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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장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하는 사이 (2)

 

 

 

쏴아아!

비는 구화산(九華山)에도 내리고 있다.

기암괴석(奇岩怪石)으로 뒤덮있는 삼지봉(三指峰),

그 가운데에 있는 중지봉(中指峰)의 정상,

둥근 바위위에 한사람의 무사가 죽립을 쓴채 비 속에 우뚝 서있다.

대지의 허허로운 기운을 간직하고 있는 듯한 이 무사,

그의 손에는 사척 길이의 철봉같은 기형장검이 들려있다.

위지장천,

바로 위지장천 그 사람인 것이다.

칠대 세력의 하나인 귀왕장의 장주 철사륵을 죽였던 그……

[내가 움직이자 그자들이 움직였다. 이것은 그들이 서로 내통하고 있었다는 말……]

위지장천은 혼자서 중얼거렸다.

[결국 흉수에는 내 수하들 마저 포함되고 만 것인가? 하지만, 위지장천아 위지장천아, 너는 하늘과 맞싸우려는 자가 아니냐? 적이 많다면 그만큼 너는 강해지면 된다.]

하늘과 맞싸우려는 자, 위지장천!

그는 흑수산을 벗어난 후 이곳까지 오면서 수십 차례의 암습(暗襲)을 받았다.

그들은 모두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살인기술을 연마한 자들이었다.

그러나,

위지장천을 암습한 그자들은 모두 죽었다.

위지장천이 대지검(大地劍)은 그자들의 몸을 완전히 도륙해버렸던 것이다.

 

문득,

위지장천은 검을 하늘높이 쳐들면서 웅혼한 음성으로 외쳤다.

[사신(死神)! 나 위지장천은 너를 죽일 것이다.사신인 너를…… ]

죽일 것이다……

너를 죽일 것이다……

비와 바람 속에서도 위지장천의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구화산을 휘감고 돌았다.

번󰠏󰠏󰠏󰠏󰠏󰠏󰠏󰠏󰠏쩍!

하늘에서 일섬뇌전(一閃雷箭)이 땅으로 내려꽂혔다.

바로 그 순간,

위지장천의 몸이 쏘아가면서 기형장검이 한쪽에 서있는 바위를 꿰뚫었다.

펑!

[으악!]

때마침 산아래에서 날아 올라오던 자가 바위를 꿰뚫고 나온 기형장검에 목이 날아가며 비명을 질렀다.

잘려진 목에서 분출된 피가 빗물에 희석되면서 묽어졌다.

잘려진 머리는 죽립과 함께 산아래로 굴러갔다.

[우아아아󰠏󰠏󰠏󰠏󰠏!]

위지장천은 사자후를 터뜨리며 산아래로 질풍처럼 달려갔다.

수십 명의 죽립인들이 그를 보고 벌떼처럼 날아올랐다.

번󰠏󰠏󰠏󰠏󰠏쩍!

꽈르렁!

뇌성벽력이 울리고,

그 찰라의 섬광 속에서도 수 십개의 임자없는 목이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이 보인다.

붉은 피분수가 허공으로 분출되고,

피비린내가 바람속에 퍼져나간다.

 

× × ×

 

달그락! 달그락!

전륜법왕의 식탁에 둘러안은 황군성, 임단심, 조응경, 그리고 전륜법왕은 저녁식사에 여념이 없다.

전륜법왕은 일단 젓가락만 들었다하면 오직 먹는데만 열중하고, 절대 입을 열어 말하는 법이 없다.

황군성을 사이에 두고,

임단심과 조응경은 요 며칠 새 끝없는 암투를 벌이고 있다.

황군성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임단심은 어떻게 해야 조응경을 효과적으로 괴롭힐 수 있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는 중이었다.

문득,

임단심은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탁 쳤다.

황군성과 조응경이 힐끗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황군성에게는 이뻐게 웃어보이고 조응경에게는 콧웃음을 날렸다.

그리고,

젓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며 음식을 마구 집어먹었다.

후루룩! 쩝쩝!

씹어 넘기고 마시고, 임단심은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체면도 생각지 않고 먹기 시작했다.

(흥! 교양없는 년! 독이나 써는 삼류……)

조응경이 비린한 웃음을 머금은 채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가 생각하기로는 사문(師門)에 있어서 임단심은 자신과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후 조응경은 갑작스런 포만감을 느끼며 더 이상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임단심이 교활하게 웃으며 수건으로 입을 닦고 있었다.

조응경은 속에서 불이 나는 것을 느꼈다.

멋지게 당한 것이다.

두 여자의 몸 속에 있는 통심마고의 신통력을 빌린 멋진 수법이었다.

임단심이 많이 먹음으로 인해서 조응경마저 포만감을 느끼고 더 이상 먹을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실상 조응경은 얌전과 교양을 몸소 실천하느라 별로 먹지도 못했는데……

뱃속은 텅 비었지만 포만감이 드니 먹을 수도 없다.

조응경은 젓가락을 놓고 임단심을 쏘아보았다.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해주마……하지만 되로 받은 것은 말로 돌려주지.)

이윽고 전륜법왕이 젓가락을 놓았다.

[내공이 얼마나 줄어들었느냐?]

[삼푼도 감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황군성이 답했다.

전륜법왕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백년은 감해져야 수월할 텐데……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자.]

그는 조응경과 임단심을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흡양축기대법(吸陽蓄氣大法)의 구결을 외도록 해라.]

임단심과 조응경의 눈이 둥그레졌다.

 

흡양축기대법,

 

사파(邪派)의 요녀(妖女)들이 남자의 정을 취하여 내공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사술을 자기들에게 익혀서 황군성에게 펼치라는 아연할 따름이었다.

그러나,

이 배안에서는 전륜법왕이 말은 법이고, 전륜법왕은 신이었다.

 

× × ×

 

전륜법왕을 사부로 모신 후부터,

황군성의 얼굴에서 다시 웃음이 사라졌다.

스스로 사부인 한천사방객을 져버리는 패륜을 범한 데 대한 가책이었다.

그가 지금 전륜법왕을 따르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불꽃같은 분노와 원망이 가리워져 있었다.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사부……당신은 내게 가한 고통으로 인해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요. 하지만, 내가 직접 당신에게 가해하진 않을 것이오. 두번씩이나 사부를 져버리는 자가 되고 싶지는 않으니까……)

 

× × ×

 

[하악! 하악!]

[흐윽! 흑!]

선실을 뜨겁게 달구는 두 여인의 끈끈한 신음소리,

황군성의 얼굴은 흥분으로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칠척의 거구를 누이고 있는 침상은 다른 두 사람의 무게를 더하여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삐꺽거리고 있다.

지금,

황군성의 몸위에는 두 여인이 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얼굴도 몸도 똑같이 생긴 아름다운 두 여인이……

임단심은 황군성의 그곳에 올라앉아 힘겨운 움직임을 하고 있고,

조응경은 그녀의 비지를 황군성의 가슴에 마찰하며 연신 숨가쁜 신음을 내뱉고 있다.

[흐윽! 흑!]

임단심은 가득한 팽만감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나……죽어!]

부르르 떠는 그녀의 몸을 조응경이 밀쳐버렸다.

통심마고는 임단심의 흥분도 그녀에게 그대로 전해준다.

쿵!

임단심은 침상아래로 굴러떨어진 채,

자신의 그곳을 꼭 누르고 여전히 몸을 떤다.

조응경은 우뚝서있는 황군성의 거대한 남성위에 주저없이 자신의 몸을 실었다.

[아욱!]

몸속을 미끌어져 들어오는 육봉에 그녀는 입을 짝 벌렸다.

전신을 퍼져나가는 전율같은 쾌감에 그녀는 몸을 아래위로 움직였다.

출렁출렁!

그녀의 가슴이 흔들리고,

그녀의 둔부가 황군성의 샅에 닿을 때마다 묘한 소리가 났다.

일순간,

황군성의 두 손이 조응경의 둔부를 꽉 움켜쥐었다.

[헉!]

조응경은 몸이 터져나갈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머리까지 뚫어버릴 것 같은 강한 쾌감이었다.

침상가에 떨어져 있던 임단심도 두 손을 사타구니사이에 끼면서 부르르떨었다.

조응경은 자신의 몸속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분출과,

자신의 단전을 가득 채우는 힘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녀는 스르르 무너지며 뒤로 쓰러졌다.

황군성은 벌떡 일어나 침상아래로 내려갔다.

음양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한 그,

그의 욕망을 완전히 풀어줄 수 있는 상대는 오직 그의 반대쪽 임단심 뿐이었다.

황군성은 임단심의 작은 몸을 구름이 덮치듯 덮어버렸다.

[아!]

임단심이 비명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내뱉었다.

그녀의 몸은 열려진 상태이고,

황군성은 열려진 그 문을 향해 돌진해들어왔다.

그리고……

광풍폭우가 휘몰아치는 가운데 두 사람은 영혼이 빠져나가버릴 듯한 쾌감을 느끼며,

땀으로 번들거리는 서로의 몸을 애무해주었다.

침상위에는 조응경이 혼절한 채 있었다.

통심마고의 효능에 의해 임단심이 받는 모든 쾌감이 그대로 전해지지만, 그녀는 음양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한 일이 없기에 그 쾌감을 견뎌낼 능력이 없었던 것이다.

 

× × ×

 

전륜법왕은 왼손으로 누워있는 황군성의 단전을 가볍게 눌렀다.

그리고,

오른손으로는 그 왼손을 덮었다.

전륜법왕이 말했다.

[저항하려고 마음먹어서는 안된다. 오직 마음을 가라앉히고 진기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어라.]

황군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전륜법왕의 포개진 두 손을 통해서 노도같은 진기가 쏟어져 들어왔다.

(윽!)

오백 년의 내공이 숨쉬고 있는 그의 단전으로 육백 년 수위의 전륜법왕의 내공이 들어온 것이다.

(우……단전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전륜법왕의 내력은 끝없이 밀려들었고,

황군성이 단전은 진기로 가득차 폭발할 것처럼 팽배했다.

갑자기 전륜법왕의 전음이 황군성의 귀를 때렸다.

[저항하지마라!]

황군성은 고통으로 인해 자신도 모르게 전륜법왕의 내력에 반발했던 것이었다.

전륜법왕이 두려워 했던 것이 이 반발력이었다.

만약 황군성의 내공이 자신과 비슷하다면 두사람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거나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황군성의 내공을 백년이나 감하는 해괴한 작업이 사전에 진행되었던 바 있다.

황군성이 다시 고통에서 마음을 떠나 평정을 유지했다.

전륜법왕의 내력은 계속 밀려들고,

황군성의 단전은 조금의 여지도 없이 팽창하여 터질 것만 같았다.

밀려드는 내력으로 인해 점점더 단전이 팽창하고,

마침내,

황군성의 단전은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버렸다.

전륜법왕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는 변함없는 태도로 내력을 쏟어붇고,

황군성은 터져버린 단전의 일각(一角)으로 부터 노도같은 진기가 몸속을 치닫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속이 후련한 느낌이었다.

통제되어 지지 않은 진기는 그의 몸속을 가공할 정도의 빠르기로 움직여 다녔고,

그기에는 어떤 법칙도 없는 듯했다.

전륜법왕의 내력에 압박을 받아 그 진기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랐다.

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한 후 세 줄기의 진기의 충돌로 말미암에 전신의 모든 기맥이 열려있던 황군성이다.

진기의 거대한 흐름은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스스로 길을 찾아 전신을 달렸다.

그리고,

모든 세맥들까지도 샅샅이 돌아다닌 진기는 마침내 다시 단전으로 돌아왔다.

전륜법왕은 그의 단전에서 손을 떼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성공이다. 진기가 움직여간 방향을 따라서 다시 일주천해라.]

그의 말에 따라 황군성은 진기가 움직인 후 지나갔던 혈도를 따라 다시한번 운기행공을 했다.

과연,

진기는 전혀 막힘을 보이지 않고 아주 빠른 속도로 전신을 돌아 단전으로 돌아왔다.

그것이야 말로 가장 합당한 운기행공의 방법이었다.

자연에 전혀 거스름이 없는……

황군성은 세포하나하나에서 무궁무진한 힘이 쏟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은 이미 철골지체(鐵骨之體)였다.

황군성의 몸에서는 철갑대망의 동굴에서 잠시 보였던 바 있는 담황색의 엷은 빛이 발산되고 있었다.

이것은,

혈왕신공과 빙백강기 및 포산신공이 합일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이제 그는 신공으로는 고금무적이라고 해도 될 상태가 된 것이다.

전륜법왕이 말했다.

[너를 죽일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너는 최고의 신공을 몸에 갖게 되었다. 하나……]

[…………!]

[너를 죽일 수 있는 물건은 존재한다. 바로 고금십대천병이 그것이다.]

황군성은 일으나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고금십대천병에 대해서는 저도 들은 바 있습니다.]

[그렇겠지. 한데 그 중의 하나인 혈화창(血花槍)를 네 사형 남궁파가 가지고 있다. 원래 내것이었는데 옛날에 줘버렸지.]

전륜법왕은 말을 하면서도 아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혈화창을 상대하자면 역시 고금십대천병 중의 하나가 아니고는 안될 거야. 아니, 어쩌면 그것으로도 안될 지도 몰라. 고금십대천병은 서로 부딪혀 본 적이 없으니까 장담할 수가 없지.]

황군성은 번천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아무말 않고 묵묵히 있었다.

[그래도 일단 무림에 나가면 고금십대천병 중의 하나라도 얻도록 노력해 봐라. 어쩌면 지금 칠파의 주인들은 그 중의 하나 정도씩은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많다.]

 

배는 벌써 황하를 거슬러 올라간지 여러 날,

마침내 황군성과 임단심, 조응경은 서안(西安)에서 땅을 밟게 되었다.

전륜법왕은 그들을 내려준 후 다시 어디론가 떠나가 버렸다.

이때는 황군성이 전륜법왕의 모든 무공을 구술받은 상태였다.

천하 무학의 대종사라고 자처하고 있는 전륜법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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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와룡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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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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