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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五 章

 

        지하실에서의 武功傳授

 

 

 

[음……]

황군성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황창설은 침음성을 흘렸다.

그리고 한참 생각한 후에 말했다.

[너는 그 임소저라는 여아 뿐만 아니라 무림이 일에 너무 깊히 말려들었다. 이것은 우리들이 천년동안 견지해온 태도와 일치하지 않는다.]

[…………]

[…………]

[하지만,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 했는데, 천년이나 된 우리 문성무존이 어찌 변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아버님!]

황군성과 황군우가 놀라 소리쳤다.

황창설은 손을 저었다.

[조부님들께는 내가 잘 말해보도록 하마, 너희들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단 문성무존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는 마라.]

[분부 명심하겠습니다.]

하늘은 유난히도 파랗다.

그 위로 흘러가는 구름은 하얀 솜뭉치처럼 보이고,

황창설의 마음은 어느 한곳에서 주춧돌이 빠져버린 것같은 허전함과 함께, 알던 이가 빠진 듯한 시원함도 느끼고 있었다.

결국,

문성무존도 무림의 한 세력에 불과한 것이다.

젊은 청춘이 끓는 피를 삭이고 평생을 좁은 소음곡 골짜기에서만 보내기에는 그들의 피가 너무 뜨겁다.

지금까지는 용케 소음곡 생활에 적응해 왔지만,

점점 많아지는 후손들 마저 모두 그럴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잘못되며,

소음곡은 어쩌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무릉도원(武陵桃源)은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

문성무존의 역대주인들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무공과 학문을 겸비한 사람들이었지만,

속세에서의 영원한 영광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들은 소음곡같은 곳에서 영원한 평화와 안일을 구한 것이다.

황창설의 생각은 황군성이 사라진 뒤로 많이 변했다.

원래 그는 소음곡의 전통적인 견지에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황군성이 사라진 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신들은 소중한 자식을 담보로 일종의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었다.

이에 황창설은 점점 생각이 바뀌어 자식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어쩌면,

자신이 문성무존 최고의 어른이 될때까지 기다려야 가능한 일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종국적으로 자신의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그 기간은 훨씬 단축될 것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은연중에 문성무존의 최고 어른인 황숭환의 생각과 거의 같은 결론이었다.

물론,

과정은 엄연한 차이가 있지만……

 

황창설 삼부자는 함께 번화가로 나왔다.

황군성은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에 대비해서 철갑옷 위에 장삼을 걸쳤다.

삼부자가 함께 걸어보기는 평생처음이었다.

그들은 병기백전을 향해서 가고 있다.

황군우는 아버지와 형과 함께 걷게 되자 자기도 모르게 우쭐거리는 심정이 된 모양이었다.

연방 두리번거리며 연도의 사람들에게 으스대는 듯한 모습이다.

[네 무공이 일년 전과는 비할 수 없이 발전했구나. 이미 나를 뛰어넘었으니.]

듬직한 황군성에 황창설이 한 말이다.

[아직 미미할 따름입니다.]

[이제는 철인검(哲人劍)을 한시바삐 가르쳐야겠다.]

황창설의 말에 두 아들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철인검이나니요?]

황군우가 물었다.

그들은 철인검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전에 한 번도 들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문성무존은 무존은 바로 철인검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지. 어떤 검법도 철인검보다 뛰어날 수는 없다.]

황창설은 조상에 대한 강한 자부심이 깃든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은 이윽고 병기백전에 도착했다.

허괄이 뛰어나와 그들을 맞았다.

캉캉! 챙챙!

치이익! 푸욱!

병기백전의 뒤쪽에는 직접 병기를 제작하는 듯 쇳소리가 귀를 두드리고,

담금질 소리가 속을 끓어오르게 하고 있었다.

[우와!]

병기백전에 들어선 황군우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병기백전,

무창에서 가장 큰 병기점(兵器店)이다.

원래 중국에서 백(百)이라고 하는 것은 무한대를 의미하는 수이다.

백이란 한마디로 <많다>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는데,

때로는 천(千)도 만(萬)도 넘어서는 개념인 것이다.

그 말에 맞게,

병기백전에 놓여있는 무기들……

일정한 간격으로 병기대에 놓여있는 수천 자루의 검들……

그다지 밝지 않은 실내에서도 눈을 찌를 듯이 푸른 빛을 발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병기대에 놓여있는 도(刀)……창(槍)……곤(棍)……궁(弓)……추(錐)……

또한 수백가지의 기형병기들……

 

한마디로 병기백전은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병기들을 다 갖춰놓은 듯했다.

황창설이 입을 다물지 못하는 황군우에게 말했다.

[이건 범상한 물건들일 뿐이지. 진짜 신병들을 보여주마!]

앞쪽에서 안내하던 허괄이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지하로 가시지요.]

허괄은 병기대(兵器臺)의 끝으로 가서 삐죽 튀어나와 있는 쇠못을 밟았다.

순간,

스르르……

병기대가 슬쩍 물러나면서 네 사람은 비스듬히 미끄러져 지하로 내려갔다.

심리(心理)의 혀를 찌르는 기관(機關)이었다.

설마 돌출된 뾰족한 쇠못을 밟아야만 열리는 기관이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는가?

 

지하에도 위와 거의 같은 크기의 병기 진열장이 늘어서 있고,

희미하게 빛나는 야명주 밑에서 병기들은 칙칙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허괄이 말했다.

[이곳에 있는 병기들은 모두 외부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우리가 사들인 것이지요.]

한마디로,

이곳에 있는 병기들은 골동품이거나 고물이 대부분이었다.

녹이 쓸어서 다 부스러지고 자루만 남은 검이 있고,

삭아서 썩은 새끼줄 같이 변해버린 채찍이 있었다.

그 밖에도 수 백 년이 넘었을 듯 보이는 많은 폐물들이 보였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로,

여전히 고색창연한 빛을 발하는 보검과 보도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괄이 말했다.

[이것들이야 말로 진짜 보검, 보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 전에는 이십여명의 감식인들이 있는데 그들은 병기가 수집될 때마다 품질을 평가해보고 확실을 기하기 위해 이곳에 보관하지요.]

병기백전에서 수집한 병기들 중,

엄격한 감식을 거쳐서 가치가 없다고 판단된 것은 녹여서 다른 무기로 만들고,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곳 지하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하여 수년에서 수십년, 수백년이 지나면 진품은 절로 드러나게 된다.

처음에는 다시 없을 것같은 보검으로 보이던 것도 세월이 가면서 쇠 부스러기로 삭아버리는 것들도 있고,

그다지 명품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수백년의 세월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는 진품도 있었다.

[이건 아주 특이하군요.]

황군우가 묻자 황창설이 대답했다.

[그렇게 특이한 것은 아니다. 본래 옥골선(玉骨扇)이었는데 장식품이 다 닳아서 없어지고 뼈다귀만 남은 거다.]

황군우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은 마치 돌을 쪼는 정같았는데,

희미하게 백색광채를 발하고 있었다.

촤락!

황군우가 손을 비틀자 과연 쫙 펼쳐지는 것이 뼈다귀만 송송한 옥골선이었다.

허괄이 웃으며 말했다.

[작은 도련님의 안목이 아주 훌륭하십니다. 그건 한서여의선(寒曙如意扇)이라는 것으로 이미 칠백 년 정도 된 물건입니다. 옥골을 자세히 보십시오.]

황군우가 잠시 살피다가 소리쳤다.

[신기하군요. 이 좁은 옥골이 두개의 옥을 붙여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천산한옥(天山寒玉)과 만년온옥(萬年溫玉)이지요. 가만히 있으면 아무변화가 없지만, 부치면 한쪽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일고 다른 쪽에서는 차가운 바람이 일지요.]

황군성도 신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서 한서여의선인 모양이군.]

병기에 대해서는 허괄이 전문가이다.

그는 가벼운 탄식을 하면서 말했다.

[만약 음양이기(陰陽二氣)를 익힌 사람이 있어 이 한서여의선을 병기로 사용한다면 아마 고금십대천병은 십일대천병으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음양이기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문득,

황군우가 허괄의 말을 끊었다.

[허아저씨께서는 양강(陽剛)과 음유(陰柔)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아니면 열양(熱陽)과 한음(寒陰)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허괄이 말했다.

[제가 무공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합니다만 그 두 가지는 서로 상통하는 것이지요. 본체는 같고 옷만 바꿔입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네 말이 맞네. 내공에서는 음양을 겸비한 것이 드물고 초식 중에서는 강유를 겸비한 것이 드물지, 두 가지가 상부상조할 수 있다면 천의무봉(天衣無縫)한 경지라고 할 수있다.]

황창설이 허괄의 말을 보충했다.

갑자기,

황군우가 심사숙고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깊은 생각에 빠졌다고 생각하고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묵묵히 있었다.

꼼짝도 않고 그자리에서 한참 생각한 황군우가 고개를 번쩍들었다.

[허아저씨, 이 한서여의선을 제게 주실 수 있습니까?]

허괄이 미소를 지었다.

[주인님께서 꾸짖지 않으신다면 드리겠습니다.]

[하하, 이곳은 모두 허형제가 책임지고 있는데 이런 세세한 일에 내가 어떻게 관여하겠소.]

황창설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럼 한서여의선은 이 순간부터 작은 도련님 것입니다.]

황군우의 얼굴에 희색이 만면했다.

그때,

황군성이 불숙 다가서며 그의 손에서 한서여의선을 낚아챘다.

[…………?]

[…………?]

[형님……?]

황군성이 미소를 지었다.

[네가 한서여의선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비록 반쪽뿐이겠지만 천하 최강의 음한공(陰寒功)을 가르쳐 주마.]

황군우가 소리쳤다.

[형님! 감사합니다.]

[빙백강기라는 것인데 내게 무공을 가르친 분 중 냉천삭이란 분의 절기이다. 잘 듣고 기억하도록 해라.]

황군성은 그 자리에서 빙백강기의 구결을 전수했다.

황창설과 허괄은 구결만 들어도 빙백강기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극성에 달하면 만년한철마저도 얼려서 쇠부스러기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것이 빙백강기였다.

만약 황군우가 빙백강기를 한서여의선으로 펼쳐내게 된다면 그 위력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황군우는 뛰어난 총명을 가지고 있었기에 단번에 구결에 다 암기해버렸다.

촤락!

착!

그는 기뻐어쩔 줄 모르며 부채를 접었다폈다 했다.

그리고,

[저는 이 한서여의선을 이용해서 내공을 양쪽으로 가다듬을 생각이었지요. 그렇다면 그것이 가장 적당한 내공이 되지 않겠습니까?]

황창설과 황군우, 허괄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들은 전혀 그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 한서여의선의 특징을 이용해서 동시에 음양의 내공을 익히면 되는 것이다. 구태여 음양의 내공을 겸비한 자 만이 한서여의선을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어리석은 것이었다.)

(이놈! 앞으로 틀림없이 한서여의선의 무공을 완성하고 말 것이다. 과연……)

(조부님들께서 군우가 내게 미치지 못한다고 하신 것은 어쩌면 성급한 판단……이같은 기상천외한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은 다른 병기들을 쭉 훑어본 후에 다시 그 밑의 지하로 내려갔다.

허괄이 말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모두 우리 병기백전에서 만든 것입니다. 그동안 만든 것 중에서 가장 뛰어난 것들만을 보관해 놓은 곳이지요.]

그곳은 불과 위층의 십분지 일도 채 되지 않는 크기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그곳에 있는 병기들은 하나같이 건재한 모습들이고,

위에서와 같은 고철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황군성은 허괄의 뒤를 따라 진열대를 돌면서 자세히 살펴보았다.

입구쪽에서 부터 찬란한 병기들이 나열되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갈 수록 시대가 지난 고병기(古兵器)들이었다.

지금은 쓰이지 않는 병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철컥!

갑자기 황창설이 진열장에서 사척반 정도 길이의 검을 꺼내들었다.

둔중하면서도 무겁고, 게다가 두손으로 움직이는 옛 장검이었다.

그는 황군성에게 그 장검을 내밀며 말했다.

[앞으로 이 검을 쓰도록 해라. 마치 너를 위해 만들어진 것같은 검이다.]

황군성은 두손으로 받았다.

보통 장검보다 두배 정도 크고,

장검의 무게는 적어도 육십근은 될 것같은 중병(重兵)이었다.

그러나,

황군성의 몸을 생각해 볼때 오히려 그에게 적당한 크기라고 할 수 있었다.

[네가 군우에게 무공을 전수해주었으니 나도 전수해 주도록하마.]

황창설은 품에서 한 자루의 청옥소를 꺼냈다.

[주인님! 그럼 저는 이만……]

허괄은 인사를 하고 위로 올라갔고,

 

[철인검을 배우게 되면 너희들은 문성무존의 모든 무공을 배웠다고 할 수 있다.]

황창설은 두 아들을 보면서 말했다.

[무릎을 꿇어라.]

황군성과 황군우는 가문의 최고 비학을 전수받기 위해 경건한 몸가짐으로 무릎을 꿇었다.

[철인검은 빠르지 않다. 철인검은 느리지 않다. 철인검은 무겁지 않다. 철인검은 가볍지 않다. 원래 철인검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

[철인검이란 심즉검(心卽劍)에 이르는 길이다. 심즉검은 심즉도(心卽道)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가능하다.]

[…………]

[모든 정종무공이 정기신(精氣神)의 단련을 주로하고 심(心)을 다스리려는데 주력한다. 하지만 철인검은 심(心)을 단련하고 지(志)로써 심을 움직이는 것이니……]

철인검……

이것은 심으로 심을 공격할 수도 있고 심으로 체를 공격할 수도 있는,

강호의 여타 무공과는 상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기(氣)를 단련하는 내공과도 상관이 없는 무공인 철인검은 그야말로 강호에 우뚝선 금자탑같은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황창설이 조용히 읊조리는 구결은 심오막측했고,

황군성이나 황군우같은 준재도 일시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만,

막연하게나마 느껴지는 것이 있을 뿐이었다.

황군성은 속으로 놀람을 금치 못했다.

진정 무공의 끝이란 없는 것같았다.

문성무존의 무공을 배운 후에 한천사방객의 무공을 배울 땐 그들의 무공이 천하에서 가장 뛰어난 것인 줄 알았다.

전륜법왕으로부터 무공을 전수받았을 때는 또한 전륜법왕의 무공을 능가하는 것이 존재하지 않을 것같았다.

또한,

검신의 무광검이나 도신의 목계같은 심득, 그리고 위지장천의 가공절륜한 무공을 보면서 진정 그보다 뛰어난 것이 있을 까 하는 마음이들었었다.

그들의 무공깊이는 차치하고 그 무공자체는 천고의 절학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지금 문성무존은 철인검을 대하고 보니 그것들과는 또 다른 차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비록 오백년의 공력을 갖고 있고 수많은 무공을 익혔다고 하지만,

이백년 수위에 불과한 아버지 황창설을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같았다.

깨달음만이 존재하는 철인검,

철인검을 완전히 깨달을 수 있다면 내공과는 아무상관없는 절대강자가 될 것이다.

 

철인검의 전수를 끝낸 황창설은 위로 올라가버렸고,

황군성과 황군우는 묵좌를 한 채 철인검의 구결에 몰두하고 있었다.

(철인검은 없다. 즉 초식이 없다! 철인검은 바로 마음이다!)

두 형제가 동시에 깨닫고 있는 요지였다.

마음 속에서는 실타래처럼 철인검의 구결이 하나하나 풀어지고,

그들의 머리속에 차곡차곡 심오한 검결이 쌓여갔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황군성의 머리도 황군우의 머리도 뿌옇다.

그들의 머리에 먼지가 내려앉은 것이다.

한데,

황군우는 귀밑이 희끝희끝한 것이 아닌가?

꾸당!

갑자기 황군우가 뒤로 쓰러졌다.

그는 황군성처럼 깊은 내공이 없었다.

불과 한갑자 정도의 내공이 있을 뿐인데,

철인검의 구결을 풀기위해서 심력을 다하다보니 결국 정신과 몸이 따라주지 못한 것이었다.

귀밑머리는 며칠 사이에 하얗게 변하고, 그의 맥은 끊어질 듯 미약했다.

황군성이 번쩍 눈을 떴다.

그는 즉시 손을 뻗쳐 황군우의 맥문을 통해 진기를 주입했다.

황군우의 창백한 얼굴이 붉으스레해지면서 그가 눈을 떴다.

[제가 형님의 연공을 방해하고 말았군요.]

[그렇지 않다. 지금 풀 수 있는 것은 다 풀었다. 하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구결이 훨씬 많구나.]

황군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황군우,

그의 동생 황군우는 황군성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었다.

바로,

끈질긴 집중력이었다.

황군성은 자기로서는 그의 집중력과 노력을 도저히 따르지 못할 것임을 알았다.

새삼 동생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이 일었다.

일갑자에 불과한 내공으로 완전히 정신을 몰입한 상태로 그처럼 버틸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다.

심력이 고갈되어 죽고 말 그런 일을 황군우는 해내는 것이다.

[나는 이제 올라가겠다. 너는?]

황군우가 씨익 웃었다.

[저는 조금더 있다가 가겠습니다.]

 

황군우는 혼자남은 지하실에서 중얼거렸다.

[세상에는 고수가 많아. 이미 익힌 무공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무공을 익힌다는 어리석은 일이야. 아니, 어쩌면 알고 있는 것까지 잊어야 해, 오직 한가지, 철인검을 이 한서여의선으로 펼칠 수 있으면 족하다.]

촤락!

귀밑이 희끗한 소년 황군우는 다부지게 입을 다물었다.

한가지 무공만을 익히려고 하는 황군우,

머잖아 무림은 이 황군우라는 소년을 기억해야한다.

그의 형 황군성과는 또다른 독자적인 길을 갈 황군우를……

그의 무공은 황군성에 비해 못하지 않고,

그의 두뇌는 천하에 우뚝서기에 부족함이 없다.

황군우는 철인검의 구결을 외우며 천천히 한서여의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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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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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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