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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 十二 章

 

           괴상한 배, 괴상한 사람 (1)

 

 

 

강에는 새벽부터 안개가 솜이불 처럼 깔려있다.

쭈그리고 앉아서 혹시 지나가는 배가 없는가 살펴보지만,

이런 날 아침일찍 배를 몰고 강으로 나온다는 것부터가 정상적인 사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그들은 체념하고 있었다.

차라리 헤엄이라도 쳐서 뭍으로 건너갈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촤아아!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조용한 강상으로 울러퍼지고 있었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벌떡 일어섰다.

과연,

한척의 범선(帆船)이 안개속에서 서쪽으로 고물을 향하고 있는 것이 희미하게 보였다.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 × ×

 

범선은 쌍돛을 달고 있었다.

길이가 백척(百尺) 정도 되어 보이는데, 그 양옆으로는 수십 개의 긴 노가 달려있었다.

아마도 바다를 다니던 범선같았다.

한데,

배 위의 갑판에는 사람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문득,

배의 한쪽 난간을 부여잡고 한 쌍의 남녀가 갑판위로 뛰어올랐다.

칠척거구에 검은 색 윤이 나는 기묘한 철갑옷을 입은 남자와,

역시 철갑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바로 황군성과 임단심 그들이다.

두 사람은 배 위를 잠시 훑어본 후에 선실로 들어갔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데도 배는 바람을 받아 상당히 빠른 속도록 달려가고 있었다.

선실 안에는 등불이 밝혀져 있고,

탁자에는 금방 준비된 듯한 음식이 모락모락 김을 피워 올리고 있다.

황군성은 음식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식탁에는 세 개의 의자와 세 벌의 젓가락이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왔으면 앉아야지.]

자애로운 노인의 음성이 그들의 귓전을 파고들었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몸을 흠칫했다.

그 소리는 바로 그들의 지척에서 들린 것이었는데도,

그들 두사람은 아무런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소리가 난 곳은 그들의 바로 앞에 있는 의자있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서로 눈을 마주친 후에 각기 하나의 의자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의 시선은 소리가 난 다른 한 의자에 가서 멎었다.

그곳에는,

신장(身長)이 사척도 되어 보이지 않는 백발노인이 앉아있는 것이었다.

의자의 등받이에 몸이 완전히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한데,

이 난장이 노인,

그의 눈동자는 마치 대해처럼 깊고 조용하고,

전신에서 풍겨지는 화사한 분위기는 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절로 평화스럽게 해주지 않은가?

긴 수염은 무릎까지 닿을 듯하고,

붉으스레한 얼굴은 그 수염만 아니라면 십대의 소년이라고 해도 믿을 만치 젊어보였다.

한마디로,

신선같은 풍모라고 할 수 있었다.

황군성과 임단심은 노인을 보고 그 신태 비범함에 놀랐으나,

모든 경계심이 일시에 풀어져 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앉게.]

노인은 다시 두 팔을 벌리며 자리를 권했고,

황군성과 임단심은 귀신에 홀린 듯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시간을 잘 지켰어. 일각의 어김도 없이 도착했군.]

노인은 두 사람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황군성은 노인이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노야(老爺)! 저희들은……]

[됐네. 아침이나 먹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세.]

노인은 손을 저어 말을 끊고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한번 결정해버리면 결코 뒤돌아보지 않는 사람……

노인도 그런 사람인 듯 했다.

황군성과 임단심이 자신의 말에 따를 것이라고 철저히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황군성은 임단심과 눈을 마주친 후에 노인을 따라 젓가락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이상한 아침이었다.

생판 처음보는 사람과 아침을 먹게된 그들은 마치 남의 밥상을 대신 받은 듯 껄끄럽기 그지 없었다.

식탁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을 먹고 나자 바로 마실 수 있는 차도 준비되어 있었다.

음식을 먹기 시작한 후,

노인은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오물오물 음식을 씹어 먹을 뿐이었다.

임단심은 노인의 미소를 대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렇게 먹는 것이 장수(長壽)하는 비결인 모양이구나.)

황군성과 임단심은 식사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노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문득,

노인이 젓가락을 놓으면서 손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탁!

황군성과 임단심의 젓가락도 덩달아 탁자에 내려졌다.

탁탁!

노인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궁주(宮主)가 이번엔 꽤 신경을 쓴 모양이군. 무공도 쓸만하고 특히 기개가 마음에 들어.]

[노……]

[지금까지 온 녀석들 중에는 이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자들이 없었거든.]

노인은 눈을 반짝이며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노야라고 부르는 녀석도 없었지……]

황군성과 임단심은 눈앞에 있는 노인이 마치 구름속의 신룡과 같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인은 계속 말을 이었다.

[좋아 좋아. 아주 좋아. 내 말은 자네들을 위축시키려는 게 아니야. 칭찬하는 거지.]

임단심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노야께선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보신 것 같습니다.]

노인은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내가? 그럴 리가 있나?]

노인은 식탁의 한쪽에서 한폭의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쫘악!

두루마리가 풀리면서 일남일녀(一男一女)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곳에 그려진 두 사람,

남자는 거한의 모습이었고,

여인은 꽃같이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 그림 속의 여인얼굴이 임단심의 얼굴과 똑같지 않은가?

남자의 모습도 황군성과 비슷한 데가 있었다.

황군성은 눈이 휘둥그레지고,

임단심은 입을 짝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노인이 말했다.

[이래도 내가 사람을 잘못봤다고 할텐가? 아무튼 자네들은 좀 특별하군. 궁주가 그렇게 시켰나?]

[궁주라니? 무슨 궁주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황군성이 물었다.

노인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불쾌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네들은 궁주도 모른단 말인가? 이게 대체 무슨 소린가?]

황군성과 임단심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루마리에 그려진 두 사람의 초상때문에 어떤 변명도 먹혀들어갈 것 같지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그때,

똑똑!

문득 선실의 윗층에서 바닥을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노인의 얼굴에 묘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임단심의 안색이 굳어졌다.

그녀는 갑판을 밟고 오는 두 사람의 미미한 발자국 소리를 들은 것이다.

덜컹!

선실의 문이 열렸다.

[아!]

임단심은 너무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아,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선실이 열리고 들어선 두 사람,

일남일녀였다.

남자는 칠척의 키에 백색 장삼을 입었고,

붉은 옷을 입은 여인은 임단심과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얼굴이었다.

황군성도 그들이 바로 이 식탁에 앉았어야 할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루마리의 인물은 바로 그들이었던 것이다.

두 쌍의 모습은 너무도 흡사했다.

마치 한쪽이 다른 한쪽을 모방하기라도 했듯이……

황군성과 임단심이 철갑옷을 입기 전이었다면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도 황군성과 임단심을 보고 크게 놀란 모습이었다.

순간,

임단심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신검보에 나타났던 가짜!]

가짜 임단심은 입가에 비웃음을 담으며 아무 말 않고 선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노인이 앉아 있는 의자의 뒤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태상(太上)께 문안드립니다.]

노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임단심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말했다.

[묘한 일이야 묘한 일……]

그는 뒤의 두 사람을 보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된 상황인지를 한 눈에 꿰뚫고 있었다.

문득,

그의 눈이 날카로운 신광을 발했다.

[한데 너희들은 너무 늦게 왔어. 나는 두 번이나 번거롭게 손을 맞을 생각은 없거든.]

무릎을 꿇고 있던 두 사람의 안색이 홱 변했다.

[태……태상……]

[너희들은 그대로 있어라. 그리고 이게 어떻게 된 영문이지 말해봐라.]

말하고 있는 노인의 눈은 여전히 황군성과 임단심 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임단심이 말했다.

[노야! 저 여인이 저를 사칭하여 신검보의 소보주인 전무옥에게 독수를 썼습니다.]

가짜 임단심이 말했다.

[태상! 저는 사칭하지 않았습니다. 전무옥이란 자가 저를 보더니 막무가내로 독봉(毒鳳)이라고 부르면서 함께 동행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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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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