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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지하광장. 완전히 붕괴되어 폐허가 되어 있고. 무너져내린 크고 작은 바위들로 지하광장이 가득 메워져 있다. 어두운데 위쪽의 절벽이 무너진 틈으로 비스듬히 빛이 흘러든다

집채만한 바위 크로즈 업

[으으으!] 어둠 속에 누워서 신음하는 당가연. 어두워서 주변 사물이 안잘 보이고 당가연의 얼굴만 부각되고. 당가연의 몸 위로는 검은 물체가 약간 엇갈린 채 누워있다.

당가연; (숨... 숨이 막힌다.) 헉헉! 오만상. 그런 그녀의 몸 위에 약간 엇갈리게 덮어 누르고 있는 사람의 형상. 물론 이군악이다.

당가연; (어두운 데다가... 무언가 무거운 것이 내 몸을 짓누르고 있다.) 자신의 몸 위에 엎드린 자세로 누워있는 이군악을 곁눈질로 보지만 아직 눈이 어둠에 익숙하지 않아 자세히 안 보이고.

당가연; (패륵에게 사로잡힌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지하 광장 입구로 도망치다가 패륵이 뿜어낸 반투명한 촉수에 몸이 휘감기던 장면 떠올리고

당가연; (정신을 차려보니 이상한 곳에....) + [!] 생각하다가 눈 부릅

콱! 누군가의 손이 젖가슴을 움켜잡는다. 물론 이군악의 손이고

이군악; [살... 살았다.] 헉헉! 한손으로 당가연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누른 채 상체를 들고. 이군악의 얼굴이 비로소 드러난다. 하지만 누워있는 공간이 좁아서 몸을 아주 높이 들지는 못한다. 머리가 바로 위에 비스듬히 기울어진 집채만한 바위에 닿았고

이군악; [하마터면 피떡이 될 뻔했는데...] [어라!] 생각하다가 흠칫!

이군악; [뭔데 이렇게 말랑하고 따스하며 탄력이 넘치는 질감을 지녔지?] 당가연의 젖가슴을 주물럭거리고. 그러자

당가연; [꺄악!] 비명 지르며 자기 위에 엎드린 이군악을 밀쳐내려 하고. + 이군악; [억!] 비로소 자신의 손이 당가연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있는 것 알고 눈 부릅뜨고

당가연; [당신 누구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런 짓을 하는 거야?] 퍼퍽! 주먹으로 이군악을 마구 때리며 버둥대고

이군악; [미... 미안하오 부인! 고의로 만진 게 아니니 용서하시오.] 고개를 조금 든 채 내려다보며 사과하고

당가연; (그자야!) + [당... 당신이 감히...] 몸부림치며 이군악을 밀치려 하며 이군악이 흡혈창을 쥐고 감전 당하던 장면 떠올린다.

당가연; [비키지 못해? 이 음적! 비켜!] 몸부림치는데. + 이군악; [조... 조심하십시오.] 다급히 당가연의 손목을 움켜잡고

이군악; [여긴 불안정해서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콱! 콱! 자신을 때리고 밀치는 당가연의 양쪽 손목을 양손으로 잡아 바닥에 누르며 애원하고

당가연;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니 무슨 헛소리를...] + [!] 말하다가 눈을 치뜬다. 옆을 보면서

쿵! 드러나는 두 사람이 있는 장소. 집채만한 거대한 바위가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좁은 공간에 당가연이 누워있고 그 위에 이군악이 엎드린 자세로 올라타고 있다. 집채만한 바위는 다른 바위들 위에 걸쳐져 있는데

우둑! 콰득! 집채만한 바위를 괴고 있는 다른 바위들이 흔들리거나 부서지려 하고 있다.

당가연; (엄청난 바위 아래 깔려있어!) + [이게... 이게 어떻게 된 거죠? 여긴 어디구요?] 겁에 질려 주변 보고

이군악; [이곳은 패륵이 갇혀있던 동굴 속이오.] 말하며 옆으로 고개 짓을 하고. 이군악의 고개짓을 따라 옆을 돌아보는 당가연

멀지 않은 곳에 바위들 틈에 새하얀 바위가 있다. 만년한옥이고

당가연; (패륵이 앉아있던 만년한옥이야.) 돌아보며 깨닫고

이군악; [난 패륵이 부인의 목숨으로 협박하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었소.] + (조금쯤 거짓말을 해도 안될 건 없겠지.) 그때까지 바닥에 누르고 있던 당가연의 양쪽 손목을 놔주고

당가연; [저... 저를 구하러 이 사지에 다시 돌아오셨단 말인가요?] 눈 치뜨며 감격

이군악; [그렇소. 패륵은 흡혈창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인의 목숨으로 날 유인했던 거요.]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당가연을 내려다 보면서. 마치 응응하는 듯한 자세가 되었다.

이군악; [하지만 그 간악한 인간은 목적을 이루자 이곳을 붕괴시킨 후 자기만 빠져나갔소.] 분노한 척

당가연; [그... 그랬군요.] 감격

당가연; [저는 그것도 모르고 그만...] [기분 상하셨다면 용서해주세요.] 수줍어하고

이군악; [모르고 그러신 건데 용서하고 자시고 할 일이 있겠소이까?] 주변을 살피고

이군악; (그렇긴 해도 실로 천우신조(天佑神助)였다.) 집채만한 바위를 떠받히고 있는 다른 바위들을 보고

 

<집채만한 바위가 우릴 깔아뭉개려는 순간 귀마신갑의 힘으로 다른 바위들을 주변으로 이동시켜서 빈 공간을 만들 수가 있었다.> 주변의 다른 바위들이 이군악과 당가연 주변으로 확 이동하고. 그 사이에서 당가연을 안고 웅크린 이군악의 모습. 오른 손에는 빛을 발하는 귀마신갑이 끼워져 있고. 머리 위로는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군악; (만일 귀마신갑으로 제때 주변의 바위들을 끌어 모으지 못했다면 꼼짝없이 뭉개져서 죽었겠지.) 생각하는데

당가연; [공자에게 입은 은혜는 다음 생에서나 갚아야겠군요.] 이군악의 몸 아래 깔린 채 서글픈 표정으로 말하며 웃고.

이군악; [무슨 말씀이시오?] 내려다 보는 이군악

당가연; [저 바위에 깔려 압사당하는 건 모면했지만...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은 없겠지요?] 자기들 위쪽의 바위를 보고

당가연; [저 때문에 공자까지 변을 당하게 되어 죄송스러울 따름이에요.]

이군악; [부인이 굳이 제게 사과하실 필요는 없으시오.] 웃고.

당가연; [무슨 말씀이신지?]

이군악; [오늘 우리가 여기서 죽는 일은 없다는 뜻이외다.] 말하며 오른손을 뻗어 근처에 있는 흡혈창을 쥐고

당가연; [여기... 여기서 빠져나갈 방법이 있으신 건가요?] 흥분

이군악; [대신 부인께 또 죄를 지어야하는데 괜잖겠소이까?] 내려다보며 능글맞게

당가연; [물... 물론이에요.] 수줍어하고

당가연; (아직 어린 용(龍)아를 두고 죽을 수는 없다. 여기서 살아나갈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생각할 때

이군악; [그럼 결례를 하겠소이다.] 슥! 다시 당가연의 몸 위로 덮치듯이 엎드리고.

당가연; (무얼 하려는 걸까?) 이군악의 몸 아래 깔리며 얼굴 붉힐 때

이군악; [제 몸을 가능한 강하게 끌어안으십시오.] 당가연의 몸에 겹쳐 누운 채 말하고. 왼팔로 당가연의 뒷덜미 쪽에 널어 끌어안으면서

당가연; (영문은 모르겠지만...) + [예...] 수줍어하며 두팔로 이군악의 목을 끌어안고

뭉클! 당가연의 젖가슴이 이군악의 가슴을 누르고

이군악; (기... 기가 막힌 질감의 젖가슴이로군.) 침 꿀꺽

이군악; (하지만 지금은 딴 생각을 하면 안되는 때다. 집중하자.) 왼팔로 당가연의 목을 끌어안은 채 눈을 감고

이군악; (귀마신갑!) 이마를 찡그리며 집중. 그러자

지잉! 이군악의 오른손에 끼워져 있던 귀마신갑이 빛을 발하고

<그곳으로 날 데려가다오!> 동굴 밖의 해골들이 깔린 곳을 떠올리며 생각하는 이군악. 직후

징! 이군악과 당가연의 몸이 빛을 발하더니

퍼억! 사라지는 두 사람의 몸뚱이

 

#171>

무너진 절벽을 밖에서 본 모습. 그 절벽 앞에 파면살주가 무릎을 꿇은 채 앉아서 합장을 하고 있다

파면살주; (부디 극락왕생하게나.) 눈감고 합장한 채 기도하고

파면살주; (장담은 못하겠지만 자내의 복수는 내가 감당하겠네.) 생각할 때

퍼억! 빠각!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요란한 소리. 합장하고 기도하다가 움찔! 하는 파면살주

파면살주; (뭔가?)눈 뜨며 돌아보고. 그 직후

눈 부릅뜨는 파면살주

쿵! [아구구...] 해골이 널려있는 바닥에 벌렁 누워있는 이군악. 오른손에는 흡혈창을 들었고. 당가연은 그런 이군악의 몸을 쿠션 삼아 위에 엎드린 자세로 이군악의 목을 끌어안고 있다. 아직 눈을 감고 있고. 치마가 말려 올라가 다리가 거의 허벅지까지 드러난 야한 모습

파면살주; (기척도 없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났다.) (술법까지 쓸 줄 아는 것인가?) 놀라고 반가워서 보는데

이군악; (이번에도 귀마신갑 덕분에 무사히 안전한 장소로 이동했다.) 바닥에 벌렁 누워 오만상. 그러다가

이군악의 가슴에 밀착되어 있는 당가연의 젖가슴. 가랑이를 벌리고 이군악의 몸에 엎드린 당가연의 아랫도리

눈을 꼭 감은 채 이군악의 목에 필사적으로 매달려 있는 당가연의 얼굴. 얼굴이 발개져서 새끈거린다.

이군악; (죽... 죽인다.) 변태처럼 얼굴이 변하면서 헐떡이고

이군악; (농익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는 것이겠구나.) 슥! 가운데 손가락에 반지를 낀 왼손으로 당가연의 엉덩이를 만지고

[!] 눈감고 있다가 움찔! 하는 당가연

이군악; (젖가슴뿐만 아니라 엉덩이도 탱탱한 게 기가 막히고...) 변태처럼 헤벌레 해서 당가연의 엉덩이를 만지고

당가연; (맞... 맞닿은 아랫도리 쪽에서 뭔가 뜨겁고 단단한 것이 꿈틀거리고 있어.) 얼굴 발그레 해지고

그 사이에도 이군악의 왼손은 당가연의 엉덩이를 어루만지고 있고

당가연; (그.. 그만 두게 해야 하는데...) 눈 감은 채 얼굴이 새빨개져서 어쩔 줄 몰라하고.

당가연; (하지만 이 사람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이미 죽었을 목숨인데 야박하게 뿌리칠 수도 없고...) 난감해 할 때

[방해해서 미안하네만...] 갑자기 옆에서 누가 두 사람을 들여다보며 말하고

이군악; [헉!] + 당가연; [꺄악!] 둘 다 비명 지르며 눈을 번쩍 뜨고

파면살주; [도대체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좀 해주지 않겠나?] 옆에서 내려다보며 묻고

이군악; [부... 부련주님!] 급히 일어나고. + 당가연; [흑!] 당가연도 급히 이군악의 품에서 일어나며 치마를 내리고 가슴을 여민다.

파면살주; [하여간 자네는 여러 모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를 지녔구먼.] 안도하면서도 찡그리며 내려다보는 파면살주

 

#172>

신무곡이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세 사람이 品자형으로 놓인 작은 바위 위에 서로를 보는 자세로 앉아있다. 흡혈창은 파면살주의 무릎 위에 얹혀져 있다

파면살주; [부인이 바로 처녀 시절에는 사천일연(四川一燕)으로 불렸던 당가연(唐佳燕)이었군.] 당가연을 보며 말하고.

당가연; [사천일연...] [지나간 세월의 허망한 이름일 뿐이지요.] 애잔한 미소

이군악; [사천일연... 당씨...] [그렇다면 부인은 혹시...] 깨닫고 눈 치뜨며 당가연을 보고

당가연; [사천당문(四川唐門)의 현 문주이신 천수나타(千手拏陀) 당천성(唐千星)이란 분이 저의 아비랍니다.] 한숨

이군악; [부인께서 구파일방과 비견되는 삼문육가(三門六家)중 사천당문의 천금(千金)이신 줄은 몰랐소이다.] 포권하고

이군악; [헌데 사천당문 출신이신 부인께서 어쩌다가 목숨을 걸고 패륵을 암살하려 하신 것입니까?]

당가연; [십구년전, 저는 겨우 열여섯 살 어린 나이에 출가를 했었답니다.]

당가연; [남편은 사천당문과 함께 삼문육가에 속하는 벽력당(霹靂堂)의 소가주 뇌진백(雷眞伯)이었구요.] 애잔한 표정으로 말하고

당가연; [그런 대로 행복한 삶이었어요.] [비록 딸만 하나 낳아서 대를 이을 아들을 바라는 시댁 식구들의 눈치를 봐야하긴 했지만...]

당가연; [그랬는데... 지금으로부터 십삼년전 벽력당은 패륵에 의해 멸문지화를 당하고 말았어요.] 입술 깨물고

이군악; [저런...] 놀라고

당가연; [패륵은 벽력당의 화기제조법이 수록되어 있는 벽력대장경(霹靂大藏經)을 보게 해달라는 무리한 요구를 했어요.]

 

<벽력당의 당시 당주셨으며 제게는 시아버지가 되시는 벽력노군(霹靂老君)께서는 당연히 일언지하에 거절하셨는데...> 의자에 앉아 손을 들어 거절하는 시늉하는 나이 든 노인. 꼬장꼬장한 인상에 공돌이 같은 인상. 노인의 뒤에는 눈이 부리부리한 중년인이 서있다. 우직한 인상의 이 중년인이 당가연의 남편인 뇌진백. 두 사람 뒤쪽의 벽에는 <霹靂堂>이라는 글이 적혀있고. 열린 창문 밖으로는 화산이 보인다. 창 밖에는 육중하게 보이는 돌로 만든 공장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두 사람 앞에는 패륵이 서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다.

<그러자 패륵은 불문곡직 살수를 쓰기 시작해서 시아버지와 남편을 포함한 벽력당의 오백여 식솔을 일거에 학살해버렸어요.> 웃으면서 손을 내미는 패륵. 위 장면의 두 사람의 몸이 터져 죽는다. 주변에서 공돌이 복장의 무사들이 경악하며 달려들고 있고

 

당가연; [심지어... 당시 다섯 살이던 저의 어린 딸도 그 마귀 손에 찢겨죽었다는군요.] [우는 소리가 짜증난다면서...] 치를 떨며 이를 바득 갈고. 그런 당가연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시체가 가득한 건물 사이에서 패륵이 겁에 질려 울어대는 어린 계집아이의 몸통을 한손으로 잡고 한손으로 때리려 협박하는 모습. 이 계집아이가 어린 시절의 아나타. 즉, 아나타는 당가연의 딸이다. 건물들 사이에 숨어서 그걸 보는 늙은 하인.

이군악; [진짜 마귀가 따로 없군요. 어린 아이까지 해치다니...] 분노

꾸욱! 흡혈창을 쥔 파면살주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무표정한 파면살주의 얼굴. 하지만 그런 파면살주의 뇌리에 떠오르는 장면. 불탄 장원에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있고. 그중에서도 기둥에 매달려 배가 갈라진 끔찍한 모습으로 죽은 노인과 그 아래에 널려있는 알몸인 여자들의 시체. 무림맹이 멸문지화를 당한 광경. 그걸 어린 이장진과 함께 서서 보며 울부짖는 젊은 시절 얼굴을 망가트리기 전의 파면살주의 모습

당가연; [그 참극이 벌어졌을 때 저는 오랜만에 둘째를 임신해서 친정으로 몸조리를 하러 가있었어요.] 이를 갈고. 눈에서는 눈물

당가연; [덕분에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그후의 제 삶은 차라리 죽은 것만도 못한 것이었어요. 남편 뿐 아니라 어린 딸까지 잃어서...] 주르르! 눈물. 분노와 살기에 찬 표정

이군악; (남편이야 그렇다 쳐도 어린 딸이 찢겨 죽었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었겠지.) 침통하게 끄덕

당가연; [더욱 기가 막힌 건...] [벽력당이 패륵에게 몰살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가 만삭의 몸이던 저를 사천당문에서 쫓아내신 일이었답니다.] 처연한 웃음

이군악; [말도 안되는...] 눈 부릅

이군악; [복수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친 딸인 부인을 쫓아내기까지 했단 말입니까?] 경악과 분노에 차서

당가연; [벽력당이 멸문지화를 당한 불똥이 사천당문으로도 튈 걸 걱정해서였지요.] 억지로 웃으며

이군악; [허어...] 기가 막히고

당가연; [사실 사천당문에는 딸들에게 아주 가혹한 가규(家規;집안의 규율)가 있답니다.]

당가연; [며느리에게는 가문의 모든 재주를 가르쳐주지만 딸에게는 기초적인 무공조차 가르치지 않는 게 그것이에요.]

당가연; [지금 제가 지니고 있는 빈약한 무공도 시집을 간 후 벽력당에서 배운 것이랍니다.]

이군악; [딸도 자식인데 왜 그렇게 홀대를...]

파면살주; [사천당문의 비기(秘技)가 당가보의 담장 밖으로 유출될 것을 우려해서 만든 가규라네.] 말하고. 돌아보는 이군악.

파면살주; [사천당문에서 딸이란 존재는 귀찮거나, 정략결혼을 시키는 도구일 뿐인 것이지.] 침통한 표정

이군악; [아무리 가문의 비전을 지키기 위해서지만 너무 심하군요.] 찡그리고

당가연; [그래도 전 부모님 탓은 하지 않았어요.] [어쨌든 그분들 덕분에 세상에 태어났고 지금까지 살아왔으니까요.] 소매로 눈물 닦으며

이군악; (심지가 굳은 여자다. 그런 대접을 받고도 부모를 원망하지 않다니...) 끄덕

당가연; [만삭의 몸으로 사천당문에서 쫓겨난 저는 어린 딸의 뒤를 따라 죽을 각오를 하고 벽력당으로 돌아갔어요.] 소매로 눈물 닦으며 말하고

 

<돌아가 보니 오백명이 넘던 식솔은 몰살을 당해있고 건물의 대부분은 폐허가 되어 있더군요.> 불타고 무너진 폐허가 된 장원. 수많은 시체가 널려있는 그 폐허를 배가 남산만한 당가연이 둘러보며 울부짖고 있다.

<패륵은 학살을 자행하고는 사라진 후였고... 다시 돌아온 몇몇 아랫것들로부터 그자의 손에 딸이 찢겨 죽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딸의 시체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어요.> 폐허가 된 건물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이를 가는 당가연. 그 앞에 몇 명의 노인과 계집종이 엎드려 울며 보고 하고 있다. 나이 든 노인들 중 한명이 어린 시절의 아나타가 패륵에게 맞으려던 장면을 훔쳐본 인물이다.

 

당가연; [그리고 벽력당의 폐허에서 사라진 것은 딸의 시체뿐만이 아니었어요.]

이군악; [뭐가 또 없어졌습니까?]

당가연; [벽력당이 대를 이어 만들어놓은 엄청난 양의 폭약이 남김없이 사라졌더군요.]

이군악; [그렇습니까?] 흠칫! 하고

파면살주; [그건 좀 이상하군.] 말하고. 돌아보는 당가연과 이군악

파면살주; [내가 알기로 벽력당의 화기들은 기관함정과 기문진법으로 겹겹이 방호된 곳에 보관되어 있다고 들었네.]

당가연; [확실히 저희 벽력당의 화기들이 보관된 열화창(熱火廠)의 금제는 강력무비해요.] [그래서 제 아무리 무공이 높아도 힘으로 뚫고 들어갈 수는 없답니다.]

파면살주; [기관함정이야 힘으로 뚫을 수 있겠지.] [하지만 기문둔갑에는 별다른 재주가 없는 패륵이 진법을 돌파하긴 불가능했을 텐데...]

당가연; [부련주께서는 열화창에서 화기와 폭약들을 빼내간 것이 패륵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인지요?] 눈 반짝

파면살주; [내가 아는 한계 내에서의 판단은 열화창을 털어간 건 패륵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세.]

이군악;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요.] 끄덕이고

당가연; [패륵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당가연도 무언가 깨닫고

이군악; [패천오수중에서 기문둔갑에 뛰어난 자는 누구입니까?] 파면살주에게

파면살주; [침독과 아극파는 무공도 무공이지만 머리 쓰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자들이지.]

이군악; [그럼 침독과 아극파 중 한 놈이 패륵이 벽력당에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사라진 후 열화창을 털었을 가능성이 있군요.] 눈 번뜩

파면살주;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일 걸세.] 끄덕이고

이군악; [벽력당이 오랜 세월 축적해놓은 폭약이 침독이나 아극파의 수중에 들어갔다면 분명 악용될 텐데...]

파면살주; [열화창에서 사라진 폭약의 행방은 내가 추적해 보겠네.]

당가연; [부탁드리겠어요.] 고개 숙이고

파면살주; [무림의 안위를 위한 일이니 부탁을 주고받을 일은 아니지.] 말하며 일어나고

당가연; [예...] 따라 일어나고. 이군악도 일어나고

파면살주; [나는 그만 흑수련으로 돌아가 보겠네.] [뒷마무리는 자네가 하도록 하게.] 이군악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보며 돌아서고

이군악; (뒷마무리라...) + [예...] 곁눈질로 당가연을 훔쳐 보면서 멋적게 말하고

파면살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기 전에는 패천오수와 엮이지 않도록 하게나.] 휘익! 날아오르고

이군악; [살펴가십시오.] 포권하고. 당가연도 허리 숙이고

삽시에 멀리 사라지는 파면살주

당가연; [천마대종사의 유물인 흡혈창처럼 귀한 물건을 흑수련의 인물에게 맡겨도 되는 건가요?] 멀어지는 파면살주의 모습 보며 찡그리고

이군악; [저분의 정체를 알면 부인께서도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당가연; [파면살주의 정체라니요?]

이군악; [그분은 바로...] 손을 입에 대고 당가연에 귀에 속삭이고. 그러자

당가연; [맙... 맙소사.] 경악하며 입을 손으로 가리고

당가연; [어쩐지... 어쩐지 자객같지 않은 분위기를 지녔다 했더니... 바로 그분이었군요.]

이군악; [저분 역시 패천오수에게 모든 것을 잃은 가엾은 신세지요.] 끄덕이고

이군악; [복수를 위해 스스로 얼굴을 망가트리셨고...]

당가연; [그런 사연이 있으시니 제게 동병상련(同病相憐)의 감정을 느끼셨겠군요.] 한숨. 파면살주가 사라지는 곳을 보며 표정이 약간 발개지고

이군악; (동병상련이라...) 그런 당가연의 얼굴 곁눈질하고

<아무래도 이 여자에게 잠시 품었던 헛된 생각은 거둬야겠구나. 어느덧 파면살주님께 각별한 감정을 느끼는 것같으니...> 파면살주가 사라진 곳을 보며 얼굴 발개지는 당가연. 옆에서 그런 당가연을 훔쳐보며 입맛 다시는 이군악.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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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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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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