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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五 章

 

       美少年(?)

 

 

 

화산(華山),

무수하게 솟아있는 절봉들,

절봉과 절봉사이로 흐르는 운무(雲霧),

옥녀(玉女)의 전설이 살아있는 옥녀봉,

그 아래에는 깊이를 모르는 만장단애(萬丈團崖)가 있다.

사시사철 짙은 운무로 인해서 지척의 분간이 어려운 이곳,

그렇기에 아무리 위에서 내려다 봐다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구름이 흘러가고 나면 그 밑에 다른 구름과 안개가 보일 뿐……

새들조차 안개와 구름이 두려워 그 안으로는 날지 않는다.

한데,

그 만장단애에 개미처럼 붙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구름을 한층한층 위로 하면서,

밧줄도 없이 오직 수족의 힘만으로 석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내려가는 사람,

고사리같이 여리고 긴 흰 손가락, 뽀얀 손 등……

놀랍게도 이 사람은 스물도 되지 않은 아름다운 미소년이었다.

황군성도 만나본 적 있는 신검보의 무적십이검 중의 유일한 생존자,

임단심의 집에서 제갈공지의 눈을 속이고 사라졌던 그 미소년인 것이다.

그의 전신은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벌써 몇 시간,

그의 발끝은 피로로 인해 달달 떨리고 그의 손가락은 핏망울이 맺혀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단애의 밑으로는 구름과 안개만 보일 뿐 바닥은 얼마나 깊이 있는 지도 알 수가 없다.

이미 위로 다시 올라가기도 틀린 것같다.

윗쪽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것이다.

삐어져 나온 돌뿌리를 움켜쥐며 그는 발붙일 곳을 더듬어 찾았다.

단 한번 이라도 실수한다면 그의 몸은 가루가 되고 만다.

한 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때때로 밑에서 불어오는 강한 상승기류는 종종 그의 몸을 절벽에서 떼어놓으려고 한다.

탁!탁!

돌조각이 떨어지면서 까마득히 절벽아래로 달려갔다.

손끝과 발끝이 짜릿짜릿해 지는 순간이다.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도 눈알이 핑핑 돌지경이다.

하지만,

그가 있는 곳에서 오장 정도 떨어진 아래에 절벽에서 약간 튀어나온 부분이 보인다.

비록 그다지 넓은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몸을 쉴 수 있는 곳이다.

[타앗!]

그는 절벽에서 몸을 날렸다.

허공에서 제비처럼 한바퀴 빙글 돌며 다시 절벽 쪽으로 붙어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몸은 정확하게 절벽 중간의 튀어나온 부분을 밟았다.

순간,

퍽!

[앗!]

그는 자신이 밟은 바위가 부서지며 전신이 오그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밟은 곳이 아래로 꺼져버린 것이다.

번쩍!

깡!

그는 순간적인 임기응변을 발휘하여 번개처럼 검을 뽑아 석벽에 찔렀다.

전신의 공력이 깃들은 청강검은 여지없이 석벽을 파고들었고,

그의 몸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바람이 불면서 그의 전신에 흘러내린 식은 땀을 씻고 지나갔다.

절벽에서 튀어나와 있던 곳은 단단한 바위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곳은 이미 까마득한 아래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한데,

그 튀어나와 있던 바위가 사라진 밑에,

놀랍게도 조그마한 동굴이 하나 뚫려있는 것이 아닌가?

그 미소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새옹지마(塞翁之馬)로군, 다행히 쉴 수는 있을 것같아.]

그는 뱀처럼 미끌어지며 동굴속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좁았고 깊지도 않았다.

머리를 들면 천정에 부딪힐 것같고 양팔을 옆 으로 뻗지 못할 만큼 비좁다.

멀리 보이는 산그림자가 긴 것이 얼마 안있어 해가 질 모양이다.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다시 내려가도록 하자.]

미소년은 중얼거린 후 작은 보자기를 풀어 소금에 절인 고기를 꺼냈다.

문득,

그의 눈에 동굴의 한쪽 벽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

 

<이곳까지 왔으니 이만큼은 얻으리라!>

 

어느 누구의 발도 닫지 않았던 처녀지인 줄 알았던 이곳에도 인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미소년은 고개를 갸웃했다.

손으로 글자를 더듬어 보니 빛이 들어오지 않는 동굴의 안쪽으로도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그는 섬찟한 마음으로 급히 손을 떼었다.

그의 손에 느껴진 감촉,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여성다운 정숙함을 항상 잃지 않는다면, 대지(大地)가 무한하듯 길이 행복할 것이다……>

 

(어떻게 이른 글이 여기에 쓰여져……)

미소년은 크게 놀란 듯 했다.

하지만,

잠시 생각해 보고 그는 가볍게 자신의 이마를 탁 쳤다.

[이건 주역(周易)을 해설(解說)한 것이구나.]

그는 초에 불을 밝혀서 동굴의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벽에는 마치 붓으로 새긴 듯한 글자들이 백여자나 들어차 있었다.

그 글자들은 그의 짐작대로 주역 상의 건(乾)과 곤(坤)에 대한 해석으로 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팔괘의 해석이 아닌 단순한 건곤의 해석만 있을 뿐이고 그 뒤의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불과 백여자로 이루어진 내용이지만,

그는 그것이 심오하기 이를 데 없는 무공의 구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찬찬히 살펴본 후에 그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이런 무공이 있다니……정말 이렇다면……나도 이것만 익히면 어떤 고수라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이 되지 않는가?]

어떤 서명도 제목도 없이 건곤의 해석과 구결만이 쓰여진 무공……

그것은 세상에서도 유래가 없이 독특한 심법(心法)이었다.

이 무명(無名)의 심법(心法)은 두 가지를 주로 하고 있었다.

감지(感知)와 속발(速發),

이 두 마디로 모든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감지는 상대가 공격하려고 마음을 먹는 순간에 이미 똑같이 그 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하여,

아무리 빠르고 강한 공격을 받는다 하더라도,

어느 부위를 노리는 지, 얼마나 강한 힘인지를 미리 알고 있기에 얼마든지 방어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빠르고 정확한 반격도 가능한 것이다.

속발,

이것은 내공을 끌어올려 발출하는 것을 순간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게다가,

한꺼번에 전신의 공력을 극히 짧은 시간에 분출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지니고 있는 내공의 수 십배의 위력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

미소년이 놀라워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검(劍)을 들고 대적하는 자가 상대방의 공격부위를 미리 알고 있다면,

이미 승부는 검을 뽑기도 전에 결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약한 공력이라고 하지만 빠르게 일어나는 공력은 강한 공력마저도 순간적으로 제압할 수 있기에 스스로의 공력제약(功力制約)에서도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소년은 가부좌를 하고 앉은 채 깊은 묵상에 잠겼다.

무명의 심법을 익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마치 마음이 열리는 듯한 시원함을 느끼며 어느 정도의 성취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미소년은 그날 밤을 그렇게 새웠다.

날이 밝았을 때, 잠을 자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온 몸이 쾌청했다.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일은 계속되었다.

내려갈 수록 위기의 연속이고 입안에서 침이 말랐다.

손끝과 발끝은 저려왔고,

절벽의 중간에 멈춰서서 잠시 쉴 때는 아주 큰 일을 해낸듯한 기분이 들었다.

단 한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절벽타기,

그는 이것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고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무공의 측면에서도……

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옷자락이 끝없이 떨렸다.

완전히 집중된 그의 정신은 이러한 순간의 연속으로 인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의 마음을 얻고 있었다.

 

마침내,

다시 하루의 밤을 절벽에 매달려 보낸 다음 날,

미소년은 하늘이 보이지 않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절벽의 경사가 완만해 지는 곳에 다다랐다.

그의 옷은 군데군데 뜯어져 있고,

그의 머리카락은 대충 흘러내려 있었다.

얼굴에 도는 피로한 기색은 그의 행로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미소년은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검동(劍洞)이 멀지 않다. 나는 결코 어머니의 뜻을 거역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자가 먼저 내게 손을 썼다.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며 비탈진 경사를 한 마리 새처럼 날아 내려갔다.

 

× × ×

 

쿵!쿵!쿵!

지축을 울리는 둔중한 음향이 계곡을 뒤흔들고 있었다.

미소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의 눈앞에 있는 거대한 짐승의 발자국은 그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아마도 지금 들리고 있는 소리는 어떤 거대한 짐승의 발걸음 소리인 모양이다.

미소년은 갑자기 자신이 어둠에 휩싸이는 것을 느꼈다.

[이얍!]

그는 청강검을 뽑아 몸을 돌리면서 뒤로 날아갔다.

크악!

마치 대들보 같은 거대한 털북숭이 팔이 그가 서 있던 곳에 내려꽂혔다.

쿵!

[헉!]

미소년은 경악하며 주춤주춤 물러섰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흑성성(黑猩猩)이가 이빨을 드러내며 흉폭한 눈빛을 발하고 있었다.

흑성성의 키는 무려 삼장(三丈)정도 될 것같았다.

쿵쿵!

흑성성은 첫 공격에 실패하자 화가난 듯 그를 향해 걸어왔다.

미소년은 이 골짜기에 있는 괴물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인간세상과는 다른 별천지에 온 것이다.

괴물들을 피할 순 없다는 생각이 든 그는 자신의 무공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무명의 심법이 얼마만한 위력을 보여 줄 것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든 것이다.

청강검으로 흑성성의 미간을 겨누었다.

흑성성은 청강검 따위는 마치 바늘보다 작게 느껴지는 모양이다.

전혀 개의치 않고 괴성을 지르며 긴 팔을 휘둘렀다.

윙!

마치 태풍같은 강한 바람이 일면서 검은 구름처럼 흑성성의 팔이 날아왔다.

순간,

미소년의 몸이 허공으로 새처럼 날아올랐다.

그리고,

번쩍!

그의 청강검에서 새파란 한줄기 빛이 뻗어나갔다.

검강(劍罡),

바로 검강이었다.

황군성과 싸울 때에는 불과 초보적인 검강밖에 펼치지 못했던 그가,

무명의 심법을 익히자마자 무시무시한 위력의 검강을 펼쳐낸 것이다.

크아앙!

한줄기 푸른 빛이 흑성성의 머리를 가르고 지나가자,

흑성성의 참혹한 비명이 계곡을 쩌렁쩌렁 울렸다.

쿠당!

쓰러진 흑성성의 몸을 보며 미소년은 몸을 날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미소년은 절벽에서 움푹 들어간 곳에 있는 한 채의 석옥 앞에 서있었다.

그는 감격하고 있었다.

[결국……찾았구나. 어머니 말씀이 맞았어……]

석옥은 컸다.

문도 거대했다.

미소년은 문을 밀고 석옥안에 들어갔다.

순간,

그는 어두운 석옥 안에서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느낌으로 살아있는 생물은 아닌 것 같았다.

확!

갑자기 석옥안이 대낮처럼 밝아졌다.

사방의 벽이 눈부신 광채를 토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르르렁!

미소년을 둘러싸고 일곱 명의 거인이 서있는 것이 아닌가?

한데,

그 일곱 명의 거인은 사람이 아니었다.

묵빛 강철로 만들어진 이장 높이의 철인(鐵人)이었다.

게다가,

그들의 손에는 싸늘한 섬광을 발하는 거대한 철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르렁 소리가 계속 들렸다.

미소년은 이에 대해 어느 정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검을 들고 그 일곱 철인을 경계하고 있었다.

철인들은 미소년을 둘러싸고 천천히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일곱 철인의 몸은 천천히 움직이고,

그들의 검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을 뚫고 가야 한다. 여기서 실패하면 모든 것이 끝이다.)

미소년은 청강검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베어버렸다.

삽시간에 그는 머리가 반질거리는 대머리로 변했다.

한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소년은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어머니 말씀대로라면 이곳에서는 오직 검 이외에는 아무 것도 몸에 지니지 않는 것이 좋다고 했다.)

그는 천천히 움직이는 철인들을 주시하며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어버렸다.

그런데,

미소년의 가슴에는 마치 상처를 입기라도 한 듯이 붕대가 감겨져 있지 않은가?

쫘악!

미소년은 주저없이 붕대를 베어버렸다.

순간,

베어져 떨어지는 붕대가 있던 곳이 출렁이며 두개의 육봉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미소년은……

미소녀였던 것이다.

흑의 경장의 하의도 벗어버리고, 마지막 남은 한조각의 작은 천마저 벗어버린 미소년(?)은 확실한 여자였다.

가늘고 긴 두 다리는 백옥으로 된 기둥처럼 그녀의 몸을 받치고 있고,

잘룩한 허리는 그녀의 상하를 구분해 준다.

잘 발달한 가슴,

그녀는 아름다운 소녀였다.

완전한 나체가 되어서도 당당히 검을 들고 일곱 철인들에 맞서있는 소녀,

그 몸에서는 염기가 폭발하듯 넘쳐흐르고 있었다.

이때,

철인들은 점점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청강검으로 철인 중의 하나를 겨누고 걸음을 옮겼다.

두 다리가 교차되는 사이로 그녀의 그곳은 미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번쩍!

철인이 갑자기 기이한 각도로 검을 휘둘러 왔다.

그녀는 물고기처럼 몸을 뒤집으며 아슬아슬하게 거대한 검을 피했다.

삽시간에 식은 땀이 전신에 흘러내렸다.

조금만 늦게 피했더라면 그녀는 처참하게 짖이겨져 버렸을 것이다.

(이렇게 빠르고 강하다니!)

위이잉!

그르렁!

철인들은 이제 그녀의 주위를 돌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녀의 옆과 뒤로 접근해 오면서 진세를 이루어 그녀를 공격하는 것이었다.

번쩍!

번쩍!

철인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해 몸을 뒹굴면서 겨우겨우 피해내고 있었다.

청강검은 소용이 없었다.

철인들의 거대한 장검을 청강검으로 막는다면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밖에는 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가까스로 검을 피해낼 수 있는 것도,

절벽의 중간에서 무명의 심법을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번쩍!

철인들이 휘두르는 검은 치밀하기 짝이 없어서,

바닥에 닿을 듯하면서도 한번도 바닥을 긋지는 않았다.

그녀는 허리를 뒤로 까뒤집으며 일어섰다.

피하는 데도 한도가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어떤 방도가 나오지 않으면 결국은 지쳐서 죽고 말 것이다.

순간,

그녀는 발밑이 미끈함을 느끼며 중심이 흔들렸다.

바닥에는 온통 그녀가 흘린 땀으로 인해 미끄러웠던 것이다.

철인 중 하나의 검이 그녀의 허리를 횡으로 베어왔다.

[이얍!]

미소녀는 허공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한데,

바로 그순간이었다.

다른 철인의 검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녀의 몸을 쪼개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눈앞이 아찔했다.

이제는 죽었구나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번개같은 속도로 자신의 발등을 차고 몸을 엎드리며 검의 아래로 날아갔다.

위잉!

그녀의 등뒤로 거대한 검이 떨어지고,

그녀의 눈앞으로는 철인의 검을 든 강철 팔이 떨어져 내렸다.

미소녀는 다시한번 몸을 뒤집어 머리를 아래로 하고 빠르게 떨어지면서 두 다리로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철인의 팔을 휘감았다.

싸늘한 얼음기둥 같은 쇳덩이의 느낌이 그녀의 하체로 전해져 왔다.

그녀의 몸은 아슬아슬한 차이로 바닥에 닿지 않고 다시 위로 들려 올라갔다.

철인은 계속 검을 휘둘렀고,

그녀는 두 다리로 철인의 팔을 휘감은 채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미소녀는 철인들의 기이한 검식이 각기 특이한 한가지의 초식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거꾸로 매달려 있었지만 초식들은 바로 기억을 했다.

그녀를 놓쳐 버린 철인들은 점점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움직였지만,

팔에 매달려 있는 그녀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석옥의 안은 일곱 철인의 움직임과 검풍(劍風)이 광풍폭우처럼 몰아치고,

그들의 움직임이 극에 달했다 싶은 순간에 철인들은 우뚝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

스스슷!

잘 길들여진 말들이 도열하듯 철인들은 비스듬히 검을 치켜들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미소녀는 여전히 그 팔에 매달려 초식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모두 일곱초식, 철인들은 각기 일초식을 펼쳤다. 한사람이 이 일곱초식을 동시에 펼친다면……아마 피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녀는 다리를 풀어 철인의 뒤로 내려섰다.

순간적인 임기응변이 아니었으면 그녀는 이미 짖이겨진 고깃덩어리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 임기응변도 여자이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남자였더라면,

철인의 팔을 다리로 감싸는 순간 무엇이 터져도 터져버렸을 테니까?

그녀는 나체의 몸을 흔들거리면서 석옥의 안으로 깊숙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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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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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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