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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경치 좋은 강변에 자리한 주점. 오가는 사람과 마차들이 많고. 주점 앞에는 주차된 마차와 여물이나 물을 먹고 마시는 말들도 많다. 사람들 많이 드나들고

주점 내부. 사람들 북적. 대부분 남자들이다. 무림인들과 상인들. 젊은 점원 두 세명. 뚱뚱한 주방장, 카운터를 보는 늙은 노인

점원을 포함한 주점 안의 사내들 힐끔거리며 구석진 자리를 본다. 강이 보이는 창가 자리에 죽립을 쓴 설지가 앉아서 국수를 먹고 있다. 그냥 죽립이 아니라 여자들이 쓰는 평립이다. 평평한 죽립에 테두리에 비단 천을 두른. 평립이 커서 쓰고도 국수를 먹을 수 있고 설지의 얼굴도 드러나 보인다. 허리에 검을 한 자루 차고 있지만 길지 않다.

<미모 한번 죽이는군.> <절세가인이라는 표현은 저 여자에게 어울리겠어.> 주변 사내들 헤벌레 해서 설지를 보고

<작업 한번 걸어볼까?> <이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저런 절세가인과 말을 섞어보겠어?> 멀지 않은 자리에 무림인들로 보이는 자들이 네 명 앉아서 설지를 보며 눈을 희번덕이지만

<아서게나. 허리에 검을 차고 있는 거 안보이나?> <연약해보여도 무림의 여걸인 게 분명해!> 다른 자들이 말리고

설지의 허리에 차고 있는 검

<무림의 여걸은 무슨... 보아하니 검도 그냥 장식용인 것같은데...> 그래도 고집을 부리며 일어나려는 사내1.

<내 현란한 말빨을 발휘할 기회가 왔군. 어떻게 저 소저를 홀라당 넘어가게 만드는지를 잘 보라구> 일어서는 사내1. 하지만 그 직후

[!] 움찔! 하는 그자.

조용히 그림처럼 앉아서 국수를 먹는 설지. 왼손으로는 저고리 가슴 부위를 눌러 국물이 묻지 않게 조심하며

스으! 주변의 사물이 모두 흐릿해지고 오직 설지의 모습만 뚜렷하게 보인다

<이게 무슨...> 숨이 턱 막히는 사내1

<저 여자 외에는 모든 게 흐리게 보인다. 마치 나조차도 허깨비인 듯이 느껴지고...> 비틀! 하는 사내1

털썩! 다시 자리에 주저앉는 사내1

[왜 그래?] [그 좋던 기세는 어디로 간 거냐?] 다른 놈들 놀리고. 하지만

사내1; (다른... 다른 세상의 존재처럼 느껴지는 여자다.) (아무리 잡으려 해도 잡을 수 없는 신기루 같기도 하고...) 넋이 나가 설지를 보고

국수를 먹으며 조금 웃는 설지. 그때

<보고 드립니다 소저.> 누군가의 전음이 설지에게 들리고

설지; <말씀하세요.> 국수 먹으며 고개를 조금 끄덕이고. 설지는 내공을 쓸 수 없지만 텔레파시로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말할 때도 입은 움직이지 않고

<개방에서 보내온 전서구에 의하면 이군악은 대파산을 넘어 호남성(湖南省)쪽으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설지; <이공자가 사천성을 떠나 호남성으로 북상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요?> 국수를 먹으면서 묻고

<동행이 있는데... 아마 그 동행 때문에 호남성으로 발길을 돌린 듯합니다.>

설지; <동행은 여자겠군요.> 한숨 쉬며 젓가락질을 멈추고

<예... 벽력당의 소가주였던 뇌진백의 미망인 당가연과 동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설지; <그럼 이공자의 목적지는 벽력당이겠네요.> 다시 건성으로 젓가락질하며

<일단 당가연을 벽력당까지 데려다주는 것이 목적인 듯한데... 그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짐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설지; <개방의 도움을 받아서 이공자의 행적을 예의주시하도록 하세요. 일단 이공자와 접촉하면 제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요.>

<그리하겠...> 말하다가 갑자기 끊기고

설지; [...] 멈칫! 젓가락질 멈추고

[...] 고개 조금 숙이고 무언가 생각하는 설지. 잠시 후

<조... 조심하십시오 소저!> 다시 들리는 음성. 극도의 긴장

<그 주점으로... 무시무시한 살성(殺星)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설지; <살성이라면...>

<야... 야차서시(夜叉西施)가 지금 그곳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들리는 음성에 고개를 들어 입구쪽을 보는 설지

입구로 들어서는 어떤 여자의 뒷모습. 긴 백발을 흩날리는데 차림새가 아주 특이하고 도발적이다. 속이 훤히 비치는 하늘거리는 엷은 옷을 걸쳤는데 그나마 속옷을 안 입고 있다. 그 때문에 몸매와 엉덩이 등이 그대로 드러나고. 선녀같은 복장이라고 보면 됨. 실제로 선녀들이 몸에 두르고 있는 띠같은 것도 허공에 떠서 하늘거리고. 이 여자는 바로 우내사천 중 야차서시

[헉!] [오오!] 주점 안의 모든 사내들 입이 쩍 벌어지고. 입구쪽을 본다.

쿵! 문을 열고 들어서는 야차서시의 앞모습. 얇은 치마는 여러 조각으로 갈라져서 아랫도리가 들여다보이고. 발에는 굽이 있는 꽃신을 신었다. 상체에는 얇고 헐렁한 저고리를 걸쳤는데 저고리 섶이 벌어져 젖가슴 골짜기가 드러나 있고. 옷 속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아 젖가슴 형태와 사타구니 형태까지 고스란히 드러나 보인다. 요녀같은 차림이지만 얼굴은 전혀 그렇지 않다. 백발을 흩날리는데 얼굴은 그림에서 빠져나온 듯 아름답다. 다만 표정이 없고 눈빛이 아주 살벌하다. 마녀같은 분위기. 이 여자가 사존이나 혈나한에 필적하는 고수임을 주의. 왼쪽 손목에는 헐렁한 팔찌를 차고 있는데 오색의 가느다란 줄을 여러번 감은 형태의 팔찌. 이 팔찌가 천마대종사가 남긴 칠대마병중 단맥편이다. 무엇이든 잘라버리는 날카로움을 지녔다.

설지; (저... 저분이 사부님들과 함께 우내사천으로 꼽히는 야차서시!) 숨을 멈추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면서

<무산(巫山) 신녀문(神女門) 출신이라 영원히 늙지 않는 미모를 지녔는데 술법과 용독술 방면에서는 천하무적이라던가?> 젖가슴 출렁이며 걸음 옮겨서 주점 안으로 들어오는 야차서시를 배경으로 설지의 생각. 주점 안의 모든 사내들과 주방장, 점원들도 놀라서 보고 있고

얇은 옷 속에서 출렁이는 야차서시의 육중한 젖가슴

찢어진 치마 속에서 다리가 움직이고 사타구니 형상도 들여다 보이고

[죽... 죽인다!] [우...우물이로군.] [저... 저 젖통 출렁이는 것 좀 봐!] 설지 주변의 사내들 모두 눈이 벌개져서 헐떡이고. 점원들도 헤벌레. 그자들 반응에 눈 치뜨는 설지

설지; (위험해!) 눈 치뜨고

설지; (야차서시님은 무공과 술법이 절세적일 뿐 아니라 남자들에 대한 극도의 혐오를 품고 있다고 들었다!)

설지; (빨리 경고하지 않으면 이 주점 안의 사내들은 살아날 수가...) 일어나려 하는데.

멈칫! 걸음을 멈추는 야차서시의 발. 이어

야차서시; [하여간...] 화악! 찡그리는 야차서시의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춤을 추고.

설지; (늦었어!) 슥! 난감해하며 다시 자리에 주저앉고. 그때

야차서시; [내 몸뚱이를 그렇게 욕보이고 싶으냐?] 주변 둘러보며 살벌하게 말하고

[소... 소저는 뉘시오?] [소저같은 미인은 난생 처음 보오.] [방명을 알려주실 수 없소?] 주변의 사내들 혼망 가서 헐떡이는데

야차서시; [내 몸뚱이를 대상으로 더러운 욕정을 품었으니 죽어 마땅하다.] 딱! 살벌하게 이를 갈며 손가락을 퉁기고. 순간

펑! 펑! 투학! [크악!] [케엑!] 처절한 비명. 몸의 어딘가가 터져서 죽는 사내들. 눈이 튀어나와 죽기도 하고 아랫도리가 터지기도 하고. 머리가 터지기도 하고. 손님들뿐 아니라 점원들도 눈이 튀어나오거나 머리가 터져서 죽는다

[!] 손을 슬쩍 드는 설지. 그런 설지의 몸 주위로도 피가 난무하지만

설지의 몸 주위에 이른 피와 살 파편들은 정지한다. 설지가 앉아있는 탁자와 그 주변이 보이지 않는 막에 방호된 모습이고

퍼억! 털썩! 몰살당해 죽는 주점안의 손님들. 살아남은 것은 설지를 포함한 여자 몇 명과 카운터에 앉아있던 늙은 주인. 뒤늦게 돌아보는 주방의 주방장등이다.

[꺄악!] [아악!] 살아남은 여자들이 비명. 그년들 주변으로도 머리가 터지거나 눈이 빠진 사내들의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 여자들은 공포에 질려 원래 자리에서 달달 떨고만 있다.

설지; (자신의 몸을 보고 욕정을 품어서 피가 몰린 사내들의 신체 부분을 터트려 죽였다.) 슥! 손을 내리며 한숨 쉬는 설지. 그러자

후두둑! 후둑! 설지의 주변에서 정지했던 피와 살 파편들이 바닥에 떨어진다. 설지가 앉아있는 탁자를 중심으로 3미터 정도는 원형으로 깨끗하다.

야차서시; [흥!] 그런 설지를 슬쩍 보며 코웃음을 치고. 이어

야차서시; [주문받아!] 설지의 자리로 오며 카운터의 늙은 주인에게 말하고, 늙은 주인은 넋이 나가 보고 있고. 주방에서 음식 만들던 주방장도 덜덜 떨고 있고. 주방장은 바빠서 야차서시가 주점에 들어오는 걸 못 봐 살았다.

퍼뜩! 정신 차리는 주인. 주방장도 화들짝 놀라고

주인; [가... 갑니다요!] 허둥지둥 달려오고

야차서시; [오해는 하지 마라.] 드륵! 의자를 뒤로 빼고

야차서시; [네가 앉아있는 이 자리가 그나마 깨끗해서 합석하려는 것이니...] 설지의 맞은편 자리에 앉고

설지; [어서 앉으세요.] 한숨 쉬며 고개 조금 숙이고

야차서시; [그년...] 웃고. 그 사이에 주인은 달려와서 3미터쯤 떨어진 곳에 멈춘다

주인; [무얼... 무얼 준비해 올릴갑쇼?] 두 손 모은 채 바들바들 떨면서

야차서시; [이 집에서 가장 독한 술 한 병만 가져오면 돼!] 휙! 작고 검은 구슬 하나를 퉁겨서 건네주고

주인; [이건... 이건....] 턱! 구슬을 두 손으로 받으며 덜덜

야차서시; [왜? 너희 집에서 가장 비싼 술의 값이 흑진주(黑眞珠) 한 알로는 부족해?] 주인을 노려보고

주인; [그게 아니고... 술값으로 너무 귀한 보물을 주셔서...] 비지땀 + 설지; [챙겨두세요.] 한숨 쉬며 주인에게 말하고

주인; [소저...] 살았다는 듯 설지를 보고

설지; [이 난장판의 뒷처리를 하려면 비용이 적잖게 들 거예요.] 주점 내부를 둘러보고

주인; [말... 말씀은 알겠지만...] 야차서시의 눈치를 보고

설지; [그래도 남는다고 생각하면 향이 강한 요리 하나를 내오세요.]

야차서시; [제법...] 피식 웃고

주인; [잠....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준비해 올리겠습니다요.] 굽신

허둥대며 주방쪽으로 달려가는 주인. 주방장도 덜덜 떨며 보고 있고

설지; [아무쪼록 극락왕생하시길...] 합장하며 옆의 시체를 향해 고개 숙이고

야차서시; [왜?] 그런 설지를 노려보고

야차서시; [내가 벌인 살계(殺戒)가 지나치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고

설지; [저 역시 죄(罪)에는 상응(相應)하는 벌(罰)이 반드시 따라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한숨을 쉬며 합장했던 손을 풀고.

야차서시; [그런데 뭐가 마음에 안드는 것이냐?] 노려보고

야차서시; [저것들이 내 몸에 더러운 욕정을 품는 걸 너도 보지 않았느냐?] 시체들을 손으로 가리키며 이를 갈고. 살기를 뿜어내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너울거리고

설지; [죄의 무게와 그로 인해 받는 벌의 무게는 가급적 같아야만 하는 게 아닐지요?] 진지하게 말하고

야차서시; [뭐라?] 노려보고

설지; [죄에 비해 벌이 지나치면 이 세상은 지옥이 되지 않겠사옵니까?]

설지; [하물며 죄에 비해 지나치게 내린 벌은 선배님의 죄가 되어 쌓일 것이옵니다.]

야차서시; [하아...] 기가 막히고

설지; [하늘은 반드시 지은 바 죄의 무게와 받은 바 벌의 무게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고 들었사옵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설지; [지금까지처럼 지나친 벌로 죄를 쌓아 가시다가는 선배님은 언젠가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죄의 값을 치루시게 될 것이옵니다.]

야차서시; [닥쳐!] 쾅!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치며 고함을 지른다. 그러자 탁자 위의 그릇들이 공중부양하듯이 확 떠오르고

펑! 강한 기운이 설지와 설지가 앉아있는 주변으로 확 터져나간다. 두 여자가 마주 앉아있는 탁자를 중심으로 직경 3미터쯤은 변화가 없는데 그 밖으로 탁자와 시체들이 퉁겨져 나가고

[히익!] [악!] 살아남은 여자들 비명

주인과 주방장도 기겁하며 돌아보는데

야차서시; [돼먹지 못한 년! 감히 노신에게 훈계를 해?] 이를 갈며 설지를 노려보고. 그 배경으로 설지 앞에 놓여있던 그릇들이 허공에 떠있다가

스륵! 한숨 쉬는 설지를 배경으로 다시 떨어지는 그릇들. 헌데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진다.

야차서서; [노신이 비록 여자는 죽이지 않겠다고 맹세했지만 차라리 죽는 걸 원할 정도로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걸 모르느냐?] 스륵! 툭! 무시무시한 살기를 토해내며 설지를 노려보는 야차서시를 배경으로 다시 안전하게 천천히 탁자에 내려앉는 그릇들

설지; [제가 선배님에게 추호의 죄도 지은 바가 없다는 것은 하늘이 알 것이옵니다.] 손가락으로 하늘을 살짝 가리키고

설지; [이런 저를 고통스럽게 하신다면 고스란히 선배님의 죄가 되겠지요.] 도도하게

야차서시; [하아...] 기가 막히고. 노려본다. 무시무시한 표정. 하지만

설지는 조용히 야차서시를 마주 보고 있고

야차서시; [대체... 대체 너는 어떤 인간이 기른 새끼냐?] 이를 바득 갈고

야차서시; [너 같이 당돌한 년을 제자로 삼아서 제대로 길러낼 수 있는 인간은 천하를 통틀어도....] + [!] 말하다가 무언가 깨닫고 입을 다물고

설지; [세상 모든 사내들을 증오하시는 선배님이시라 해도 저의 사부님께는 죄를 물으실 수 없으실 것입니다.] 조금 웃고

야차서시; [삼비검조!] [넌 무당파의 그 호랑말코가 기른 년이었구나.] 이를 바득 갈며 설지를 노려보고

설지; [독고설지라 하옵니다.] 포권하며 고개 숙이고

설지; [후배가 되바라지게 느끼셨더라도 아무쪼록 너그러이 용납해주시길 바라옵니다.] 고개 숙이고

야차서시; [됐다 됐어!] [어째 예감이 안 좋다 했더니 오늘 일진은 아주 개판이로구나.] 손을 저어 그만하라고 하고

야차서시; [백살을 바라보는 나이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년에게 훈계나 듣고...] 설지를 흘겨보며 한숨을 쉬고

조금 웃는 설지

야차서시; [더 기가 막힌 건 그런 네년을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주먹 불끈 쥔 채 그런 설지를 노려보고

설지; [결례를 했사옵니다.] 고개 숙이고

야차서시; [마음에도 없는 소리나 해대고..] + [술 안 가져와?] 주방 쪽을 돌아 보며 버럭 고함지르고

주방과 연결된 창문에 등을 보이고 서있다가 깜짝 놀라 돌아보는 주인. 주방장도 주방에서 허둥지둥 음식 만들다가 기겁하며 돌아보고. 주인 앞에는 술병이 얹혀진 쟁반이 놓여있다

주인; [안... 안주가 완성되는 대로 가져다 드리려고...] 식은땀 겁에 질려 더듬거리고

야차서시; [안주 따위 필요없다.] 손을 신경질적으로 젓고. 그러자

주인; [힉!] 퍽! 술병의 마개가 허공으로 튀어올라 기겁하고. 이어

쏴아! 술병에서 술이 분수처럼 치솟았다가 방향을 틀어 야차서시에게로 날아온다

야차서시; [카아!] 입을 딱 벌리고. 그러자

화악! 날아온 술은 야차서시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설지; (격공섭물(隔空攝物)을 숨 쉬듯 자연스럽게 펼치네.) 야차서시가 입으로 술을 빨아들이는 걸 보며 감탄하고

살아남은 여자들도 달달 떨며 보고

츠읏! 그 사이에 주인 앞쪽에 놓인 술병에서 뿜어져 나오던 술이 끊기고

슈욱! 그 술 줄기는 이내 야차서시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진다

야차서시; [내가 누군지도 미리 알고 있었겠지?] 소매로 입을 닦으며 설지를 노려보고

설지; [예...] 웃으며 끄덕

야차서시; [그럼 노신이 이 세상에서 첫째, 둘째로 증오하는 인간들이 누군지도 알렸다?] 입가를 닦은 소매를 내리고

설지; [선배님께서 사존 패극천과 혈나한님께 철천지한을 품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고개 조금 끄덕이고

야차서시; [내가 오십여년전부터 간절히 바라온 소망은 그 두 인간을 내 손으로 찢어 죽이는 것이었다.] 이를 바득 갈고

설지; [사존이야 그렇다 쳐도 혈나한님께는 무슨 사연으로 원한을 품게 되셨는지요?]

야차서시; [그건 네년이 알 거 없고...] 얼굴 약간 발개지며 코웃음을 치고

설지; (얼굴이 좀 발개지는 걸 보면 혈나한 사부님과의 사이에 염사(艶事;남녀간에 애정)가 있었겠구나.) 약간 웃고

야차서시; [두 인간 다음으로 노신이 증오하는 게 바로 네년의 사부다.] 이를 바득 갈며 그런 설지를 노려보고

설지; [사부님께서도 선배님께 죄를 지었는가요?]

야차서시; [죄를 짓지 않았기 때문에 얄미워 죽겠다는 것이다.] 탕! 다시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치고.

깜짝 놀라는 살아남은 여자들과 주인, 주방장

슉! 탁자가 그대로 한자쯤 아래로 내려앉는다. 얹혀져있던 그릇들이 미동도 않는데 탁자의 네 다리가 바닥으로 쑥 들어간 것

설지; [아둔한 후배가 이제 알겠어요.] 아래로 쑥 들어간 탁자를 보며 말하고

설지; [사부님은 선배님을 보실 때마다 죄를 짓지 말라 권하셨을 테고...]

설지; [선배님은 화가 나면서도 온전히 무죄한 사부님께 시비를 걸 수도 없어서 속이 상하셨겠군요.] 야차서시를 보며 웃고

야차서시; [누가 그 말코 제자년 아니랄까봐...] 흘겨보며 벌떡 일어난다.

야차서시; [네년도 꼴 보기 싫으니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라.] 스스스! 안개처럼 몸이 흩어지고

설지; [인연이 있으면 다시 만나게 될 테니 후배는 감히 장담을 못하겠사옵니다.] 고개를 조금 숙이고

야차서시; [망할 년...] 퍼억! 사라지며 눈을 흘기고

<사존 패극천, 그 인간의 종적이 근처에서 발견되었다기에 찾아왔다가 별꼴을 다 당하는구나.> 야차서시가 사라진 허공에 야차서시의 말이 떠돌고

[흐윽! 살... 살았어!] [엄마야!] 안도하며 서로를 끌어안고 우는 여자들

[으으으!] [허억!] 털썩! 철퍼덕! 주인과 주방장도 다리가 풀려서 주저앉으며 안도하고

설지; (사존 패극천이 이 근처에 있다?) 이마 약간 찡그리며 생각하고. 이어

설지; <사존 패극천과 관련된 정보가 있는가요?> 누군가에게 다시 텔레파시로 묻고

<개... 개방으로부터도 사존에 대한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대답. 극도로 긴장한 기색이고

설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보세요. 사존이 화염산(火焰山)에서 죽은 게 아니라면 무림의 정세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게 될 테니...>

<존명!> 어디선가에서 들리는 대답

설지; (세상 모든 사내들을 죽이겠다고 서원(誓願)한 야차서시가 수십년만에 다시 세상에 나왔을 뿐 아니라 사존 패극천까지 여전히 살아있는 것같고...) 한숨 쉬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설지; (내가 원하든 원치 않았든 운명의 수레바퀴가 격하게 돌기 시작하는 게 느껴지는구나.) 시체들을 밟지 않으려 애쓰며 입구쪽으로 간다. 주인과 주방장이 무릎을 꿇고 그런 설지를 향해 고개 조아리고

<세상이 피바다가 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그 사람을 반드시 내가 원하는 대로 부릴 수 있어야만 한다.> 이군악의 능글맞은 표정 떠올리며 주점에서 나온다. 여자들도 겁에 질려 허둥대며 주점에서 달려나오고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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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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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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