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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2

 

         패륜아(悖倫兒)의 이름

 

 

-철사자(鐵獅子) 고창룡(高蒼龍)

 

이것은 그저 한 인물의 이름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이름은 정파백도의 무림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을 안겨준 불명예와 오욕의 상징이 되었다.

그 이름으로 인해 정파백도의 긍지는 땅에 떨어졌으며 흑도, 마도, 녹림은 물론이고 하오문의 무리들조차 정파백도를 비웃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것은 무림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패륜(悖倫)이 철사자 고창룡이란 이름을 지닌 자에 의해 저질러졌기 때문이었다.

흑도사파에 대해 늘 당당할 수 있었던 정파백도의 군협들은 기억하기도 싫은 그 만행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철사자 고창룡이라는 용서받지 못할 죄인으로 인해 정파백도는 천여 년 동안 쌓아온 명예와 긍지를 하루아침에 잃고 만 것이다.

 

* * *

 

철사자 고창룡은 정파백도의 결맹인 호천무맹(護天武盟)의 소맹주였다.

천부의 자질을 타고난 고창룡은 호천무맹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무공을 불과 십여 년 만에 모두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 성취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고창룡은 약관의 나이에 이미 천하십대고수로 뽑혔을 정도였다.

헌데 그런 그가 어느 날 언어도단의 패륜을 자행했다.

사모(師母) 겁탈-!

고창룡이 돌연 색마로 변해서 자신을 길러준 사모를 호천무맹의 원로들이 보는 앞에서 능욕한 것이다.

 

-다정관음(多情觀音) 능벽운(凌碧雲)

 

그녀는 고창룡의 사모이며 호천무맹의 맹주인 십자검존(十字劒尊) 종극(種極)의 아내였다.

능벽운은 지혜로우면서도 온화한 성품을 지녀 정파백도의 추앙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런 그녀를 믿을 수 없게도 십자검존이 총애하는 제자가 겁탈한 것이다.

능벽운은 남편의 제자에게 겁탈 당했다는 엄청난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혼절했으며... 고창룡은 그 직후 들이닥친 호천무맹의 원로들과 난투를 벌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너무도 비극적이고 치욕스러운 사건이기에 호천무맹은 이 사건을 필사적으로 은폐하려했다.

그러나 영원히 지켜질 수 있는 비밀이란 없는 법이다. 고창룡이 사모를 능욕한 만행은 요원의 불길처럼 무림으로 퍼져나갔다.

당연히 호천무맹의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실추된 것은 비단 호천무맹의 명예만이 아니었다.

호천무맹은 정파 무림을 상징하는 결맹이다.

헌데 그 호천무맹에서 언도도단의 패륜이 벌어졌다.

그 일로 인해 정파백도의 무림인들은 머리를 들고 다닐 수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결국 호천무맹은 물론이고 구파일방을 비롯한 정파백도의 유수한 문파들이 봉문하고 근신하기에 이르렀다.

단 한명이 저지른 패륜치고는 실로 엄청난 결과라 아니할 수 없었다.

호천무맹의 다음 대 맹주로 지목되던 고창룡이 왜 갑자기 미친 짓을 한 것일까?

무림인들의 가슴 속에 커다란 의혹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그 의혹의 해명을 시도하지 못했다. 고창룡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된 탓이었다.

그런 가운데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갔다.

무림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던 호천무맹의 봉문은 무림의 정세를 뒤흔들어놓았다.

호천무맹의 위세에 눌려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던 흑도와 사파의 세력들이 일제히 발호한 것이다.

무림의 정세는 시시각각 변했으며 수많은 세력들이 우후죽순같이 일어났다가 아침 안개처럼 사그라지곤 했다.

호천무맹에 의해 주도되던 평화의 시대는 끝이 났다.

약육강식의 쟁투와 패권에 대한 야욕으로 무림은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이 모두가 고창룡이라는 단 한 명의 패륜아에 의해 야기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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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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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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