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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장 

 

                 진짜 이름은 2

 

 

 

일은 이렇게 된 것이다.

임단심은 황군성이 동굴에서 나가자 마자 옥인수의 운기방법을 몇 번 연습했다.

그리고 진기의 흐름이 엉키지 않을 자신이 생기자 동굴의 안쪽 벽을 향해 옥인표향 일초를 펼쳐보았다.

삼성 정도의 진력을 담은 일초였는데,

옥인표향은 그녀의 손에서 일어나자 마자 벽에 다다랐다.

이것은 그녀도 생각지 못한 빠름이었다.

펑!

옥인표향에 격중된 벽이 진동하면서 동굴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했다.

[어맛!]

그녀의 머리 위로로 큰 바위가 떨어지고 있었다.

쿠릉!

그때 동굴의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그 순간 옥인표향에 격중된 벽이 뒤로 무너지면서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녀는 생각해볼 것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들어가자 마자 뒷쪽에서 그곳의 입구가 붕괴되는 소리가 들려왔다.

임단심은 넓은 석실의 천정을 통해 빠져 나왔다.

순간,

[크크크……네 년은 누구냐?]

석실 중앙에 기괴한 몰골의 늙은이가 앉아 흉악한 눈빛을 흘리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임단심은 그 눈빛에서 섬뜩한 전율같은 것을 느꼈다.

[흐흐흐……칠십 년이 넘도록 사람구경이라고는 못했는데……흐흐……]

[당신은 누구세요?]

임단심은 용기를 내어 물었다.

노인이 썸찟한 웃음을 흘리며 반문했다.

[나? 흐흐……무림인들은 나를 색혈광마라고 부르더군……]

임단심은 기절할 듯이 놀랐다.

[색……혈……광마?]

그녀 역시 색혈광마의 살겁에 대해서는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전신에 소름이 오싹끼쳤다.

[크하하하……그동안 계집의 피로는 실험해보지 않았는데 오늘 네년 덕분에 다른 방법을 사용해볼 수 있겠구나.]

색혈광마의 눈이 광기(狂氣)로 번뜩거렸다.

임단심은 두려움이 왈칵 치밀었다.

상대는 희대의 살인마 색혈광마 음자추인데,

그녀의 퇴로는 막혀있다.

이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자신뿐인데,

그녀는 색혈광마 앞에서 자신감을 가질정도로 무모(?)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을 정도로 총명한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두려운 기색을 숨기면서 차갑게 말했다.

[색혈광마! 지금은 당신은 기고만장하지만 내가 누군지 알고나면 결코 그렇진 않을걸?]

색혈광마의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쳤다.

[네년이 무슨 신분 대단한 신분이라고 감히 노부앞에서 까부느냐?]

[흥! 색혈광마, 네가 평생 죽인 사람이 이천 명이 넘는다고?]

[그렇다! 정확하게 이천이백구 명이다.]

색혈광마는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

임단심은 콧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시시한 놈들이야 이천 명 아니라 이만 명을 죽인듯 무슨 소용이 있느냐? 그래서 천하제일이 될 수 있다면 강아지도 사람 물려고 달려들 것이다.]

색혈광마가 분기탱천하여 소리쳤다.

[네년이 감히……]

그의 손에서 한줄기 장력이 뿜어져 나와 임단심을 향해몰려갔다.

그가 자랑하는 수법인 탈혼장(奪魂掌)이었다.

임단심은 바짝 긴장하며 칠현천기보를 밟았다.

순간,

그녀는 번개처럼 빠르게 색혈광마의 등뒤로 돌아갔다.

그녀도 자신이 그처럼 빠르다는 사실에 놀랐고,

색혈광마도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임단심의 무공에 경악하며 뒤로 돌았다.

임단심은 우뚝 멈추어서며,

그제서야 자신이 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한 이후 칠현천기보를 처음 펼쳤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자신의 내공이 삼백년 수위로 늘어난 만큼,

칠현천기보의 빠름도 이전의 그것일 수는 없는 것이 당연했다.

칠현천기보는 그녀에게 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눈앞에 있는 색혈광마가 순식간에 늙어빠진 영감쟁이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여자인 것이다.

이것도 마음을 휘까닥 바꾼 것에 속한다면 말이다.

 

색혈광마는 첫 공격에 실패를 하기는 했지만 전력을 다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다시금 탈혼장의 수법을 펼쳤다.

하나,

임단심은 옥인수의 제 일초인 옥인표향을 펼쳐 그에 맞섰다.

분명히 탈혼장이 먼저였다.

그리고 옥인표향은 뒤늦게 펼쳐졌었다.

그러나,

옥인표향은 그녀의 손에서 발출되자 마자 탈혼장을 깨뜨리며 색혈광마를 물러서게 했다.

색혈광마가 비명을 질렀다.

[헉! 청마수(靑魔手)! 네년은 서한객(西恨客)과 어떤 관계냐?]

임단심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토록 기고만장하던 늙은이가 자신의 단 한수에 물러서는 것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미친 늙은이, 이건 옥인수라는 거야. 괜히 아는 척 하지 말라구.]

[그럴리가……틀림없이 청마수였는데……]

임단심이 손을 뿌리면서 말했다.

[이것도 청마수라고 하겠구나.]

그녀의 손에서 옥인포슬이 펼쳐졌다.

색혈광마는 혼신의 힘을 다해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그는 벽에 있는 횃불들을 향해 장력을 날렸다.

펑!펑!

순간,

석실안은 완전한 어둠으로 잠겨버렸다.

색혈광마는 이 석실에서 칠십년이 넘도록 살았다.

그에게는 불이 있으나 없으나 별 상관이 없을 정도로 익숙한 곳이다.

그러나,

임단심으로서는 당황스러웠다.

그녀의 시력으로 희미하게 볼 수는 있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을 포착하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녀는 사방의 석벽을 향해 닥치는 대로 옥인수를 펼쳤다.

펑!펑!펑!

하나,

색혈광마를 격중시킬 수는 없었다.

색혈광마는 호흡마저 감추고 어둠속에서 그녀를 노리고 있었다.

(계집이 청마수를 사용하다니……청마수는 천하제일의 수공……직접 맞서면 죽음 뿐이다.)

색혈광마는 임단심의 옥인수를 굉장히 두려워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천정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더니 어떤 물건이 떨어졌다.

그가 황급히 피하려고 하는데 임단심의 공격이 펼쳐졌다.

[옥인봉군!]

임단심은 색혈광마가 천정에 숨었다고 생각하고 소리나는 곳으로 옥인수를 펼친 것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들려온 소리.

[임매! 나요. 손을 멈추시오.]

그녀는 황급히 두손으로 펼쳤던 옥인봉군의 방향을 바꿔 양쪽으로 바닥을 갈겼다.

이 바람에 허공에서 떨어지는 황군성을 피하려던 색혈광마의 퇴로가 막혀 그는 꼼짝없이 황군성에게 박치기를 당하고 말았다.

골이 깨어지고 그대로 황군성의 깔개가 된 채 죽어버렸다.

희세의 마두치고는 어처구니 없는 죽음이었다.

 

대충 이야기를 마친 임단심이 황군성을 쏘아보며 물었다.

[솔찍히 말해봐요. 옥인수가 바로 청마수죠? 색혈광마가 먼저 말했어요.]

황군성은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름이 뭐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소. 당신이 옥인봉군을 펼치는 순간에 내가 나타났으니 그야말로 묘한 것이지.]

임단심이 열이 뻗친 표정으로 말했다.

[진짜 청마수로군요. 세상에…… 벌써부터 저를 속일 참이에요?]

[임매가 좋아하지 않았소. 아주 아름다운 수공이라고……]

황군성은 자신의 거짓말이 금방 들통이 나버리자 쩔쩔매며 변명했다.

임단심이 콧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좋아요. 그럼 그 수법들의 원래 이름은 뭐예요? 뭐라하지 않을테니 말해봐요.]

황군성은 머뭇거리며 답하지 않았다.

임단심이 다시 물었다.

[옥인표향의 원래 이름은 뭐예요?]

황군성은 마지못해 답했다.

[청마도살(靑魔屠殺)……]

임단심은 귓구멍으로 연기가 나는 것같았다.

[좋아요. 옥인포슬은 뭐죠?]

[청마쇄압(靑魔碎壓)……]

임단심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옥인봉군은?]

황군성은 그녀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청마식시(靑魔食屍)……]

[우웩!]

임단심은 아침에 먹었던 것을 다 올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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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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