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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황존신보(天荒尊神譜)

 

 

 

 

 

<작품이력>

1983년 12월 전 6권 박스본으로 출간한 작품입니다.

 

第 一 章

  

               패륜의 일막

 

 

 

천학만봉(天壑萬峯)!

 

산봉(山峯)은 높아 봉두(峯頭)를 구름 속에 두었고,

골(壑)은 깊어 그 끝(低)을 운무(雲霧)로 장(帳)하다.

 

<천주산(天柱山)>

 

창천(蒼天)은 떠받치는 큰 기둥(柱)이라 하여 천주(天柱)란 이름이 붙었다.

그옛날 신(神)들이 인간(人間)과 함께 하던 시대.

 

<수신(水神) 공공(共工)이 화신(火神) 축융(祝融)과 큰 싸움을 하다.

싸움에 진 공공(共工)은 노화를 참지 못하여 불주산(不周山)을 머리로 받다.

이에 불주(不周)에 있던 천주(天柱)와 지추(地추)가 무너지다.

대지(大地)가 동남(東南)으로 기울다.

대홍수(大洪水)가 대지를 잠기우고, 맹수(猛獸) 흉금(兇禽)이 날뛰니 인간(人間)의 피해(被害) 입음이 지극하더라.

이를 본 고매신(高媒神) 여와(女와)께서 황하(黃河)의 오색석(五色石)을 내어 창천(蒼天)을 메우고...>

 

<보천신화(補天神話)>

 

여와(女와)와 공공(共工), 축융(祝融), 그리고 인간(人間)이 뒤엉켜 전해 내려오는 상고전설(上古傳說)이다.

보천신화(補天神話)의 장소가 된 곳.

 

바로 이곳 천주산(天柱山)!

 

예로부터 천주(天柱)가 있는 곳이라 하여 신성시되었거니와,

그 장려한 산세가 시인묵객(詩人墨客)을 미치게 하는 명산(名山)이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산봉과 천야만야한 절곡이 그 끝을 보이지 않아,

인간(人間)의 발길을 거부하여 상고(上古)의 전설을 깊이 안으로 숨기고 있으니,

그 신비함이 상고(上古)와 현세(現世)에 다름이 없다.

천만세(千萬歲) 연륜이 하늘높이 치솟은 거목(巨木)들로 깊어가고,

세상을 등진 기인이사(奇人異士)들의 애착함이 더욱 각별해지기만 하는 곳.

 

<천주산(天柱山)>

 

X X X

 

가을도 깊어가는 어느 날.

천주산을 뒤덮은 원시림들의 무성한 잎들도 붉다 못해 적갈색으로 말라들고 있다.

 

정오 무렵,

스스스...!

서늘한 산풍이 임중(林中)을 스치고 지나갔다.

휘르르르...

안간힘을 쓰며 가지에 붙어 있던 갈색의 낙엽이 산풍(山風)에 휘말려 날아올랐다.

그와 함께,

...!

...!

산풍(山風)을 타고 흐르는 두 줄기 인영(人影)!

깊디깊은 이산중에 어인 인적(人蹟)인가?

귀신인가?

아니면, 하계(下界)에 내려온 천상선인(天上仙人)인가?

휘르르...!

스스스...!

백영(白影)과 청영(靑影)은 마치 무게도 없는 듯!

발 한번 땅에 대지 않고 수백장을 일촌지각(一寸之刻)에 날아갔다.

만일 그들이 인간이라면 너무도 놀라운 경공재간이 아닐 수 없다.

고금(古今)을 통틀어 그와 같은 경지의 경공술은 많지 않다.

많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정도다.

 

<어검비행(馭劍飛行)>

<축지성촌(縮地星寸)>

<무영비천술(無影飛天術)>

<승풍어기신보(乘風御氣神步)>

 

모두가 절진되어 현세에 이어지지 않는 비술,

하물며, 양인의 경공은 전설상의 어느 경공도 따르지 못할 지고무상한 것이니...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무엇때문에 이 깊은 천주(天柱)의 산중(山中)을 황행하는가?

휘_______ 잉!

일시에 양인의 신형이 뇌전같이 허공을 갈랐다.

휘르르르...

일순간 그들의 몸이 멈칫하는 듯하였다.

휘_______ 잉!

쏴______ 아!

강한 산풍이 불며 그들 양인의 발밑으로 군봉(群峯)들이 벌려져 보였다.

 

<천주신봉(天柱神峯)>

 

하늘의 무게를 받친다하여 붙여진 이름의 척천준봉(刺天俊峯)!

천주(天柱)의 뭇 봉우리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고도 웅장한 거봉이다.

...!

...!

천주신봉 위에 오연히 몸을 세운 양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천주(天柱)의 장관에 넋을 잃은 때문인가?

 

백의인(白衣人).

 

사십전후의 중년문사(中年文士).

마치 한 마리 백학(白鶴)을 대하는 듯 고고하고도 청수한 인물이다.

운치있게 머리를 묶은 문생건 밑으로 깊숙이 빛을 발ㅇ하는 봉목이 천주를 내려다보고 있다.

너무나도 고용하고 맑은 눈빛!

그를 보고 어찌 한 줄기 바람을 타고 천주신봉을 오른 절세고인이라 하겠는가?

 

청의인(靑衣人).

 

백의인과 몹시도 흡사한 외모를 지녔다.

아마도 형제지간이리라.

다만 청의인의 두 눈썹 끝에 불끈 치솟은 것이 백의인과 다를 뿐이었다.

아마도 그의 성품은 백의인과는 달리 강하고 야심이 큰 그런 것일 것이다.

문득 청의인의 두 눈이 싸늘한 한기를 발랬다.

찰나지간에 스쳐간 안광이지만 골수까지 스미는 살기를 지니고 있었다.

지도(地圖)대로라면... 저쪽 축융봉(祝融峯) 뒤쪽이 그곳일 것이다.

홀연히 백의인이 입을 열었다.

그는 천주산봉 우측에 솟은 험준한 산봉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축융봉(祝融峯)!

축융신(祝融神)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이다.

그만큼 산봉의 형상은 거칠고도 험했다.

“형님!”

문득 청의인이 불만스런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역시 양인은 형제지간이었다.

백의인이 청의인의 형이 되는 모양이다.

“천외(天外)에서 이곳까지 힘든 발길을 할 필요가 있었습니까?”

“...!”

청의인의 물음에 백의인은 대답을 하지 않고 축융봉만을 바라보았다.

“본궁(本宮)의 절기들은 천년(千年) 세월을 지나오면서 갈고 닦여져 지금은 본궁을 세우신 조사님들의 유전절학(遺傳絶學)보다 십배이상 강해져 있습니다.”

청의인의 강한 어조에도 백의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청의인은 계속 말을 이었다.

“한데 무엇 때문에 두분 조사님께 좌화하신 곳을 굳이 찾으시려 하시는 것입니까?”

백의인이 손을 저어 청의인의 말문을 막았다.

“그만 두거라. 네 심정은 우형(遇兄)이 모르는바 아니다.”

청의인의 말을 막은 백의인은 발길을 축융봉쪽으로 옮겼다.

스스스...!

쉬______ 잉!

그의 신형은 다시 산풍에 실려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그는 흡사 평지를 걷듯이 허공을 밟으며 곧장 축융봉을 향해 날아 내렸다.

휘_______ 잉!

검미를 꿈틀하던 청의인이 즉시 백의인이 뒤를 따랐다.

슈_______ 앙!

곧 청의인은 백의인과 나란히 서게 되었다.

“사람이 근본을 잊으면 금수와 다른 것이 무엇이 있느냐?”

청의인이 옆에 오자 백의인이 조용히 말했다.

“두분 조사께서 구대천마(九大天魔)를 무찌르고 본궁(本宮)을 여신 것이 어언 천 년 무공일도는 끝없는 발전을 이루어 이미 두 분의 절학도 구태의연한 것이 되었음을 내 어찌 모르랴? 설사 두분 조사님께서 그곳에 절기를 남겨놓으셨다 해도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지니지는 못할 것이다.”

백의인은 강렬한 시선으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하나 후손된 도리로 두분 조사님께서 우화등선(羽化登仙)하신 곳을 알면서도 찾아뵙지 않을 수는 없는 일!” 

청의인은 말없이 전면만을 바라보았다.

휘_______ 잉!

스스스...!

어느덧 양인은 축융봉의 정상 위를 날고 있었다.

축융봉의 뒤쪽으로는 끝이 보이지 않는 단애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천하(天下)를 도모함보다 효(孝)를 행함이 백배 중함을 어찌 잊으랴? 그 때문에 아우님을 데리고 이곳까지 온 것이야!”

휘르르르...!

스_______ 슥!

백의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인은 단애 위로 내려섰다.

백의인은 단애 위에 내려서자마자 단애 밑으로 내려다보았다.

고요하던 그의 얼굴은 엄숙하고도 장하게 변하였다.

“틀림없구나! 저 아래 두분 조사님의 유체가 안거해 계실 것이다.”

다소 흥분한 빛을 띄우며 백의인은 단애가로 바짝 다가섰다.

“...!”

순간 청의인의 눈실이 엄청난 살기(殺氣)를 띄우며 번뜩였다.

스_______ 윽!

그와 함께 그의 우측 소매에서 한자반 정도 길이의 묵검(墨劍)리 솟아났다.

청의인은 두눈을 부릅뜨며 등을 돌린 백의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묵검(墨劍)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또한 살기로 충혈된 그의 두눈에 한 가닥 갈등의 빛이 지나갔다.

천륜(天倫)을 거역하려는 자신에 대한 양심의 가책인가?

그러나 그 갈등의 빛은 이내 사라졌다.

슈_______ 욱!

입술을 악다문 청의인은 형인 백의인의 등을 향하여 힘껏 묵검(墨劍)을 찔러내었다.

“헉!”

묵검(墨劍)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백의인의 두눈이 불신(不信)으로 치떠졌다.

(동생이 나를...)

순간적으로 자기 동생이 자신을 암습해옴을 깨달은 백의인은 아연하였다.

하지만 백의인은 피할 생각할 하지 않았다.

(어떤 보검으로도 나의 천허존신강기(天虛尊神강氣)를 뚫지 못한다.)

자신의 무공을 믿는 때문이다.

하지만 백의인은 자신의 믿음이 또다시 완벽하게 허물어짐을 절실히 느껴야만 했다.

푸_______ 욱!

파_______ 학!

“크______ 으!”

청의인은 찌른 묵검(墨劍)은 여지없이 백의인이 명문으로 박혔다.

피가 확 튀며 묵검의 끝이 백의인의 단전으로 빠져나왔다.

“크... 으... 네... 네가...!”

백의인은 두 손으로 단전으로 빠져나온 묵검을 움켜쥐며 치를 떨었다.

파_______ 앗!

“크흐흐흐흐흐...”

암습에 성공한 청의인은 기민하게 오 장 밖으로 물러났다.

백의인이 최후기력으로 반격해올까 두려워한 때문이다.

“으... 으...!”

백의인은 묵검(墨劍)에 관통당한 채 비틀거리며 돌아섰다.

그의 백의는 삽시에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백의인은 분노와 경악으로 물든 눈길로 청의인을 노려보았다.

“네... 네가... 감히...!”

백의인은 으드득 이를 갈았다.

그의 전신은 터질 듯한 살기로 뒤덮였다.

(으... 음... 검에 관통당하고도 즉사하지 않다니...)

청의인은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내가 네놈에게 무엇을 섭섭하게 하였느냐? 무엇이 부족하여 나를... 으...”

백의인은 노갈을 터뜨리다 휘청하였다.

그도 별 수 없이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청의인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떠올랐다.

“흐흐... 형님은 너무 웅심(雄心)이 없었소. 본궁(本宮)은 천하최강(天下最强)의 문파요!”

청의인은 음산한 표정으로 백의인을 향해 다가왔다.

백의인은 어지러운 시선으로 다가오는 청의인을 노려보았다.

“흐흐... 본궁세력의 반만을 가지고도 천하를 손아귀에 넣어 영원히 무림종주로 군림 할 수 있단 말이외다.”

백의인이 이를 갈았다.

“네... 네놈은 천하무림 위에 군린해서는 아니된다는 조사님들의 유명을 잊었느냐?”

“흐흐... 그따위 고리타분한 유명은 필요없소. 저뿐 아니라 본궁 궁도들이 대부분이 그같은 조사유명을 탁탁치 않게 여기고 있소!”

“으으,... 아무리 그래도 네놈이 형인 나를 시해하고서야 본궁도들이 네놈의 뜻을 따르지는 않을 것이다.”

“으하하...”

청의인은 발길을 멈추며 득의하여 장소를 터뜨렸다.

“형님께서 그런 걱정해주지 않으셔도 되오! 형님은 영원히 죽지 않을 터이니...”

백의인은 흠칫하였다.

그의 하체는 이미 피로 물들어 있었다.

“흐흐... 이것을 보시면 알게 될 것이오.”

돌연 청의인의 얼굴 모습이 천천히 변하기 시작하였다.

“으으...!”

그 모습을 본 백의인은 아연한 표정이 되어 치를 떨었다.

청의인!

그는 어느 사이엔가 백의인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하여 있었던 때문이다.

“으... 천... 천환변형술(天幻變形術)! 네... 놈이 천화변형술까지 익힌 것을 보니... 이 음모가 하루이틀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구나!”

청의인은 득의하여 가가대소를 터뜨렸다.

“핫하, 물론 그렇소. 십년 전 조사께서 남기신 묵령신검(墨靈神劍)을 조사동(祖師洞)에서 얻은 직후부터 준비한 일이었으니...”

“으... 그랬었군!”

백의인은 자신을 관통한 묵검을 착잡한 표정으로 내려보았다.

“묵... 묵령신검(墨靈神劍)이기에 천허존신강기(天虛尊神강氣)를 관통할 수 있었지.”

청의인은 그런 백의인의 모습을 보고 음독한 미소를 지었다.

“흐흐,... 형님! 그만 저승으로 가셔야겠소이다.”

그의 쌍장에는 청색강기(靑色강氣)가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으... 오냐! 네놈하나 죽일 힘은 남아 있다!”

백의인이 이를 악물고 쌍장을 쳐들었다.

위_______ 잉!

스스스...!

백의인의 전신에서 성스런 서기(瑞氣)가 노을같이 일어났다.

“으하핫! 잘 가시오!”

청의인이 대소하며 쌍장을 내쳤다.

카______ 카캉!

콰______ 릉!

새파란 강기(강氣)의 덩어리가 굉렬한 기세로 백의인을 휩쓸어갔다.

“오냐! 오너랏!”

백의인이 피를 토하며 쌍장을 휘둘렀다.

슈_______ 앙!

스스... 스...

백의인의 쌍장에서 일순 서기로운 노을이 크게 번졌다.

“크_______ 윽!”

그러나 백의인의 안색이 회색으로 변하는 순간 그 서기는 눈녹듯이 사그러 들었다.

콰_______ 앙!

그 순간 청의인의 청색강기가 모질게 백의인의 전신을 두들겼다.

“아_______ 악!”

푸_______ 학!

백의인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튕겨졌다.

그리고는 피안개를 뿌리며 단애 아래고 떨어져 내렸다.

“흐흐흐...!”

청의인은 백의인을 떨어뜨린 단애로 내려다보며 음악하게 웃었다.

“흐흐... 형님 잘가시오. 형님의 모든 것은 이 동생이 이어받을 테니까.”

문득 그자의 얼굴에 음탕한 빛이 떠올랐다.

“흐흐... 물론 아름다우신 형수까지도...”

이어 그자는 하늘을 바라보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우하하! 오년(五年)! 오 년(五年)이다. 천외기학(天外奇學)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든후면... 천하가 나의 발아래 무릎을 꿇을 것이다.”

청의인은 마치 미친듯이 웃어대었다.

휘르르,...

무심한 산풍은 천륜(天倫)을 거역한 참사가 벌어진 단애에서 혈향(血香)을 몰아 서쪽으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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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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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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