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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강행돌파

 

 

대주님! 심상치가 않습니다.”

저희도 마차들을 저지하는데 가세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독두태보의 뒤에 서서 보고 있던 동위사들이 다급하게 말했다.

대기하라!”

하지만 독두태보는 손을 들어 수하들을 진정시키면서 폭주하는 마차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부분의 마부들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다.

헌데 그중 한 대의 마차를 모는 늙은 마부는 오히려 연신 고삐를 내리쳐 말들을 재촉하고 있는 게 독두태보의 눈에 들어왔다.

(찾았다!)

!

독두태보는 눈을 부릅뜨며 몸을 날렸다.

대주님!”

왜 그러십니까?”

독두태보의 뒤에 서있던 동위사들도 깜짝 놀랄 때였다.

뒤에서 네 번째 마차에 진상파가 타고 있다.”

독두태보가 쏘아진 화살같이 날아가면서 외쳤다.

역시 대주님!”

단박에 표적을 찾아내셨다.”

두 명의 동위사들도 즉시 독두태보의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마부석에 전노인과 나란히 앉아 있던 강유는 언덕 쪽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독두태보가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자신들이 탄 마차로 날아오는 게 들어왔다.

(과연 동위사대의 대주답구나. 단번에 이 마차를 골라내다니...)

강유는 눈을 번뜩이며 마부석에서 일어섰다.

... 공자! 일어서시면 위험합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노인장께서는 개봉성 동문을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십시오.”

휘익!

기겁하는 전노인에게 말하며 강유는 마차의 지붕으로 가볍게 뛰어올라갔다.

그 사이에 독두태보는 어느덧 마차에서 오장(五丈;15미터) 정도 떨어진 곳까지 육박하고 있었다.

독두태보의 오장쯤 뒤에는 두 명의 동위사들도 날아오고 있다.

도중에 멈추면 절대 안됩니다!”

!

전노인에게 외치면서 강유는 추격해오는 독두태보를 향해 몸을 날렸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으면서...

이랴!”

철썩! 철썩!

강유의 지시를 받은 전노인은 전력으로 고삐를 흔들어 말들의 엉덩이를 후려쳤다.

두두두!

히히힝! 푸르르!

주인의 재촉을 받은 두 필의 말은 거품을 물며 앞으로 달려간다.

 

날아오던 독두태보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이 추격하던 마차의 지붕 위로 죽립을 쓴 자가 뛰어오르더니 다음 순간 발검을 하며 자신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강유!”

독두태보의 입에서 분노에 찬 노성이 터졌다. 맹렬히 날아오르는 바람에 죽립이 벗겨지며 강유의 얼굴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우의 수하들의 진술을 토대로 그린 용모파기와 일치하는 얼굴이다.

!

그 사이에 독두태보와의 거리를 단번에 일장 안쪽으로 좁힌 강유가 벼락같이 검을 내질렀다.

앞으로 내질러지는 강유의 검이 나선형으로 홱 뒤틀린다.

마검칠식!”

강유가 펼치는 검법의 정체를 알아본 독두태보는 경악했다.

하지만 거리가 너무 가까워 피할 틈은 없었다.

독두태보는 어쩔 수 없이 오른손을 후려쳐서 강유의 검을 막으려 했다.

!

나선형으로 뒤틀린 강유의 검과 강철처럼 변한 독두태보의 손바닥이 접촉하며 벼락이 근처에 떨어진 듯한 굉음이 일어났다.

(당했다!)

직후 독두태보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강유가 내지른 검의 검극(劍極)에서 막는 게 불가능한 파괴력이 손바닥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강유의 검을 막은 독두태보의 손바닥은 강철보다도 더 굳세다.

하지만 강유의 검극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힘은 독두태보의 그 손바닥을 두부처럼 짓뭉개려 한다.

헌데 바로 그 직후였다.

빠캉! !

독두태보의 손바닥을 으스러트리려던 강유의 검이 돌연 유리처럼 깨지며 흩어졌다. 거푸 펼쳐진 마검칠식의 파괴력을 견디지 못하고 검이 깨져버린 것이다.

검이 깨지면서 마검칠식의 파괴력도 안개같이 흩어진다.

크아!”

독두태보는 으스러지는 것을 면한 손바닥으로 독문의 장공(掌功)인 철장진살(鐵掌振煞)을 쏟아내었다.

!

집채만한 바위도 간단히 으스러트릴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힘이 강유의 가슴에 작렬했다.

!”

후두둑!

가슴이 뭉개진 강유는 입과 코로 피를 뿜어내며 뒤로 날아갔다.

콰당탕!

독두태보의 장력에 가슴을 강타당한 강유의 몸뚱이가 이장 쯤 날아가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

독두태보 역시 허공에서 휘청하다가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비틀거리며 내려서는 독두태보의 오른손에는 유리처럼 깨진 검의 파편이 여러 개 박혀있었다.

대주님!”

날아오던 동위사들이 그걸 보고 기겁을 했다.

(... 검이 견디지 못하고 깨졌다.)

바닥에 나뒹굴었던 강유는 입과 코로 피를 게워내며 일어나려 애썼다. 그의 손에는 손잡이만 남은 검의 잔해가 들려있었다.

죽일 놈!”

크아!”

! 스악!

두 명의 동위사가 강유에게 쇄도하며 장력을 날리고 검을 휘둘렀다.

그들이 발휘하는 장력은 천둥같고 검기는 번개같았다.

동위사들 개개인은 냉혈철심 사우보다 강하지 않다.

그렇다고 실력이 현격하게 차이 나는 것도 아니다. 약간 약한 정도다.

그런 동위사 둘의 협공인지라 사우 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흉험했다.

꽈앙! 쩍쩍!

장풍이 바닥을 박살내고 검기가 지면을 길게 가르며 골을 판다.

휘릭!

하지만 강유는 피를 토하면서도 이미 몇 장 밖으로 훌쩍 날아갔다가 내려서고 있었다.

소요보법!”

정말 소요신군 강조의 아들놈이었구나.”

동위사들은 강유의 앞쪽으로 내려서며 이를 갈았다.

그들도 마침내 강유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이다.

죽인다!”

()대주의 복수를 해주마.”

동위사들이 살기를 뿜어내며 강유에게 다가섰다.

그자들 개개인의 실력이 사우보다 아주 아래는 아님을 알아본 강유는 긴장하며 물러섰다.

하물며 강유 자신은 온전한 몸 상태가 아니다.

마검칠식을 펼친 후유증으로 경맥들이 뒤틀린 상태에서 독두태보의 강맹한 장력에 맞았다.

내상이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다.

놈은 내게 맡기고 너희들은 진상파의 신병을 확보하라.”

독두태보가 손바닥에 박힌 검의 파편을 뽑아내면서 다가왔다.

강유를 공격하려던 동위사들이 독두태보를 돌아보았다.

진상파가 개봉성에 들어가면 시끄러워진다. 그 전에 따라잡아야한다.”

존명!”

분부 받들겠소이다.”

휘익! !

독두태보의 지시를 받은 동위사들은 새처럼 날아올라 폭주하는 마차들을 추격해갔다.

어느덧 십여 대의 마차들은 개봉성 동문에 거의 이르러 있었다.

(진소저 말 대로 아슬아슬하구나. 일단 개봉성 안으로 들어가기만 해도 제왕성의 인간들이 진소저를 함부로 대하지는 못할 텐데...)

강유는 성문을 지키던 관병들이 당황하며 마차들 앞에서 비켜서는 걸 곁눈질했다.

흐흐흐! 본좌가 실로 엄청난 공을 세우게 되었구나. 무후님을 시해한 원수를 잡을 수 있는 단서를 확보하게 되었으니...”

독두태보는 극도로 흥분한 표정이 되어 강유를 노려보았다.

무슨 소리요? 무후를 시해한 원수의 단서라니...”

강유는 소요보법을 펼쳐서 산책하듯 걸으며 독두태보에게 물었다.

십팔 년 전, 우리 제왕성의 안주인이시며 당금 황제의 고모 되시는 무후 영청공주께서 마검칠식에 변을 당하셨었다.”

마검칠식? 그게 나와 무슨 관계가 있다고...”

독두태보의 말에 대꾸하던 강유는 입을 다물었다.

 

<끄윽! 네놈... 네놈이 어떻게 마교의 마검칠식(魔劍七式)...>

 

가슴에 구멍이 난 사우가 죽어가며 내뱉은 말이 떠오른 것이다.

(아버지가 필살일초라며 가르쳐주신 검법이 사실은 마교의 마공이었다. 게다가 제왕성의 안주인은 마검칠식에 죽었었고...)

어찌 된 내막인지 깨달은 강유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소요신군 강조는 어떤 노인을 구해준 대가로 필살일초를 전수받았다고 한다.

헌데 알고 보니 필살일초가 바로 마교의 저주받은 검법 마교칠식이었다.

자칫하다가는 강씨 집안이 제왕성과 철천지원수지간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흐흐흐! 무후님을 시해한 흉수와 관련 있는 네놈을 잡아가면 성주님께서 큰 상을 내리시겠지.”

독두태보의 얼굴이 흥분으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강유가 마검칠식을 어떻게 익히게 되었는지 설명해도 통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데...

(상대는 지금의 내 실력으로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수준의 고수... 아무래도 오늘 좋게 끝나긴 힘들겠구나.)

독두태보와 대치한 강유의 얼굴이 굳어졌다.

 

* * *

 

두두두!

십여 대의 마차가 개봉성 동문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다.

성문 주변의 관병들과 사람들은 당황하며 급히 피했다.

끼럇!”

철석! 철썩!

전노인은 고삐를 연신 흔들어 말을 몰아붙였다.

앞선 마차들은 이미 성문 안으로 달려 들어가고 있다.

진상파를 태운 전노인의 마차도 성문을 코앞에 두게 되었다.

(되었다!)

전노인이 안도의 한숨을 내실 때였다.

화악! !

돌연 마차의 앞뒤로 두 명의 사내가 날아 내렸다. 독두태보의 지시를 받고 추격해온 동위사들이다.

으헉!”

! !

전노인이 기겁할 때 마차 앞쪽에 내려선 동위사는 양손으로 두 마리 말의 고삐를 하나씩 틀어쥐었다.

히히힝! 히힝!

콰드드!

엄청난 힘에 고삐가 잡힌 두 마리 말은 비명을 지르며 급정거했다.

크왓!”

마차 뒤로 내려선 동위사는 양손으로 마차 후면의 기둥들을 움켜잡으며 버텼다.

콰드드! 드드드!

그 바람에 마차도 더 이상 앞으로 나가지 않게 되었다.

으으으!”

동위사들이 달리던 말과 마차를 어렵지 않게 멈춰 세우자 전노인은 와들와들 떨었다. 산전수전 다 겪어본 인생인지라 무림인들에게 죄를 지으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잘 아는 때문이다.

(간발의 차이였다. 마차가 성문 안으로 들어갔으면 관할과 규정에 까다로운 관병들이 개입해서 귀찮게 했을 것이다.)

앞쪽에서 말들의 고삐를 틀어쥔 동위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마차는 개봉성으로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수십 명의 관병들이 성문과 성문 위의 성루에서 지켜보며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제 아무리 제왕성이 강호 무림의 주인이라 해도 황실과 각을 세울 수는 없다.

하물며 황실에 대한 영향력은 황금성이 제왕성보다 한 참 앞선다.

만일 진상파가 개봉성 안으로 들어갔다면 잡아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말고삐를 잡은 자가 안도할 때 뒤쪽에서 마차를 잡아 세웠던 동위사가 마차의 문쪽으로 다가갔다.

실례하겠소 진소저.”

덜컹!

그자는 거칠게 마차의 문을 열었다.

창문이 닫혀있어서 어둑한 마차 안에는 진상파가 흐트러짐이 일체 보이지 않는 도도한 자태로 앉아있었다.

카아!

진상파 대신 그녀가 품에 안고 있는 섬전초가 이빨을 드러내며 앙칼지게 동위사를 노려보았다

순순히 나오시겠소? 아니면 험한 대우를 받으시겠소?”

동위사가 음험하게 웃으며 말할 때였다.

죽이지는 마.”

진상파가 누군가에게 차갑게 말했다.

뭐요?”

!

동위사가 어리둥절할 때 갑자기 누군가의 손이 그자의 목을 뒤에서 움켜잡았다.

너무도 빠르고 또 강해서 동위사는 그 손을 피할 엄두도 벗어날 노력도 할 수가 없었다.

끄윽!”

우둑!

자신의 목뼈가 부러지려는 소리를 내는 것을 느끼며 동위사는 그대로 기절했다.

언제였는지 동위사 뒤에는 키가 무려 칠척이나 되는 거구의 여자가 나타나 그자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모든 것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큰 이 거구의 미녀는 물론 백팔금차의 수령인 철관음이었다.

그녀가 마침내 진상파의 몸에서 풍기는 백리향의 냄새를 추적하여 개봉에 도착한 것이다.

죽일 놈! 감히 황금성의 성주님께 무례를 해? 아가씨의 분부가 아니었다면 모가지를 부러트렸을 것이다.”

퍼억!

철관음은 기절한 동위사의 몸뚱이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철관음! 네년이 어떻게 여기에...!”

말고삐를 잡고 있던 동위사가 뒤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경악할 때였다.

! 콰직!

벼락 치듯 내리쳐진 철퇴(鐵槌)와 쇠몽둥이가 그자의 양쪽 어깨뼈를 박살내 버렸다.

크아아악!”

양쪽 어깨뼈가 자끈동 부러진 동위사는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 콰직!

그런 그자의 등을 한 쌍의 발이 세차게 내리밟았다.

황금성에 죄를 짓는 자는 용서하지 않는다.”

성주님께 무례한 자는 죽어 마땅하다.”

각기 철퇴와 철장(鐵杖)을 든 육척 장신의 여자무사들이 좌우에서 동위사의 등을 밟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황금색의 갑주로 무장한 그녀들은 물론 백팔금차들이다.

화악! 휘익!

뒤이어 십여 명의 백팔금차들이 허공에서 질풍같이 날아내려 마차를 에워쌌다.

... 백팔금차!”

양쪽 어깨뼈가 부러진 채 바닥에 처박힌 동위사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백팔금차 개개인의 능력은 제왕성의 은위사에 못지않다.

그 백팔금차들이 열명 넘게 나타난 것이다.

아주 늦지는 않았네.”

진상파가 마차 안의 의자에 단정하게 앉은 채 차갑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왕성의 방해가 있어서 길을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철관음이 고개를 숙였다.

고독할머니는?”

저희보다 먼저 도착하셔서 아가씨의 동행을 살피고 계십니다.”

애써 침착한 척 묻는 진상파의 질문에 철관음은 마차가 달려온 쪽을 돌아보며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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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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