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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십팔년후(十八年後)> 강을 끼고 세워진 거대한 도시. 때는 해가 지려는 저녁 무렵

<-금릉(金陵)> 위 도시의 모습을 배경으로.

멀리 금릉이 보이는 강가. 수십 채의 건물들이 들어서있다. 공장 같은 분위기인데 도축장이다. 규모가 엄청나서 요즘 공장의 가건물들처럼 벽체가 없고 기둥과 천장만 있는 큰 건물이 십여 채 있고 작은 건물들은 수십채다. 건물들 사이를 백정차림의 사람들이 오가고. 건물 안에서 도축하는 모습이 작게 보이고. 마차도 연신 도축장을 드나든다. 외부에서 마차에 실려 오는 짐승들. 마차에 실려 도축장을 떠나는 포장된 물건들. 도축당할 소, , 돼지등이 갇혀있는 우리들도 있고. 우리에서 짐승들을 끌고 나오는 백정들도 보이고. 건물들 사이에는 거의 벌거벗은 아이들이 몰려다니며 놀거나 근처 강에서 물장난을 친다.

고기를 어깨에 짊어지거나 잡을 짐승들을 몰고 오가는 백정들의 복장을 잘 묘사. 백정들은 상투를 틀지 않아서 봉두난발인데 끈 같은 것으로 대충 묶고 있다. 소매가 없는 낡은 옷들을 대충 걸쳤다. 바지도 짧아서 정강이가 다 드러나고 신발은 짚신이나 맨발이다. 여자들도 짧은 치마에 소매가 짧은 저고리를 입고 다닌다.

 

도축장에서 100미터쯤 떨어진 높은 나무 위. 어떤 여자가 서서 도축장을 보고 있다.

크로즈 업. 운신장이다. 18년 전과 모습이 같다.

[...] 도축장을 보며 뭔가 생각하는 운신장. 그때

<?> 휘익! 옆의 나무 위로 유령같이 나타나며 말 거는 사람의 형상. 돌아보는 운신장

풍신장; [눈에 띠는 것이라도 있나?] 가는 나뭇가지 위에 내려서지만 나뭇가지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운신장은 나이가 들어서 이제 완전히 중년인으로 보인다. 십팔년 전과 달리 귀밑머리가 희끗해졌다. 실제로 50이 넘은 나이다. 배경으로 나레이션. <-무림맹 사신장의 일인 풍신장>

운신장; [어서 오세요 풍오라버니.] 고개 좀 숙이고. 배경으로 나레이션. <-사신장의 일인 운신장>

운신장; [저기도 살펴봐야하나 생각 중이었어요.] 다시 도축장을 보고

풍신장; [도축장(屠畜場)이로구만.] 고개 빼서 도축장을 보고

운신장; [금릉 주변에 있는 십여 곳의 도축장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라는군요.] 함께 도축장을 보며

풍신장; [금릉은 인구가 많으니 소비되는 고기의 양도 막대하겠지.]

운신장; [규모가 큰 만큼 저 도축장에서 일하는 백정의 숫자도 삼백 명이 넘는 것같더군요.] [스무 살 안쪽의 젊은 사내들도 적지 않고...]

풍신장; [하지만 수색해볼 엄두가 나지 않겠지?] [지저분한데다가 짐승들이 해체되는 끔찍한 장면을 봐야하니...] 웃고

운신장; [십팔년전, 아연아가씨의 아들과 함께 사라진 진삼낭(陳三娘)이 금릉 쪽으로 온 흔적이 있었어요.]

풍신장; [그래서 그때부터 수시로 금릉 일대를 수색해왔었지.] 끄덕

운신장; [샅샅이 뒤진다고 했지만 금릉은 워낙 큰 도시라 우리 무림맹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여전히 많아요.]

풍신장; [저 도축장도 그중 하나고 말이야.]

풍신장; [엄두가 안나면 내가 들어가서 살펴보고 오마.] 몸을 날리려 하고

운신장; [그러실 필요없어요.] 고개 조금 저으며 말하고. 몸을 허공에 좀 띄웠다가 돌아보는 풍신장

운신장; [아무리 생각해도 진삼낭이 도련님을 백정으로 키울 것같진 않네요.] 찡그리고

풍신장; [하긴...] ! 다시 나뭇가지 위로 내려서고

풍신장; [십팔년전 아연아가씨의 거처에서는 아연아가씨의 패물과 상당한 양의 은자가 사라졌었다.] [몇 대가 일 하지 않고도 먹고 살 수 있는 재물이었지.]

운신장; [그 정도 재물이 있으면서 귀하디귀한 아연아가씨의 아들에게 백정 노릇을 시킬 리는 없겠지요.]

풍신장; [맞는 말이다.]

운신장; [곧 총관이 소맹주의 혼서(婚書;신랑 집에서 신부 집에 보내는 서찰)를 갖고 금릉으로 올 거예요.] [아연아가씨의 아들 찾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총관 맞을 준비에 집중해야만 해요.]

풍신장; [마교의 잔당들이 총관을 노리고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지.] 끄덕이고

운신장; [금릉 외곽은 제가 맡을 테니 오라버니는 성내를 살펴주세요.] 휘익! 날아오르고

풍신장; [수고해라.]

멀어지는 운신장

풍신장; [이제 그만 자책해도 될 텐데...] 멀어지는 운신장을 보며 혀를 차고

풍신장; [운매는 아연아가씨 모자에게 벌어진 비극을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고 있다.]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았던 상황이었는데...]

풍신장; [자책하지 말라는 말이 통할 리는 없고... 그저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랄 뿐이다.] 휘익! 날아오르고.

사라진다

 

#3>

도축장 내의 어느 건물. 벽체가 없는 작업장 건물이다.

우머! 코에 걸려있는 고삐를 좌우에 선 건장한 사내 두명의 손에 틀어 잡힌 소가 애처롭게 우는 모습. 머리 크로즈 업.

퍼억! 그 소의 정수리를 뾰족한 망치가 깊이 박힌다.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는 소

털썩! 쓰러지는 소. 그 앞에는 망치를 든 청풍이 서있다. 이때 나이 18. 하지만 체격이 건장해서 어른 같다. 다른 백정들과 달리 낡았지만 소매가 있는 옷을 입었고 이마에는 머리띠를 묶고 있다. 허리띠에는 단도를 꽂고 있다. 주변에는 양동이를 든 백정들 대 여섯 명이 있고. 그중 두 명의 백정이 소의 코에 걸린 고삐를 놓으며 일어선다.

청풍의 모습. 헌데

섶이 벌어진 상의 사이로 나비 모양의 반점이 있다. 손바닥 크기만한 반점. 청풍이 바로 섭아연과 용무린의 아들임을 보여주고.

청풍이 서있는 곳은 천장이 높고 넓은 가건물 내부다. 사방의 벽은 트여있고. 바닥에는 돌 판이 깔려있다. 돌 판에는 오물과 물이 흘러가게 홈이 파여 있고. 수시로 물을 뿌려 청소하는 백정도 있다. 여기저기 짐승들을 묶는 틀이 설치되어 있고 곳곳에서 소, 돼지, 양등이 도살되고 있다. 청풍은 소들을 도살하는 장소에서 소를 죽였다.

[잘 가시오 우공(牛公)!] [부디 극락왕생하시오.] [다음 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시구려.] 청풍 주변의 백정들이 합장하거나 고개 숙이며 소의 명복을 빌고

촤아! 촤아! 양동이에 담겨있던 물을 소의 시체에 뿌리는 백정들. 청풍은 그 사이에 망치를 옆의 탁자에 내려놓고. 이어

청풍; [시작합시다.] 허리에 끼우고 있던 칼을 뽑으며 소의 시체로 가는 청풍.

[피 받을 준비해!] [한 방울도 흘리면 안된다.] [오늘 처리할 마지막 작업이다.] [빨리 끄내자.] 서둘러 양동이를 들고 다가오는 백정들

스윽! 한쪽 무릎 꿇고 소의 목을 따는 청풍.

쏟아지는 피를 양동이로 받는 백정들. 그 옆에서 소의 가죽을 벗기기 시작하는 청풍

[역시 현란하구만.] [청풍(淸風)이의 칼 쓰는 솜씨는 언제 봐도 감탄이 저절로 나와.] [살점 한 점 붙어있지 않게 가죽 벗기는 저 솜씨 좀 봐.] 청풍이 칼질하는 걸 주변에서 둘러보며 감탄하는 백정들

[저게 어디 봐서 이년 밖에 안된 솜씨야?] [이젠 백정질로 수십 년을 먹고 살아온 우리가 오히려 청풍이에게 배워야할 판이야.] [포정(庖丁;전설 속의 백정)이 재림한 것같구만.] 감탄하는 백정들

청풍; (보는 사람마다 내 솜씨가 대단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잘 모르겠다.) 슥슥! 무언가를 가르는 자세인 채로 생각하는 청풍

청풍; (가축을 죽이고 가죽과 살과 뼈를 분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청풍; (내 눈에는 가축의 몸 상태가 일목요연하게 보여서 그냥 따로 따로 분리하면 되는 것뿐인데...)

청풍; (물론 도축(屠畜) 일이 좋아서 하는 건 아니다.) 한숨

청풍; (아버지는 다리가 불편해서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었다.) (그 때문에 어머니가 갖은 고생을 하며 아버지와 우리 남매를 먹여살려왔다.)

청풍; (난 어머니를 돕기 위해 철이 들자마자 돈을 벌려 다녔는데...) (어쩌다보니 도축장에서 일하게 되었다.)

청풍; (살아있는 생명을 죽이는 것만큼 끔찍하고 역겨운 일도 없다.) (하지만 다른 어떤 일보다 벌이가 좋아서 도축 일을 그만 둘 수가 없다.)

청풍; <무엇보다도 도축이 이렇게 쉬운 걸 보면 난 백정이 될 운명이었던 것같다.> 청풍이 도축하는 걸 다른 백정들이 둘러서서 보는 배경으로 청풍의 생각 나레이션

 

#4>

<-금릉> 아주 깊은 밤이다. 새벽이 가까운 시간. 날은 밝아오기 시작하지만 거의 모든 건물들에 불이 꺼져 있다.

술병과 쓰레기들이 뒹구는 환락가. 기루와 술집들이 빼곡하고 인적은 없다.

그 환락가 뒷골목의 몇몇 건물에는 불이 켜져 있다. 도박장이다. 흑사회, 족 조폭조직의 건달들로 보이는 자들이 도박장 입구를 어슬렁거리고 있고. 입구 근처의 의자에 앉아 조는 자들도 있다. 무기를 지니고 있고

<大慶賭場>이라는 간판이 걸린 도박장. 창문이 두꺼운 판자인데 창문 틈으로 빛이 흘러나온다. 그 도박장 주변에도 건달 몇 놈이 경비를 서고 있다. 좌우의 길쪽을 감시하는 젊은 놈들도 있고 입구에는 의자를 문 좌우에 놓고 앉은 30대의 건달 두 놈도 있다. 이 두 놈은 나중에도 몇 번 나올 캐릭터. 모두 칼을 차고 있다.

건달1; [아웅! 오늘 야근도 끝나가는구만.] 의자에 앉은 놈중 한 놈이 하품. 뺨에 칼자국이 나있다.

건달2; [교대해줄 놈들 오면 자러 가기 전에 한잔 하세.] 닫혀있는 도박장 입구를 돌아보며. 육중한 문틈으로도 불빛이 흘러나오고. 뺨이 홀쭉한 놈. 음침한 인상

건달1; [그거 좋지.] 입맛 다시며 문을 돌아보고.

건달1; [그나저나 참 징한 놈들이야. 날밤 꼬박 새면서 도박을 하고...] 굳게 닫힌 문을 보며 혀를 차고

건달2; [도박에 미치면 고칠 약도 없다잖아.] [이 시간까지 죽치고 있는 놈들은 도박하기 위해서라면 제 마누라라도 팔 말종들이야.]

건달1; [머 저런 인간들 덕분에 우리 같은 밑바닥 인생들이 먹고 살긴 하지.] 히죽

건달2; [어차피 어디 가서든 재산 몽땅 꼴아 박을 놈들이지.] [기왕이면 우리 단지회(斷指會)의 도장(賭場;도박장)에 풀어주면 감사할 뿐이야.] 히죽 웃으며 왼손을 들어 보이는데 새끼손가락이 없다. 단지회라는 흑사회 조직의 상징이다.

 

#5>

어둑한 실내. 도박에 열중하는 사람들. 마작 하는 자들도 있고 카드나 주사위 노름을 하는 자들도 있고. 투패(3센티에 길이 20센티 정도 되는 얇은 나무판에 새겨진 숫자와 글로 하는 카드놀이와 비슷한 규칙의 도박)를 하는 자들도 있다. 여기 저기 건달들이 앉아서 도박꾼들을 감시하고. 야한 차림의 여자들이 도박꾼들의 시중을 들기도 한다. 요즘의 카지노 같은 분위기.

한쪽 구석에는 교활한 인상의 사내가 탁자를 앞에 두고 졸고 있다. 이자가 도박장의 책임자로 이름은 정필이다. 정필의 책상에는 돈다발과 함께 서류들이 널려있다.

어느 원형 탁자. 다섯 명의 사내들이 앉아서 투패 도박을 한다. 100장 정도 되는 패를 탁자 중앙에 쌓아놓고 차례로 한 장씩 가져와 다섯 장으로 승부하는 도박이다.

다섯 명 중 한명은 초췌한 인상의 중년인. 원래는 잘 생겼지만 페인처럼 눈이 퀭하다. 청풍의 아버지인 이산하. 직전 작품 <신마유희>의 이산하 캐릭터를 변형. 이때 나이는 40살 정도인데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전다. 이산하 옆의 기둥에는 지팡이가 하나 기대어 있다. 다리 불편한 사람들이 겨드랑이에 끼워서 쓰는 목발 형태의 지팡이다.

이산하와 함께 도박하는 자들은 뚱보 상인, 껄렁거리는 인상의 건달, 투박한 인상의 나무꾼, 꼬장꼬장한 노인등의 분위기인 자들이 순서대로 앉았다. 이산하 좌우에 상인과 노인이 앉은 모습.

탁자 가운데에는 뒤집어놓은 백여 장의 패와 함께 지폐와 은자, 동전등이 수북이 쌓여있다. 이제 마지막 다섯 번째 패를 쪼고 있는 다섯 사람

패를 쪼는 이산하. 긴장

맨 앞의 패에는 <>이라는 숫자가 적혀있고.

! 맨 뒤의 패를 위로 끌어올려 확인하는 이산하

마지막 패에는 <朱雀>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이산하; (주작(朱雀)!) 흥분하여 눈이 치떠지고.

그런 이산하를 곁눈질로 보며 히죽 웃는 건달. 패를 쪼는 자세인데 상인을 사이에 두고 이산하와 나란히 앉아있다.

건달이 쪼는 마지막 패에는 <>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그때

상인; [니미...] 패를 쪼며 오만상. 이놈 앞에 돈과 지폐가 가장 많이 있다.

상인; [뭐 이런 개패만 주구장창 걸리는 건가?] ! 말하면서 발로 옆에 앉은 건달을 치고

건달; [거 죽는 소리 좀 그만합시다.] 패를 쪼는 자세로 궁시렁 거리고

건달; [너무 들어서 귀에 딱지 앉겠소.] 툭툭! 발로 상인 발 옆의 바닥을 친다. 신호를 주고받는 것

나무꾼; [밤새 *됐다는 말만 해대서 조()대인의 말은 믿을 수가 없소.] 동조하며 패를 쪼고

노인; [하지만 노부는 누구와 달리 솔직하지. 이번 판은 죽었어.] ! 들고 있던 다섯 장의 패를 바닥에 던지고

건달; [()형은 어쩌시겠소?] 심각한 표정으로 마지막 패를 쪼는 이산하에게

이산하; [... 날도 샜는데 이기든 지든 그만 일어나야겠소. 나머지 열두 냥 모두 걸었소.] ! 자기 앞에 있던 은자와 동전을 앞으로 밀어 넣고. 이산하가 밑천이 가장 적다.

<저 호구!> <이번에는 높은 족보가 들어온 게 훤히 보이잖아!> 노인과 나무꾼이 티 안내며 비웃고. 이어

나무꾼; [이 족보 갖고 죽긴 아깝고...] 노인 다음 자리에 앉은 나무꾼이 오른손으로 자기 앞의 돈을 세고.

나무꾼; [받기만 했소.] ! 돈을 밀어 넣고

이산하; (한 놈 걸렸고...) 좋아 죽으려 하고

건달; [판 접는다는데 확인은 해주는 게 꾼의 도리겠지?] [나도 받기만 하겠소.] ! ! 은자 몇 개를 판에 던지고

이산하; (됐어.) 좋아 죽으려 하고

이산하; (두 놈이 받으면서 판돈이 백 냥을 넘겼다. 덕분에 오늘 밤에는 잃지 않게 되었다.) 안도할 때.

건달; [조대인은 어쩔 거요?] 자기 옆의 건달에게 말하며 탁자 아래로 손을 내밀고.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내미는데 패가 하나 들려있다.

상인; [어디 보자...] 판에 쌓인 돈을 보는 척 하고

상인; [얼마나 되려나? 대충 백 냥 정도인가?] 패를 들지 않은 오른손으로 돈을 뒤적이고. 왼손은 탁자 모서리 밖으로 향하게 하면서. 그러자

이산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돈을 세는 상인의 오른손을 향하고. 그때

! 왼손에 들고 있는 패 중 하나를 자연스럽게 탁자 아래로 떨구는 상인.

건달; [모두 몸을 사려서 판돈이 얼마 안되는구만.] ! 동시에 자기 손에 든 패를 위로 튕기는 건달

! ! 서로 패를 주고받는 건달과 상인의 손

상인; [백냥이 적은 돈은 아니지.] [백냥이면 식구 네 명인 가족이 일 년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잖은가?] 판돈을 뒤적이며

건달; [가난뱅이들에게야 큰돈이겠지.] [안 그렇소 이형?] 히죽 웃으며 이산하를 보고

이산하; [조대인, 죽을 건지 살 건지 어서 결정하시오.] 건달은 상대하지 않고 자기 옆의 상인을 재촉하고. 하지만 이미 상인은 건달이 건네준 패로 바꾼 후고

상인; [! 오랜만에 어렵게 족보를 만들었는데 죽긴 좀 그렇군.] 고민하는 척하다가.

상인; [나도 오늘은 그만 끝내야겠어.] 오른손으로 자기 앞에 놓인 상당히 많은 돈과 지폐를 앞으로 민다.

상인; [오백 냥이 좀 넘지만 오백 냥으로 쳐서 전부 걸도록 하지.] 히죽

이산하; [... 오백 냥!] 경악하고

나무꾼; [허어! 오늘 밤에 벌어진 판 중에서 최대로구만.]

노인; [오백 냥이면 그럴 듯한 집을 한 채 사고도 남을 거금인데...] [조대인 족보도 상당히 강한 모양이구만.]

건달; [이번 판만 먹으면 이형은 지난 한달 간 잃은 돈의 몇 배를 챙기겠어.] 히죽 웃으며 이산하를 보고. 이산하를 부축인다. 하지만

이산하; [그러게나 말이오.] 난감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억지로 웃고

상인; [날도 밝아오는 데 빨리 결정들 하셔.] 느긋하게 둘러보고. 그러자

건달; [난 죽었소.] ! 패를 바닥에 던지고

나무꾼; [나도 낄 판이 아니로구만.] 역시 패를 던지고

상인; [이형은 어쩌시겠소?] 이산하를 보고

이산하; [어쩌다니...] [방금 전에 전부 걸어서 더는 돈이 없는 거 알지 않소?] 울상

상인; [그럼 사전에 약속한 대로 이형은 날 이겨도 이번 판에 건 돈만큼 가져가는 거요.] [패 깝시다.] 패를 까려 하고

이산하; [잠깐! 잠깐만 기다리시오.] 급히 손을 흔들어 저지하고

상인; [할 말 있으시오?] 패를 까려던 상인 멈칫! 하고

이산하; [()총관!] [나 좀 봅시다.] 구석에 앉아있던 정필에게 손을 들고

잠에서 깨는 정필.

정필; [왜 그러시오 손님?] 하품하며 다가오고

이산하; [판돈이 모자라서 그러는데... 오백 냥만 대부(貸付) 해주시오.] 말하며 자기 패를 정필에게 내밀고

정필; [어디 보자.] 패를 받아서 확인하고

이산하; [... 그 정도면 충분히 승부를 걸만하지 않겠소?] 비굴하고 간절한 표정

정필; [그렇긴 하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건데...] 패를 다시 이산하에게 돌려주며 난색을 표하고

이산하; [차용증을 쓰라면 쓰겠소. 제발 대부를 해주시오.] 간절하게. 그러자

정필; [사정이 딱하기도 하고... 패도 잘 떴으니 편의를 봐줘야겠군.] 뒤를 향해 손짓하고. 그자의 뒤에는 건달 한 놈이 서류철과 연필을 갖고 온다.

이산하; [고맙소. 정말 고맙소 총관!] 굽신굽신. 그 사이에 건달은 서류철에 끼운 종이와 일종의 연필인 지필묵을 이산하 앞에 내려놓는다.

정필; [손님에게 마땅히 걸 담보가 없다는 걸 알고 있소.] [그러니 지금부터 내가 불러주는 대로 차용증을 쓰시오.]

이산하; [그럽시다.] 지필묵을 잡고 글 쓸 준비하고

정필; [나 이산하(李山河)는 대경도장(大慶賭場)으로부터 일금 오백 냥을 하루 일푼의 이자로 빌리며...] 말하고

그걸 받아쓰는 이산하

<저 어리석은 놈!> <하다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흑사회(黑社會)의 돈을 빌리는구만.> <못 갚을 경우에는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도 나락으로 떨어질 텐데...> 주변에서 도박하는 놈들 힐끔거리며 혀를 차고

건달들은 히죽거리며 보고

정필; [사흘 내로 변제하지 못할 경우 딸 이진진(李眞眞)의 소유권을 대경도장에 넘길 것을 약속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이산하; [... 뭐요?] 기겁하며 돌아보고

<드디어 나왔다!> <흑사회 놈들이 남의 집 귀한 딸을 뺏는 수단!> <이산하라는 놈 딸의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걸 보면 전부터 노리고 있었구만.> <이진진이란 계집이 절색인 모양이여.> 도박꾼들 힐끔거리고. 혀를 차는 놈들도 있고

이산하; [... 이보시오 정총관!] [딸을 담보로 걸라니...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분노

정필; [심하게 느껴지시오?] 웃고

이산하; [잠깐 돈 빌리는 건데 못 갚을 경우 딸의 소유권을 넘긴다는 조항을 넣는 경우가 어디 있소?]

정필; [마음이 상하셨구려.] [알겠소!] 이산하 앞에 놓인 서류철을 집어들고. 당황하는 이산하

정필; [오백 냥 대부 건은 없었던 것으로 합시다.] [빈정 상하게 해드렸다면 사과하겠소이다.] 정중하게 고개 숙이고.

이산하; [... 그게...] 당황하고

정필; [판돈도 마르신 것 같은데 안녕히 가시오.] [얘들아! 손님 가신다.] 말하며 돌아서고. 그때

이산하; [... 기다려주시오 정총관.] 급히 일어나며 정필의 소매를 잡고

정필; [하실 말씀이 남으셨소?] 돌아보며 무표정

이산하; [... 그러니까...] 탁자에 올려놓은 자기 패를 보고. 그러다가

이산하; (저 패가 질 리 없다.) + [알겠소!] 결심

이산하; [총관이 원하는 대로 차용증을 쓸 테니 대부 해주시오.] 애원하고

<결국...> <쯧쯧! 또 한 집안 풍비박산 나겠구만.> 혀를 차는 도박꾼들

정필; [그렇게 간절히 부탁하시니 거절할 수가 없군.] 히죽 웃으며 서류철을 다시 이산하에게 주고

이산하; [... 고맙소.] 서류철을 받아서 자리에 앉고

이산하; [은혜는 잊지 않겠소.] 종이에 글을 적는다.

정필; (은혜라...) 히죽 웃으며 보는 정필

이산하; [여기 있소.] 서류철을 다시 내밀고. 받는 정필

정필; [어디 보자.] 읽고

정필; [내용은 정확하고 수결(手決;싸인)까지 하셨군. 좋소.]

정필; [이분 손님께 오백 냥을 드려라.] 작은 상자에 은자를 가득 담아서 들고 온 건달3에게 말하고

건달3; [예 총관님!] 대답하며 다가와

건달3; [은자로 오백 냥이오. 확인해보시오.] 이산하에게 상자를 건네주는 그자

이산하; [고맙소 총관.] 상자를 받으며 정필에게 인사하고

이산하; [조대인의 오백 냥, 받았소.] 상자를 호기롭게 탁자 중앙으로 밀어 넣고.

상인; [얼마나 대단한 족보이기에 차용까지 하면서 들어오셨을까?] 자기 패를 다시 보며 웃고

이산하; [사신주(四神柱)!] 촤악! 자기 패를 바닥에 호기롭게 깐다.

이산하가 깐 다섯 개의 패에는 <朱雀> <> <> <玄武>등의 글이 적혀 있다. 마지막 한 개의 패에는 <>이란 숫자가 적혀있고

[오오! 사신주!] [투패(鬪牌)에서 서열이위의 족보가 떴다.] [저런 강패를 쥐었으니 딸까지 담보로 걸고 돈을 빌렸지.] [말 그대로 도박에 성공했구만.] 구경꾼들 환호. 다른 자리의 도박꾼들까지 몰려와서 보고 있고

이산하; (널 담보로 건 아비를 용서해라 진진아.) 거만하게 웃고

이산하; (하지만 아비가 질 수가 없는 도박이었다.) (사신주는 오직 투패의 최고 족보인 오행륜(五行輪)에게만 질뿐이니...) + [!] 생각하다가 눈 부릅뜨고

상인이 히죽 웃으며 패를 깔려고 한다.

이산하; (... 설마!) 경악. 숨이 멎는 표정을 지을 때

상인; [아깝게 되었소 이형!] 촤악! 자기 패를 깐다

<오행륜!> ! 모두의 경악을 배경으로 상인의 패를 보여준다. <> <> <> <> <>의 글이 적혀있다.

[나왔다!] [투패의 무상(無上) 족보 오행륜이다!] 사람들 환호하고. 그 배경으로 벌떡 일어나는 이산하.

상인; [오백 냥, 잘 먹겠소!] ! 두 손으로 판돈을 끌어 모으고

이산하와 함께 도박한 건달과 정필등의 의미심장한 웃음

이산하; (... 안돼!) 비틀. 사색

<아비를 용서해라 진진(眞眞)!> 털썩! 넋이 나가 의자에 주저앉는 이산하를 배경으로 나레이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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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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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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