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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

연기를 뿜어내는 높은 화산을 등지고 펼쳐진 폐허. 원래는 엄청 넓고 수많은 건물들이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장원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건물들이 불에 탔거나 무너져 잡초 속에 방치 되어 있다. 허공에는 까마귀들이 몇 마리 나돌고 있고

<-벽력당(霹靂堂)> 위 폐허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뇌진룡; [어머니!] 울부짖으며 달려오는 소년. 나이는 11-12살 정도. 아주 영특하게 생겼다. 당가연의 아들이며 벽력당의 후계자. 뇌진룡 뒤로는 노인과 늙은 하녀가 허둥대며 달려오고 있고

폐허로 들어서는 이군악과 당가연. 당가연은 죽립을 쓰고 있다가 죽립을 벗으려 한다

뇌진룡; [어머니!] 와락! 울부짖으며 달려와 당가연의 품에 안긴다

뇌진룡; [어디 갔다 오셨어요? 진룡(眞龍)이를 두고 어딜 가셨었냐구요?] 당가연을 끌어안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운다. 뇌진룡은 아직 어려서 얼굴이 당가연의 가슴 정도에 오고

당가연; [미안하다 진룡아. 엄마가... 엄마가 잘못 했어.] 아들을 끌어안고 같이 울고

당가연; [다시는... 다시는 널 두고 어디 가지 않으마.] 아들을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우는 당가연. 가까이 다가온 늙은 하인과 나이 든 하녀도 소매로 눈물 닦고

이군악; (저 녀석이 벽력당의 소가주였던 뇌진백과 당부인 사이의 아들인 뇌진룡(雷眞龍)...) 끌어안고 우는 모자를 보며 생각하고

<당부인은 친정인 사천당문의 정보망을 통해서 패륵이 신무곡에 도사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뇌진룡을 안고 우는 당가연의 모습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그러다가 뇌진룡이 자라서 어느 정도 앞가림을 하게 되자 남편과 딸의 복수를 시도했던 것이다.> 뇌진룡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이군악; (당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이나 시댁 식구들이야 그렇다 쳐도 어린 딸의 복수는 하지 않을 수가 없었겠지.)

이군악; (그래도 어린 아들 때문에 복수를 미뤄왔었지만...) 이제는 좀 울음을 그친 뇌진룡이 고개를 들어 당가연을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고. 당가연은 그런 뇌진룡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소매로 닦아준다.

<아들이 어느 정도 자라고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무공으로는 더 이상 아들을 가르칠 수도 없게 되자 복수를 결행했던 것이다.> 아들을 안고 이군악 쪽으로 돌아서서 소개하려는 당가연의 모습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뇌진룡도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이군악을 보고

뇌진룡; [뇌진룡이 은공(恩公)께 인사올립니다.] 의젓하게 포권하고

이군악; [은공이라니 어색하구만...] 웃으며 다가가고

이군악; [나이 차이도 일곱 살 밖에 나지 않으니 형이라 불러라.] 뇌진룡의 어깨를 다독이고

뇌진룡; [예 형님...] 수줍어하고. 당가연은 그 뒤에서 소매로 눈물 닦으며 이군악을 보고 있고

뇌진룡; [어머니 말씀으로는 형님의 무공이 절세적(絶世的)이라고 들었어요.] 뭔가 갈구하는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

이군악; [절세적까지는 아니고... 남에게 맞고 다니지 않을 정도는 된다.] 뇌진룡의 어깨 다독이며 당가연을 힐끔 보고

얼굴 약간 붉힌 채 기대에 찬 표정으로 보는 당가연

이군악; (내게 바라는 바가 있군.) 쓴 웃음

이군악; (무림에 모습을 드러낸 이상 언제 사부가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똥줄이 타긴 하지만 벽력당에서 며칠 지내다 떠나야겠다.)

이군악; (이놈으로 하여금 가엾은 어머니를 지킬 수 있게 해주려면...) 자기를 올려다보는 뇌진룡의 머리를 쓰다듬고. 헌데

허공에 떠도는 까마귀들 크로즈 업

까마귀의 새카만 눈을 크로즈 업. 그리고

그 까마귀의 눈에 비치는 장면. 이군악이 뇌진룡에게 무어라 하는 장면이다.

 

#175>

험준한 바위산. 사존이 무공 수련중인 그 산. 여전히 우중충한 날씨. 산 위의 하늘에 까마귀 떼가 많이 떠돌고 있다.

플 한 포기 나있지 않은 음침한 계곡. 그 계곡 주위로 까마귀 떼들이 모여들고 있고. 까마귀들은 입에 입에 도토리, 머루, 다래같은 열매들을 물고 있다.

계곡 끝에 자리한 동굴. 동굴 주변으로 까마귀 떼들이 수없이 앉아있다. 날아가고 날아오는 놈들도 있고. 날아드는 까마귀들은 동굴 앞에 물고 온 열매들을 떨군다. 동굴 입구에는 열매들이 수북하게 쌓여있고.

 

동굴 끝. 연못가에 앉아서 연못을 들여다보는 사존

연못에 떠오르는 장면. 바로 이군악이 뇌진룡의 어깨를 다독이며 무어라 하는 장면이고

그런 이군악의 손에 투명한 귀마신갑이 끼워져 있는 것 크로즈 업

사존; [흐흐흐! 드디어 찾았다 요놈!] 살벌하게 웃고

사존; [아무렴 배교의 교주였던 노부가 네놈 정도를 못 찾아낼 줄 알았느냐?]

사존; [이군악! 네놈이 귀마신갑을 버리지 않는 한 어디에 있든지 노부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

사존; [조금만 기다려라.] [노부를 손가락 병신으로 만든 대가를 치루게 해줄 테니...] 이빨 드러내며 웃는 사존의 모습 크로즈 업. 손가락이 잘린 오른손을 들어보면서

 

#176>

저녁 무렵. 폐허가 된 벽력당의 모습

폐허 사이에 온전히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어느 건물. 돌로 지어져 육중해 보인다. 문도 철문이고. 그 건물 앞에서 두 손 비비며 초조하게 왔다 갔다 하는 당가연

<우선 아드님의 임독이맥(任督二脈)을 타통 시켜드리겠습니다.> 이군악이 하던 말을 떠올리는 당가연

당가연; (임독이맥...) (생사현관(生死玄關)이라 불릴 정도로 타통 시키는 게 어렵고 위험한 경맥이 임독이맥이다.)

당가연; (하지만 일단 임독이맥이 뚫리면 아무리 공력을 써도 지치지 않게 된다.) (그래서 무림인이라면 꿈에라도 임독이맥이 타통 되기를 바라는데...)

당가연; (임독이맥만 타통 되면 룡아의 무공은 비약적으로 증진 될 것이다.) (그럼 비록 벽력대장경을 잃어버리긴 했어도 룡아의 대에 우리 벽력당은 다시 부흥할 수 있다.)

당가연; (제발 무사히 룡아의 임독이맥을 타통 시켜주시기만 하세요 이공자.) (그럼 절대 서운하지 않게 보답을 해드릴 테니...) 얼굴 발그레

 

#177>

건물 내부. 어둑한 데. 이군악과 뇌진룡이 일렬로 앉아있다. 상체를 벌거벗은 뇌진룡이 이군악의 앞에 등을 보인 자세로 책상 다리를 하고 앉아있고. 그런 뇌진룡의 뒤에 이군악이 앉아서 한손을 뇌진룡의 등에 붙이고 있다. 둘 다 눈을 감고 있고

쿠오오! 두 사람의 몸에서 강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둘 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 특히 뇌진룡의 자그마한 몸은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니진룡의 한쪽 어깨에는 벼락의 형상이 문신으로 새겨져 있다. 이 문신은 벽력당의 상징이다.

이군악; (이놈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무공을 가르쳐줄 스승을 만나지 못했었다.) (패륵이 무서워서 누구도 벽력당의 후손인 이놈과 엮이지 않으려고 한 때문이다.)

이군악; (어쩔 수 없이 당부인이 직접 이놈에게 무공을 가르쳐줄 수밖에 없었는데....) 징징! 진동하는 이군악의 손.

이군악; (문제는 당부인이 무공 방면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군악; (그래서 당부인은 남편으로부터 배운 벽력당의 내공심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눈 감은 채 오만상 쓰고

이군악; (그런 당부인에게 무공을 배운 탓에 이놈이 익힌 내공심법에는 하자가 많았고 당연히 무공이 제대로 늘 수가 없었다.) 비지땀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뇌진룡.

이군악; (그나마 이놈은 제 엄마와 달리 자질이 제법 뛰어나다.) 툭! 투툭! 그런 뇌진룡의 몸으로 핏줄이 툭툭 불거지고

이군악; (임독이맥을 타통 시켜주고 제대로 된 무공 몇 가지만 가르쳐주면 금방 어느 정도 경지에는 이를 수 있을 것이다.) 우둑! 우두둑! 몸에서 소리가 나며 몸이 좀 자라는 분위기가 되는 뇌진룡의 모습

이군악; (다만 내공심법을 잘못 익히고 있는 탓에 임독이맥을 타통 시켜주는 게 생각보다 더 까다롭다.) 찡그리고. 비지땀을 흘리며

이군악; (그래도 그럭저럭 임독이맥은 거의 다 뚫려간다.) 지지징! 뇌진룡의 등에 댄 이군악의 손바닥이 진동하고

이군악; (대신 내 내공은 거의 반갑자 가까이 감소되었지만...) 감았던 눈을 부릅뜨고. 순간

펑! 뇌진룡의 몸 속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이 되고

뇌진룡; [컥!] 피를 왈칵 토하며 앞으로 쓰러지려 한다. 이군악의 손바닥이 뇌진룡의 등에서 떨어지고

턱! 앞으로 쓰러지려다가 손으로 앞을 짚어 쓰러지는 건 면하는 뇌진룡

[끄윽...] 한손으로 앞쪽의 바닥을 짚은 채 피를 게워내는 뇌진룡. 그 뒤에서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는 이군악

이군악; [걱정하지 마라. 임독이맥에 쌓여있던 나쁜 피와 울혈이 밀려나온 것뿐이니..] 소매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뇌진룡; [감... 감사합니다 형님.] 헉헉. 팔뚝으로 입가의 피를 닦으며 다시 책상다리를 하고

이군악; [기경팔맥(奇經八脈)을 따라 진기를 움직여 봐라.]

뇌진룡; [예...] 다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츠츠츠! 뇌진룡의 몸에서 열기가 다시 일어나고

이군악; [진기의 움직임이 어떤지 말해봐라.]

뇌진룡; [생각하는 즉시 진기가 움직입니다. 온몸의 경맥이 뻥 뚫려있어서 막힘이 없고...] 눈 감은 채 흥분해서 말하고

이군악; [임독이맥이 순조롭게 타통 되었다는 증거다.] [이제 넌 보통 사람보다 최소한 배 이상 빠르게 공력이 증진될 것이다.]

뇌진룡; [형님의 은혜를 무얼로 갚을지...] 흥분

이군악; [빨리 강해져서 자당을 네 손으로 지켜 드리거라. 그게 네가 내게 진 신세를 갚는 길이다.] 엄숙하게

뇌진룡; [예...]

이군악; [지금부터 내가 진기를 이끌어 주는 경로를 잘 기억해라.] 슥! 다시 손을 뻗어 뇌진룡의 등에 손을 댄다.

이군악; [바로 그 경로가 소림사 칠십이절기중 하나인 무량심법(無量心法)을 수련하는 방법이다.] 지지징! 뇌진룡의 등에 댄 이군악의 손이 진동하고

뇌진룡; (소... 소림사 칠십이절기 중 하나인 무량심법을 배울 수 있게 되다니....!) 흥분

이군악; [집중해라. 딴 생각하지 말고!]

뇌진룡; [죄... 죄송합니다.] 눈 감고 집중하고

츠츠츠 두 사람의 몸이 다시 열기에 휩싸이고. 이군악은 눈을 감지 않았다.

이군악; (제법 적응이 빠르다.) 감탄

이군악; (진기를 그저 일주천(一週天) 시켜주었을 뿐인데 대부분의 경로를 외워서 스스로 진기를 운용하고 있다.)

이군악; (이 정도 진도면 며칠 내에 안심하고 벽력당을 떠날 수 있겠다.) 생각하고. 그러다

[!] 눈을 번뜩이며 뇌진룡의 등을 보고

뇌진룡의 어깨에 새겨진 벼락의 문양

이군악; (저 벼락 형상의 문양...)

이군악; (인위적으로 새겨 넣은 문신인데...)

<아마도 벽력당의 자손임을 상징하는 표식이겠구나.> 두 사람의 모습을 배경으로 이군악의 생각 나레이션

 

#178>

밤. 벽력당. 폐허에 있는 온전한 건물들 몇 채에 불이 밝혀져 있다.

어느 건물. 이군악의 거처

침대에 잠옷 차림으로 누워 뇌신환을 보는 이군악.

<본좌가 천마총에서 본좌 몫으로 챙겼던 뇌신건(雷神鍵)을 줄 테니 본좌를 좀 도와다오.> 뇌신환을 보며 패륵의 말을 떠올리는 이군악

 

<뇌신건을 쓰면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인 벼락을 마음대로 끌어다 쓸 수 있다.> 신무곡의 지하 광장에서 가슴이 흡혈창에 궤뚫린 채 얼굴 아래 부분의 몸이 얼음에 들어있는 채 말하던 패륵의 모습. #165>의 장면

<그래서 뇌신(雷神)의 열쇠(鍵)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이 뇌신건으로 끌어내린 벼락에 맞으면 금강불괴라 해도 한줌의 재가 되어 버린다.> 위 장면의 연속

 

이군악; (아직 시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반지에 벼락을 조종하는 힘이 있다는 건 사실일 것이다.)

이군악; (하늘에서 떨어지는 벼락에는 인간이 만든 무공으로는 결코 흉내낼 수 없는 막강한 위력이 실려 있다.) (잘만 사용하면 천하무적이 될 수 있겠지만...)

다시 패륵의 말을 떠올리는 이군악.

 

<물론 끌어내린 벼락으로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만년한옥에서 내려와 우뚝 선 채 음산하게 웃던 패륵의 모습. 가슴에서 흡혈창이 제거된 후의 모습. 흡혈창이 박혀있던 가슴의 상처는 눌어붙어 있고. 그자의 머리 위에서는 반투명한 촉수에 양쪽 발목이 묶인 당가연이 거꾸로 매달려 있다. 치미가 걷혀져 아랫도리가 그대로 드러난 모습. #166>의 장면이다.

 

이군악; (패륵의 그 말이 마음에 걸린다.) 찡그리고

이군악; (뇌신건을 잘못 쓸 경우 사용자 자신이 벼락에 맞을 수도 있다는 의미 같았고...) (그래서 지금까지 시험해볼 엄두를 못내 왔다.)

이군악;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뇌신선을 쓸 이유는 없는데...) 반지의 안쪽을 살피고

반지의 안쪽에 얼룩같은 것이 있다.

이군악; (뇌신건의 안쪽에 얼룩같은 것이 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눈에 가까이 대고 들여다 본다. 눈을 찡그린 채

이군악; (시력을 극한까지 높여서 살펴보니 놀랍게도 수백자의 글이었다.) 확대된 반지의 안쪽 모습. 아주 작은 글이 빼곡이 적혀있다.

이군악; (깨알을 다시 수십번 쪼갠 정도로 작은 글씨들인데... 새겨져 있는 상태를 보면 그리 오래전에 새긴 것이 아니다.)

이군악; (그렇다는 건 이 극미(極微)한 글을 뇌신건 안쪽에 새겨놓은 것이 천마대종사가 아니라 패륵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

이군악; (틈틈이 해독해본 결과에 의하면 이 글들은 어떤 무공의 일부다.)

이군악; (패륵은 왜 불완전한 무공 비결을 뇌신건 안에 새겨놓은 것일까?) (혹시 다른 칠대마병에도 뇌신건처럼 무공 비결이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이군악; (이럴 줄 알았으면 흡혈창도 자세히 살펴보는 건데...) 생각할 때

<공자! 주무시는지요?> 밖에서 들리는 음성

이군악; (당부인을 도와서 뇌진룡을 키워온 벽력당의 노복(老僕)이로군.) + [아니오. 아직 잠들지 않았소.] 침대에서 일어나고

<그러시다니 열화창(熱火廠)으로 모시겠습니다.>

이군악; (열화창?) 의아해하며 침대에서 내려온다. 뇌신건을 왼손 가우데 손가락에 끼며

 

건물 밖으로 나오는 이군악. 잠옷 차림에 신을 신었다. 건물 밖에는 노복이 기다리고 있고

노복; [쉬시는 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굽신

이군악; [괜잖습니다. 헌데 열화창에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나오며 문 닫고

노복; [마님께서 열화창의 상태를 공자께 보여드리고 싶으시다며 먼저 가셔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이군악; (이 밤중에 뜬금없이 열화창 상태를 보여주겠다니...) + [그랬군요.]

노복; [노복을 따라오시지요.] 돌아서서 간다

이군악; (열화창이 누군가에게 털렸다는 얘기는 했는데...) 따라가고

이군악; (텅 비어있는 거기를 굳이 보여줄 이유가...) + [!] 생각하다가 깨닫고

이군악; (화기와 폭약들을 보관하는 장소인 열화창은 벽력당 내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이다.) (그 열화창에서 기다린다는 건...) 침 꿀꺽! 삼키고

이군악; (어쩌면 오늘 밤 소원 성취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음험하게 웃고

 

#179>

여전히 밤. 벽력당 뒤의 화산.

그 화산 아래의 높은 절벽. 벽력당 뒷부분과 맞닿아있다.

절벽 아래에는 직사각형으로 가다듬어진 동굴이 있고 그 동굴 위쪽에 <熱火廠>이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동굴 주변에는 수많은 돌기둥과 강철 기둥이 반원형을 이루며 서있다. 기둥들이 이루고 있는 반원형은 수십겹인데 기둥들은 높은 것은 몇 미터, 작은 것은 사람 키보다 작다. 이 기둥들이 펼쳐져 있는 범위는 상당히 넓다. 직경이 수백미터 정도. 헌데 돌기둥과 강철 기둥들 중에는 부서지고 쓰러진 것들이 있다. 마치 무언가가 길을 내듯이 기둥들을 쓰러트려서 기둥들이 이룬 반원형의 진형을 무너트리고 있다.

쓰러지고 부서진 기둥들 사이를 걸어가는 노복과 이군악

이군악; (돌과 강철로 만들어진 이 기둥들...) 둘러보고

이군악; (아마도 열화창을 지키던 기문진법이었을 것이다.)

이군악; (헌데 누군가 진법을 깨트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기둥들이 무너지며 생긴 통로를 살펴보고.

이군악; (이런 기문진법은 힘으로 깨트릴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패륵은 오직 무공 수련에만 매진해온 탓에 기문진법에는 거의 문외한이다.)

이군악; (당연히 이 기문진법을 깨트리고 들어가서 벽력당이 누대(累代)에 걸쳐 축적해놓은 폭약과 화기를 빼낸 장본인은 패륵이 아니다.)

이군악; (아마도 침독과 아극파 중 한명일 텐데...) 침독과 아극파를 떠올리고

이군악; (막대한 양의 폭약을 손에 넣은 게 둘 중 어떤 인간이든 간에 악용(惡用)될 건 분명하다.)

이군악; (뭐 조만간 무림에서 영영 사라져버릴 나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긴 하지만...)

노복; [다 왔습니다 공자.] 기둥들 사이를 빠져나가며 말하고. 흠칫! 하며 앞을 보는 이군악

노복; [저곳이 열화창의 입구입지요.] 앞을 가리키고.

두 사람의 이십여미터 앞쪽에 동굴이 있다. 동굴 입구는 직사각형으로 잘 가다듬어져 있고. 그 안쪽에 육중한 철문이 있었지만 철문의 한쪽이 깨져 있다.

깨진 철문 크로즈 업

이군악; (누군가 강제로 철문을 깨트리고 들어갔군.) 노복과 함께 그 동굴로 다가가며 눈을 번뜩이고

노복; [비록 누대에 걸쳐 축적해놓았던 폭약과 화기들은 모두 빼앗겼지만 열화창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비밀이 많이 숨겨져 있습지요.] 동굴 입구로 다가가며

노복; [저희 벽력당이 세워진 비밀이 열화창 안에 숨겨져 있다고 하는데...] [전대 가주께서 패륵에게 변을 당하시면서 그 비밀도 함께 사라졌지요.]

노복; [주모님께서 수시로 열화창에 들어가 비밀을 알아내려 하시지만 지난 십삼년간 별무소득이었습니다요.]

이군악; [그럼 오늘밤에도...]

노복; [아마 공자님을 기다리시면서 그 비밀을 찾고 계실 것입니다.] 입구에 멈춰서고

노복; [노복은 열화창 안에는 발을 들일 수가 없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공자님 혼자 들어가셔야만 합니다.]

이군악; [그러지요.] 끄덕이고

이군악; [수고하셨습니다.] 말하며 안쪽으로 들어가고

곧 사라지는 이군악

노복; (열화창에는 오직 본가의 직계 가족과 그 배우자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는 굳이 할 필요 없겠지.) + [영차!] 입구 근처의 쓰러진 기둥에 걸터앉고

노복; (이공자에게는 곧 자격이 생길 테니...) 의미심장하게 웃고

노복; (십삼년...)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마님은 벽력당을 지키기 위해 그야말로 고군분투해오셨다.) 하늘 보고

<돌아가신 소가주님께서도 마님이 그만 고생하시고 행복해지는 것을 바라시겠지.> 동굴 입구를 지키듯이 앉아서 하늘 보는 노복의 모습을 배경으로 노복의 생각

 

#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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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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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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