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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三 章

 

         武昌 仙人樓의 血劫

 

 

 

이른 아침,

황군성은 높은 지붕위에 우뚝 서서 비둘기가 날아서 들어가는 누각을 바라보고있었다.

 

-선인루(仙人樓)!

 

유유자적하는 시인묵객(詩人墨客)들이 헛되이 입과 손을 놀리기로 유명한 곳이다.

왠고하니,

이곳 칠층의 선인루에서는 멀리 장강의 아름다운 경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때문이다.

선인루의 벽에는 온통 멋을 부린 글귀들이 적혀있고,

앉은 자리마다 시(時), 사(辭), 가(歌), 부(賦)를 입에 올리는 먹통들이 침을 튀기고 있는 곳이다.

 

황군성은 땅으로 내려서 선인루로 걸어가며 중얼거렸다.

[이곳이 사신각(死神閣)의 총단이란 말인가? 믿기 어렵군!]

사신각,

사신(死神)이 만들었다는 자객(刺客)들의 단체,

사신은 모든 것이 비밀에 싸여있는 인물인데,

무림인 중에서도 그의 존재를 아는 인물은 많지않다.

그러나,

사신각은 원한을 맺은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염두에 두어야할 곳이다.

적당한 댓가만 주어진다면 하늘이라도 죽인다는 사신각의 자객들……

사신각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그때까지 무림에 존속하고 있던 모든 자객조직들이 사신각에 흡수되어버렸으니,

사신각이야 말로 천하에서 가장 거대한 자객들의 단체이고,

자객들의 하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황군성은 나직하게 외쳤다.

[모두 죽인다!]

소곤거리는 듯한 음성이 선인루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귓전으로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한 듯 자신들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고도로 훈련된 자객들의 마음추스림임을 황군성은 느끼고 있었다.

순간,

쿵!

황군성의 뒤에서 문이 부서져나갔다.

그리고,

기형장검을 어깨에 둘러맨 여자보다 아름다운 사나이가 백의를 입고 들어왔다.

얼굴은 어떤 여인보다 아름답고,

몸은 어떤 남자보다 건장해 보이는 사나이,

바로 위지장천이었다.

황군성도 절세준미한 얼굴이라고 하지만,

위지장천 만큼 아름다운 얼굴은 아니었다.

다만 황군성은 위지장천에게서는 없는 뻗쳐오르는 정기같은 것이 있을 뿐이다.

위지장천은 황군성의 등을 바라보며 내뱉었다.

[선객(先客)이 있었군! 하지만 사신각은 나와 먼저 해결해야할 원한이 있다.]

황군성은 등 뒤에서 풍겨나는 기도가 기이하도록 강렬함을 느끼고 마음속으로 저으기 놀랐다.

분명히 자신과 비슷한 나이인 듯한데 이같은 기도를 풍길 수 있는 인물이 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한데,

위지장천이 나타나자 선인루에 일하던 자들은 모두 미미하게 떨었다.

그들은 위지장천의 신분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황군성은 등 뒤에서 느껴지는 위지장천의 기도에 묘한 적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어떤 종류의 호승심(好勝心)같기도 했다.

황군성은 마음을 가라앉히며 무심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나의 일을! 당신은 당신의 일을!]

위지장천의 미간이 오무라졌다.

[어떤 인물이기에 이렇게 오만한가 했더니 요즘 이름을 떨치는 혈룡도왕이었군! 이름값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군.]

그는 오만하게 말했다.

황군성은 그를 무시하기라도 하듯이 우뚝 버티고 선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스스슷!

스슥!

선인루 일층에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검은 복면을 한 인물들이 나타나며 황군성과 위지장천을 에워쌌다.

그리고,

복면인들은 어디선가 계속 뛰쳐나오고 있었다.

선인루의 주변마저 삽시간에 둘러선 흑의복면인들로 인해 둘러싸여버렸다.

죽음보다 짙은 살기(殺氣)가……

구름처럼 피어나며 선인루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복면인들은 황군성과 위지장천을 중심으로 타원을 이루었다.

위지장천은 그들을 바라보며 가소로운 듯이 말했다.

[오인집행관(五人執行官)! 너희들과는 상대하고 싶지 않다. 사신(死神)더러 직접 나오라고 해라.]

오만한 목소리였다.

그의 눈길을 받은 다섯명의 흑의인들의 몸에서 백색의 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살기(殺氣)가 유형(有形)화된 것이었다.

몸을 스치고 지나가기만 해도 심맥이 굳어버리는 유형의 살기!

백색의 살기는 위지장천을 향해서만 몰려가고 있었다.

황군성의 몸에서는 목석같은 느낌만 들뿐,

어떤 기도도 밖으로 뿜어지지 않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스으읏!

백색의 살기는 위지장천을 향해 다가들고,

선인루의 살기는 하늘에 닿을 듯 치솟았다.

평범한 사람은 그 근처에만 다가와도 심장이 멎어버릴 정도였다.

이곳은 자객들의 하늘이라고 하는 사신각!

그 정예들의 힘이 두 사람을 향해서 집중되고 있었다.

백색기류가 위지장천의 몸앞 반자거리까지 다가들었다.

위지장천은 아무 것도 아닌 듯 오른 발을 번쩍 들었다가 제자리에 놓았다.

순간,

드르르르……

미세한 진동이 있는가 싶더니, 그를 향해 다가오던 백색기류는 흔적도 없이 사그라져 버렸다.

그리고,

수백 명의 흑의 복면인들이 칠공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눈알이 튀어나오고,

전신을 피로 물들이며……

목을 움켜잡고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채 복면인들은 떨면서 죽어갔다.

마치,

진정 죽음의 사신이 도래하기라도 한 듯이 백주에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조용한 가운데……

소리없이 죽어가는 인간들의 군상은 도검이 난무하고 목이 날아가는 격전보다도 더 무서운 공포와 죽음의 현장이었다.

황군성도 그 무서운 참사에는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오인집행관이라 불린 다섯 복면인이 마지막으로 쓰러졌다.

위지장천은 고개를 들고 오만하게 소리쳤다.

[사신(死神)! 나 삼성혈(三聖穴)의 마지막 후인 위지장천이 복수를 위해 찾아왔다. 썩 나서라!]

그의 음성은 마치 천둥벽력같았다.

한줄기 바람처럼 그의 음성은 죽음만이 감돌고 있는 선인루를 맴돌았다.

선인루!

칠층의 거대한 누각에 숨을 쉬고 있는 것이라곤 오직 황군성과 위지장천, 그 두 사람 밖에 없었다.

위지장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신은 나타나지 않았다.

위지장천의 눈 주위가 분노로 말미암아 붉게 변했다.

마치 두걔의 피빛 고리가 눈에 걸린 듯 했다.

 

우아아아󰠏󰠏󰠏󰠏󰠏󰠏󰠏!

 

위지장천은 거대한 분노에 찬 함성을 질렀고,

우르르릉……

칠층의 선인루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함성이 계속된지 불과 일각이 지나지 않아서,

와르릉!

꽝!

선인루는 붕괴되어 버렸다.

이로써 무창의 명물 중의 하나가 영원히 역사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완전히 폐허의 더미로 변해버린 선인루!

자욱한 먼지가 하늘을 가릴 듯이 치솟고,

때아닌 뇌성벽력같은 소리에 거리에는 수많은 군중이 운집하여 먼지에 싸여있는 선인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휘이잉!

한줄기 바람이 먼지를 휘감아 하늘로 올라가고,

투둑!

툭!

산더미같은 선인루의 폐허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손을 움직이지도 않건만 부서진 기물들이 그들의 몸에서 튕겨나갔다.

한사람은 은은한 담황색의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그보다 조금 작은 사람은 청색의 기류가 맴돌고 있었다.

그들의 천신같은 모습에 연도에 선 노파가 절을 하며 외쳤다.

[복마성제(伏魔聖帝)! 복마성제께서 강림하셨다.]

[우우……]

사람들은 노파가 절하자 잇달아 절하며 복마성제를 외쳤다.

폐허에서 나온 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땅에 엎드린 우매한 군중들 위로 각자 비상(飛上)하여 사라졌다.

무창의 거리는 온통 야단법석이었다.

사람들 마다 염주를 돌리고 중얼중얼 염불을 하고 도관과 절을 찾아가 안녕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느라 분주한 때문이다.

누구는 이를 가리켜 큰 변란이 일어날 징조라고 하고,

누구는 천하의 사마가 모조리 소탕될 성스러운 조짐이라고 하기도 했다.

 

× × ×

 

휘이익!

무창의 동남로(東南路),

허공에서 날아 내린 황군성은 객점을 찾아서 걸어가고 있었다.

거리는 한산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선인루의 참사를 구경하기 위해 달려간 때문이었다.

걸음을 옮기면서도 황군성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사신(死神)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하의 비밀장소까지 뒤져보았지만 임매도 보이지 않았다. 임매는 사신이 데려간 것일까?)

그는 또 생각했다.

(위지장천이란 자,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도저히 내 아래라고 볼 수가 없다. 그와같은 위력을 가진 신공은 상상해보지도 못했었다. 아니, 북혈마가 펼쳤다는 전음신공이 그같은 위력이 있을까?)

문득,

그는 걸음을 멈춰야만 했다.

그의 눈앞에 상인 차림새의 중년인이 나타나 가로막은 때문이다.

[…………?]

[공자께서 혈룡도왕 황군성 대협이십니까?]

중년인은 정중한 어조로 물었다.

황군성은 이상하게 여기면서도 대답했다.

[그렇소.]

순간,

중년인의 얼굴에 반색이 돌았다.

그는 허리를 굽혀 절하며 말했다.

[저는 이곳 무창의 병기백전(兵器百廛)을 책임지고 있는 허괄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있으니 집으로 가시지요.]

황군성은 멈칫했다.

병기백전은 그의 집안에서 운영하고 있는 가게이기 때문이다.

황군성은 마치 송곳에 가슴을 찔린 듯안 느낌을 가졌다.

태산을 떠난 이후,

소음곡의 문성무존은 물론 부모형제까지도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죄책감에 속이 찌르르 울려왔다.

병기백전의 책임자 허괄은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돌아 주택가에 있는 한 채의 큰 집으로 들어갔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허괄은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며칠 전 소문은 들었습니다만 정말 작은 주인님이실 줄은 몰랐습니다. 마침 둘째 도련님과 주인어른께서 이곳에 와계십니다.]

갑자기,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같던 황군성의 목석같은 얼굴에 미미한 변화가 생겼다.

그의 아버지 황창설과 그의 동생 황군우가 지척에 있다는 것이다.

[제가 작은 주인님을 발견한 것은 순전한 우연입니다. 가게 문을 열어주고 오는 길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차림새가 근간에 소문이 자자한 혈룡도왕같지 않습니까. 허허허……]

허괄은 사람 좋은 웃음을 터뜨렸다.

아버지와 동생을 만날 사람은 황군성이지만 들떠기는 허괄이 들떠있는 것같았다.

 

갑작스럽게 눈앞에 나타난 황군성을 본 황창설은 오히려 말을 잃어버렸다.

황군성은 아버지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지만 황창설은 묵묵히 보기만 할 뿐이었다.

[따라오너라!]

황창설은 그 한마디를 던지고 정원을 가로질러 연못가에 있는 정자로 올라갔다.

황창설의 얼굴은 일년 사이에 십년은 더 늙어버린 듯했다.

그는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황군성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갑자기 실종되어 버린 황군성을 찾느라고 그가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는 오직 자식 잃은 부모들 만이 알 것이다.

비록 개봉에서 살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고는 하지만,

이내 검신에게 목이 찔리고 어검술에 당해 죽었다는 소문이 뒤따르기도 했다.

황창설은 둘째아들 황군우를 데리고 지난 일년간 천하를 종횡하며 황군성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이제,

살아있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으니 더 이상 말이 필요없었다.

황군성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흰 그림자가 정원을 가로질러 오며 소리쳤다.

[형님!]

황군우가 연락을 받고 달려온 것이었다.

황군성의 눈에도 반가운 빛이 스치고 지났다.

그러나,

황군우는 아버지와 형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으로 말미암아 얼른 입을 다물고 말았다.

자신이 함부로 나설 자리가 못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하지만 그 얼굴에는 황군성을 향한 벅찬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는 황군성 옆에 앉았다.

문득 황창설이 입을 열었다.

[이 아비가 젊었을 때 무단히 소음곡을 뛰쳐나온 적이 있지.]

[…………]

[…………]

[가슴에는 회의가 가득했고 마음은 죽어있었어. 소음곡엔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은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곳에 있었지. 하지만 내 가슴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황창설은 자신의 젊었던 시절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는 황군성도 황군우도 공감이 가는 문성무존의 공통된 감정이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아무도 모르리라 생각하고 소음곡을 나와서 무작정 북경을 향해 달려갔지. 태산을 벗어나 그렇게 신나게 달려본다는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그 느낌은 한마디로 해방감이었다.]

[…………]

[그러다 나는 날이 샐 무렵 한 무리의 행렬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몹시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그들은 황창설이 소음곡을 나와서 처음 본 외부의 인간들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그들은 이십여명의 건장한 사나이들과 두 대의 사두마차였다.

소음곡에 사두마차 따위가 있었을 턱이 없다.

다만,

말로 듣고 그림으로 보아서 알고 있는 정도였다.

황창설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살그머니 그들의 뒤를 따랐고,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행렬의 일행들은 연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단정한 백의를 입었었고,

행동에 절도가 있어서 다른 사람들이 보았다면 한 눈에 보통 사람들이 아님을 알 수 있었겠지만 황창설은 바깥의 사람이 모두 그들같은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십여 명의 인물들은 두 대의 마차의 앞뒤를 호위하고 있었는데,

그들의 허리에는 모두 장검이 걸려있었다.

그들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나이가 다른 사나이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전삼! 이곳은 누구의 구역인가?]

[주사장(朱沙掌) 엄적(奄適)의 구역입니다.]

[그와 친분이 있는가?]

전삼이란 자가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설사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에게 포섭당했다면 더욱 위험합니다.]

우두머리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무슨 수가 있더라고 그들의 손에서 공주님을 보호해야 한다. 그들에게 공주님을 빼앗기면 이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죽음으로써 공주님을 지키겠습니다.]

전삼은 굳센 결의를 보였다.

그들의 말을 옅들은 황창설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공주가 신분이 높기야 하겠지만 이 나라의 존립이 위태로워 질 거라니……? 이들은 아마도 과잉충성을 하는모양이군!)

하지만,

두대의 마차 중 어느 곳에 공주가 타고 있을 거라는 상상은 은근히 황창설을 들뜨게 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공주를 호위한다는 것으로 보아서 백의를 입은 무사들은 모두 황실이나 왕부의 무사들인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 중에서 우두머리와 전삼이라는 자의 무공만이 쓸만한 것으로 보였고 다른 사람들의 무공은 황창설의 눈에는 있으나 마나한 것으로 보였다.

황창설은 마차를 앞질러가서 나무위에 은신해 있다가 마차가 나무밑을 지나갈 때, 밤고양이처럼 마차의 지붕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십여 명의 인물들 중에서 아무도 그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었다.

마차안에서 들리는 숨소리로 보아 세 사람의 여자가 타고 있는 것같았다.

황창설은 지력을 돋구어 마차의 지붕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구멍에 눈을 대고 살펴보니 과연 궁장을 한 아름다운 소녀를 가운데 두고, 다른 두 여자가 나누어 앉아있었다.

(옳지! 저 소녀가 공주인 모양이구나! 과연 예쁘긴 예쁜데……)

황창설은 약간 경박한 생각을 하면서 그녀를 보다가 조금 이상스러운 것을 느꼈다.

가운데 앉은 소녀가 공주라면 옆에있는 두 여자는 시녀들인 모양인데,

그들이 공주를 대하고 있는 것이 마치 목석을 대하듯 어떤 존경심이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 같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상하군, 저 나이든 두 시녀가 어째서 공주보다 더 당당해 보일까?)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뒤쪽의 마차를 슬쩍 보았다.

잠시 후,

그는 다시 수작을 부려 뒤쪽의 마차지붕에 올라갔다.

그리고 구멍을 뚫어보았다.

한데,

그곳에도 역시 앞의 마차와 똑같은 상황이 아닌가?

한 소녀를 사이에 두고 두 시녀가 앉아있었다.

하지만,

황창설은 그 소녀야 말로 진짜 공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하! 앞은 가짜였구나. 어쩐지……)

시녀들의 태도가 긴장되어 있으면서도 계속 가운데 소녀의 표정을 살피는 것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모시는 태도가 분명했던 것이다.

또한 소녀가 비록 앞의 마차에 탄 소녀와 얼굴은 거의 분간이 안갈 정도로 닮았지만 어떤 범접치 못할 기품을 간직하고 있었다.

황창설은 마차의 지붕에서 훔쳐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 소녀에게 깊이 빠져 들어갔다.

그때,

휘리리링!

핑핑!

암기가 나르는 소리가 그의 정신을 번쩍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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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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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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