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第 十 章

 

         진짜 이름은? 1

 

 

 

황군성과 임단심이 철갑대망의 동굴에서 살기 시작한 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그동안 그들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동굴 안에는 나무로 만든 작은 침상이 만들어졌고,

의자와 탁자도 만들어져 놓였다.

황군성은 임단심의 솜씨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 그가 만든 침상은 그날 밤 와지끈 부서져 버렸다.

지금의 침상은 임단심이 꼼꼼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의자와 탁자도 그가 만든 것은 도무지 모양이 나지 않는다면서 임단심이 새로 만들었다.

식량은 충분했다.

두마리의 얼린 철갑대망의 고기는 두 사람이 몇 달을 먹고도 남을 만큼있다.

하지만,

황군성과 임단심의 걱정은 전혀 다른 곳에 있었다.

황군성이 철갑대망의 내단을 복용한 후로 자신의 체내에 있는 내공을 일으킬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혈왕신공도 일어나지 않고 빙백강기도 일어나지 않으며 포산신공마저도 발동되지 않았다.

아니,

그런 것들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의 몸속에는 측량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내공이 있지만 그것을 움직일 방법이 없다.

그야 말로 창고에 억만금을 쌓아놓고도 열쇠가 없어서 못 쓰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태에서 보름이 지나가자 임단심과 황군성의 불안감은 점점 더해졌다.

한데,

오늘 아침에 황군성이 일어나자 마자 대뜸 임단심에게 말했다.

[임매(任妹), 청마수(靑魔手)를 익혀보지 않겠소?]

[청마수요? 그게 어떤 건데요?]

[내 두번째 사부인 서한객 초사륭이란 분의 독문절기요.]

[싫어요. 하필이면 왜 마자(魔字)가 들어가는 청마수예요? 배워도 다른 것을 배우겠어요.]

임단심은 고개를 저었다.

황군성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청마수가 제일 적당하겠지만 싫다면 할 수 없지. 대신 옥인수(玉人手)를 가르쳐주겠소.]

[그건 이름이 아주 예쁘군요. 좋아요. 가르쳐주세요.]

황군성은 웃으며 탁자위에 몇 개의 손 그림자를 그렸다.

[이것이 제 일초인 옥인표향(玉人飄香)이오.]

임단심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아름다운 사람이 향기를 날리는 것은 당연하지요.]

황군성은 빙긋 웃고 두번째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제 이초인 옥인포슬(玉人抱瑟).]

[옥인이 비파를 안으면 더욱 예뻐 보이겠지요.]

[이것은 제 삼초인 옥인봉군(玉人逢君)이요.]

임단심은 뛸 듯이 기뻐했다.

[특히 이 삼초가 가장 아름다워요. 님을 만난다는 것에 얼마나 정취가 있어요. 당장 가르쳐 주세요.]

황군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탁자에 앉은 채 손을 움직여 일초부터 삼초까지 보여준 후 임단심에게 해보라고 했다.

[초식도 이름만큼이나 아름다워요. 여기에 제 독이 함께 펼쳐지면 적수가 없겠어요.]

[독을 펼치면 독인장으로 변해버리지나 않을지 모르겠군……]

[흥!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하셔요. 음식에도 간이 배여야 맛난 거예요. 그래도 음식을 소금이라고 부르진 않잖아요.]

임단심은 그에게 쏘아부치고는 탁자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서 금방 황군성이 펼쳤던 수법을 흉내 내고 있었다.

총명한 그녀는 몇 번 연습해 본 후 금방 제 일초 옥인표향을 황군성과 똑같이 펼쳐냈다.

그녀는 아주 신기해하며 말했다.

[한 동작, 한 동작에 오묘한 현기(玄氣)와 살수(殺手)가 숨어있어요. 비록 일초지만 변화무쌍 그 자체로군요.]

[옥인포슬도 해보시오.]

황군성이 말하지 않아도 할 그녀였다.

지금까지 그녀는 이같은 무학 상의 절기를 배울 수가 없었었다.

칠현천기보법(七玄天機步法)이 뛰어난 것이긴 하지만 무림에서 일류 간다고 할 수는 없고,

그녀의 주된 수법은 다양한 독술(毒術)에 국한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실제로는 집에 있는 늙은 노파로 부터 떼를 써서 배운 것이었으니‥‥‥

실상,

그녀에게는 남이 모르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숨겨져 있기도 한데‥‥‥

하여튼,

그녀는 앉은 자리에서 옥인수의 삼초를 다 배워버렸다.

그러자 황군성이 말했다.

[이제 눈을 감고 이 구결을 외도록 하시오.]

[그건 뭔데요?]

[옥인수는 그 각 초식마다 내공의 운용방법이 다른 것이오. 만약 똑같은 방법으로 펼친다면 본래 위력의 십의 일도 발휘하지 못하오.]

임단심의 그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그렇다면 배워야죠.]

황군성은 제 일초의 구결부터 말해주었다.

다 듣고 난 임단심이 말했다.

[일초는 아주 빠르겠군요. 이초는 상당히 무거울 것같고 음……삼초는 잘 모르겠어요.]

[삼초는 두가지다요. 그 한수에 옥인수의 정화가 다 들어있다고 할 수 있소.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수법이요.]

[한데……아주 어려워요. 이렇게 내공을 움직이다가 주화입마에 걸리지 않을지나 모르겠어요.]

임단심은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억지로 하면 그럴 수도 있소. 하지만 몇 번 연습해서 익숙해지고 나면 젓가락질 하듯 자연스럽게 될 거요.]

말을 마친 황군성은 슬그머니 동굴을 빠져나가 버렸다.

 

밖에는 햇살이 내리쬐고

숲 전체는 단풍이 가득 물들어 있었다.

황군성은 속으로 유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동굴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와서 꾹 참고 있던 웃음을 터뜨렸다.

[와하하하하……거짓말로 사람을 속이는 것이 이렇게 유쾌할 줄이야.]

언덕에 앉아 노도 탕탕 흘러가는 황하를 바라보며 그는 늦가을 햇살을 즐겼다.

해가 하늘 한가운데로 왔을 때에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쯤은 다 익혔겠지.]

그는 자신의 보금자리인 동굴로 돌아갔다.

 

동굴 앞으로 돌아온 그는 안색이 굳어졌다.

자신들의 동굴이 무너져 입구가 막혀버린 것이 아닌가?

그는 즉시 임단심이 옥인장을 연습하다가 낸 사고라는 것을 깨달았다.

동굴이 무너지기는 했어도 삼백년의 내력을 지닌 임단심이 변을 당했을 리는 없으리라는 생각에 느긋하게 소리쳐 불렀다.

[임매! 밖으로 나오시오. 임매.]

하나,

동굴 안에서는 아무 동정도 없었다.

하다못해 돌조각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황군성은 덜컥 불안한 심정이 되었다.

[임매! 임매!]

크게 소리쳐 불러보았다.

여전히 반응은 없다.

황군성은 무너진 바위들을 번쩍 들어 내던지기 시작했다.

쿵!쿵!

내공은 운용할 수 없지만 그는 원래부터 타고난 신력을 가진 사람이다.

바위들을 공기돌처럼 던져내며 동굴로 들어갔다.

얼마 후,

입구를 막고 있는 바위들이 다 치워지고 동굴이 드러났다.

군데군데 바위가 떨어져 있고 그들의 식량이 철갑대망도 완전히 짓 이겨져 있었다.

하지만,

그가 찾는 임단심은 보이지 않았다.

황군성은 미친듯이 소리쳤다.

[임매! 임매!]

그에게서 지금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하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임단심이다.

부모 형제보다도 더 절실한 사람인 것이다.

선택하라고 한다면 사회의 도덕에 강요받아 어쩔 수 없이 마음에 없는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감정은 오직 임단심만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는 떨어져 있는 바위들을 하나하나 밖으로 내던졌다.

혹시 그 밑에 임단심이 깔리지나 않았을까 해서 였다.

그러나,

이미 십여개의 바위들을 던져 치웠음에도 임단심은 보이지 않았다.

황군성은 그녀가 동굴의 제일 안쪽까지 들어왔을 리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곳에 떨어져 있는 바위들마저 밖으로 내던졌다.

몇 개의 바위를 내던 졌을 때,

문득 그는 바위틈에서 바람이 불어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동굴이 있었구나!]

임단심이 그 안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은 그에게 큰 안도감을 주었다.

바위를 밖까지 던질 것도 없이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둥그스럼한 동굴이 그의 눈앞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는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그 순간,

황군성은 자신의 귀를 때리는 날카로운 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옥인봉군!]

임단심의 외침이었다.

이때, 황군성의 몸은 허공에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동굴의 안쪽은 절벽같은 허방이었던 것이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임매가 이 어둠속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구나.)

하나,

갑자기 번개불같은 섬광이 머리를 스치며 그는 재빨리 소리쳤다.

[임매! 나요. 손을 멈추시오.]

황군성은 내공을 운용할 수 없기에 신법을 펼치지도 못하고 소리치며 무작정 떨어졌다.

중심을 잡지 못한 그의 머리가 아래를 향하는 그 순간,

황군성은 머리에 무엇인가를 세차게 부딪히며 눈앞에 별이 번쩍이는 것을 느꼇다.

퍽!

무엇인가 깨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황군성은 내심 소리쳤다.

(아이쿠! 내 머리가 깨어졌구나.)

쿵!

그의 몸은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때 임단심이 달려오며 소리쳤다.

[당신 괜찮아요?]

 

넓은 석실에 불이 밝혀지자 모든 전경이 똑똑히 보였다.

황군성은 두개골이 부서져 버린 깡마른 노인의 시체를 깔고 드러누워있었다.

그의 눈에 천정에 뚫린 시꺼먼 구멍이 보였다.

임단심은 그의 손을 잡아 일으키며 물었다.

[다치지 않았어요?]

[괜찮소, 괜찮아.]

그의 몸은 멀청했다.

임단심이 황군성의 밑에 깔린 노인의 시체를 보면서 말했다.

[이 늙은이는 전신의 뼈가 가루가 되어버렸겠군요. 당신 무게는 내가 잘 알고 있는데……]

황군성이 물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요.]

[색혈광마 음자추예요.]

[…………?]

색혈광마를 소리를 듣고도 황군성은 눈만 멀뚱멀뚱했다.

그가 칠십년 전의 마두(魔頭)를 알 턱이 없는 것이다.

 

728x90
Posted by 와룡강입니다

블로그 이미지
1983년부터 무협소설을 써온 와룡강입니다. 다음 카페(http://cafe.daum.net/waryonggang)에 홈페이지 겸 팬 카페가 있습니다. 와룡강의 집필 내역을 더 알기 원하시면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와룡강입니다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