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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二十 章

 

        巨魔들의 죽음

 

 

 

도신이 명의(名醫)들을 찾아다닌 것은 보람이 있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귀머거리가 될 수 있게 해 줄 수 있는 신의(神醫)를 만난 것이다.

황군성과 함께 보화산(寶華山) 절승곡(絶勝谷)에서 치매괴의(痴魅怪醫)를 만난 것이다.

한데,

그 치매괴의의 신분은 놀라웠다.

그는 전대의 고수로 전설적인 무명(武名)을 떨쳤던 괴노(怪老) 육천태(陸天泰)였던 것이다.

괴노 육천태는 왕년의 이름과 영예를 모두 버린 채 절승곡에 은거하고 있었다.

수많은 재주를 지니고 있었던 육천태는 도신 범강에게 귀머거리가 되는 수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것도 또한 한 가지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는데,

특이한 방법으로 진기를 움직여 고막을 마치 바윗돌처럼 굳혀버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천이통(天耳通)같은 수법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었다.

육천태에게 크게 사례를 하고 신도보로 돌아온 범강은 황군성의 바램에 따라서 은밀히 수하들을 풀어서 임단심을 찾게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임단심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보고도 없었다.

황군성은 이제 자신의 의부(義父)의 소원대로 검신을 굴복시켜 마왕에 대항하게 했으니 그는 다시 임단심을 찾아나선 것이었다.

이로써 범강에 대한 자신의 도리는 다한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 × ×

 

황군성이 탄 배는 호수의 북쪽으로 올라갔다.

그는 여산(廬山)에 들려볼 생각이었던 것이다.

파양호는 우기가 지나서인지 군데군데 둔덕들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수많은 수로들이 둔덕들 사이로 나있으며, 갈대들이 그 둔덕들을 뒤덮고 있다.

호수의 중심에서 밖으로 나올수록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그에 따라 물도 흐리고 흙탕물이 흐르고 있었다.

파양호의 북쪽에 구강(九江)이 있기는 하지만 수위가 낮은 모양이다.

거미줄처럼 얼기설기 엮어져 있는 수로들을 거슬러서 황군성이 탄 배는 올라갔다.

신도보의 수하들 여덟 명이 그를 신주 받들듯 받들어 모시고 있다.

한데,

그들이 탄 배가 하나의 둔덕을 돌아갈 때였다.

촤아아!

갑자기 한척의 쾌속선이 그들의 앞으로 돌진해 왔다.

[앗! 위험하다!]

노를 젓던 수하들이 황급히 방향을 돌리고,

달려오던 쾌속선은 미꾸라지처럼 그들의 배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쾌속선 위에는 몇 명의 추악한 늙은이들이 타고 있었다.

대뜸 수하들 중의 하나가 큰 소리로 욕을 했다.

[눈깔은 어디 빼놓고 다니냐? 늙은것들아. 시펄! 눈깔에 진물이 나서 신도보 깃발도 보이지 않냐?]

순간,

휙!

한줄기 검은 선이 허공을 가로 질러와서 욕하고 있는 자의 입으로 파고들었다.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황군성의 손이 가볍게 움직였다.

전륜법왕의 독문절기인 만류귀종이었다.

황군성의 손으로 한줄기의 갈대가 빨려들었다.

욕하던 자는 입을 딱 벌린 채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하마터면 자신이 죽을 뻔한 것을 안 것이다.

[킬킬킬……애 새끼가 제법이군.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살려주마.]

마치 옆에서 속삭이는 것같은 음성이 들려왔다.

이미 보이지도 않는 쾌속선에서 들려온 천리전음이었다.

욕을 하던 수하가 무릎을 꿇었다.

[속하의 목숨은 소보주님의 것입니다.]

황군성은 아무 일 없었던 듯 가만히 서있었다.

(저들은 누구일까? 조금 전의 그 한 수만 하더라도 범상한 무공이라고 볼 수 없는데……)

황군성은 왠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신경이 쓰였다.

 

× × ×

 

[그런 방법이 있었군. 하하하하……]

천막이 찢어질 듯한 앙천광소가 터져 나왔다.

검신 전득무는 도신 범강의 손을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굳게 잡았다.

[이제 마왕을 두려워할 필요는 전혀 없을 것이오. 으하하하……]

마왕……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금제의 주인공,

그는 또한 동한객 궁월의 원수이기도 하지 않은가?

범강이 말했다.

[이제 천하는 우리 것이오. 칠대세력 중 이보의 뭉친 힘을 누가 당해낼 수 있겠소?]

바로 그때였다.

[검신, 도신이란 놈은 냉큼 나오지 않고 뭘하느냐?]

펑! 창창!

[으악!]

싸우는 소리와 비명, 그리고 검신과 도신을 부르는 소리가 그들의 귀에 들려왔다.

전득무와 범강은 동시에 몸을 날렸다.

서산 정상,

얼마 전에 전득무와 황군성이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곳에는 네 명의 노인들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주위에는 이제 이신보로 합쳐진 검객과 도객들이 병기를 잡은 채 포위하고 있었다.

그 노인들의 모습은 흉칙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몸에서 풍기는 흉악한 살기는 그들의 무공이 입신의 경지에 달한 것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노인들 중 가닥진 검은 수염을 늘어뜨리고 족제비 눈을 한 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나와 같은 동지를 보게 되다니 반갑기 그지 없구만.]

그는 팔을 슥 들어보였는데 소매가 헐렁했다.

검신이 외팔이인 것을 비웃자고 하는 행위인 것같았다.

도신의 눈이 이채로운 빛을 발했다.

[당신은 기련사흉 중 세째 가진백(賈眞白)이로군!]

[크하하하하. 아직도 노부들을 알아보는 녀석들이 있었군 그래.]

주위에 둘러싸고 있던 도객들과 검객들 중에서 놀라는 기색들이 완연했다.

 

기련사흉,

그자들은 백여년 전 기련산 일대에서 악명을 떨치던 마두(魔頭)들이었다.

적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고강했던 무공으로 말미암아,

기련사흉의 악행은 극에 달했고,

그들의 피비린내 나는 이름은 중원일대에도 알려지게 되었었다.

그들을 응징하기 위해 수많은 고수들이 노력했지만,

모조리 그들의 악명을 높이는 도구로 전락하고 말았었다.

한데,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던 그들이 또한 갑작스럽게 파양호 중의 서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검신 전득무가 기련사흉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변방의 귀신들이 감히 이곳에 와서 행패를 부리다니 죽어 마땅하다!]

 

󰠏󰠏󰠏󰠏󰠏죽어 마땅하다!

 

그의 죽어 마땅하다는 소리는 천둥벽력처럼 크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잦아들었을 즈음,

세개의 목이 땅으로 굴러 떨어졌다.

검신 전득무가 무광검을 펼친 것이었다.

아무 비명도 없었다.

오직 지금 전득무의 보라색 무광검을 목에 대고 있는 기련사흉의 네째 가진자(賈眞紫)만이 부릅뜬 눈으로 전득무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진자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미……믿을 수 없다……이렇게 빠른……)

천하에 악명을 떨쳤던 기련사흉이 검신의 단 일초에 셋이 죽고 하나가 제압당해 버린 것이다.

검신 전득무가 말했다.

[감히 검신과 도신을 건드리고도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나?]

가진자가 흉폭한 광채를 뿜으면서 소리쳤다.

[죽여라!]

도신 범강이 물었다.

[당신들은 뭣때문에 이곳까지 와서 행패를 부린 것이오?]

가진자는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흉칙한 모습은 더욱 흉칙해 보여 눈을 뜨고 보기도 끔찍스러웠다.

검신이 문득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손을 쓰지 못했으면 혀라도 휘둘러야지. 말해라.]

그의 음성은 사람의 마음 속을 파고들고 있었다.

검을 통해서 얻은 오랜 심득의 흔적이었다.

가진자는 자신도 모르게 말을 내뱉고 말았다.

[우리는 황군성이란 분을 데리려 왔다.]

[황군성!]

도신과 검신이 동시에 내뱉었다.

가진자가 계속 말했다.

[명령을 받았다. 그분을 찾아오라는……겨우 이곳에 나타났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도신이 급히 물었다.

[당신들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은 누구요?]

가진자가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당신들도 강하지, 우리 기련사흉이 일초도 견디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

[…………]

[그분은 신이다. 너희들처럼 억지로 갖다 붙인 검신이니 도신 따위가 아닌……]

도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은 적있소. 아마 황군성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당신들뿐이 아니겠지. 전대의 거마들이 몽땅 뛰쳐나와서 황군성을 찾아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 있으니까. 한데, 무엇 때문에 황군성을 찾는거요. 그는 내 양아들인데.]

그말에 검신도 해연히 놀랐다.

그는 아직까지 황군성과 도신의 관계를 물어보지 못했던 것이다.

황군성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한쪽 팔을 자르기 까지 했는데……

가진자가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그……그렇다면 형들은 죽길 잘 했군……감히 황군성 그분의 양부에게 말을 막 했으니……]

가진자는 떨고 있었다.

검신과 도신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기련사흉이 누군데 겨우 이런 일로 떤단 말인가?

황군성이 무엇이기에 천하의 거마들이 찾아다니고,

그 거마들을 한손에 움직일 수 있는 그분이란 과연 누구란 말인가?

세상에 과연 그런 인물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검신이 그의 오른팔인 제갈공지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제갈공지도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인물에 대해서는 아는바 없다는 이야기다.

도신이 물었다.

[당신에게 명령을 내린 그 사람이 대체 누구요?]

순간,

가진자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를 죽여라. 나는 그분의 이름을 입에 담지 못한다.]

도신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당신은 가시오. 황군성은 당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이곳을 떠났소.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오.]

범강이 말하자 전득무가 무광검을 거둬들였다.

흠칫,

전득무와 범강의 눈치를 살핀 가진자는 섬뜩한 살기를 비친 후에 몸을 날려 사라졌다.

그의 세 형들의 수급은 눈을 감지 못하고 나뒹굴고 있었다.

전득무와 범강의 마음은 돌로 누른 것 같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고수가 또 있다.

전대의 거마들로 부터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자,

천하를 향한 길은 멀고도 험함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자부할 수 없는 것이 천하제일의 자리라는 것을 그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이 막사로 발걸음을 옮길 때였다.

 

󰠏󰠏󰠏󰠏󰠏󰠏󰠏우워어어어!

 

용의 울음같은 소리가 하늘을 울리고 파양호 물결을 울리며 그들의 귓전을 흔들리게 했다.

[놀라운 신공이다……]

검신과 도신이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다.

[수십리 밖이다.]

수십리 밖에서 지른 소리가 이렇게 들린다면 그것은 진정 인간의 능력인지 의심스러운 일이었다.

사람의 혼백을 뒤흔들어 놓을 듯한 소리는 거의 일각 정도 계속되었다.

검신과 도신마저 간담이 서늘했다.

 

× × ×

 

파양호 변에 있는 작은 석산(石山),

마치 천신같은 풍모를 드러낸 중년인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뒷짐을 지고 있었다.

중후한 얼굴, 백색장포, 하늘을 떠받칠 수 있을 것같은 위엄을 보이는 두 어깨……

바로,

무제 임보산이었다.

임단심의 아버지이자 금화선녀의 남편인 그,

이십일 세에 전륜법왕을 패배시키고 보이지 않는 가운데 천하의 제일인자로 떠올랐던 인물……

검은 그림자들이 석산으로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바람결에 옷자락을 휘날리며 우뚝 서있는 무제 임보산앞에 도착하는 족족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석산으로 달려온 검은 그림자들은 무려 백여 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그들 중에 젊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도무지 나이를 추측키 어려울 정도로 늙어빠진 노인들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전신에서는 사악한 분위기가 풍겨나고 있었다.

임보산 앞에 엎드린 이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있다.

임보산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기련사흉이 언제 일흉으로 변했는가?]

일행의 뒤쪽에 엎드려 있던 가진자가 머리를 땅에 찧으면서 말했다.

[속하의 불충을 벌해 주십시오. 저희 기련사흉은 황군성님의 종적을 쫓아 서산에 갔다가 그만……]

[그만……?]

임보산이 반문했다.

가진자는 이마가 터지도록 땅에 받으며 말했다.

[검신의 일검에 세분 형님께서는 돌아가시고 저만 살아남았습니다.]

[황군성은?]

[이미 그곳을 떠났다고 합니다.]

임보산의 목소리가 중얼거리듯이 흘러나왔다.

[너희 벌레들은 죽어 마땅하군. 당장 죽도록 해라.]

가진자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하지만 그는 머리를 들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위에 머리를 힘껏 박았다.

퍽!

두개골이 깨어지며 허연 뇌수가 붉은 피와 함께 흘러내렸다.

임보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벌써 일년이 지났다.]

그의 뒤에 꿇어 엎드린 자들은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귀를 세우고 있었다.

[그동안 찾으라는 사람은 찾지도 못하고, 너희들이 세상에 나와 저지른 악행만 늘어났다.]

그의 음성이 약간 높아졌다.

[삼상(三湘) 식인마(食人魔)!]

그러자 흑의인들 중 하나가 바위에 머리를 찧어 쿵소리를 내며 답했다.

[무제(武帝)시여. 말씀하십시오. 식인마 여기 있습니다.]

임보산이 덤덤하게 말했다.

[너는 일년 동안 내 심부름을 하는 것을 기화로 무려 삼십 두명의 어린아이를 잡아먹었다. 이것을 어떻게 할 셈이냐?]

삼상 식인마가 안색이 백짓장처럼 변하며 말을 더듬었다.

[속하……속하……]

그때,

삼상 식인마의 옆에 있는 쥐이빨을 한 노파가 언성을 높였다.

[식인마! 어서 자결하지 않고 뭘하느냐? 무제께서 직접 손을 쓰시길 기다린단 말이냐?]

삼상 식인마는 노파를 원망스러운 듯이 바라보곤 자신의 천령개를 찍었다.

퍽!

그의 머리가 수박처럼 깨어졌다.

임보산이 노파를 호명했다.

[귀파파!]

노파가 깊이 조아렸다.

[식인마와 너는 어떤 관계지?]

[전에는 남편이었습니다만 어찌 무제님의 뜻을 거스른 자를 남편으로 섬길 수 있겠습니까? 소녀는 오직 무제님에 대한 충정만이 있을 뿐입니다.]

노파는 자신을 소녀라고 말했다.

임보산 보다 나이가 적은 모양이다.

[식인마가 먹은 아이를 요리한 자는 누구지?]

임보산의 말이 떨어지자 귀파파의 안색도 흑빛으로 변해버렸다.

그때,

퍽!퍽!

몇 명의 인물들이 자신의 천령개를 부수며 엎어졌다.

임보산의 말에서 연좌제까지 동원할 것임을 깨달은 것이었다.

귀파파는 머리를 숙이며 비수로 자기의 심장을 찔렀다.

푹!

추악!

붉고 뜨거운 피가 뿜어지며 귀파파는 쓰러져버렸다.

임보산은 삽시간에 말로써 사십여 명을 자결하게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끝날 것같지 않았다.

이미 석산은 피비린내가 자욱하고 흘러내린 핏물과 뇌수들로 인하여 도살장을 방불케하고 있는데……

아직 살아있는 자들의 눈빛이 교환되고 있었다.

그들은 임보산이 자신들 모두를 죽여버릴 심산임을 알아챈 것이다.

자신들이 임보산의 명령을 일년이 지나도록 완수하지 못하자 임보산의 심사가 뒤틀린 것이 틀림없다.

그들의 눈빛이 가열차게 교환될 때,

갑자기 임보산이 몸을 돌렸다.

그들은 갑자기 숨이 멎는 듯한 충격을 받으며 머리를 땅에 찧었다.

무제 임보산……

이 가공할 인물 앞에서 그들은 숨도 쉬지 못하는 것이다.

임보산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내 뜻을 짐작하고 있는 자들은 내 뜻대로 행하라.]

육십여 명의 흑의인들은 벼락에 맞은 듯이 부르르 떨었다.

그의 뜻,

자신들을 모두 죽이려는 그 뜻을 이미 짐작하고 있는데,

말할 것도 없이 그대로 시행하라면……

그것은 몽땅 자결하라는 소리밖에 더되는가?

임보산이 등을 보이고 있을 때는 눈빛도 교환되었지만,

막상 임보산의 천신같은 모습을 마주 대하고는 어느 누구도 기를 펼 수가 없었다.

퍽!퍽!

퍽!

비명도 없는 가운데 수박깨지는 소리와 함께 하나둘 시체로 변해갔다.

아무도……

임보산에게 드러내 놓고 저항도 한번 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석산에는 임보산 외에 숨을 쉬고 있는 자는 없었다.

임보산의 몸이 천신처럼 둥둥떠오르며 쓰러진 시체들 위로 걸어갔다.

그리고,

심장을 찔러 자결한 귀파파의 머리를 슬쩍 밟았다.

퍼썩!

귀파파의 머리가 깨어지며 굳게 쥐고 있던 비수가 바위위에 떨어졌다.

튀어나온 귀파파의 눈은 경악이 어려 있었다.

임보산이 중얼거렸다.

[어리석은 년! 감히 내 앞에서 술수를 부리려하다니……다른 녀석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부수고 죽는 이유를 생각해 보지도 못했다니……]

임보산의 몸은 한줄기 빛처럼 빠르게 사라져갔다.

일백여 구의 전대 흉마거마들의 시체가 석산에 즐비하고,

새들이 날아와 그들의 피와 살점을 물어뜯고 있었다.

임보산은 사파의 무리들을 절대로 믿지 않았다.

그가 사파의 무리를 죽일 때는 반드시 머리를 제거해버린다.

어떤 사악한 수법으로도 머리가 깨어진 상태에서 되살아날 방법은 없는 것이다.

방금 전,

귀파파는 머리를 굴렀으나,

그녀는 임보산의 원칙을 모르고 있었다.

다른 마두들은 다 알고 있는 원칙을……

임보산이 두려운 줄만 알았지, 얼마나 치밀한 인물인지를 모른 것이다.

임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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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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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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