을 들어주어야만 한다."

"... 그게..."

고검추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고검추는 아직 여자를 알지 못한다.

사내구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지만 경험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뜻하지 않게 오늘 여자와 관계할 기회가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검추는 선뜻 옥여상의 호의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불과 얼마 전 자신은 양모가 원수에게 유린당하는 장면을 목격했었다.

그런 처지에 여자와 관계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옥여상의 제안을 마냥 거절할 수도 없다.

자신이 옥여상관계하지 않으면 그녀의 몸에 깃들어있는 태을강기를 담세황이 차지할 지도 모른다.

그럴 경우 옥여상의 말 대로 세상에 크나큰 재앙이 될 게 분명하다.

비록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지만 고검추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 분부 따르겠습니다."

결국 고검추는 얼굴을 붉히며 더듬더듬 말했다.

"고맙다 추아야."

내심 긴장하고 있던 옥여상은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고검추를 올려다보았다.

"지금부터 소녀밀법(素女密法)이라는 채음보양술을 가르쳐 줄 테니 잘 듣거라."

이어 그녀는 한 가지 구결을 고검추에게 들려주었다.

소녀밀법이라는 그 구결은 헌원태을경에 수록되어 있는 절기중 하나다.

옥여상이 들려주는 소녀밀법의 구결을 외우던 고검추의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붉어졌다.

소녀밀법이란 것이 남녀가 관계하는 방법을 노골적으로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검추의 일부는 소녀밀법을 듣는 과정에서 주책없이 반응을 보였다.

소녀밀법을 들려주는 옥여상의 얼굴도 도화빛이 되어 있었다.

고검추로 하여금 자신의 몸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자니 죽을 맛이다.

특히 자신의 설명이 시작되자 고검추의 일부가 즉시 반응을 보여서 정신이 혼미해진다.

비록 좌도방문의 비결이지만 소녀밀법의 효과는 탁월하다.

그것을 익히면 이성의 정기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누구보다 영특한 고검추다.

옥여상이 소녀밀법을 두 번 설명해준 것만으로 그 이치를 완전히 이해했다.

... 그만 말씀해주셔도 되겠습니다.”

고검추는 또 한 번 소녀밀법을 구술해주려는 옥여상에게 말했다.

"...!"

고검추가 소녀밀법을 이해한 것을 안 옥여상은 눈을 내리감으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고검추는 옥여상의 그같은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느덧 고검추를 휘감고 있던 옥여상의 팔다리가 풀려있다.

... 용서하십시오!”

고검추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옥여상이 가르쳐준 소녀밀법을 옥여상에게 사용했다.

"... 시작하겠습니다."

"... 오냐! ... 나도 준비가 되었다."

고검추는 소녀밀법의 흡자결(吸字訣)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옥여상도 소녀밀법의 발자결(發字訣)을 운용하여 고검추를 도와주었다.

우르르!

곧 옥여상의 내부에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그녀의 심맥 깊은 곳에서 거대한 암경이 출렁이며 결집되더니 고검추의 몸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기연(奇緣)!

고검추는 실로 엄청난 기연을 만나고 있었다.

옥여상에게서 구성이 넘는 태을강기를 이어 받은 후 조금만 더 수련하면 십성에 이를 수 있다.

그리되면 세상 어떤 힘도 그의 몸에 상처를 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스으으! 스으!

두 사람의 몸에서는 자욱한 운무가 일어나 한 치의 틈도 없이 결합된 그들의 몸을 가렸다.

 

***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른다.

허억!”

고검추는 전신의 경맥이 터져 나가는 듯한 충만감을 느끼며 소녀밀법의 시전을 중단했다.

옥여상의 몸속에서 떠돌고 있던 태을강기를 모두 흡수한 것이다.

마치 몸 안에 활화산이 하나 생겨 부글거리고 있는 것 같다.

만큼 태을강기의 힘은 강대하면서도 매우 유동적이다.

비록 구성이 넘는 태을강기를 흡수했지만 당장 사용하지는 못한다.

십성에 이르기 전까지는 그 힘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고검추가 엄청난 기연을 맞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조금만 노력하면 태을강기를 완성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어떤 고수와 싸워도 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감사합니다 고모님."

고검추는 그때까지 두 팔로 끌어안고 있던 옥여상의 몸에서 일어났다.

헌데 떨어지려는 c의 허리를 옥여상의 두 손이 말없이 끌어당겼다.

그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깨달은 고검추는 전율했다.

그리고 본격적인 열풍이 동굴 안에 몰아치기 시작했다.

 

***

 

고검추는 심연같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정신을 차리는 순간 온몸의 뼈마디가 녹아내린 듯한 피곤함이 느껴졌다.

비록 몸을 피곤하지만 알 수 없는 뿌듯함이 고검추의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마침내 자신은 순진한 소년에서 한 명의 어엿한 사내가 된 것이다.

물론 고검추를 소년에서 사내로 만들어준 것은 은말마희 옥여상이다.

(그분의 얼굴을 무슨 낯으로 본다?)

잠에서 깨어났지만 고검추는 눈을 뜰 엄두를 내지 못했다.

죄스럽고 어색해서 옥여상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잠든 척 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어느 덧 아침이 되어 눈부신 햇살이 등나무 넝쿨 사이로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없었다!.

옥여상의 모습은 석실 어디에서도 없었다.

고검추의 몸에는 옷이 단정하게 입혀져 있었다.

물론 옥여상이 입혀준 것이다.

(어딜 가셨을까?)

고검추는 한편으로는 안심하고 한편으로는 어리둥절하며 일어났다.

일어나 살펴보니 옆에 깔린 마른풀 위에는 점점이 검붉은 자극이 남아 있다.

옥여상의 몸에서 상당향의 출혈이 있었다는 증거다.

물론 옥여상으로 하여금 피를 흘리게 만든 장본인은 고검추다.

(몸을 닦으려 밖으로 나가신 것일까?)

일어나 앉은 고검추는 의아한 표정으로 석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세 가지 물건이 들어왔다.

잘 접은 손수건 한 장과 낡은 표지의 비급 한 권, 속옷을 찢어서 종이를 대신한 편지가 그것이었다.

낡은 표지의 비급은 문제의 헌원태을경이었다.

옥여상은 고검추가 태을강기를 수련할 수 있도록 헌원태을경을 남기고 간 것이다.

고검추는 헌원태을경을 집어들어 대충 훑어보았다.

헌원태을경에는 태을강기 위에도 몇 가지 무공이 더 수록되어 있는데 모두 수비에 적합한 것들이었다.

(하나같이 대단한 절기들이라 나같은 일초무학은 이해하는 게 쉽지 않겠구나.)

헌원태을경을 한차례 훑어본 고검추의 감상이었다.

태을강기는 이미 완성 직전인 상태로 몸 속에 고여 있어서 수련하는 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외의 무공들은 누군가 설명해주지 않으면 쉽사리 그 이치를 깨우칠 수 없을 것 같았다.

(시간을 두고 연구해봐야겠지.)

고검추는 헌원태을경을 내려놓고 속옷을 찢어 만든 편지를 집어 들었다.

상당히 크게 찢은 속옷 자락 위에는 수려한 필체의 글들이 깨알같은 크기고 가득 적혀 있었다.

옥여상이 심후한 내공을 이용하여 천을 태우는 방식으로 글을 남긴 것이다.

 

<네가 깨어나면 떠나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먼저 떠난다.>

 

섬세한 필체의 글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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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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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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