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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八 章

 

           無光劍과 飜天刀의 對決

 

 

 

멍하니 풀린 눈에도 햇살은 찬란하게 비쳐들었다.

개울에 반사된 햇살이 금빛으로 출렁이고,

물속을 돌아다니는 은빛 물고기들은 돌 틈에서 노닌다.

[와! 잡았다. 내게 제일 커다.]

개울의 하류에서 아침일찍 부터 물고기를 낚던 근처 마을의 꼬마하나가 기뻐소리친다.

[나도 잡았다. 내것도 커.]

다른 꼬마의 소리를 들으면서 황군성은 바위덩어리처럼 굳어있던 몸을 폈다.

일어서서 고개를 들자 그의 머리뒤쪽의 먼 연장선에 푸른 산머리가 비쳤다.

그의 긴 그림자는 숲까지 닿았고,

황군성의 못박힌 듯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두 발은 힘겹게 떨어졌다.

동네 꼬마들의 눈이 일제히 황군성을 향했다.

그 맑고 어린 눈에는 놀람의 빛과 호기심이 가득해 보였다.

문득,

그 꼬마들 중의 하나가 달아나며 소리쳤다.

[거인이다. 달아나자. 엄마! 아버지!]

파급효과는 여기서도 볼 수 있었다.

예닐곱 명이나 되는 꼬마들이 너도나도 엄마, 아버지를 외치며 달아나 버렸다.

게 중에서는 앙앙거리며 달아나는 아이들도 있었다.

한데,

오직 두 녀석 만은 그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고 황군성을 바라보고 있었다.

황군성의 힘없는 눈은 아무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개울을 따라 걸었다.

[임매, 임매를 찾아야지……]

그는 뚫어지게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두 소년의 앞을 지나 터벅터벅걸어갔다.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도 어디로 걸어가는 지도 모르고 있는 모습이었다.

두 소년 중의 하나가 말했다.

[형아, 저사람은 키가 너무 커서 바보가 되어버린 모양이다. 그지?]

[바보같은 소리 하지마, 키가 커다고 어떻게 바보가 돼? 밥을 많이 먹은 것이 틀림없어. 배가 부르면 눈동자가 흐리멍텅해지는 법이니까.]

다른 소년이 확신에 찬 음성으로 먼저 말한 소년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그러자 먼저 번의 소년이 말했다.

[벌써 아침을 먹었을까? 아직 이른데……]

[이 바보야! 꼭 오늘 아침을 말하는 것이 아니야, 다른 때라도 많이 먹었을 수 있잖아.]

약간 큰 소년은 꿀밤을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그때였다.

[어디냐 어디? 그래 우리 아이들을 못살게 구는 놈은 어디 있느냐?]

[그런 놈은 다시는 발도 못붙이게 혼을 내놔야 해요.]

동네사람들이 괭이와 낫 등의 연장을 들고 멀리서부터 고함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아마도 먼저 도망간 소년들이 집으로 가서 한바탕 법석을 부린 모양이었다.

남아 있던 두 소년은 피식 웃으면서 달려오는 어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른들이 하는 양이 그들에게는 더 재미있게 보였는지도 모를 일이다.

황군성은 이미 개울을 따라 큰 걸음으로 내려가고 있는 중인데.

황군성은 등뒤에서 마을 사람들이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그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의 발걸음이 옮겨지면서 소리는 멀어지고,

마을 사람과 소년들의 눈에서는 황군성이 사라져 가고 있었다.

황군성의 큰 덩치를 목격하고서야 어른들은 아무도 쫓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 모양이다.

황군성은 그렇게 다시 사라져 갔다.

 

× × ×

 

세상에 사람은 보이지도 않는데,

무수한 말들이 나돌고,

그 말들은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무림에서는 그동안 한 사람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녔고,

그 사이에서는 수많은 살상이 일어났다.

세상에 난무하는 소문들……

고금십대천병에 관련한 많은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돌고, 그 소문에는 반드시 혈풍이 동반되고 있었다.

하나,

어느 누구도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하는 가공할 고수가 무림에 나와 한 청년을 찾아다닌다는 소문은,

잠시 동안이나마 세인들의 가슴을 차갑게 식혀주는 역할을 했다.

그 고수의 이름은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전대의 흉마거마(兇魔巨魔)도 그와 마주서면 모든 저항을 포기하고 처분을 기다렸다.

그의 명령을 받은 흉마거마들은 각기 흩어져 한 사람을 찾아다녔고,

그들이 찾아다니는 청년의 이름은 바로 황군성이었다.

그들과는 또한 완전히 계열을 달리하는 인물들도 황군성을 찾아다녔으니,

그 인물들 역시 무림에 전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 고수들이었다.

세상은 바야흐로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었다.

칠파의 세력은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한 인물들의 동정을 살피기 위해 몸을 사리고,

그들도 모르게 강호는 재편(再編)되고 있었다.

강호의 암류는 급박하게 흘러가고……

무림인들은 자신을 도야(陶冶)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난세를 향한 시대의 흐름이 그들의 본능에 호소한 때문이다.

난세에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자신의 강함과 교활함, 그리고 뭉쳐진 힘밖에 다른 것이 있을 수 없다.

 

× × ×

 

기성자(紀省子)가 주(周)의 선왕(宣王)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다.

그가 싸움닭을 기른 지 열흘이 지나자 선왕이 물었다.

[닭은 이제 싸울 수 있겠는가?]

기성자는 대답했다.

[아직은 안 됩니다. 아직 의기는 높고 자신에 차 있습니다.]

열흘이 지나 선왕이 또 물었다.

[닭은 이제 싸울 수 있겠는가?]

기성자가 대답했다.

[아직 안됩니다. 소리가 들리거나 형체가 있는 것을 보면 곧 반응합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묻자,

[아직 안 됩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고 의기왕성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다시 열흘이 지나 또 왕이 묻자 기성자는 대답했다.

[그런 대로 되겠습니다. 다른 닭이 울어도 전혀 동하는 데가 없습니다. 언뜻 보기에 마치 나무로 만든 닭(木鷄)과 같습니다. 그 정신이 응집되어 다른 닭이 싸우려고도 하지 않고 등을 돌리고 도망칩니다.]

 

× × ×

 

파양호 중에 있는 서산(西山),

차가운 바람을 맞으면서도 수많은 배들이 서산으로 몰려가고 있다.

서산에 이미 정박하고 있는 배들의 수효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물결을 가르고 있는 배들 가운데 하나,

도(刀)라는 글자가 씌여 있는 붉은 깃발을 달고 있었다.

크기도 다른 배들보다는 훨씬 큰 배다.

번뜩이는 도를 든 무사들이 갑판위를 삼엄한 경계의 눈초리를 한 채 돌아다니고 이다.

 

선실 안,

배안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호화로운 곳,

호피(虎皮)가 깔려진 바닥에 놓인 태사의에 오십줄에 접어들었음 직한 노인이 턱을 고이고 앉아있다.

[나는 장자(壯子)에 나오는 목계(木鷄)와 같이 되고자 하였으나 종래 되지 못하였다. 한데 너는 이미 석인(石人)이 되어 버린 듯 하니 그 경지가 참으로 놀랍구나.]

노인 앞에는 칠척의 거한이 붉은 철갑을 입고 서있었다.

한데 이 거한……

마치 인간 화석같은 무표정한 얼굴에,

지진이 인다 해도 흔들리지 않을 것같은 견고한 어깨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이 거한이 바로 황군성이라는 사실이었다.

지난 일년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인물,

그를 찾기 위해 무림이 발칵 뒤짚혔던 그 인물인데……

[너를 만난 후에야 나는 우리 신도보(神刀堡)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나는 너를 믿는다. 이 아비를 실망시키지 않겠지?]

노인은 기대에 찬 눈으로 황군성을 바라보았으나,

황군성은 숨을 쉬는지 않는지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돌덩어리 같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노인은 아무런 불만이 없는 듯했다.

오히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윽고 배는 서산에 닿고,

무사하나가 들어와 노인에게 보고했다.

[보주님! 서산입니다.]

노인은 고개를 끄덕여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이 노인은,

당금 무림의 칠대세력 중 신도보의 보주인 도신 범강(氾康)이었다.

도신 범강……

그는 매년 있어온 검신과 도신의 결투를 위해서 이 서산에 온 것이다.

 

× × ×

 

서산 정상,

마치 군대가 주둔하기라도 한 듯이 막사(幕舍)들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외팔의 검신이 분노를 삭이고 있었다.

제갈공지가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전해 듣기로는 도신(刀神)이 양자를 얻었다고 합니다. 아마 그것이 딴마음을 먹게 된 동기가 아닐런지……?]

검신의 움켜쥔 손안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서찰이 재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우리의 금제를 깨뜨릴 자신이 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검신은 강하게 도리질 했다.

[나가 금제를 깨뜨릴 수 없는데 그자가 깨뜨릴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데도 그자가 이런 서찰을 보내다니……]

검신 전득무가 태워버린 서찰에는 과연 무슨 내용이 있었던 것인가?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본 도신은 그자의 존재를 무시하기로 했소. 이제, 그자가 꾸민 대로의 일은 모두 끝나고, 본 도신의 행동은 모두 내게서 나오게 될 것이오. 검신의 의향이 어떻든, 본 도신은 그자와 정면 충돌을 불사할 것이오……>

 

검신 전득무가 제갈공지를 향해 말했다.

[도신에게 뒤져서는 안되겠지?]

…………

 

× × ×

 

서산 정상에는 검신과 도신의 대결을 구경하기 위해 천하에 흩어져 있던 검객과 도객들이 일제히 몰려들었다.

그들은 검신과 도신의 대결에서 단 한 수 만이라도 옅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영광인 것이다.

마침내 해는 하늘 높이 솟아 정오가 되고,

둥둥둥!

북소리가 울려퍼지며 양 측의 막사에서 두개의 인간 물결이 일어났다.

검신 전득무와 도신 범강을 필두로 그들의 수하들이 중앙으로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이백 여 명이 서로를 향해 걸어가는 데도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검신과 도신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들은 불과 이척의 거리가 남아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팔을 뻗으면 서로의 어깨를 잡을 수 있는 거리였다.

검신의 눈에 이채로움이 피어났다.

그의 눈은 도신보다도 도신의 바로 뒤에 서있는 황군성을 향하고 있었다.

모습이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틀림없는 황군성,

자신의 한쪽 팔을 잘랐던 그였다.

그는 속으로 섬칫함을 느꼈다.

자신의 눈빛에도 불구하고 황군성은 마치 석상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신이 입을 열었다.

[범형! 뒤의 청년이 바로 범형의 양자요?]

도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보셨소.]

[범형의 간이 왜 커졌는가를 이제 알겠군. 시작합시다. 오늘은 예전과 다를 것이오.]

검신 전득무는 냉혹하리만치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도신 범강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다를 것이오.]

그는 천천히 왼손을 들어올렸다.

검신 전득무도 마찬가지였다.

순간,

그들의 뒤에 서있던 수하들이 일제히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도신의 뒤에서 황군성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눈에서 기이한 광채를 띠는 검신을 향해 도신이 말했다.

[전형! 오늘 싸울 사람은 내가 아니오. 잘 싸워보시오.]

그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훌쩍 물러났다.

검신의 미간이 찌푸려지며 줄기줄기 살기가 뻗어나왔다.

(감히……이 늙은이가……이 애송이를 죽인 후 너마저 죽여주마!)

하나,

그는 여전히 석상같은 황군성을 보고는 빠르게 마음을 추스리며 살기를 거두고 말았다.

(저놈의 무공이 훨씬 강해졌구나. 그때 내 검에 목을 찔렸는데 어떻게 살아났을까?)

전득무와 황군성의 거리는 불과 사척정도……

서로의 병기가 몸에 닿을 거리이다.

사방의 관전자(觀戰者)들은 숨을 죽이고,

전득무의 몸에서는 엄청난 기도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무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황군성에게 일검을 찌르지 못하고 있었다.

황군성의 몸에서는 정말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무(無)일 뿐이다.

그렇지만,

전득무로서는 그 무가 도무지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의 이마로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관전자들도 모두 이상하게 여기는 기색이었다.

검신 전득무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 새파란 청년하나를 죽이지 못하고 대치하고 있는 것이다.

오직 도신 범강만이 여유있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후…… 전득무! 너는 결코 검을 뽑지 못할 것이다. 오늘이후로 우리 도신보가 천하의 웅주가 될 것이다.)

도신의 생각처럼,

검신 전득무는 황군성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놈……결국 내 비장의 무기를 쓰게 하는구나.)

그의 이마로 비지땀이 흘러내렸다.

스스슷!

그의 몸이 천천히 뒤로 미끄러져 나갔다.

신검보의 무사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사방에서 지켜보던 검객과 도객들의 입에서 놀람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신이 물러섰다.]

[검신이 밀리고 있다.]

황군성은 검신이 물러서든 말든 여전히 팔을 늘어뜨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하물며 그의 눈은 검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스스슷!

계속 물러서 이장 정도까지 물러선 검신은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버렸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이 기괴한 대치를 눈 한 번 깜짝이지 않고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앉은 검신은 검을 자신의 무릎위에 놓았다.

마치 칠현금(七絃琴)을 연주하는 듯한 자세였다.

그러나,

이 순간부터 검신도 점차 자신만의 세계로 몰입해 들어가고 있는 모습이었다.

잠시의 시간이 지난 어느 한 순간,

검신의 두 손이 합장하듯 모여지고,

번쩍!

검신의 무릎에 놓여있던 검이 한 마리의 백룡(白龍)처럼 꿈틀대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어검술이다!]

주위에서 분분히 경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마리 백룡처럼 변한 검은 서산의 허공을 어지럽게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번쩍!

번쩍!

뭇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검광과 검기를 뿌리며 검은 점점 더 빨라지고,

그 세력권은 점점 압축되고 있었다.

검기가 이룬 막이 하나의 거대한 모자처럼 되어 황군성의 몸을 뒤집어 씌우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검술의 경지를 뛰어넘은 새로운 검공(劍功)이었다.

모든 사람들의 입이 딱 벌어졌으며 황군성은 죽음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였다.

거대한 검기의 모자가 황군성의 몸에서 일장 정도의 거리로 다가왔을 때,

황군성의 몸이 처음으로 변화를 보였다.

성큼성큼!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검신 전득무를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서는 거대한 검기의 덩어리가 내리덮치고 있는데,

그가 세 걸음을 옮겼을 때,

마침내 검기의 덩어리는 황군성을 덮어씌우고 말았다.

[앗! 저런!]

황군성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도신 범강의 눈은 여전히 황군성에 대한 철저한 신뢰로 빛나고 있었다.

순간,

번쩍!

하늘을 향해 치솟는 다른 한줄기 백광이 검신이 만든 검기의 덩어리를 찢어버렸다.

그리고,

황군성은 여전히 아무 일 없었던 듯 검신을 향해 네번째 걸음을 움직이고 있었다.

검신이 손가락으로 황군성을 가리켰다.

순간,

그의 손에서 엷은 보라빛이 허공을 갈랐다.

추측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르기였다.

범강이 주먹을 쥐면서 벌떡 일어섰다.

바로 그것이 검신의 진짜 공격이었음을 알아챈 것이다.

파팟!

하나,

황군성의 손에도 어느새 삼척이 넘는 백색의 도가 쥐어져 있었고,

검신의 보라빛은 그의 도에 가로막혀버렸다.

도신 범강의 입에서 무거운 음성이 터져 나왔다.

[무광검(無光劍)! 이미 칠단계 말이군!]

좌중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검신이 고금십대천병 중에서 무광검을 익혔다는 사실이 그들의 가슴에 원인모를 불길을 던져준 때문이다.

무광검……

고금십대천병 중의 하나인 이 무광검은 실제로 병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하나의 무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 무광검을 익히게 되면 어떤 보검보다 예리한 검강이 손가락을 통해서 발출된다.

처음에는 붉은 색의 검강이나 단계가 진척될 수록 점점 무지개 색을 거쳐서 빛이 사라지게 된다.

그 단계가 팔단계인데,

지금 검신은 엷은 보라빛이니 칠단계 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팔단계가 되면 검은 아무 소리도 없고, 빛도 없는데,

그 빠르고 강함은 이루 말할 수 없게 된다.

그야말로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으며 피할 수도 없는 것이다.

 

검신의 보라빛 검강이 황군성을 빛살처럼 무찔러갔다.

황군성의 번천도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보라빛 검강은 번천도가 그리는 원들 사이에 빨려들듯 스며들며 사그라지고 있었다.

두번째의 대결……

두 사람의 대결도 두번째 이지만,

고금십대천병 중 두개가 서로 두번째로 맞부딪힌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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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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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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