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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四 章

 

         검은 표범

 

 

 

[적이다!]

[막아라!]

호위무사들이 검을 뽑아 휘둘렀다.

챙챙!

우두머리와 전칠이 날아오르면서 마차로 날아가던 비발(飛鉢)을 쳐냈다.

히이잉!

말이 길게 울부짖으면서 암기를 맞고 쓰러져 버리자 마차는 멈춰서 버리고,

근처의 숲으로 부터 수십 명의 복면인들이 검, 도, 창 등의 병기를 번뜩이며 날아들었다.

[으악!]

[윽!]

암기는 숲에서 계속 날아들었고,

마차를 호위하는 자들은 복면인들을 맞아 싸워보지도 못한 채 암기를 맞고 비명속에 쓰러져갔다.

우두머리와 전칠은 각기 한대씩의 마차를 넘나다니며 암기를 막느라 눈코 떨새 없었다.

챙챙!

번쩍! 번쩍!

전삼이란 자의 검술은 놀라운 데가 있었다.

엄정한 수련을 거친 것이 우두머리보다 뛰어났다.

암기를 막으면서도 그는 달려드는 흑의인 둘을 한꺼번에 베어버렸다.

[으악!]

공력은 보잘 것 없고, 초식도 그다지 돋보이는 것이 아니었음에도,

그같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그가 탁월한 재질을 가졌고,

게다가 끝없이 수련을 쌓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마차에서 날아드는 암기들을 암암리에 지풍으로 떨어뜨리며 전삼을 본 황창설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언젠가 인연이 닿아 절기(絶技)를 얻기만 한다면 전삼같은 자의 능력은 활짝 꽃필 것이라 생각했다.

마차안을 들여다보니 시녀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운데의 소녀,

황창설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 소녀는 손에 서릿발 같은 한기를 발하는 짧은 비수를 움켜쥐고 목가까이에 대고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욕을 당하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황창설은 그녀에게서 어떤 성스러움 같은 것을 느꼈다.

(내가 보호해 주어야겠다!)

이때,

호위무사들은 거의 죽어버리고 전삼과 우두머리만 버티고 있는데,

수십 명의 복면인들은 마차를 에워싸고 있었다.

아마도 공주를 사로잡을 생각인 모양이었다.

황창설은 소녀에게 전음으로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지 않소? 그렇다면 고개만 끄덕이시오.]

소녀는 갑작스런 전음에 흠칫했으나 이내 아무표정을 보이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익!

황창설은 마차의 천장을 찢으며 소녀 앞에 내려섰다.

순간,

번쩍!

두 줄기 예리한 빛이 그의 목과 가슴을 노리고 찔러왔다.

소녀의 옆에 있던 두 시녀가 소매에서 비수를 꺼내 공격한 것이다.

보통 솜씨가 넘었다.

공주를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훈련을 받은 시녀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의 공격을 공주는 묵인하고 있었고,

황창설은 약간 씁쓸한 맛을 느끼며 두 시녀의 현기혈을 짚어버렸다.

시녀의 공격을 피하지도 못할 실력이라면 아무 소용없다는 것이 공주의 생각이었다는 것을 황창설은 알고 있었다.

공주는 황창설의 귀신같은 손놀림에 저으기 놀란 표정이었다.

그러나 침착한 태도를 유지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내 신분을 알고 있다면, 먼저 당신이 누군지 부터 말해요.]

[나는 황창설이라 하오.]

황창설은 이 다급한 순간에도 쉽게 자신을 믿지 않는 공주를 약간 한심스럽게 생각하며 말했다.

[당신은 어떤 댓가를 원해요? 설사 지금이 내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라고는 하지만 들어주지 못할 부탁도 많이 있어요.]

공주의 말에 황창설은 기가 막혔으나 그녀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을 바라진 않소. 단지 돕고 싶을 뿐이오.]

공주가 빠르게 말했다.

[좋아요. 그럼, 벼슬과 보물을 원하는 대로 주겠어요.]

그녀는 마치 황창설의 말을 오인하기라도 한 듯이 대답했다.

하지만 기실 이것은 그녀의 고단위 술수였다.

어떤 다른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그것으로 한정해 버리는 절묘한 수법이었던 것이다.

황창설은 계교같은 것에 익숙치 못하다.

어리둥절하는 새, 공주는 일어서서 그의 팔에 달라붙으면서 말했다.

[밖에 온 자들을 모두 죽일 수 있어요?]

밖에서는 연방 병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암기는 더 이상 날지 않고 전삼과 우두머리가 마차로 달려드는 적들을 향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챙챙!

악! 으윽!

복면인들에 비해 그 두 사람의 무공이 비교적 고강하기에 그들은 일시 마차로 달려들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우두머리와 전삼은 상당한 부상을 입고 있었다.

중과부적인 것이다.

황창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그럴 수 있을 것같소.]

공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럼 빨리 그들을 죽이고 이곳을 빠져나가요. 빨리!]

순간,

[아악!]

비단폭을 찢는 듯 날카로운 여인의 비명이 울러퍼졌다.

앞쪽에 있는 마차에서 난 소리였다.

그 소리에 뒤이어,

[공주마마! 신 우문통(宇文統)의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적들의 손에 넘어가 영왕전하(永王殿下)의 손발을 묶게 할 수없어 감히 소인이 공주마마를 벱니다. 으윽!]

진정,

모골이 송연해지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일순간 병기의 부딪힘도 사라지고 사위가 조용해져 버렸다.

호위들의 우두머리 우문통은 더 이상 자신이 마차를 호위할 수 없음을 알고 검을 돌려 마차안의 소녀를 베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검을 돌려 자신의 가슴을 찔러 자결했다.

굴러 떨어진 아름다운 소녀의 머리는 눈을 부릅뜨고 있어서 으시시한 느낌을 주었다.

소녀의 곁에 있던 두 시녀도 잇달아 자결해버렸다.

비밀을 엄수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도 적을 속이기 위해 미리 계획된 것들 중의 하나였다.

공주는 우문통의 외침을 듣는 순간 이미 사태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몸에 걸친 패옥을 뜯어 버리고 화려한 겉옷도 벗어버렸다.

그 속에는 시녀들과 똑같은 차림의 옷이 있었다.

[공주마마!]

공주와 두 시녀가 마차에서 뛰쳐나가며 울부짖었다.

죽은 소녀를 완전히 공주로 믿게 하려는 수작이었다.

공주에게 있어서 황창설은 최후의 수단이었다.

일단은 예정된 수순을 다 밟아보는 것이 그녀로서는 최대한 모험을 피하는 것이기에.

[흑흑!]

전신이 피투성이가 된 전삼이 무릎을 꿇고 오열했다.

마차에 숨어서 지켜보던 황창설은 가슴이 찌릿함을 느꼈다.

전삼의 태도가 남다르게 느껴졌던 것이다.

오열하던 전삼이 눈물을 쓱 닦으며 검을 들고 일어섰다.

[오늘의 원한 결코 잊지 않겠다. 이 전득무 맹세코 네놈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이 일을 꾸민 그자 역시!]

전삼……

그의 본명은 전득무였던 것이니,

형제들 중 세번 째라서 보통 전삼으로 불리웠었다.

우리는 알고있다.

전득무가 바로 검신임을……

 

전삼은 피어린 맹세를 하고 그자리를 떠났다.

시녀들의 죽고사는 문제는 그와는 상관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그의 앞을 가로막지 않았다.

비록 후한이 두렵기는 하지만 그를 가로막을 상황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인질로 사용해야할 공주가 죽어버렸다.

그것도 자신의 호위대장에 의해서……

이것은 그들 복면인들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복면인들 중의 하나가 소리쳤다.

[어짜피 일은 실패했다. 육시랄…… 돌아가도 우린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래, 차라리 이년들과 재미나 본후에 멀리 달아나버리자.]

한사람이 호응하자 다른 자들도 잇달아 찬성했다.

[이년들을 데리고 해외의 섬으로 가자. 중원에서는 숨을 곳도 없을 것이고 해외의 작은 섬을 점령해서 우리가 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가 의견을 내놓자 좋다고 아우성을 쳤다.

공주와 두 시녀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일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복면인 하나가 시녀를 잡아채며 말했다.

[당장 이년들과 살부터 섞어봐야 겠다.]

찌익!

[악!]

시녀의 옷이 가슴에서 부터 길게 찢어졌다.

다른 복면인들도 낄낄 거리며 공주와 다른 시녀를 잡아갔다.

[이년이 제일 예쁜데 요것참, 낄낄……]

갑자기 공주가 뒤로 몸을 빼면서 소리쳤다.

[모두 죽여요!]

멈칫!

복면인들이 일제히 손을 멈추고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한편,

황창설은 시녀의 옷자락이 찢어지는 것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공주의 고함소리에 퍼뜩 정신이 들기는 했으나 손을 쓰지는 않았다.

[헤헤헤……요년이 도망칠려고 수작을 부리는 구나. 그래봤자 너는 오늘부터 우리 모두의 마누라다.]

복면인이 게걸스런 웃음을 날리며 정욕에 번뜩거리는 눈으로 공주를 향해 다가섰다.

공주는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바로 그때,

핑!

[악!]

그녀를 향해 다가들던 복면인이 비명을 지르며 엎어졌다.

복면인의 머리에는 작은 패옥이 반짝 빛을 발하고 있었다.

비명은 하나였으나 쓰러진 자는 둘이었다.

시녀의 옷을 찢고 쓰러뜨린 자도 패옥을 맞고 죽어있었다.

휙!

황창설은 바람처럼 공주 앞에 나타났다.

[휴!]

공주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복면인들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황창설과 공주를 바라보며 다가들었다.

두 사람의 시녀도 공주의 곁에 와서 섰다.

황창설은 소음곡에서 나올 때 병기를 휴대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그는 어떤 병기라도 다 다룰 수 있는 인물이었다.

휙휙!

두번의 발길질이 있자 발밑의 돌멩이가 허공을 갈랐다.

[악!]

[악!]

두 마디의 비명과 함께 두 사람의 복면인이 쓰러졌다.

한데,

쓰러진 그들 두 복면인의 손에 있던 장검은 황창설의 손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아니,

황창설의 몸도 날아오는 두 장검을 향해 번개처럼 움직여갔다.

으아악!

악!

일진 광풍이 몰아치는듯 혈우성풍이 일어났다.

황창설의 쌍검이 사십여 명의 복면인을 순식간에 도륙내고 말았다.

공주와 두 시녀의 놀라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와 같은 고절한 무공을 그녀들은 결코 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황창설이 마치 다른 세계의 사람인 것 처럼 느껴졌다.

 

× × ×

 

민가에 들러 마차를 새로 사서 북경으로 향한 황창설과 공주 일행은 계속해서 알 수 없는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황창설의 무공에 필적할 수 있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황창설의 손에 추풍낙엽처럼 나가떨어질 뿐이었다.

공주등은 황창설과 동행하게 된 후에는 아무리 많은 적이 나타나도 걱정하지 않았다.

황창설은 그들에게 신과 같은 인간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마차의 앞자리에 앉은 황창설은 적이 누군지를 물어보았다.

[나도 그자들이 누군지는 몰라요. 다만 아버님의 적수 중 하나일 것이라고만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뿐이죠.]

[하지만 전삼이라고 했소? 그는 누군지 대충 알고 있는 것 같이 말하던 데……]

[그게 이상해요. 그가 검술이 뛰어남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그들을 알고 있었는지……게다가 우문통마저 강호에 대한 것은 모두 그와 상의했어요.]

 

황창설은 여러가지 위험을 겪은 후에 북경의 영왕부에 도착했고,

영왕으로 부터 열렬한 환대를 받았었다.

영왕이 그와 둘만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나를 제거하고 싶어하는 자들이 많네. 오랫동안 권력을 쥐고 있다 보니 적이 많아진 거지. 사실 이번 공주가 위험에 빠졌을 때 나는 협박을 받고 있었네. 공주는 내 대신 일을 처리하다가 위험에 빠진 것이지.]

영왕은 암동하는 세력들로 부터 황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번에 직접 변경까지 가서 처리해야 할 중대사가 있었지만 자신은 도성을 떠날 수 있는 입장이 되지 못했고,

하는 수 없이 가장 믿을 수 있는 명석한 공주를 대신 보내게 되었던 것이다.

한데,

적이 어떻게 알았는지 공주를 납치하려고 시도하면서 영왕에게 서찰로 협박했던 것이다.

 

정계에서 완전히 물러서지 않는다면 공주는 죽는다󰠏󰠏󰠏󰠏

 

이것이 그 요지였다.

하나,

영왕이 진정 두려워 한것은 공주의 생명따위가 아니었다.

반드시 해야 한다면 공주를 희생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공주가 자신을 대신해서 처리하고 온 일은 극히 중요한 일로,

그것이 적이 알게 되면 나라의 존위가 위협을 받게 될 수도 있는 것이었다.

영왕은 구출하기에는 이미 늦었기에, 공주가 자결해 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랬었다.

한데,

공주는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고 모든 위험을 뚫고 돌아왔으니,

영왕의 기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던 것이다.

영왕은 황창설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물어보았고,

황창설은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대충 문성무존의 존재와 자기가 그 후계자라는 것을 밝혔었다.

 

그로부터 얼마후,

황창설은 영왕부에 머무르다가 놀라운 일을 겪게 되었다.

영왕이 공주를 황창설과 혼인시킨다는 것이 발표되었고, 그 자리에 황창설의 조부 황자준이 영왕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껄껄껄……이녀석! 도망쳐봐야 내 손바닥 안이라는 것을 왜 모르느냐? 이 할애비는 네녀석이 하는 짓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봤다.]

황자준은 처음부터 황창설의 뒤를 따라왔던 것이었다.

문성무존의 후계자가 될 손자가 혹시라도 위험에 빠질까봐서 취해진 조처였다.

이같은 것은 문성무존의 어른들의 소임이기도 하였다.

영왕이 황창설의 손을 잡고 부탁했다.

[말을 들어보니 문성무존이라는 데가 바로 무릉도원이더군, 그래서 내 공주를 무릉도원에 살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이네. 거절하지 말게.]

황창설 역시 공주에게 깊은 사람을 느끼고 있던 터라 영왕부에서 성대한 혼례식을 가진 후에 공주의 시녀들과, 조부와 함께 소음곡으로 돌아갔다.

그는 소음곡을 나가자 마자 공주를 만나 사랑에 빠졌다가,

사랑을 얻어서 공주를 데리고 소음곡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그때는 이미, 그의 회의와 고독이 차지하던 자리도 사랑이 대신하고 있었다.

 

× × ×

 

황창설은 긴이야기를 끝맺으며 말했다.

[나의 방황은 무척 짧았지. 강호에서 머문 기간도 삼개월 남짓 했고……한데……]

황군성은 머리를 푹수그렸다.

[이번에 문성무존이 발칵 뒤집어진 것은 너의 종적을 잃어버렸다는 데 있었지. 원래 아버님께서 너를 암중에 지키기로 되어있었는데, 갑자기 태산에서 아무 흔적도 없이 네가 사라져 버리자 당신께선 책임을 다하지 못해 괴로워 하셨고 조부님을 비롯한 웃분들께 많은 걱정을 듣기까지 했다.]

[아버님! 소자의 불효가 막심합니다.]

황군성이 눈물을 떨구면서 말했다.

황창설이 고개를 저었다.

[네 잘못은 없다. 단지 일이 이렇게 되었을 뿐이다. 이제 무사한 것을 알았으니 아무 걱정없다.]

[형님! 이제 소음곡으로 돌아가야지요.]

황군우가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황군성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버님!]

[말해보거라.]

[소자는 지금 소음곡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황창설이 짐작하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무림에서의 일이 마무리 되지 않았느냐?]

황군성은 잠시 생각을 한 후에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자에게 미혼의 처가 있습니다.]

황창설의 눈이 번쩍 떠졌다.

 

× × ×

 

멀리서,

선인루의 처참한 폐허를 바라보면서,

전신을 먹물을 뒤집어쓴 듯이 검은 천으로 휘감은 인영이 중얼거렸다.

[그래……차라리 잘됐어. 내겐 오히려 부담스러운 짐같았어. 위지장천……과연 대단해. 삼성혈의 후인다워.]

검은 인영의 뒤에는 웅크리고 있는 작은 표범이 보였다.

검은 인영처럼 완전히 어둠의 빛깔을 하고 있는 흑표범,

분명한 표범의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는 개보다도 작았다.

하지만,

반짝이는 눈은 그 흑표범이 보통 영물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었다.

검은 인영이 계속 중얼거렸다.

[혈룡도왕이란 자……그자도 위지장천 못지않았어. 겨우 도신따위가 그같은 인물을 길러낼 수는 없었을 텐데……이해할 수 없어.]

천하의 도신을 겨우 도신따위라고 말하는 이자……

[아무튼 홀가분하게 마음껏 살아볼 수 있겠어. 이젠 자유를 누려야지.]

검은 인영은 때마춰 불어온 바람을 타고 나뭇잎처럼 날아갔다.

작은 표범은 어느새 그의 팔에 감겨있었다.

절세적인 경공……

어풍비행(馭風飛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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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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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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