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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二 章

 

         武帝의 情事

 

 

태평루,

밤은 삼경이 되어가건만 여전히 불빛은 환히 밝혀져 있다.

주당들은 밤이 깊어갈 수록 기승을 부리고,

태평루 주점의 매상은 그에따라 늘어간다.

왁자지껄……

시끄러운 소음,

태평루의 밤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소란하기 그지없다.

한데,

달빛을 등에 지고 신태비범한 중년인 한사람이 태평루로 들어서고 있었다.

당당히 벌어진 어깨, 중후한 얼굴, 관록이 느껴지는 온화한 표정, 사람을 압도하는 가라앉은 눈빛……

한마디로 제왕같은 풍모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입가에 걸린 부드러운 미소는 가볍게 움직이기만 해도 여인의 심금을 흔들어놓을 듯하다.

모든 여인들이 품에 안기고 싶어할 일대 정마(情魔)가 있다면 아마 이 사람일 것이다.

주루에 늦게까지 앉아 있던 여인들은 그를 보자마자 가슴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들은 몸을 수그리고 붉어진 얼굴로 그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중년인은 여인들의 뜨거운 눈빛을 모른 채 하며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 객실로 올라갔다.

아! 아!

휴!

여인들의 입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녀들의 마음에는 불덩어리가 들어앉은 듯 뜨겁고 답답함을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중년인!

그는 임단심의 아버지 무제 임보산이었다.

[이 방이 우리 집에서는 제일 좋은 방입죠. 네네, 전망이 좋은 건 기본이굽쇼, 대식국(大食國)에서 가져온 보료가 깔려있고, 욕탕까지 갖춰진 곳입니다.네네……]

점소이는 연신 굽실거리며 임보산을 한 방으로 안내했다.

[혹시 붉은 비늘 옷을 입은 사람을 보지 못했었나?]

임보산의 물음에 점소이가 순간적으로 교활한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보았습니다. 오늘 낮에 우리 집에 왔었지요. 하나……]

임보산은 점소이의 손에 은전을 놓아주었다.

점소이의 입이 함지박 만큼 벌어지며 계속 입을 열었다.

[우리집 창문만 부수고 갔지요.]

[어디로 갔는지 아는가?]

[지금은 모릅니다만 제가 친구들 한테 부탁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헤헤 이곳은 완전히 제 손바닥 안이거든요.]

점소이는 여전히 손바닥을 내민 채 말했다.

돈을 요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임보산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얼마나 황홀한 미소였던지 남자인 점소이가 넋이 빠지는 것같았다.

(세상에 어쩜 남자가……남자가……)

임보산의 손가락이 점소이의 손바닥에 있는 은전을 가리켰다.

순간,

[앗! 뜨거!]

점소이는 펄쩍뛰며 은전을 떨쳐버리고 손바닥을 귀에 갖다 댔다.

데구르르……

굴러 떨어진 은전은 하얗게 백열되어있었다.

지지직!

그 비싸다는 대식국의 깔개가 연기를 내며 타기 시작했다.

점소이는 울상을 지으며 몸으로 깔개를 덮어 불을 껐다.

임보산의 귀신같은 재주를 본 후에 물집으로 부풀어 오른 손을 감싸쥐고 시꺼멓게 불 자국이 남아있는 옷을 입은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가 내려간 후,

임보산은 겉옷을 벗어서 창가에 끼웠다.

창문에서 길게 늘어진 황색 장삼이 밤바람에 나풀거렸다.

창가의 탁자에 앉으며 임보산은 중얼거렸다.

[내 딸의 목숨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촛불이나 마찬가진데, 그놈은 찾을 생각도 하지 않구나. 만나기만 하면 먼저 내 딸을 능멸한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주겠다.]

그때,

갑자기 임보산의 방문이 소리도 없이 살그머니 열렸다.

탁자에 앉아 창가를 바라보고 있는 임보산은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등만 보이고 있다.

사르락!

옷자락스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은 닫히고,

툭툭!

가벼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며 새근거리는 미약한 숨소리가 임보산의 등뒤에 다가섰다.

순간,

빙글!

망연히 앉아있는 것같던 임보산의 몸이 의자와 함께 돌았다.

뭉클!

살냄새가 그의 콧속으로 후끈 파고들며 그의 얼굴은 두 덩이의 살더미속에 묻혀버렸다.

풍만한 여인의 가슴이었다.

가날픈 손이 그의 머리를 와락 움켜잡았다.

임보산은 풍만한 몸을 가진 나체의 젊은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임보산의 손이 슬금슬금 여인의 허리를 스다듬고,

이윽고 그손은 여인의 둔부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아아!]

여인이 으스라지게 임보산의 머리를 끌어앉으며 벌써부터 낮은 신음을 내기시작했다.

임보산의 손은 마치 마법사의 손인듯 부드럽게 여인의 몸을 훑어내렸고,

[헉!헉! 더 이상 못참겠어!]

여인은 흥분을 참지못하고 임보산의 몸을 번쩍들어 침상으로 달려갔다.

출렁!

임보산의 몸은 여인에 의해 침상에 던져졌다.

그위로 와락 벌거벗은 여인이 덮쳐들었다.

임보산은 그때서야 여인의 얼굴을 볼 수있었다.

나이는 스물 두세살 정도,

임보산이 이백 살이 넘어서 본 딸 임단심이 스무살인데……

도화빛으로 물든 얼굴은 색기(色氣)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긴 목과 긴팔 다리, 가는 허리, 풍만한 가슴과 둔부……

가히 절색이라고 할 만한 여인이었다.

임보산은 느긋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도 그에게 이른 일은 흔히 있는 일 중의 하나에 불과한 듯했다.

그 여인은 임보산의 미소에 넋이 나간듯 멍하니 있다가 다시 달려들어 임보산의 바지를 벗겼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그곳에 가져갔다.

임보산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가 지나가고,

여인은 머리를 박은 채 열중하고 있었다.

[흥!흥!]

여인의 숨소리가 마치 성난 황소의 숨소리처럼 침상 주위를 울렸다.

두손으로 임보산의 몸을 비비던 여인은 훌쩍 뛰어 그를 걸터앉았다.

두사람은 일순간 결합이 이루어지고,

[아악!]

여인은 자지러질듯한 신음소리와 함께 고개를 뒤로 젖혔다.

갑자기 임보산이 입을 열었다.

[음양괴(陰陽怪) 마차달(馬車達)의 딸이었군.]

부르르……

여인은 벼락을 맞은 듯 몸을 떨었다.

[다……당신은……무림인이었군요.]

임보산이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었다.

[글쎄……한데 마차달은 네 아버지인가 어머니인가? 도무지 그 음양인이라는 건 알 수가 없어서……]

 

음양괴(陰陽怪) 마차달(馬車達),

그는 음양인(陰陽人)이었다.

달의 음기가 강한 때에는 여자가 되고, 태양의 양기가 강한 때에는 남자가 된다.

남자일 때는 절세의 미남자고 여자일 때는 절세의 미녀였다.

그(?) 또는 그녀(?)의 앞에 옷을 벗고 달려들은 여자와 남자의 숫자는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실상 마차달이란 이름도 남자일 때의 이름이고,

여자일 때는 마옥령(馬玉玲)이란 예쁜 이름을 썼다.

그는 관계한 남자와 여자들의 정(精)을 흡수해 내공을 쌓았는데,

공적으로 물릴까 두려워서 한 사람에게서 십년 이상의 공력을 뺏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뚜렷한 나쁜 짓을 하지는 않았지만,

남색과 여색을 지나치게 밝혔다.

어떤 때는 젊은 부부와 함께 관계를 가져 남편과도 아내와도 동시에 뭘 했다는 말이 있고,

어떤 때는 스스로 임무수행중인 거친 표사들 앞에 나타나 당한 척(?)하면서 이 삼십 명이나 되는 남자들을 상대로 즐기기도 했다는 말도 있다.

한데,

그가 무림에서 종적을 감춘 지는 이마 삼십 년이 가까운데……

 

창백해진 여자가 입을 깨물었다가 말했다.

[어머니예요. 어머니를 아셔요?]

[물론이지, 사십년 전 쯤에 꼭 너와같은 자세로 그 자리에 앉아있었지.]

여자,

그녀는 마옥령또는 마차달의 딸인 마천화(馬千花)였는데,

마천화는 수치심으로 붉으락 푸르락해진 채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놀랍게도 임보산의 몸은 여전히 그녀의 사타구니에 달라붙은 채 딸려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마천화는 그제서야 상대가 보통 인물이 아님을 알았다.

한낫 부유한 장사치나 관리 정도가 아닌 무림계의 숨은 고수임을 알아챈 것이다.

[조용히 일을 끝내도록!]

임보산의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그녀는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며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누워있는 임보산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위엄이 느껴졌다.

두려움……

그리고 다시 끓어오르는 욕망……

그녀는 다시 욕망에 휩싸이며 몸을 움직였다.

임보산에게 신분이 들통난 특유한 기법으로 자신의 꽃을 움직이면서……

[헉헉! 아아!]

그녀는 연신 들뜬 신음과 교성을 내지르건만,

임보산의 그녀의 움직임과 내지르는 소리를 즐기고 있는 것같았다.

갑자기,

마천화는 자신의 아래가 허전한 것을 느꼈다.

[응?]

자신의 몸을 꽉 채우던 어떤 것과 아래에 있던 사람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때문이다.

완전히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었다.

바로 그때,

슈앙!

그 방에 황색 장삼을 손에 든 중년여인이 표독한 눈빛을 발하며 나타났다.

[이 색한! 파렴치한! 당장 나오지 못해?]

중년여인은 침상에 벌거벗고 앉아있는 마천화는 본체만체,

우당탕! 쿵당!

객실의 기물을 구석구석 뒤짚어 엎기 시작했다.

마천화가 당황하여 황급히 옷을 걸치며 더듬거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여……여보셔요……]

홱!

중년여인의 불길을 토할 것같은 눈이 마천화를 노려보았다.

[옳아! 네년이 여태 도망가지 않다니……나하고 한번 해보자는 거냐? 사타구니를 찢어버리겠다 이년!]

번쩍!

[아악!]

마천화는 너무도 놀라 신음아닌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몸이 중년여인의 손에 의해 눈깜짝할 사이에 거꾸로 들려진 것이다.

중년여인은 왼손으로 그녀의 오른쪽 발을 잡고, 오른 손으로 마천화의 왼쪽 허벅지를 잡았다.

마천화의 비림(秘林)에는 방금 전에 벌인 정사의 흔적이 뚜렷이 남아있었다.

[천한 것!]

중년여인은 손에 힘을 주면서 마천화의 사타구니를 힘껏 벌렸다.

순간,

[으아악!]

마천화는 극렬한 고통과 함께 자신의 몸이 창문너머로 날아가는 것을 느꼈다.

혼비백산한 그녀는 벌거벗었다는 사실도 잊어버리고 정신없이 달아났다.

그녀가 내던져진 객실에서는 중년부인의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중년인의 흠흠하는 목 가누는 소리도 들렸다.

 

× × ×

 

[흥! 언젠가 현장을 잡기만하면 칠십 두개의 황금꽃잎이 당신 심장을 도려낼 거예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소. 게다가 그 여자로부터 도망을 치기까지 했잖소?]

[흥! 그게 도망친 거라구?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자칭 천하제일인이 여자가 두려워서 도망을 쳐? 마음에 없었다면 죽여버릴 수도 있었잖아?]

[무공이 강하다고 무조건 죽이기만 한다면 무림에 누가 살아남겠소? 죽어야 마땅한 자 왜에는 죽이지 않는 것이 내 신조라는 것을 알고 있잖소?]

[딸이 목숨이 한시가 급한데도 그저 여자나 밝히고 있으니……그러고도 아버지 소린 마다않고 듣겠지……]

[그런 말 마시오, 나도 노심초사 오직 그일 만을 걱정하고 있소.]

[흥!]

금화선녀는 임보산의 말에 콧방귀만 뀌었다.

임보산은 여자를 마다하는 인물이 아닌 것이다.

벌써 이백년이 넘는 세월을 금화선녀는 임보산의 바람끼 때문에 고생해야 했었다.

지금 그녀는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나있었다.

그러나,

임보산의 얼굴에는 어떤 묘한 기운같은 것이 어려 있어서,

얼굴을 마주보고 한번 웃고 눈짓하기만 하면 그녀의 마음은 봄눈 녹듯 녹아버리는 것이다.

결국 금화선녀는 임보산에게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하고 그의 품에 녹아나고 만다.

 

× × ×

 

임보산이 말했다.

[그 소문은 나도 들었소. 당신 사형이 그 아이를 잘가르친 모양이오.]

그가 말하는 당신 사형이란 전륜법왕을 말한다.

[하지만 그 아이가 우리 단심이의 구절반천평맥(九節反天平脈)을 치료할 수 있을까요?]

금화선녀가 말했다.

한데,

그녀가 말하는 구절반천평맥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전신의 경략이 정상적인 사람보다 아홉군데가 더 돌출되어 떠있는 맥을 말한다.

겉으로 보아서는 도저히 알 수 없고,

또한 진맥을 해서도 무공이 극히 고강한 사람이 아니고는 발견해 낼 수 없는, 그야말로 숨어있는 맥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

이 맥은 전신의 혈기가 아주 왕성해 지는 시기가 되면 가볍게 떠있던 혈맥이 뒤짚어지면서 극심한 고통속에서 죽어가게 된다.

사람의 혈기가 가장 왕성해 질때는 대체로 이십 일이세 정도일때이고 보면,

선천적으로 구절반천평맥을 타고난 임단심은 그야말로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절세적인 무공을 가진 사람이 뒤짚어질 혈맥을 내공으로 바로 받쳐주어야 하는 것인데,

그 공력은 가히 하늘을 거스를 수 있다는 천년의 공력에 달해야 가능한 것이다.

천하에서 가장 무공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임보산,

그도 천년의 공력을 갖지는 못했다.

누군가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임단심의 구절반천평맥을 고칠 방법은 없는 것이다.

 

임보산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아이의 내공이 깊어져서 더욱 큰일이오. 혈맥이 뒤짚힐 때 그것은 화약과 마찬가지일 텐데……그러게 내가 어떤 무공도 전수해 주지 말라고 하지 않았소?]

[저도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겨우 몇 가지 독술에 어깨너머로 배운 무공뿐이었는데 갑자기 강해졌잖아요.]

[그저 운명에 맞깁시다. 내게도 이런 어려움이 있다니……하늘은 정녕 존재하는 모양이오.]

금화선녀는 눈물을 훌쩍거렸다.

[이백 살이 넘어서 아이를 갖다니 저도 미쳤지요. 결국 저 때문에 그 아이가……]

[내가 사람을 많이 죽여서 그럴 것이오. 어쩌면 천벌이지……]

임보산은 자책하고 있었다.

무림인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의 손에 죽은 악인들의 수효는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기실,

무림이 한동안 잠잠할 수 있었던 것도,

그가 흉마들에게 은거를 종용하고 듣지 않는 자는 가차없이 죽여버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대의 흉마거마들은 모두 임보산에게 절대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의 명을 어긴 댓가는 오직 죽음 뿐이다.

임보산의 무공은 그들도 상상할 수없는 것,

절대무적!

그 자체인 것이다.

어느 누구도 임보산의 손에서 반항해본 자도 없었다.

어떤 흉마라 할 지라도 그는 단 일초에 죽여버린다.

머리를 완전히 깨뜨려서……

알고있는 자들에게,

무제 임보산은 공포(恐怖), 그 자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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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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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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